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전라도 지방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편이다. 우리 청마에서는 눈 구경을 하기 위하여 광주 무등산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2006년 2월 5일, 2011년 2월 20일) 그런데 갈 때마다 날씨가 너무 좋고 따뜻하여 산과 들녘에 눈이 조금 쌓여 있는 수준이어서 ‘눈 덮인 설산’ 같은 기분을 느낄 수는 없었다. 오늘이 12월 셋째 주이고 올 겨울 날씨가 유난히 따뜻하여 서쪽지방에까지 눈이 많이 왔다는 예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눈다운 눈을 구경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었다.
12월 첫째 주 정기총회에서 이미선 회장이 연임되면서 정기산행에 많은 회원의 참여를 당부하였건만, 이번 무등산 산행에는 25명만 참석하였다. 연말이라 모두다 행사도 많겠지만 정기산행의 참석률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집행부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가 있을 텐데....
겨울산행에는 챙길 것이 많아진다. 산에 오를 때는 땀이 나니까 괜찮지만 점심식사 시간에는 체온보호를 위해서 두꺼운 점퍼를 챙기는 것이 좋다. 밥 먹을 때도 얇은 장갑을 끼고 식사를 하면 손과 손가락이 고통스럽지 않다. 눈이 없어도 아이젠은 필수품이다. 더구나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서는 음지쪽으로 난 길은 거의 빙판길이라고 봐야 하니까. 스패츠는 눈이 많이 쌓인 곳이 아니면 꼭 챙기지 않아도 된다.
며칠 전에 부산의 모 산악회원 28명이 덕유산에서 폭설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12시간 만에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행히도 한 명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늘 가는 산이고 눈에 익은 길이지만 겨울철에는 의외의 복병이 많이 도사리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철저하게 대비하여야 한다.
보통 때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는데 주변은 많이 어둡다. 12월이 지나면 이제 해도 길어지겠지. 어제 토요일은 깨끗하게 맑은 날씨였는데 오늘은 비가 내릴 듯 구름이 많이 끼었다. 겨울철에는 해가 나야 산행하기 좋은데.... 저녁 늦게 남부지방에 약간의 비가 내리겠다고 했으니 산행할 때는 별 문제가 없겠지.
마산우체국 앞에서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탑승인원이 적다보니 버스가 예정시간보다 5,6분 일찍 도착하였나보다. 버스에 올라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 목요일, 금요일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는데, 행사가 있어서 조금 무리를 했더니 몸살기운이 감도는 것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뒷좌석에 앉았더니 축 늘어지는 기분... 김밥 나누어주는 것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 사천휴게소에 잠시 들리겠다는 방송을 듣고 깨어났다. 차에서 내려 맑은 공기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러다가 산행도 못하는 것 아냐?
박규성 수석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강점식 총무는 이사한다고, 이미선 회장은 제사 준비 때문에 산행에 불참했지만 박규성 수석이 진행을 맡아서 두 사람 몫을 완수했다. 산행대장은 오늘 산행에 대하여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얘기하고 안전 산행하여 주실 것을 당부했다.
마산우체국에서 광주까지 3시간도 걸리지 않았네. 10시 10분경 들머리 ‘원효사’에 도착했다. 원효사는 이름대로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원효사가 무등산 오르는 길목에 있는 사찰이 아니라서 사찰구경은 할 수가 없었다. 주차장 공터에서 잠시 맨손체조를 하고 단체사진 촬영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괜찮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오는 찍사(?)들이 모두 빠지는 바람에 손바닥만 한 내 카메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화소가 약해서 그렇지 그런대로 사진은 잘 나오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 ㅎㅎㅎ
오늘 우리가 오를 길이 원효사에서 서석대까지 ‘무등산 옛길 2구간’이라 명명된 길이다. 이 팻말만 보고 따라 올라가면 되는구나. 잘 되었네~~~ 무등산은 해발 1,187m라 꽤 높은 산에 속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마산의 무학산 정도 오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희한하게도 무등산은 편안한 기분이 드는 산이다. ‘무등산옛길’이라는 대형 입석을 통과하면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원래 무등산은 바위가 많은 육산이 아니라 흙산이다. 우리가 오르는 무등산옛길도 눈이 녹아서 질퍽한 진흙길이 되어 있었다. 산행하고 내려오면 옷과 신발은 세탁을 해야 하니까 좋은 길 험한 길 따질 필요는 없지. 용감하게 전진하였다.
15분 정도 올라가니 ‘주검동 유적지’가 나왔다. 충장공 김덕령장군이 임진왜란 때 이곳 원효계곡에서 칼과 창을 만들고 무술을 연마했다고 한다. 큰 바위에 한자로 적어놓았다. 다시 20분 정도 더 올라가니 ‘물통거리’라고 써놓은 이정표가 나왔다. 옛날 나무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중길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우물이 있어서 물도 마시고 하였나보다. 나도 여기서 막걸리 한 잔하고 가야하는데 오늘은 형편이 여의치 못하다. 배낭 꾸릴 때부터 아예 막걸리는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술도 몸 상태를 봐가면서 마셔야지... 보온병에 넣어온 따끈한 보이차 한 잔 마시고 일어섰다.
