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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9) 평창 계방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4. 1. 23. 08:49

 

             평창 계방산 정기산행

                                                                               조 황 래

2009년 1월 18일. 경남청마산악회는 계방산을 향해 가다가 눈이 심하게 내리는 바람에 포기하고 대신 치악산을 다녀왔다. 설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계방산을 밟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했지만 치악산도 아주 좋았던 산으로 기억된다. 그 뒤로 계방산 방문할 기회를 엿보다가 오늘에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혹시나 이번에도 가는 길에 눈을 만나지 않을까 염려를 했지만 날씨가 맑겠다는 예보를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강원도, 경기도 지방의 산을 가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버스 타는 시간만 해도 5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보통 때보다 1시간은 일찍 출발해야한다. 운행시간이 긴만큼 산행비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1년에 두세 번 다녀올까 말까~~~ 그렇지만 남쪽지방의 산은 많이 다녀왔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강원도, 경기도 지방을 탐사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산행대장의 계방산 산행공지가 올라오자 예상외로 참석자가 줄을 섰다. 눈 구경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렇게 나타난 것인가? 1주일 만에 좌석이 다 차고 예비자까지 1명 생겼다. 이번에는 버스 운행거리가 멀어 보조석을 이용할 수는 없다. 아직 다리가 불편한 민병학 부회장이 양보를 하여 정원 40명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연으로 2명이 불참하는 바람에 38명이 계방산 산행에 동참하였다.

 

올겨울은 생각만큼 춥지도 않고 눈도 많지 않다. 동해안에 눈이 내렸다는 예보를 언제 들었는지 기억도 없다. 그렇지만 겨울 계방산에 눈이 없기야 하겠나? 설산 산행할 준비를 확실히 갖추어야지. 스패츠, 아이젠을 꺼내어 먼지를 털었다. 장갑도 두터운 것이 좋겠지. 방한복 수준의 두툼한 점퍼도 챙겼다. 입어보니 몸이 너무 둔한데... 추위에 떠는 것보다는 낫겠지 뭐. 보통 때보다 1시간 먼저 집을 나선다는 것이 부담이 많다. 새벽단잠을 깨어 일어날 때의 기분은 영 별로지만 또 일어나서 도시락 챙기고 옷을 갈아입으면 쉽게 적응이 된다. 버스 타서 실컷 자면 되니까. 하경숙님과 서은정님을 태우고 마산우체국 앞으로 갔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산행버스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새벽이라 빨리 올 수 있었나보다. 중리에서 조붕규 총무와 박석영님을 태우고 버스는 평창으로 향했다.

 

아침에 김밥이 지급되는 바람에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나와도 되는 것이 다행스럽다. 오늘은 소병일 회장님이 스폰서하셨단다. Thank you very much~~~

김밥을 먹고 한 숨 푹 잤다. 김영철 사장님의 ‘휴게소’에 들린다는 멘트를 듣고 눈을 떴다. 안동휴게소구나. 잠시 내려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맨손체조도 하고.

다시 버스는 55번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엄청 긴 터널을 지났다. 검색을 해보니 죽령터널이구나. 죽령터널은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가로막고 있는 해발 689m의 죽령고개를 관통하는 연장 4.6km의 터널로서 철도를 제외한 도로터널로는 국내 최장 터널이란다. 두 번째 들린 휴게소는 ‘치악 휴게소’다. 그런데 이 휴게소는 구조가 좀 특이하다. 주차를 하고나서 계단을 30여개 올라가야 매점이 있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10시 40분이 넘어서 계방산 들머리 해발 1089m인 운두령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산행버스가 얼마나 많이 와 있는지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올라갈 수는 있을까? 엄두가 안 나네~~

전열을 정비하여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산을 향해 첫발을 디뎠다. 시작지점부터 눈길이라 아이젠을 찼다. 10월 설악산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디게 올라간다. 와, 이래가지고 언제 다 올라가지? 길은 외길이라 옆으로 피할 공간도 없다. 나무에 설화가 맺힌 것도 아니고, 눈이 내린지 오래되어 퍼석퍼석하니 영 별로다. 실망이 큰데...

 

너무 복잡하여 막걸리 한 잔 들이킬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오후1시가 지났다. 적당한 곳을 잡아 식사는 해야지. ‘깔딱고개’를 올라서자 약간 넓은 공간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휴, 힘들다...

추운 날씨는 아니어도 사방이 눈으로 덮여있어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진다. 이럴 때는 따끈한 라면이 제격인데... 여기도 국립공원이라고 단속요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닌다. 발각이 되면 사진 찍히고, 벌금이 10만원이다. 버너를 준비했던 회원들은 배낭에서 꺼내보지도 못하고 이웃집 밥을 얻어(?) 먹는 수밖에...

