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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6~10) 제주도 관광 4박5일

달리는 흑토마 2022. 3. 8. 14:41

작년 11월 말에 부산 강서구 공장신축공사가 끝나고, 새해 1월에 양산에서 대형물류창고 공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 건설현장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공사 착공이 한 달쯤 연기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진작 가고 싶었던 제주도를 다녀올 절호의 기회라 급히 스케즐을 잡았다. 제주도는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매년 한 번씩 다녀와도 좋다. 한라산은 청마산악회에서 2006년에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6월이었고 지금은 눈 덮인 설산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때다. 4박 5일 일정을 짜도 제주도의 극히 일부만 구경할 수밖에 없다.
설 연휴 끝 날인 2월 6일 제주도로 가서 10일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비행기 티켓은 예약하는 시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한 달 전인 1월 6일. 갈 때는 에어부산, 올 때는 진에어를 예약을 했는데 2인 왕복에 13만 원쯤 들었다. 서울 가는 고속버스비용보다 저렴했다.
렌트카도 차종과 보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둘이서 4일간 돌아다니면 되니까 소형차로 예약했다. 비수기에는 정말 저렴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방학이라 성수기 요금이 적용되었는지 94시간 사용에 17만원 들었다.
숙소는 지인의 도움으로 스프링데일cc 골프텔을 이용했다. 숙소를 중심으로 이동거리가 길지 않도록 스케즐을 잡았다.
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매년 한 번 이상 제주연수를 하여 경험이 풍부한 이미선이 맛집과 여행계획을 세웠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벌써 해외여행을 몇 번은 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제주로 떠나보자.

 

 

6일 (일)
공항 리무진버스 요금과 김해공항 주차장 주차요금을 비교해보니 별 차이가 없었다. 내 차가 친환경차라 50% 할인 혜택을 받으면 오히려 더 저렴하겠다고 판단하고 내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11시 35분발 비행기라 10시쯤 집에서 출발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에어부산에서 보안검사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 조금 일찍 공항으로 나오라는 연락이 와서 9시 반에 집을 나섰다. 엄청나게 넓은 공항 야외주차장과 1층, 2층 모두 만차라 3층까지 올라가야 주차할 수 있었다. 설 연휴도 끝인데 무슨 차가 이렇게 많지? 주차하고 나서 다음에 찾을 때 어디에 주차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까봐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요즈음은 스스로 발권을 해야 한다. 에어부산 티켓팅 부스에서 예약자 성명을 입력하니 좌석을 선택하라는 화면이 나왔고, 남아있는 좌석 중에서 두 개를 골라 체크하자 탑승권이 출력되었다. 탑승권으로 가방 2개를 수화물로 보내고 나서 보안검색대로 갔다. 그런데 이미선 전화로 호출이 들어왔다. 수화물로 보낸 가방에 문제가 발견되었단다. 아하, 원래 작은 가방은 핸드캐리어로 하려다 귀찮아서 수화물로 보냈는데, 휴대용 밧데리 2개를 넣어두었던 것이 감지가 된 것이다. 탑승자가 많아서 그런지 보안검색에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고 통과되었다.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하였고, 50분 정도 날아서 제주공항에 안착하였다. 가방을 찾아서 렌트카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5번 창구로 나갔다. 렌트카 업체는 공항 밖에서 영업을 하도록 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셔틀버스를 타고 렌트카 영업장으로 가서 차를 받아야 했다. 내가 계약한 ‘제주엔젤카’는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었고, 바로 차를 인수 받을 수 있었다. 2017년 산이라 차는 낡은 표식이 군데군데 있었다. 주행거리가 134,790km나 되는구나. 사진을 찍어 놓았다. 담당직원은 경미한 긁힘 등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반납할 때 휘발유는 현재 눈금만큼 채워달라고 했다.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던 ‘은희네 해장국’을 찾아갔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해장국을 시키고 10분쯤 기다리니 뚝배기 그릇에 담긴 해장국이 나왔다. 콩나물과 무, 내장, 선지가 듬뿍 들어 먹음직스럽게 보였고 실제 맛도 좋았다. 뜨끈한 해장국을 땀을 흘리며 맛나게 먹었다. 나올 때 입구에 적힌 글을 보니 오전 6시에 open하여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고 적혀있었다. 저녁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구나. 장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니까....

