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기념 팔용산 정기산행
조 황 래
2000년 4월, 몇몇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산악회를 결성했다.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경남청마산악회는 꾸준히 전통을 쌓아왔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을 정기산행 하는 날로 시작하였다가 2006년부터는 셋째 일요일도 산행을 실시하였다. 지금은 다시 셋째 일요일만 산행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중국에서 발현한 코로나19로 인하여 정기산행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5월 26일 도계동 00식당에서 임원회의가 열렸다. 뜻하지 않게 중단되어버린 정기산행과 창립 20주년 기념 산행에 대한 토의가 벌어졌고, 정기산행을 예전처럼 실시하기는 어렵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버스를 이용하여 외지로 나가는 것은 시기상조라 번개산행 형식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2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창립기념 산행은 실시하고 모든 절차를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그렇다. 마산 창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달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 청정지역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그 사람이 속한 회사는 엄청난 피해를 입기 때문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한다.
지난 6월 21일에는 ‘시운전’ 비슷한 개념으로 적석산 번개산행을 실시했다. 10명이 참석한 오붓한 산행이었지만 근교의 적당한 산을 택하여 자가운전으로 가벼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영희 산행대장이 7월 정기산행공지를 올렸다. 코스를 보니 팔용산 돌탑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동서식품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팔용산이라... 마산 시내에 있어도 해발 328m의 낮은 산이라 우리 청마에서는 오래전에 야간산행 할 때 한번 다녀왔을 뿐 여태껏 눈길도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데 대장의 산행공지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멋진 돌탑사진이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언제 이렇게 멋지게 만들었을까? 1997년 IMF사태로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나는 양덕1동 서광빌라에 살고 있었고, 거의 날마다 팔용산에 올랐다. 그래서 팔용산이라면 모르는 길이 없을 정도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지만 교방동으로 이사를 온 이후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비를 많이 하였나보다.
정기산행 공지에 참석댓글을 단 사람은 20명이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이다보니 어떻게 독려하기도 곤혹스럽다. 참석자가 적으면 적은대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장마철이라 날씨도 많이 염려가 되었지만 아침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우리 집 앞 ‘마산성로원’에서 105번 버스를 타고 15분쯤 가서 양덕2동 ‘대림하이빌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대중교통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가장 잘 짜여있다고 자부한다. 집에서 105번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할 것인지 ‘창원버스 앱’을 통해 알 수 있기에 시간에 맞춰 나가면 된다. 요금도 저렴하니 굳이 내 차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ㅎㅎㅎ
일요일이지만 궂은 날씨 탓에 탑골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차는 별로 없었다. 한쪽 옆에 제법 넓은 사각정자가 있어서 먼저 오신 우리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여러 가지 먹거리를 펼쳐놓았다. 김현자님의 부추전은 술안주로 제격이다. 두부는 이용해 총무가 북면에서 가지고 왔겠지. 고소한 맛이 살아있다. 하얀 절편과 모듬떡은 그냥 먹어도 맛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김용진님의 김치다. 배추김치는 약간 숨이 죽어야 맛이 나는데, 김용진표 생김치는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 먹어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박스에 가득 담아왔지만 산행을 시작할 무렵에는 거의 바닥이 났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정리할 회원들은 남고 나머지는 산행을 시작했다. 살짝 비가 뿌리기 시작하였지만 가랑비 수준이라 별문제는 되지 않았다. 큰 바위에 ‘팔용산 돌탑입구공원’이라 적어놓았다. 400m만 올라가면 1,000기의 돌탑이 있다고 한다.
5분쯤 올라가자 ‘성황당 돌탑’이라는 팻말이 서있다. 예고 없이 탑의 무리가 나타나면 탐방객이 당황할지 모르기에 여기서부터 돌탑의 영지임을 알려드린다는 설명이다. 갑자기 탑의 무리가 나타나면 우리가 당황한다고??? 별 희한한 안내문도 다 있구나. 조금 더 올라가니 ‘애기돌탑’ 팻말이 서있다. 조그마한 돌 대여섯 개를 얹어 만든 탑이다. 탐방객이 마음의 준비 없이 돌탑을 구경 오면 수많은 돌탑이 놀랄까봐 돌탑 본진에 어디서 누가 왔다고 소식을 전하는 연락병 역할을 한단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안내문이 다 있지? 참내.... 수준 이하의 안내문처럼 보인다.
데크로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제법 그럴듯한 돌탑무리가 나타났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는 ‘누가 이런 황당한 작업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나도 많이 의아해했다. 돌탑의 유래를 보면 이 동네에 사는 이삼용이라는 사람이 93년 3월 23일부터 이산가족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돌 하나하나에 지극 정성을 담아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1,000기를 목표로 돌탑을 쌓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숫자만 많았지 작품다운 작품은 별로 없다. 마이산 탑사의 돌탑 정도는 되어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홍보를 하지. 그래도 장마철이라 그런지 돌에 이끼가 끼어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감도는 모습은 그나마 볼만하다.
돌탑을 뒤로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1.1km를 올라가는데 30분쯤 걸렸나보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가늘게 내리는 비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애를 좀 썼다. 서두를 필요는 없어서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2km쯤 되는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렸다.
동서식품 뒤편으로 내려와서 행사장인 팔용동 ‘부자식당’까지 20분쯤 걸어야했다. 부자식당은 홀에 테이블이 8개쯤 있었을까. 우리 청마가 행사를 치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4km 정도의 산길도 걸었으니까 촐촐하니 배가 고플 시간이라 삼겹살이 아주 맛이 있었다.
이용해 총무의 사회로 20주년 창립기념 행사를 시작하였다. 회장, 고문, 대장 등등 건배제의 할 때마다 한 잔씩 들이키며 분위기에 동조하다보니 나도 얼큰하게 취하고 말았다. 준비한 축사를 낭독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꼭 이겨내어 청마산악회가 계속 존재할 수 있기를 강조했다. 오후 1시경 행사를 모두 마쳤다. 집행부에서는 수건 2장을 포장한 답례품을 참석한 회원들께 선사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큰 지장은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팔용산은 도심에 있어 접근이 용이하여 기회가 되면 또 이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돌탑공원 주차장이 들머리였지만 봉암수원지로 올라가도 괜찮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당분간 버스를 이용한 정기산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독감과 유사하다는 인식이 널리 유포되어야 되겠지요.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청마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집행부의 전략을 기대합니다.
정기산행을 하지 못하였지만 정회원으로서 회비는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참가비를 조금 줄이는 것도 고려하였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6개월분 회비에 참가비까지 목돈을 한꺼번에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8월은 원래 계곡산행이지요. 올 여름은 많이 덥겠다고 예보되어 있었으니까 장마가 지나면 폭염의 찌는 더위가 찾아오겠지요. 시원한 계곡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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