화왕산 갈대 태우기
조 황 래
내가 84년에 마산에 왔으니까 이제 22년이 되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도록 그 유명한 화왕산 갈대 태우는 장관을 아직도 구경하지 못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1) 시간이 없어서...
2) 아이고, 그 복잡한데 가서 무슨 고생하려고...
그런 변명보다는 고생이 되더라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산행대장님의 번개산행 공지가 올라오기에 얼른 참가 신청을 하였다. 며칠간의 공지기간을 거쳐 최종 참석자는 15명으로 결정되었다. 몇 시에 어디서 만나는 것이 좋을는지.... 화왕산 갈대 불구경이 워낙 인기 상품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온다고 하는데 차를 가지고 가면 어디까지 교통 통제가 될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고. 회장님은 올라가는 사람도 물론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고, 내려올 때가 문제라고 하신다. 그 많은 사람이 한정된 통로를 따라 내려오려면 서너 시간 예상해야 할 거라고....
‘그래,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데, 설마 내게만 특별한 일이야 생기겠나.... ’ ‘그냥 한번 부딪혀보자’
15명이면 차가 석대나 넉대는 있어야겠다. 순돌이 대장이 차 운전할 사람을 지정하며 양해를 구했다. 나는 마누라와 같이 가면서도 지정을 받지 않아 미안하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약속된 1시까지 마산 역으로 나갔다.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아서인지 시간에 늦지 않게 모두 도착했다. 적절히 인원을 분배하여 승차하고 창녕 화왕산으로 출발!!
창녕면 삼거리를 조금 지나니 거기서부터 차량 정리를 하고 있었다. 화왕산 매표소에서 6Km정도 떨어진 계성이라는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셔틀버스가 왕래를 하면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 아닌가. 창녕군에서도 요령이 생겼는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일반인 차량을 주차시키도록 하여 교통 혼잡을 줄여보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런 통제는 따라주는 것이 좋겠다.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청마 가족은 모두 셔틀버스에 탔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했다. 1인당 1000원씩 모두 15,000원 지급했다. 시간이 좀 남는 것 같아서 어묵과 막걸리로 배를 조금 채웠다.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르는 관계로 우리는 오른편 용선대 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나도 예전에 두 번 화왕산에 왔었지만 오래되어 어느 길로 올랐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관룡사를 지나고 산중턱의 병풍바위는 그런대로 볼만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여기를 올라서서 보니 며칠 전에 조금 내렸던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상당히 위험하다. 천천히 줄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매우 조심스럽다. 미끄러운 눈길을 무사히 돌파하고 관룡산 정상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능선을 따라 가니 방송사에서 나온 차량도 보이고... 불놀이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엄청 많다. 특히 오늘이 일요일이라 더 많은 것 같다. 눈이 녹아 땅이 질은 곳은 자갈을 뿌려서 다니기 쉽게 해 놓았다. 허준 촬영 세트장에 들러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드디어 화왕산 아래에 도착했다. 대부분 처음 참석하다보니 어디에서부터 불을 붙이는지, 언제 불을 붙이기 시작하는지...
갈대밭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배낭에 싸온 음식들을 꺼냈다. 버너에 불을 붙여 라면도 끓이고... 역시 산이씨가 싸온 과메기를 맛보고, 정월 보름 오곡밥도 먹으면서 들뜬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얘기꽃을 피웠다. 오후 6시쯤 되었을까. 갈대밭 중간 중간 통제를 하던 안내원들이 갈대에 불을 댕긴다. 처음에는 조금씩 불이 붙어나가면서 연기가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불이 붙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더운 열기가 위로 올라가니까 주변에서 바람이 몰아친다. 자연히 연기는 눈을 뜨기 힘들게 하고, 눈물범벅이 되게 한다. 우리가 앉아있던 바로 옆에서도 안내원이 불을 놓는 바람에 급히 불을 피해 배낭을 챙기고 버너와 라면 삶는 코펠을 손에 든 채로 뒤쪽 안전지대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런 안내 방송도 없이 갑자기 불이 번지는 바람에 약간은 당황했다. 한꺼번에 맹렬한 기세로 갈대를 태우는 장관을 보면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세상에... 이런 신나는 구경거리가 있나!!!
일렁거리는 불꽃이 악마의 입이 되어 굽어 치기도 하고, 하늘 높이 퍼지기도 하면서 온갖 작태를 보여주었다. 눈물, 콧물이 교차하면서도 이런 불꽃놀이를 놓쳐서는 안 되지.... 여기저기서 탄성소리가 터진다. 와~~~~.
몇 만평이나 되던 갈대밭이 시커먼 잔재만 남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 정말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허무하게 지고 말았다. 곧이어 축포가 10여분 하늘에 수를 놓았다. 펑펑 소리와 함께 별처럼 수를 놓던 축포가 아쉬움 속에서 모두 끝이 나고...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모두 손에 머리에 조그만 랜턴을 들고 길을 내려오는 모습이 재작년 설악산 대청봉 오를 때의 광경이 연상되었다. 넓은 길도 샛길도 모두 사람들로 만원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천천히 안전하게 하산을 하였다. 다 내려와서도 우리 가족들을 조우할 수가 없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셔틀버스를 타려고 서 있나보다. 족히 1,000m는 되어보였다. 그냥 걸어가자. 6km 거리는 1시간 반 정도만 걸으면 되는데... 우리 회원님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겠지. 워낙 통화량이 많아서 그런지 누구와도 통화는 안 되고.....
정말 오랜만에 달님 보면서, 별님 보면서 마누라와 손잡고 아스팔트 포장길을 마냥 걸었다. 옆에 택시가 지나가면서 ‘1인당 만원’이라고 소리를 지른다. 눈길도 안주고 그냥 걸었다.
약 한 시간 정도는 걸었을까. 순돌이 대장차가 앞에 서는 것이 보였다. 이미 차에는 정원을 넘어섰고... 뒷문을 열어 올라탔다. 잠시 짐짝이 되었지만, 이것도 재미가 있네..... ㅎㅎㅎ 산이씨가 내려오다가 발을 접질렸다고 한다. 산도사님이 아는 사람을 만나 차를 급히 가져올 수가 있었고, 가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차를 세운 것이다.
그냥 오기 섭섭하여 가까운 식당에서 뚝배기 한 그릇씩 먹었다. 얼큰한 맛이 아주 괜찮았다. 1인당 만원씩 내어서 경비에 충당했다. 오늘 하루 정말 멋진 구경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모두들 달님 보면서 마음속으로나마 올해 소원을 빌었는지 몰라.
불구경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다음에도 구경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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