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9. 4) 동대산 정기산행
동대산 정기산행 2005.9.4
조 황 래
모기 입이 비틀어진다는 처서도 벌써 지났지만 마지막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말, 9월 정기산행 공지가 올랐다. 장소는 이미 공개가 되어 알고 있었지만 9월 산행에 얼마나 많은 회원님들의 참석이 있을지 자못 궁금하였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조상님 묘소 찾아 이발(?)시켜드리는 전국적인 벌초 행사가 대체로 9월 첫째와 둘째 일요일에 많이 잡혀있기 때문에, 많은 회원님들이 정기 산행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미 예상하였던 터라, 공석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어라... 8월 29일 월요일 산행대장이 공지를 올렸는데, 그날 저녁에 벌써 13명의 참석 꼬리표가 달리는 것이 아닌가!!! 30일에는 18번까지 붙더니, 31일 37번까지, 9월 1일 목요일 밤에 40번이 신청을 함으로써 운영진의 기우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2일 밤에 마지막으로 산행대장이 45번까지 신청을 하였고, 벌초 때문에 참석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내심 안스러워하던 크림님이 계획변경으로 토요일 벌초하고 일요일 정기산행에 참석할 수 있다는 공지를 올림으로써 46번으로 마감되었다. 이동진 고문님의 감격스런 꼬리글도 올라오고, 회장님의 감사문이 짧게 실리기도 하면서 전반전은 종료되었다.
역시 전국적인 벌초 행사 때문에 아침 출발이 지연되었다. 창원에서 마산으로 오는데 10분 이상 연착을 하였고, 마산 역에서 중리로 나가는데 거의 40분이나 소요되는 바람에 예상시간보다 30분정도 늦게 포항으로 출발하였다.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대구까지 갔고, 포항까지는 새로 생긴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별 애로 사항 없이 갈 수 있었다. 이영순님이 준비하신 노란 시루떡과 포도 쥬스로 아침요기를 하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휴게소에서 따끈한 커피로 입가심을 하면서 버스 드라이버(?)를 즐겼다.
이번 산행은 A와 B코스로 나누어져서 출발지부터 달랐다. A코스는 향로교에서 시작하여 향로봉을 갔다가, 삼지봉을 거쳐 동대산으로 오르는 16km거리고, B코스는 20분 정도 버스로 더 들어가서 학생야영장에서 출발하여 계곡을 따라 동대산으로 오르는 11km거리다.
향로봉 시작지점인 향로교에서 A코스 팀이 하차했다. 모두 17명.
산행대장이 나에게 무전기를 맡기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싫은데....
시작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람에 비옷을 걸치고 출발했다. 이때가 11시 25분. 예상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
회장님이 선두를 잡고 나는 후미를 담당했다. 이것참... 선두는 거리낌 없이 앞으로 가면 되는데, 후미는 처지는 사람을 단속하면서 올라가야 하니까 엄청 많은 부담감이 생긴다. 길을 찾아내고 방향을 알려주어야 하는 선두도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뒤에서 낙오자가 생기지나 않나, 길을 잘못 드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하면서 따라가는 후미 ‘무전기맨’의 고충도 못지않았다.
향로봉 삼거리까지 약2.3km는 가파른 비탈길이다. 1시간 반 정도 쉬지 않고 계속 올랐다. 오늘 주행해야 할 거리가 만만치 않은지라 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한번 뒤처지면 계속 늦어지기 마련. 결국 제법 많이 벌어진 선두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삼거리에서 향로봉 정상정복은 포기하고 선두 팀이 오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합류하여 삼지봉으로 향했다.
떨어지던 빗방울이 잠시 멈추면 안개구름이 너울거리고...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산중턱의 시원한 바람이 살짝 불어오면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때 묻지 않은 자연의 향연에 모두 흡족한 표정들이다.
