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지난달 월악산 번개산행이 10월 15일이었기 때문에 이번 계룡산 정기산행까지는 3주를 기다려야했다. 2주를 기다리다가 3주를 기다리는 기간은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 그 사이에 가까운 산에라도 한 번 다녀와야 하는데, 여의치 못할 때는 이런 기분이 지속된다.
산행 공지가 올라오면 참가자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이번에도 정회원 참가 신청을 먼저 받았다. 10월 말까지 정회원 접수하는 기간 동안 일반회원들도 예비 접수를 하는 현상이 생긴 것도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일반회원 참가 신청은 11월 1일부터 받았다. 청마산악회 전용 버스 레인보우호는 이번에도 기사님의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하고, 45인승 버스로 모시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는 산행대장의 글이 실렸지만, 성수기 때는 조금 불편한 것은 감안하고 참가인원을 늘리는 것도 그렇게 나무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계룡산의 유명세 때문인지, 좌석 수 45개를 모두 채우고 늦게 접수하는 일부 회원님께는 정중히 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는 날씨가 문제다.
주말에는 비가 오고 기온이 갑자기 뚝 내려갈 거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1주일 내내 마음을 졸이며 일요일 아침을 기다렸다.
‘제발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할 텐데...’
‘비가 오더라도 버스 탈 때 까지는 참아줘야 할 텐데...’
‘기온은 얼마나 내려갈는지...’
‘초겨울 등산복은 어떻게 골라 입어야할까?’
모든 것이 어수선하여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공주 계룡산까지는 버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30분 일찍 출발하기로 공지가 올라왔다. 30분이지만, 기상 시간을 앞당기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도시락 챙기고, 배낭 점검하다보니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도 시래기 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마산 역으로 나갔다.
조금 일찍 나간다고 서둘렀지만, 이미 몇몇 회원님들이 눈에 띈다. 특히 홍의장군님이 먼저 와 기다리는 것이 이채로웠다. 늘 지각 단골손님(?)이었음을 여기에 광고해도 될는지 모르겠네... ㅎㅎㅎㅎ
바뀐 한신관광 버스가 도착하여 인원을 점검해 보니 오늘도 몇 명 뻥크를 내었다. 약속을 지키기 어려우면 사전에 연락을 주어야하는데.... 좌석이 없어서 오겠다는 회원도 거절을 하는 마당에... 좀 아쉬운 부분이다. 중리에서 기다리던 회원님들을 태우고 청마 임시 전용버스는 계룡산으로 향하여 출발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님들 아침 인사가 무척 반갑다. 특히 ‘구여운 앙마’ 박진용님 목소리는 볼륨이 높았지만, 모처럼 산행이라 애교로 봐줄만하다. 대진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 00휴게소에 들렀다. 식사 시간을 15분 배정했지만, 식당의 준비 부실(?)로 30분이나 사용하였다.
11월 생일자는 모두 5명. 이중 오늘 참석자는 조민숙님과 노길상님 두 분이다.
앞으로 불러내어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고, 축포와 샴페인을 나누어 마시고....
노길상님은 자리를 함께한 회원님들에게 일일이 샴페인을 건넨다.
함양을 지나자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이것 참 야단이네~~~
등산은 포기하고 방향을 유성온천으로 돌려야하나? 좀 더 가 보자...
20분 정도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이 서서히 개인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가 예정했던 병사골 들머리 박정자 삼거리에 도착하니 아주 깨끗한 날씨에 바람도 별로 없고... 등산하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다.
‘상쾌하다’는 말과 ‘통쾌하다’는 말은 거의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제 계룡산 산행에서 두 낱말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계룡산 산행은 상쾌한 기분 보다는 한 단계 상위 기분, 분명 통쾌한 산행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잠시 내린 비 때문에 먼지도 없는 길을 걸을 수 있었고, 공기는 엄청 깨끗해졌다. 비가 내릴까봐 1주일을 노심초사했던 생각을 떠올리면서 정말이지 통쾌한 기분으로 산행에 임할 수 있었다.
박정자 삼거리에 네 마리 동물이 받치고 있는 6층 석탑이 있다. 이곳의 상징물인 것 같은데 둘러봐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곳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병사골 매표소에서 인원점검(?)을 받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출발 시간이 10시 20분. 이정표를 보니 장군봉, 갓바위, 신선봉을 거쳐 남매탑까지 5.2km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거리상으로 봐서는 2시간이면 가능하겠다.
해발 800m 정도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계룡산은 명성대로 만만치 않은 코스다. 올라가면 갈수록 웬 놈의 땀은 그렇게도 흐르든지... 모자 창으로 빗물 떨어지듯 땀이 떨어진다. 날씨가 추워진다면서 입을 옷을 걱정하던 일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장군봉까지 50분 정도 힘들게 올라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각자 배낭에서 과일, 오이 등을 꺼낸다. 기쁨이님은 감을 꺼내어 놓는다. 며칠 전 시댁에 가서 직접 땄다고 하면서...