 

에코랜드로 갔다. 에코랜드는 30만평의 원시림 곶자왈에 장난감 같은 기차를 타고 4군데 역세권을 돌면서 구경하도록 만든 공원이다. 입구에서 인증샷 한 장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차는 영국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본래 디젤엔진이었지만 생태환경을 위해 LPG연료를 쓸 수 있도록 특수 주문 제작했다. 너무 조용해서 전기차인 줄 알았더니 전기차는 아니네. 입장관람객 수에 따라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객차 한 칸에 30명 정도는 탈 수 있는데, 우리가 탄 칸에는 두 팀만 탔고, 아예 손님이 없어 비어있는 객차도 많아서 기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5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첫 번째 역은 에코브리지역이다. 2만여 평의 호수를 가로지르는 수상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호수를 관찰하며 둘러볼 수 있는 수변산책로도 있었다. 호수에는 오리보트 수십 대가 정렬되어 있었는데, 이정도 시설이면 여름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겠는걸...
20분 정도 걸어서 두 번째 레이크사이드역에 도착했다. 여기는 말을 길렀던 목초지, 동백나무숲, 삼다정원, 풍차 등등 볼거리가 제법 있었다.
기차를 타고 세 번째 피크닉가든역으로 갔다. 여기는 동화 속 작은 요정들의 집 그라스하우스와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타운이 있었다. 이런 곳에 오면 당연히 우리 혜인이가 생각나지.
전체구간이 화산송이로 포장된 1.9km의 에코로드를 걸었다. 겨울이라 피톤치드 향은 느낄 수 없었지만 눈도 조금 쌓여있고 자작나무숲도 있어서 참 좋았다. 억새길, 수국꽃길, 족욕탕 등 계절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멋지게 꾸며놓았다.
기차를 타고 네 번째 라벤더,그린티&로즈가든역으로 갔다. 사계절 노천 족욕탕이 있었지만 신발 벗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통과했다. 유럽풍의 예쁘장한 가든브리지를 건너가니 라벤더 밭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보라색 라벤더 꽃과 향이 만발하는 7월에는 정말 좋겠다. 목장산책로를 따라 제법 걸어가니 둥근 철책의 커다란 목장이 나타났다. 포니 4마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포니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 있나보다.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팜하우스, 캔들과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있었지만 눈으로 구경만 하고 그냥 나왔다.
기차를 타고 출발역이자 종착역까지 왔다. 약 3시간 걸렸나보다. 좋은 시설을 즐겁게 구경 잘했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숙소 스프링데일cc 골프텔로 갔다. 프론터에서 202동 107호 카드키를 받았다. 숙소에서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냄새가 많이 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는 얘기만 하는 것이다. 냄비와 수저를 받아서 숙소로 왔다. 건물은 조금 오래된 것 같다. 검색을 해보니 2003년에 개장한 것으로 나오네. 거의 20년이나 되었으니 당연히 침구나 가구가 허름해 보이지. 그러나 둘이서 4박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서귀포 올레시장으로 갔다.

 

네비게이션에 올레시장 주차장을 입력했는데 공용주차장이 아니라 중앙유료주차장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다. 주차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미크론이 창궐하는 상황이지만 시장은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맛있게 보이는 먹거리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우정회센타 2호점 앞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포장 회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고, 식당 홀에는 빈 좌석이 있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모듬회를 주문하여 맛있게 먹었다. 시장을 구경하면서 마농닭강정, 오메기떡, 한라봉주스 등을 구입하였다. 바로 앞에 있는 ‘이중섭 거리’는 밤이라 구경할 수가 없다. 숙소로 오면서 동네슈퍼에서 간식거리를 조금 샀다. 당연히 막걸리도 포함되어야지.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재미는 있었지만 쌀쌀한 날씨여서 많이 피곤하다. 샤워하고 나서 막걸리 마시며 오늘 관광에 대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자리에 들었다.