오늘 코스는 급경사가 없어서 오르기 편하다. 물통거리를 지나면서 눈이 밟힌다.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한 산행의 첫걸음이다. 새로 장만한 아이젠을 등산화에 착용하니 그렇게 불편한 것을 못 느끼겠다. 일전에 신문을 보니 나이가 들어서 낙상사고를 당하거나하여 탈골이 되면 회복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칫 잘못하면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말이 틀림없는 것 같다. 젊을 때는 팔목이나 다리가 부러져도 수주일이면 깁스를 풀고,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접합이 되지만 나이가 들면 예사로 힘들지 않다고 한다. 조심해야지~~
임도가 있는 ‘목교’까지 올라왔다. 이미 12시가 지났기에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도로 한가운데 자리를 잡아도 뭐라 말할 사람이 없다. 국립공원이지만 주변에 눈이 많아서 감시원이 와도 할 말이 있겠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나는 준비한 시래기 국에 말아서 훌훌 마셨다. 겨울철에는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탐방로 안내’를 보니 임도를 따라 바로 내려가면 장불재도 나오고 증심사로 갈 수 있겠다. 그렇지만 서석대, 입석대를 보지 않고 내려갈 수는 없지. 몸 상태는 여의치 못하더라도 올라가야지. 안내지도를 보니 500m만 가면 서석대이고, 1km만 가면 입석대다.
10여분 올라가니 서석대가 나왔다. 입간판의 설명을 보니 무등산 주상절리로 풍화작용에 의해 폭1m 정도의 돌기둥이 약 50여m에 걸쳐 동서로 빼곡히 늘어서 있는데, 저녁놀에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인다고 하여 ‘수정병풍’이라고도 한단다.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다시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정상이다. 사실 무등산의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즉 천지인 세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모두 군사지역으로 지정이 되어서 더 올라갈 수가 없다. 이제 하산 길로 접어들어야지.
승천암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입석대가 나타났다. 입석대는 한 면이 1~2m인 5 ~6각 또는 7~8각 돌기둥 30여개가 수직으로 솟아 40여m 동서로 줄지어 서 있다. 입석은 선돌이라는 뜻으로 고대 선돌숭배신앙의 중요한 표상이었다. 입석대 역시 천연기념물 제 465호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도 출입금지 표시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도 하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장불재에서 잠시 쉬었다. 여기는 송신 중계탑이 있어서 차도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장불재에서 증심사까지 3.5km, 주차장까지는 5.1km라고 적혀있다. 두 시간 반이면 내려갈 수 있겠구나.
‘중머리재’는 이름도 요상스럽다. 현지 사람의 설명에 의하면 이 부분만 중의 머리처럼 풀이 자라지 않는다고 하여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ㅎㅎㅎ
중머리재를 지나 ‘백운암터’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당상나무’ 방향으로 내려갔다. 30분 정도 내려가니 대형 느티나무가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다. 안내판을 보니 수령 450년, 나무둘레 4.8m, 수고 28m라 적혀있다. 이 정도 되면 당상나무로 추앙을 받을 만하다. 그런데 ‘당상나무’란 어떤 나무를 뜻하는지 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관념적으로 그 마을의 수호신으로 숭배를 받는 나무를 말하는 것이리라.
10km 넘게 걷다보니 다리에 힘이 살살 빠지려한다. 증심사도 그냥 지나쳤다. 증심사 밑으로 내려오는데 웬 outdoor 가게들이 그렇게 많이 생겼노? 대충 둘러봐도 30개는 넘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등산복 매점은 모두 집결한 것 같다. 4시경 주차장에 도착했다. 조금 늦은 후미 팀 모두 내려오기까지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비록 25명이라는 적은 인원이었지만 오늘도 무사히 안전산행 하였습니다.
겨울이고 눈길 산행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별 탈 없이 진행되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회장, 총무, 소병일 고문님까지 대열에서 이탈(?)하는 바람에...ㅎㅎ
아침에 드신 김밥은 정옥남님이 준비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은 1월 3일은 신년 연휴기간이라 산행이 어려울 것 같아 취소하였고, 1월 17일 거제 노자산 시산제로 이어집니다.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노자산(老子山)이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는 신비의 산이라고 하네요. 거리도 가까워서 시산제 올리기에 딱 좋습니다. 각자 소원 한가지씩만 가지고 오세요. 그래서 노자산 신선님께 간곡히 빌어봅시다. 나는 올해도 우리 경남 청마산악회 회원님들 모두 안전산행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청하겠습니다.
가는 을미년(乙未年) 잘 마무리하시고, 오는 병신년(丙申年) 반갑게 맞이합시다.
새해 1월 17일 뵙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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