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19. 2. 17) 가야산 만물상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9. 2. 26. 23:08

                      가야산 만물상 정기산행

                                                                                  조 황 래

가야산 주봉인 상왕봉과 서성재, 솔티재로 연결되는 능선은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가르고 있다. 따라서 경상남도 쪽에서 볼 때는 합천군 가야산이고, 경상북도에서 볼 때는 성주군 가야산이다. 합천 쪽으로 드리운 산자락은 부드러운 육산을 이루고 성주군 쪽은 가파르고 험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고, 눈 덮인 가야산 설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가야산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이라 우리 청마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다녀왔다. 기록을 보니 2007122, 201234, 2015215일 그리고 오늘까지 무려 네 번이나 방문하였구나. 그 중에서도 1234일 제 240차 정기산행으로 방문하였던 만물상은 20년 가까운 내 산행기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몇 안 되는 역사로 남아있다.

만물상의 해발고도가 1,100m를 넘는다 해도 3월의 따뜻한 남쪽지방인데 별일이야 있으랴.’ 이렇게 생각했던 만물상 산행에서 꿈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을 보게 될 줄이야!!! 전날 비가 조금씩 내렸고, 당일도 약한 비가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백운동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려 보니 주차장 관리인이 아이젠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니까 산행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하여 대부분 아이젠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쯤 올라가자 강풍이 몰아치면서 약한 비는 싸락눈으로 변하여 산행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 각자 안전산행에 유의하면서 머리를 푹 숙이고 열심히 올라갔다. 7부 능선을 지나자 나뭇가지마다 엄청난 상고대가 우리를 반겨준다. , 멋지네~~ 그런데 9부 능선쯤 올라갔을까. 아니, 이게 뭐지?? 세상에나.... 세상에나.... 바위에 맺히는 상고대라니!!! 싸락눈이 강풍에 날려 바위에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황홀한 그림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감동을 안겨 주었다. 바위에 그려진 상고대를 볼 수 있었던 멋진 추억은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다. 그리고 언제쯤 한 번 더 볼 수 있을는지..... 겨울철 가야산 만물상 산행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우리 김정평 산행대장도 그 때의 그림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하며 오늘 이 코스를 선택하였으리라.

 

설 명절이 끼어있다 보니 산행공지가 조금 늦은 토요일(9) 오후에 올라왔다. 일주일 만에 좌석을 다 채워야 하는데~~ 걱정을 하면서 댓글이 달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34번까지 번호가 달렸다. 특히 이번에는 박규성 고문님이 게스트를 9명이나 초청하는 열성에 힘입어 평년작 수준은 되었던 것이다. 본인 말대로 본인이 회장할 때부터 게스트를 열심히 초빙하였더라면 한결 풍성한 산행이 되었을 텐데....ㅎㅎㅎㅎ

 

우리의 애마 대영관광 경남 729868호는 칠서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해인사IC로 빠져나와 백운동 주차장으로 갔다. 산행하기 아주 좋은 날씨다. 하늘은 맑고 푸르며 간간히 바람도 불어준다. 이러면 위에 소개했던 그런 상고대는 물 건너갔구먼. 어쩔 수 없지, 또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가야산 역사신화공원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언제부터 세웠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니 이것저것 단장을 많이 한 것 같다. ‘천신의 길이니 정견모주의 길이니 오색꽃수레길등은 낯이 설다. 아마도 만물상 오르는 길을 개방하고 설치했겠지.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개방하지 않았던 만물상 등산로를 38년 만인 2010년에 개방하였다.

 

도로 중간에 진을 치고 단체사진을 찍은 다음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만물상탐방로용기골 탐방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오늘은 만물상 길로 올라서 용기골 길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만물상 정상(서성재)까지 3km라고 적혀있다. 1시간 반이면 도착하겠는데... 입산제한 표식이 설치되어 있다. 11월부터 3월까지 동절기에는 05시에서 12시까지, 하절기에는 04시부터 13시까지 입산이 가능하단다. 이런 안내문은 설치를 잘한 것 같다.

 

거의 20년 동안 산을 탔지만 왜 산에 오르는 초입은 힘이 들까? 정말 세상에 수월한 일은 하나도 없다. 그 정도 단련이 되었으면 쉽게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초입부터 경사가 심하다. 30분 정도 올랐을까. ‘심장안전쉼터라는 팻말이 보이고 옆에는 긴 의자가 놓여있다. 다른 팻말에는 슬로우 탐방구간 여기는 500m 지점입니다. 여기서 10분간 쉬시면 건강한 100세 인생이 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래, 쉬었다 천천히 가자. 앉아서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담소를 즐겼다. 바로 옆에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자그만 소나무가 억센 생명력을 자랑하며 늠름하게 서있다. 사진 배경으로 아주 그만이네~~

만물상 코스는 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등산

로이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38년 만에 등산로를 개방한 가야산 만물상.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향연이고 자연의 교향악이었다.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기도바위(일명 부처·불상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가 지천에 뽐내는 듯 널려 있다. 기도바위는 아직도 기도가 끝나지 않은 듯 세상을 등지고 면벽 좌선하는 모양이다. 수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그 자세가 언제쯤 끝이 날지.