7일 (월)
7시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는 떡국을 끓여 먹었다. 떡국은 설거지도 별로 할 것이 없어서 좋다. 미리 예약을 해 놓은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갔다.
여기는 1일 수용인원이 600명이다. 입장료는 1,000원인데 나는 경로우대 혜택을 받아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주차요금 2,000원 포함하여 3,000원 지불했다.
산 중턱에 174만평의 면적에 10개 노선의 숲길을 만들어 놓았다. 안내도를 보면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니 중앙의 가멍오멍숲길을 축으로 벤조롱 치유숲길, 쉬멍 치유숲길 등으로 걸으면 되겠다. 전체길이가 15km나 되니까 시간을 조율하면서 얼마든지 걸을 수 있겠다.
숲속 곳곳에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데크를 깔아놓은 곳도 상당히 많다.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도 보이고, 편백나무가 무성한 곳도 있다. 경사가 별로 없어서 걷기도 편하다. 이런 곳에서는 하루 종일 걸어도 좋겠다. 힐링센타는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인데 여기도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겨울이라 예약한 사람이 없는지 텅 비어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이런 멋진 곳이 입장료 1,000원이라니... 너무 저렴하다. 입장객 수를 제한해 놓으니 입장한 사람들은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 들어올 것이다. 바람이 신선함을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걱정은 낙엽과 같이 떨어질 것이다.” - 존 뮤어 - (치유의 숲 안내문 인용)

 

중문 수두리 보말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11시30분부터 13시30분까지 이면도로에 주차를 해도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보말은 ‘바다의 고동’이라고 한다. 미네랄이 풍부하여 간 기능 보호 및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딱히 나쁠 것도 없지만 찾아다니면서 먹을 만한 것도 아니다. 국수나 칼국수는 멸치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지 싶다.

 

포도호텔을 보러갔다. 이 호텔은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수상한 ‘이타미 준’의 국립기메도양미술관에서 메인 작품으로 전실 될 만큼 예술성이 높은 건축물이다. 객실 하나하나가 포도송이로 망울망울 맺혀 연결되어 있다는데 요즈음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1박에 70만원이나 하지만 객실은 26개뿐이어서 예약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우동 한 그릇에 24,000원이라고 해서 아예 들어가 보지도 않고 밖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나왔다.

 

근처에 있는 방주교회로 갔다. 이 교회도 포도호텔을 설계한 이타미 준의 작품이다. 『성서 속 노아의 방주를 모티프로 삼은 배 모양의 건물이다. 배라는 걸 강조하려는 듯 주변을 물로 감쌌다. 교회 내부도 배의 골격을 본떠 기둥 없는 오각형 돔 구조로 간결하다. 조타실에 해당할 맨 앞에 십자가와 강단이 섰고, 가운데 굴뚝은 하늘을 향해 틔웠다.
단정한 자연 채광에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구조에 경건함이 배어있다. 누구라도 자리에 앉으면 숙연해지고 절로 신앙심을 갖게 될 것만 같다.
방주 교회가 '제주도다운' 건 외양에 있다. 개신교인들이야 당연히 노아의 방주를 떠올릴 테지만, 여느 관광객들은 제주도를 형상화한 건물로 여길 게 분명하다. 만약 이름을 가리고 내부의 강단과 십자가를 치운다면, 누구도 이곳이 교회일 거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한가운데 봉긋하게 솟은 건 한라산이고, 지붕의 수많은 삼각형 문양은 오름을 연상시킨다. 더욱이 건물 주변을 물로 감쌌으니 영락없는 섬 아닌가. 결국 노아의 방주를 제주도의 모습에 담아낸 것이고, 개신교인이 아닌 뭇 관광객들에게도 색다른 영감을 주는 놀라운 걸작이다.』- 방주교회를 잘 설명한 글을 받아서 적었다. 이런 교회를 상상한 설계자의 안목이 부러울 따름이다. 교회 내부도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묵념을 하고 나왔다.
바로 옆에 있는 본태 박물관은 걸출한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세워졌다. 작년에 갔던 원주 ‘뮤지엄 산’을 설계한 사람이다. 오늘은 수풍석박물관을 예약 했기에 외관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수풍석박물관으로 갔다. 이타미 준의 작품 3개가 박물관 형식으로 설치되어 있다. 입장료가 3만원이나 하지만 워낙 인가가 높아서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 40명만 (오후 2시와 3시 반 두 차례 20인씩) 예약이 가능하여 이미선이 한 달 전에 겨우 예약했다고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 동안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사진 찍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디아넥스호텔 앞 만남의 장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수풍석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석박물관. 직육면체 구조물인데 외장재가 철판이다. 녹이 슬어서 진한 갈색 변해있었다. 이제 뭐지? 녹슨 철판 건물이 박물관이라니!! 그런데 이타미 준은 그렇게 변하는 것을 전제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하트모양의 구멍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도록 되어있었다. 그 빛이 바닥에 놓여있는 검은 돌을 비추면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라 볼 수는 없었다. 창을 통해 외부에 설치된 돌도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예술적으로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풍박물관이다. 일본에서 들여온 적송으로 만든 직사각형 형식의 판자 집이다. 처음에는 붉은 빛을 띠었지만 지금은 비바람을 맞으며 밝은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것을 왜 풍박물관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벽체를 구성한 판재가 2cm 정도 띄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바람도 들어오고 햇빛도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해가 있을 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림자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을 해설사가 사진으로 보여주었을 때, 이타미 준의 깊은 안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세기에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왜 세계적인 건축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마지막으로 간 곳이 수박물관이다. 지름이 30m, 높이 4m 정도 되는 원형 구조물인데 천정도 타원형으로 뚫려있다. 바닥은 정사각형 모양의 구조물에 검은 자갈을 깔고 물을 채워놓았다. 비가 오면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정경을 볼 수 있고, 보통 때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와, 어쩌면 이런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있을까? 해설사의 멋진 해설과 사진이 감동을 더했다.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아쉬웠지만 밝은 해가 뜬 날을 택하여 다시 와야겠다.