겨울산행은 식사 시간이 가장 곤혹스럽다. 속히 먹고 일어서야지. 준비한 시래기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고 숟가락을 놓았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경사도 약하고 사람이 그렇게 많이 붐비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니 어렴풋이 설악산도 보인다. 50분 정도 걸어서 계방산 정상에 도착했다. 꼭 오기를 소원했던 계방산이었지만 막상 와서 보니 그저 그렇다. 산을 많이 다녀봐서 그런가? 남한에서 5번째로 높은 산, 인기100대 명산에 속한 계방산을 다녀왔다는 자부심에 ○표 하나 더 추가한다고나 할까. 그 정도 의미로도 충분하지 뭐.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런 복잡한 곳에서 인증샷을 날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사실이 왠지 불편하다. 정상석만 카메라에 담고 내려왔다.

동쪽으로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그러면 저곳이 대관령인가? 그 오른편으로 보이는 스키장은 용평리조트인가보다.

 

벌써 시계가 2시 반이다. 속히 하산해야지. 많은 사람들이 약간 짧은 코스인 ‘노동리 삼거리’로 내려갈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조금 멀어도 ‘주목삼거리’로 내려가기로 했다. 높은 산에는 대체로 주목군락지가 있나보다. 태백산에도 있었고, 덕유산에도 있었지. 계방산의 주목은 태백산이나 덕유산보다 약하다. 그래도 귀한 주목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동차야영장까지 5.4km는 일방적인 하산길이어서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계방산은 대부분 사람들이 들머리를 운두령으로 잡고 노동리로 하산하기 때문에 거의 일방통행이었다. 역방향으로 오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던 것도 기억할 만하다.

자동차야영장 입구에 이승복 생가가 보존되고 있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소리치며 죽어간 이승복군과 그 가족의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잠시 묵념을 올렸다.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멀리 삼거리에는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뒤풀이는 하산지점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고속도로 진입로를 지나 조금가다 보니 괜찮은 식당이 몇 개 보였다. 춘천닭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섭외하니 우리 40명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 식당 졸지에 횡재했네. 넓은 냄비에 닭갈비와 양념, 채소를 버무린 춘천닭갈비는 맛이 좋았다. 밥도 한 그릇씩 비벼 배불리 먹고 나왔다.

집에 오니 11시 반이 넘었어요. 대방동에서 탑승하신 회원님은 12시가 넘어서 귀가하셨겠네요. 고생 많았습니다. 이런 것도 한 번씩 재미로 하면 좋지요~~~ㅎㅎㅎㅎ

 

오늘이 나에게는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말씀을 드렸지만 청마에 입회한지 만 10년 되었어요. 10년 동안 청마와 함께한 생활은 너무 행복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성장하는 것’이라고 어느 책에서 그러더군요. 잘 몰랐던 산을 알아가는 과정이 나이에 상관없이 나에게는 성장의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나 할까요? ㅎㅎ

지나온 10년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청마에 첫발을 디뎠을 때, 한용우 고문님이 산행대장이었어요. 그 때 함께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음에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반회원에서 정회원, 운영위원, 부회장, 회장에 고문까지 코스를 제대로 밟았어요. 건강은 10년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깊은바다님이 수석부회장으로 추대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부부가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이 모든 것이 청마를 선택하여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었고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10년을 지내왔는데 최소한 10년은 더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산에 오를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함께하리라 각오를 다집니다.

 

다음 산행은 설 지나서 2월 셋째 주 남덕유산이네요.

남덕유산(1508m)은 북상면 월성리,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전북 장수군 계북면과 경계하며 솟아있는 산입니다. 즉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에서 남쪽으로 약 15km 지점에 위치한 덕유산의 제2의 고봉인데, 향적봉이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켜 나 있는 반면 남덕유산은 백두대간의 분수령을 이루므로 백두대간 종주 팀들에게는 오히려 향적봉보다 더 의미 있는 산이라고 합니다.

정상에는 맑은 참샘이 있어 겨울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온수이고, 여름에는 손을 담글 수 없는 찬물이 솟아난다고 하네요.

남덕유산은 3대강의 발원 샘을 갖고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육십령은 금강(錦江)의 발원 샘이며, 정상 남쪽 기슭 참샘은 진주 남강(南江)의 첫물길이 되고, 북쪽 바른 골과 삿갓골샘은 낙동강(洛東江)의 지류 황강(黃江)의 첫물길입니다.

인기명산 90위에 랭크되어 있어요. 남덕유에서 덕유산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키가 큰 나무가 거의 없는 장쾌한 설원 능선은 겨울 종주산행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설을 맞아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2월 16일 산행 때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