지난달 대구 팔공산도 쉽게 생각했다가 오르락내리락 기어이 길을 잃고 택시 신세를 졌지만, 오늘 계룡산도 정말 만만찮다. 바위 계곡으로 난 길이 어쩌면 그렇게 굴곡이 심한지....
올록볼록, 울퉁불퉁.... 조금 가면 밧줄이고, 좀 더 가면 계단이다. 이런 길이 산행에는 훨씬 재미가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좀 흠이기는 하지만...
결국 목표했던 남매탑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적당한 평지를 잡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줄을 잘 서야지...ㅎㅎㅎㅎ
회장님, 산이씨와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얻으면 상이 푸짐하다. 그렇게 하려면 항상 선두에 서는 수밖에. 오늘도 문어무침과 갓김치, 미역국 등 골고루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감사해요, 산이씨....
후미 팀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보통 선두 팀 식사가 거의 끝나거나 아니면 끝난 후에 도착이 되는데, 오늘은 10여분 정도 차이 밖에 나지 않은 것 같다. 아주 고무적인 현상...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먼저 길을 잡았다.
보통 계룡산하면 동학사 - 남매탑 - 갑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많이 택한다. 이름 있는 산이라 산길이 많이 복잡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가 택한 길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길이어서 산행이 아주 수월했다. 계단에서 오래 기다리는 경우도 없었고....
관음봉에서 신원사 매표소로 내려가지 않고, 동학사로 내려가도록 코스를 변경한 것도 아주 적절한 조치였다. 힘이 부치는 일부 회원님들은 남매탑에서 동학사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었다.
남매탑에서 관음봉까지는 별로 멀지 않았다. 약 2.3km로 1시간이면 가능한 거리다. 그러나 위험하여 노약자나 어린이는 출입을 삼가 달라는 팻말까지 붙여놓아 겁을 준다. 겁을 먹은체하며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지만, 그렇게 어려운 길은 아닌 것 같다. 관음봉에서 동학사까지는 내리막길. 깊은바다님은 오르막길은 이제 거칠 것이 없을 정도지만 내리막길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약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지. 빨리 내려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지리산 종주 마의 12시간대를 깰 수 있다. 연습을 하면 된다니까요....
가을이 눈앞에 있다.
선운사의 단풍과는 비교하기가 곤란하지만, 그런대로 감칠맛 나는 단풍이 우리를 반겨준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면서....
동학사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절인 것 같다. 보통 유명한 절은 마당이 넓어 안정감을 주는데, 이 절은 마당이 거의 없다. 비구니들만 사는 절인가보다. 남자 스님은 전혀 안 보이는구먼.
주차장에 내려가니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에서는 뒤풀이하기가 곤란하다고 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음식 장만하러 나갔단다. 정말 오늘은 후미 팀이 빨리 내려왔다. 선두와 불과 30분 정도 차이가 났을까? 5시가 되기 전에 하산 완료하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오늘 메뉴는 아구탕.
버너가 또 애를 먹이는 바람에 시간은 조금 지체되었지만, 따끈따끈한 국에 밥까지 말아서 한 그릇 시원하게 먹었다. 소주와 맥주로 지친 몸을 달래고, 회장님의 ‘위하여!!’ 소리에 맞춰 한잔 더 들이키고~~ 정말 기가 막힌다. 캬!!!
추워진 날씨 탓에 서둘러 자리를 걷었다. 뒷정리를 마치고 마산으로 출발.
돌아오는 버스는 제법 소란스럽다.
좋은 산행하고 맛있게 한잔 나누고, 그 정도 웃음소리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ㅎㅎㅎ
떠들다가 제풀에 지쳐 한 숨 푹 자고나니 어느새 마산이구나.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에라디야씨와 패랭이씨는 아주 오랜만에 참가했네요. 빠지지 말고 자주 참석하세요.
해피정아씨와 친구분도 즐거우셨나요? 사진에 보니 A팀과 점심 같이 먹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던데... 나도 처음에는 그랬죠. 청마산악회에 열심히 나오시면 가능하답니다.
흑마 짝지님도 다음에는 좀더 늠늠한 모습 보여주세요.
아침에 버스에서 드신 흰색떡은 이길자님이 준비했어요. 감사합니다.
뒤풀이 음식 장만하신 산이씨. 버스 안에서 박수를 드렸지만,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청마 산악회에 나오면서 한 가지 목표를 정했답니다.
‘나도 언젠가는 지리산 종주를 해야지...’ 이 목표는 1년 만에 성취했어요.
다음 목표는 시간 단축.
‘최소한 12시간 내에 들어야지.’ 이것도 내년에는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이제 다른 목표를 하나 정해야겠어요. 언제 이룰 수는 알 수 없지만, ‘에베레스트 산을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것.’
TV를 보니까,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 가는 여행 상품이 있더라고요. 해발 약 5,000m 지점이던데... 당연히 쉬운 코스는 아니었어요.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겠더라고요. 이 목표를 이룰 때까지 산에 더욱 열심히 다니면서 체력 훈련을 해야지요.
동참 하실 분.. 손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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