 

신개물 공원으로 갔다. 싱게물(신개물)은 바닷가에서 새로 발견한 갯물이라는 뜻으로 용천수를 의미한다. 사방으로 돌담을 둘러 친 남탕과 여탕이 있다. 바람이 세고 추운 날씨라 탕에 들어갈 생각은 아예 못하고 풍차해안을 걸었다.
제주시의 숨은 비경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던 싱게물공원은 신창-풍차 해안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으로, 주변의 풍력발전기들과 함께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가끔 TV나 영화로 볼 수 있었던 바다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가 여기였구나. 가까이서 보니 풍력발전기의 원형 기둥은 엄청나게 크다. 지름이 5m는 되지 싶다. 등대까지 직접 걸어갈 수 있도록 바다 위로 길이 186m의 육교가 설치되어 있다. 바람과 파도에 살짝 흔들거리기도 하는 다리를 건너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이색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제주의 명물인 다금바리 조형물이 바다 중간에 설치되어 있고, 해녀 동상도 바닷가에 세워져 있다. 싱계물공원의 최고의 아름다운 순간은 노을이 질 때라고 하는데 해지는 시간에 맞추었는데도 구름 낀 날씨라 볼 수는 없었다.

 

제주도에 왔으니 흑돼지도 한번 먹어야지. ‘최고집’을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거의 다 와서 차를 무료주차장에 주차시키고 나와서 둘러봐도 식당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전화를 걸었더니 입간판과 입간판 사이에 있는 조그만 식당이었다. 오겹살 2인분과 고집살 1인분을 시켰더니 벌겋게 달은 연탄불을 화로에 넣어주고 두꺼운 고기를 주는 것이다. 제주도 흑돼지 맛이 특별한 것은 아니어도 그런대로 괜찮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밥은 시키지 않고 고기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오늘은 막걸리 두 병만 샀다. 샤워하고 나서 이미선은 캔맥주를, 나는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8일 (화)
내일은 한라산 등정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체력도 아낄 요량으로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는 일정을 짰기 때문에 아침에 서둘지 않아도 된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떡국과 쌀국수로 아침식사를 했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맑고 청명하여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그런데 전후면 차 유리에 성에가 딱딱하게 얼어 있어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아침식사하고 나서 포터에 따뜻한 물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포터를 가지고 와서 유리창에 부으니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