 

그럭저럭 상아덤까지 왔다. 상아덤에 올라서면 만물상이 시원스레 늘어서 펼쳐진다. 두루마리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형상들이다. 발아래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만물상의 험난한 코스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싶다. 상아덤은 바로 가야산의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가야산 여신(산신)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천신) ‘이비하(夷毗訶)’가 노닐었다는 전설이다. 성스런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는 가야산 자락에 사는 백성들이 우러러 받드는 여신이었다.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을 큰 힘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가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왔다. 천신과 산신의 만남이었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아버지 천신을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면서 불그레했고, 아우는 어머니 여신을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형은 대가야의 첫 호는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됐다. 최치원이 지은 <석순응전(釋順應傳)><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대략의 줄거리다.

 

전망대를 널찍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 팀이 점심식사하기 안성맞춤이네. 더 위로 올라가도 이렇게 넓은 자리는 없을 것 같아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가야산은 국립공원이라 버너를 사용할 수 없다.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내어 펼치니 진수성찬이구나. 둘러앉아 여러 가지 반찬을 섞어가면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200m 정도 내려가니 서성재. 여기서 가야산 정상인 상왕봉으로 가든지 아니면 용기골 탐방로로 내려가야 한다. 일부 게스트로 오신 몇 명만 상왕봉으로 오르고 대부분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상왕봉은 소의 머리처럼 생겼고 오랜 옛날부터 산정에서 행해졌던 산신제의 공물을 소에 바치고 신성시 해왔다고 하여 우두봉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상왕봉의 상왕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라 한다.

 

가야산 정상 논쟁을 수년째 벌이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야산 최정상은 이미 다 아는 바와 같이 해발 1,433m칠불봉이다. 논쟁 발단 전까지는 우두봉(상왕봉)이 최고 높으며, 당연히 정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바로 옆 칠불봉이 누가 보더라도 조금 더 높게 보인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GPS로 실측했다. 실측 결과 실제로 정상이라고 알려진 상왕봉은 1,430m로 나왔고, 그 옆 칠불봉은 1,433m로 나왔다. 당연히 정상이 칠불봉으로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정상은 상왕봉으로 인정하고 있다. 행정상으로 정상은 상왕봉, 실제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칠불봉으로 혼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기존 정상을 고수하려는 행정구역의 문제에 국토지리정보원의 우유부단함과 애매한 발표 때문이다. 우선 기존의 상왕봉은 행정구역이 경남 합천이다. 합천은 가야산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인사와 남산제일봉, 상왕봉, 최치원이 묵었다는 청량사, 홍류동계곡 등 주요 유적도 합천에 있다. 그러나 실측 결과 최정상으로 나온 칠불봉은 경북 성주 관할이다. 성주는 가야산 정상이 당연히 칠불봉이라고 발표한다. 정상이 바뀌면 행정구역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전체 산의 관할도 달라질 수도 있다. 합천은 당연히 정상이 상왕봉이라고 발표한다. 두 개의 정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과 지도와 관련된 행정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도 애매한 발표를 했다.

하나의 산에는 여러 봉우리가 있으며, 그 중에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해도 정상이 아니며 전체의 봉우리 중에 제일 중심이 되는 봉우리가 그 산의 정상이다.”

이에 따라서 가야산 정상은 제일 높은 칠불봉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상왕봉이라는 것이다. 모든 공식 지도표기엔 가야산 정상은 상왕봉으로 나온다. 상식적인 판단은 당연히 칠불봉이 가야산 정상이지만 애매한 기준과 행정구역의 관할 때문에 현재 가야산 정상은 상왕봉이다.

 

2.6km의 하산길은 많이 수월하다. 별로 어려운 코스가 없다보니 내려오는데 1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상왕봉으로 간 친구들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되었다. 막간을 이용하여 군민화합공원에 가보았다. 그럴듯한 기념비도 세워놓았네. ‘군민의 위대한 정신과 문화와 소망을 전하고자 군민화합의 표상을 세우고 기록을 남긴다. 매설일 200011, 개봉일 250011일 성주군 새천년준비위원장 성주군수 김건영’. 그러니까 타임캡슐을 묻어놓았다는 말이구나. 500년이 지난 후, 이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왕봉에 올랐던 친구들도 무사히 버스에 올랐다. 뒤풀이는 남지의 마산국수에서

국수를 먹었다. 나는 당연히 곱빼기. 배도 그렇게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곱빼기를

먹었더니 몸이 많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래도 국수는 곱빼기를 먹어야지.ㅎㅎㅎㅎ

 

오늘 가야산 산행 즐겁게 했습니다. 비록 바위에 매친 상고대는 못 보았지만 만물

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멋졌어요.

아침에 드신 김밥은 최학권님이 준비하였네요. 회사일이 바빠 산행에 참석은 못 하

였어요. 감사합니다.

박규성고문님이 초청하신 분들이 늘보산악회라 하셨죠? 매월 두 번째 일요일 산

행을 하신다고요. 정상산악회와 날이 겹쳐서 우리가 참석하기 쉽지 않겠어요. 그래

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자주 찾아주세요~~ㅎㅎ

 

다음 3월에는 욕지도섬 산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욕지도는 정말 멋진 섬이죠.

우리 청마에서는 2010529일과 30일 이틀간에 걸쳐 번개산행으로 다녀왔었

어요. 사진을 보니까 통영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네요. 밤새도록 술 마시며 고스톱

즐겼던 기억이 새롭습니다.ㅎㅎㅎㅎ    317일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