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덕태산 정기산행
조 황 래
내가 정기산행에 참석한 것이 무척 오래된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4월 6일 거제 계룡산 산행이후 한 달 보름 만이구나. 4월 셋째 주 조령산은 베트남 외유 다녀오느라 빠졌고, 5월 초 대만 특별기획에는 날짜가 맞지 않아 불참했고.... 대만 특별기획은 올려진 사진을 감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정기산행 두 번 빠졌을 뿐인데 엄청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감상인가?
덕태산은 진안의 명물 마이산의 명성에 가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발 1113m의 괜찮은 산이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지방이든 1000m가 넘어가면 그런대로 이름값은 하니까~~~ 산에 대한 설명은 산행공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 덕태산 물줄기는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 되어, 북쪽은 천천을 통하여 금강으로, 서쪽은 백운동계곡과 오원천을 통하여 섬진강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큰 그림으로 보면 그렇지만 실제 산행할 때는 별로 실감을 못하지...ㅎㅎ
‘대만 특별기획’에 대한 피로도가 많이 남았는지 이번 산행에 신청자가 영 뜸하다. ‘특별기획’을 마련하는 목적이 이런 행사를 통하여 회원 간의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여 청마산악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자는 의미가 강한데 이렇게 참여도가 낮으면 어떡하나? 이성옥님이 28번째로 참석하는 것으로 마감되었다. 우리 산행에 자주 참석하는 손님들께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안 되겠다고 한다. 산행참석자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빈 좌석이 많으면 분위기도 조금 썰렁해진다. 더구나 이번에는 버스도 45인승으로 바뀌는 바람에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4,5월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많이 바쁘다. 또 무슨 경조사는 그렇게 많은지....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아침 간식이 나온다. 이번에는 김밥이 제공된다고 미리 공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는 간단히 쥬스 한잔 마시고 나왔다. 김밥을 먹고 나면 자동적으로 눈이 스르르 감긴다. 산행 준비한다고 조금 일찍 일어난 보상을 받는다고나 할까. 휴게소에 들린다는 방송에 눈을 뜨고 잠시 버스에서 내려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오늘 산행이 시작되었다. 덕태산 들머리 백운동 마을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9시 30분. 고속도로를 두 시간 남짓 달렸나보다.
모두 초행길이라 들머리가 어딘지 혼란스럽다. 콘크리트 포장길이 두 갈래로 나와있는데 어디로 가지? 소병일회장의 15만원짜리 산행지도에 용기를 얻어 왼쪽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전면에 높게 솟은 산이 덕태산으로 판단되니까 산 정상으로 가는 길만 찾으면 되지 않겠나. 콘크리트 포장길이 제법 길게 이어졌다. 거의 500m 정도 올라온 다음에야 이 길이 아니고 조금 더 직진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하나 돌고 보니 이 길은 ‘덕대사’로 가는 길이 아닌가. 돌아 내려오기에는 너무 많이 왔기에 그냥 계속 올라갔다. 당연히 절을 지나면 덕태산 오르는 길이 나오겠지. 덕대사는 살림집 같은 조그만 사찰이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에게 물어보니 뒤로 돌아 올라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이 사찰에서는 오리도 몇 마리 키우고 털이 수북이 덥힌 개도 키우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가니 키우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요란스럽다.
드디어 개척산행이 시작되었다. 정상 등산로가 아니다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어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다녔을 것으로 보이는 통로를 따라 30분 이상 조심스레 올라 가까스로 등산로를 찾을 수 있었다. 휴~~ 길 찾느라 기를 다 빼버렸구나!!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려서 덕태산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었다. 덕태산은 그렇게 특색 있는 산은 아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그저 그렇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산이다. 인정샷 몇 장 남기고 다음 코스 시루봉으로 향했다.
시루봉 가는 길은 약간의 오르고 내림은 있었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능선길이었다. 시루봉까지 가서 점식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미 12시가 넘었다. 중간에 자리를 잡아 식사를 하기로 했다. 선두로 가던 7~8명에게는 적당히 자리 잡아 식사하라고 무전으로 연락을 취했다. 라면을 끓여먹을 철이 지났나? 버너를 준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여섯명씩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나는 시래기 국에 밥을 말아 훌훌 넘기는 것이 가장 편하다.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O.K.
지난 둘째 주 일요일은 정상산악회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에 참석했다. 일주일 정도 감기·몸살로 몸이 성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지리산 산행을 고집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중산리에서 법계사까지는 그럭저럭 올랐지만,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 2km를 가야하는데 절반쯤 오르자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면서 발걸음 내딛기조차 어려워짐을 느꼈다. 이럴 때는 욕심을 버리고 돌아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서야하는 참담함이라니!!! 내려오면서도 다리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바람에 극심한 통증을 감내해야 했다. 와, 이럴 수도 있구나. 많은 것을 느꼈던 지리산 산행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1주일 만에 덕태산에 올랐지만 오늘도 그리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더구나 아침에 정상 코스를 이탈하여 어렵게 덕태산 정상에 오르다보니 자신감을 잃었다. 오늘 산행은 A, B, C코스로 구분하여 체력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였지만 전원 C코스를 선택하는 분위기에 나도 자연스레 동승하고 말았다. 유일하게 교차로 손님으로 산행에 참여한 사람 혼자 A코스를 완주하였다.
시루봉을 거쳐 홍두깨재에서 하산하였다. 홍두깨재에서 조금 내려오니 임도가 나왔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아침에 우리가 출발했던 들머리가 나왔다. 산을 내려와서 보니 우리가 산행 시작할 때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틀지 말고 300m만 더 직진했더라면 정상적인 산행 길을 만날 수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A코스를 꼭 가야겠다며 출발했던 손님은 4시 10분경 도착했다. 조금 늦었지만 그 정도는 봐 줄 수 있는 시간이지. 뒤풀이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마이산이 보이는 휴게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다.
오늘도 즐거운 산행을 하였습니다. 비록 전원 C코스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벗하는 것은 항상 즐겁습니다. 동의하시지요? ㅎㅎ
아침에 드신 김밥은 오정미님이 준비하였습니다. 정미님은 며칠 전 아버님을 여의셨어요. 친정이 울산이라 우리 회원님들 차량 3대를 동원하여 문상을 다녀왔답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감한다고 했던가요. 정미씨 표정으로 봐서 슬픔은 많이 극복하였던 모습이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오늘 정회원 한분 탄생했습니다. ‘가빠’ 조상재님이 정회원으로 가입하셨어요. 정상산악회와 청마산악회 산행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청마의 정회원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그런데 ‘가빠’가 무슨 의미인지요? 해석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ㅎㅎ
다음 산행지는 경북 예천의 비룡산입니다. 해발 256m로 산이라기보다는 봉우리라고나 할까요. 국가명승 16호로 지정된 ‘회룡포’를 둘러보는 관광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기산행을 반드시 높은 산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이런 가벼운 산행도 필요하지요. 많은 참석을 기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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