제주도에서 동백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동백 포레스트’로 갔다. 주차장이 매우 넓었지만 차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입장료는 1인 4,000원인데 동백꽃 만개시기가 지났다고 3,000원으로 할인을 해주면서 나는 경로우대로 1,000원 더 할인을 해 주었다. 동백나무 수백그루가 동산을 이루었고, 나무마다 붉은 동백꽃이 제법 많이 남아있었다. 남해 바닷가나 섬에도 동백이 많은데 보통 2,3월에 꽃을 볼 수 있다. 제주는 더 따뜻한 남쪽나라여서 벌써 낙화가 생기나 보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으며 꽃놀이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돌담을 따라 걸으며 꽃을 감상하고, 군데군데 마련된 포토존에서도 인증샷을 남기고...
매표소 바로 옆에 흰색 2층 건물 카페가 있었다. 1층 홀에서 동백꽃을 배경으로 액자샷을 하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우리도 사진 찍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1층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꽤 괜찮았다. 난간에 기대어 화사한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위미 동백군락지였는데 네비가 가르쳐준 장소에는 구경할만한 동백군락지가 없었다. 옆에 있는 제주동백수목원이 위미 동백군락지를 대표하는 곳인가 보다. 조금 전에 봤던 동백 포레스트와 유사한 곳이어서 입장하지 않고 바닷가로 갔다.
위미항을 검색해보니 『국가 어항으로 풍부한 수산자원을 보유한 연근해 어업의 근거지다. 제주에서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곳으로 봄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벚꽃이 개화하는 곳이며 석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제주 올레 5코스에 속해 있는 이곳은 걷기에도 좋고, 주변에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어 구석구석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체험학습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관광용 어장이 있어 여름철에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또한 동방파제에 있는 수협 활어 어판장에서 싱싱한 회를 바로 손질해 먹을 수 있어 식도락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왼쪽 방파제 끝에는 붉은색 등대가, 오른쪽 방파제 끝에는 흰색 등대가 예쁘게 설치되어 있다. 흰색 등대가 있는 방파제를 걸었다. 생각보다 엄청 길다. 방파제에서 내려다보는 제주 바다는 너무 깨끗하고 맑다. 요샛말로 멍 때리기에도 좋은 곳이다.
가두리 양식장도 보이고 바지선에 대형 장비를 싣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겨울이라 또 오미크론 여파로 위미항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심식사 하러 하루 30인만 받는다는 ‘바굥식당’으로 가려고 했는데 주인이 이번 주 일주일간 육지에 나가서 휴업이란다. 저녁에 가려고 했던 ‘공천포식당’을 찾아갔다. 공천포식당은 바닷가에 있었는데 조금 전에 구경했던 위미항 흰색 등대가 바로 보였다. 이 식당은 물회가 주메뉴인데 우리는 겨울메뉴 갈치조림을 시켰다. 20분쯤 기다렸을까. 큼직한 냄비에 담겨져 나온 갈치조림은 옛날 우리 엄마가 해 주시던 갈치 맛 그대로였다. 어떻게나 맛이 있던지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저녁에도 8시까지 영업을 한단다. 내일 한라산 등반하고 또 오기로 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 ‘서연의 집’으로 갔다. 미리 영화를 보고 갔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이쁘게 하고 나오랬더니 그녀는 나오지 못했다’
‘내게만 보였으면 좋았을 것을. 너는 온 우주가 탐내는 사람’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가야지’
‘낮 하늘엔 해가, 밤 하늘엔 달이, 내 마음엔 네가’
‘아무리 찾아봐도 니가 최고야’ 등등 서연의 집 앞 도로변 콘크리트 벽에 걸어놓은 액자에 실린 말이다. 영화가 2012년 개봉되었는데 서영의 집은 여전히 젊은 연인들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관이 너무 정갈하다. 도심의 여느 카페와 달리 마당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정말 마음에 든다. 흰색 강아지가 반겨주었다. 입구에는 주인공들의 핸드프린팅이 동판으로 걸려있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 시켜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120도 젖혀진 나무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품새가 너무 행복하다. 계단의 벽에는 영화 속의 대사가 시나리오 형식으로 적혀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맞는 말이다. 창으로 된 ㄱ자 코너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밖에서 봐도 너무 멋진 풍경이다. 이미선 인생샷을 날렸다. 풍경이 너무 좋다.

 

쇠소깍으로 갔다. 제주도의 지명은 너무 생소하다. 쇠소깍은 효돈천이 바다와 맞닿아 끝나는 곳에 있는 하천지형이다. 효돈천은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생겨나 해안으로 이어지는 하천이다. 효돈의 옛날 지명인 쇠둔의 쇠와 웅덩이를 뜻하는 소, 그리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지역인 하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 깍에서 유래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 용이 산다고 하여 용소라고도 불렀단다. 쇠소는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형성된 계곡 같은 골짜기로 이름만큼이나 재미나고 독특한 지형을 만들고 있다.
쇠소깍은 서귀포 칠십리에 숨은 비경 중 하나로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또 이곳의 명물인 테우라고 하는 작고 평평한 뗏목이 있는데, 줄을 잡아당겨 맑고 투명한 물 위를 유유히 가르며 갖가지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 등 쇠소깍의 구석구석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적인 자랑거리다. 테우는 20인승으로 모두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사공이 물에 담긴 줄을 잡아당기면서 주변 풍경을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가족끼리 조각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놀고 있는 모습도 즐겁다.
쇠소깍 주변은 데크로 둘레길을 만들어 놓아서 산책하며 풍경을 감상하였다. 바닷가 사장이 곱지는 못해도 걸을 만하다. 여기서도 10분쯤 걸었다. 대형 트램플린에서 소녀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혜인이가 먼저 생각난다. 우리 혜인이도 조금만 더 크면 저런 것을 잘 탈거야.
유명 빵집이 있어서 빵을 조금 샀다. 또 유명하다는 소원김밥에 가서 내일 산에서 먹을 김밥도 2줄 샀다. 그런데 주인이 하루 지나면 변할지도 모르니까 이상하다 싶으면 버리라고 한다. 이런 추운 날씨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도 초콜릿과 비스켓 등 비상식량용을 몇 가지 추가로 준비했다.
쇠소깍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숙소에 와서 보니까 이곳 스프링데일cc에도 산책로 치유의 숲 안내판이 보였다. 30분, 60분, 120분 코스 등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승악 오름’으로 통하는 길도 있었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안락의자도 여러 곳에 비치되어 있고.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어서 여기서도 1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체력 비축을 한다고 일정을 느긋하게 잡았지만 오늘도 15,600보나 기록이 되어 있다. 이 정도는 걸어주어야지... 내일은 8시에 성판악에 도착해야 한다. 제주도는 예약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괜찮은 식당이나 관광지는 갈 수가 없다. 일기예보는 그다지 좋지 않다. 눈이라도 내린다면 성판악으로 가는 경사길을 오를 수가 없는데...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들었다.

 


9일 (수)
문자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6시30분 휴대폰 알람을 맞춰두었지만 6시에 일어난 것이다. 성판악주차장이 만차라 주차할 수가 없으니 버스를 이용하여 국제대학교에 주차를 하고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여 성판악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흐리다. 어제처럼 맑은 날씨면 좋은데... 쌀국수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비가 내린 흔적은 있었지만 성판악까지 가는 길은 순탄했다. 20여분 만에 성판악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다지 넓지 않은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내 차가 주차할 공간은 없었고 아침에 받은 문자대로 국제대학교로 갈 수밖에 없었다. 1131도로는 서귀포에서 제주로 출근하는 차들이 많아서 약간씩 정체가 생겼고, 학교까지 거리가 10km나 되어 시간이 제법 걸렸다. 국제대학교 앞 공용주차장은 넓어서 주차는 쉬웠다. 대기하고 있는 택시도 여러 대 있어서 택시를 타고 성판악휴게소로 올라왔다. 백록담 탐방도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우리는 8시~10시 구간을 예약했는데 8시 10분쯤 도착하였고,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복장을 확인하고 배낭을 챙겨서 정확하게 8시 24분에 입구를 통과했다.
안내문을 보니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9.6km이고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적혀있다. 처음부터 눈길이다. 속밭대피소까지 4.1km는 아주 완만한 경사길이라 평지를 걷는 기분이다. 눈에 띄는 이상한 나무가 있다. 잎이 모두 축 늘어져서 박쥐처럼 매달려있는 것이다. 굴거리나무라고 한다. 낙엽진 숲, 하얀 눈 속에서 초록잎을 자랑하며 겨울 추위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봄이 되면 기지개를 펴듯 피어난다고 한다. 안내문도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걸어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오랜만에 눈길을 걷는 것도 재미있고,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오른다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속밭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 9시 48분이니까 1시간 24분 걸렸구나. 계산상으로는 1km를 20분에 걸은 셈이다. 아직까지 체력도 많이 남아있어서 10분쯤 쉬었다가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라오름입구까지 1.7km는 31분이 걸렸다. 같은 속도로 계산해보면 34분이 나와야하는데 오히려 3분이 줄었다.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1.5km는 38분이나 걸렸다. 약간 가파른 경사길이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전체 9.6km중에서 7.3km를 걸었으니까 3/4이상 돌파한 것이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조금씩 불어서 정상에 가면 상당히 추울 것 같아서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챙겨온 김밥은 먹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따뜻한 커피도 한 모금하니까 다시 힘이 솟는다.
남은 2.3km는 산행하는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심했다. 피로가 조금씩 쌓이는지 발걸음도 무디어지는 것 같다. 1시간 정도 갔을까. 하얀 눈밭에 키가 작은 고목들이 의연하게 서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목도 많았다. 별도의 이름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배경이 너무 멋지다. 아무리 바빠도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되지. 이미선과 갖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해발 1,900m 표지석을 지나니 정상까지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백록담 사진이 그려진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정확하게 12시 36분. 입구를 통과하여 4시간 12분 걸렸다. 정상에는 백록담 입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고 우리도 순서를 지켜서 사진을 찍었다. 백록담은 안개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순간을 가슴에 담으려고 이미선과 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 것이다. 백록담에 올라가다 힘이 부치면 돌아서 내려오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갈 수 있는데 까지는 가보자고 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까지 올랐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월하게 하산을 하였다. 당연히 내려오는 길이 오르는 길보다야 쉽지. 한라산은 굴곡이 없어 9.6km를 올랐다가 9.6km를 내려오면 된다. 출구를 통과한 시간은 오후 3시 58분. 정확하게 7시간 34분 걸려서 한라산 등정을 완료했다.
성판악주차장 바로 앞에 버스정유소가 있었다. 10여분 기다려 버스를 타고 국제대학교까지 가서 우리 차를 탈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하고 어제 점심식사를 했던 공천포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재료가 소진되어 영업이 끝났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는 것이다. 아, 참내. 전화라도 해 보고 올 것을... 주인에게 오늘 저녁 영업시간까지 물어보았는데~~ 할 수 없지. 폰으로 검색을 했더니 소금막식당을 추천해 준다. 소금막식당은 쇠소깍 구경하면서 지나쳤던 식당이다. 갈치조림을 시켰는데, 공천포식당에 비하여 가격은 2,000원 비쌌지만 맛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같았다.
숙소로 와서 샤워를 하고 나서 시원하게 막걸리 한 잔 마셨다. 겨울 한라산 등반을 어렵지 않게 성공하였다는 자부심으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10일 (목)
예정되었던 제주 관광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쌀국수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카운터에 들러 4박 숙박료 24만원을 결제했다.
오늘은 너무 깨끗하고 맑은 날씨다. 아쉽네. 오늘 한라산을 오르는 것으로 스케즐이 잡혔다면 백록담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운전하면서 가다가 눈을 의심할 광경을 보았다. 지난밤에 낮은 지역은 비가, 높은 지역은 눈이 내렸나보다. 성판악을 지나가는데 나무마다 눈이 하얗게 쌓여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멋진 절경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오늘 등산을 하였다면 두고두고 가슴 뿌듯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을.

 

성판악을 지나는데 연료가 다 되었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내 차가 아니니까 몇 km나 더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까딱 잘못하면 예약된 비행기를 타지 못할 경우도 생길 수 있잖아.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검색하니 10km를 가야한다.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다. 주유소는 1131도로가 아니라 1118도로변에 있었다. 25,000원어치 휘발유를 주유하니 안심 선까지 눈금이 올라갔다.

엔젤카로 가서 차를 반납했다. 5일 동안 운행거리는 370km에 불과했다. 담당자는 키를 받고 차를 점검하더니 문제없다 하면서 다음에도 이용해 달라고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왔고, 부산에서 제주 올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왔다. 주차 건물로 들어서니 1층에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장비가 있었다. 차번호를 입력하니 24,900원 주차요금공지가 나타났고 카드로 결제하여 무난히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4박5일 제주도 관광이 이렇게 종료되었다. 제주도는 정말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제주도에는 지속적으로 좋은 관광단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 한 달 살아보기가 유행인데 우리도 기회를 만들어 꼭 해보고 싶다. 검색을 해보니 1주일 이상 방을 대여하는 민박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10일씩 3군데 예약을 하여 제주도를 샅샅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