삼지봉까지 가는 길은 순탄했다. 약 3km정도 되었나. 삼지봉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30분.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점심식사를 했다. 날씨가 궂어서 준비했던 냉커피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오히려 따뜻한 커피가 그리웠다. 춥게 느껴지는 탓에 여유를 부리지는 못하고 식사를 빨리 끝내고 동대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2002년도에 쓴 동대산 산행후기를 인터넷에서 읽어보았는데, 삼지봉에서 동대산으로 가는 길이 여의치 못하여 애를 먹었다는 소감이 적혀있었다. 그 후 3년이나 지났기에 이정표가 보완이 되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포항시 예산이 이렇게나 부족하나? 마찬가지로 우리도 헛걸음을 한번 하고서야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길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는가 보다. 길이 험하고 정돈이 되어있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서 전진하다가 기어이 방향을 놓치고 말았다. 왼쪽으로만 가야한다고 생각하다가 길 따라 계곡으로 내려온 것이다. 다시 올라갈 형편은 못되고... 여기서 산행을 종료하기로 하고 버스가 기다리는 옥녀교까지 4km 정도 되는 길을 털레털레 걸어서 왔다.
한편 B코스에서도 상황은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음을 산행대장과 이고문님의 무선교선을 들음으로써 알 수 있었다. B팀 선두는 지름길로 동대산 정상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후미팀은 정상을 못 찾아서 헤매고... 중간의 6,7명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대장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조금 있다가 ‘마산보스’님을 비롯한 7명이 점심을 먹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오후 3시가 다되도록 점심 식사를 하지 못했다기에 불쌍한 생각도 들고...
결국 대장이 이끄는 후미팀도 정상을 밟지는 못하고 하산했다고 한다. 정상에도 정상표식도 없어서 정상이 맞는지 긴가민가하다가 옆에 있던 산악인의 설명을 듣고서야 정상임을 알았다고 한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그 좋은 물에서 한바탕 씨름을 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소리는 우리 몸과 마을을 정화시켜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뿌듯함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며, 다시 생활전선으로 돌아와 삭막한 삶을 살아가야하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백숙 뒤풀이.
이번에는 여러 사람 합작품이다. 이길자님이 대추를 준비하고, 최윤숙님은 인삼, 이동준 고문님이 찹쌀, 꼬끼오는 서태중 총무가 냈다고 한다. 미소천사 이윤선님과 공주 이귀순님이 솜씨를 발휘하여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백숙을 만들었다. 6,7시간에 걸친 제법 긴 산행 길에 지친 몸을 따끈한 백숙으로 녹이고, 한 잔의 소주로 얘기꽃을 피우면서 9월 4일은 이렇게 저물었다.
버스를 타면 빅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송도님의 비디오 파일은 이제 정기산행의 고정코너가 됐다.
A코스 팀은 비디오를 보면서 B코스의 절경을 눈동냥 할 수 있었다. 축축한 날씨 탓에 상당히 미끄럽게 되어버린 바위들을 타고 넘어가면서 손도 잡아주고.... 미끄러운 바위 위에서 손과 발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 애처로운 모습의 산사랑 이정근님의 모습이 비칠 때는 폭소가 터졌다. ‘야!! 너거도 나이 먹어봐라!!’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전혀 비디오에 나오지 않는 인물들이 몇 명 있는 것 같다. 서총무에게 물어보니 비 단속을 하지 못한 회원님들 7명은 산행을 포기하고 밑에서 놀았단다. 아하, 그래서 백숙을 하산하자마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었구나! 일기가 불순할 경우에도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준비물들을 잘 챙겨야겠다. 비옷에 여분의 옷 한 벌만 넣어 오면 되겠는데...
이번 산행은 46명이 신청하였는데, 참석한 사람은 43명. 꼬리를 달지 않았던 이영순님과 차칸희야님이 참석한 것까지 포함하면 5명이 약속 위반을 하셨네요. 게스트를 넣었으면, 초대하신 분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죠? 운영진은 앞으로 계속 참여인원 독려와 출석 체크를 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차칸희야님은 청마산악회에 꾸준히 활동하다가 형편상 잠시 쉬었지요.
다시 나오셔서 정기산행에 참석한 기분이 어땠는지 한 말씀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A코스에 동참하겠다고 졸라대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방울이 진태순님.
조금만 더 연습을 하여서 다음에는 A팀에 합류하시기 바랍니다.
A코스의 오늘 산행은 시작하자마자 3km정도 약 1.5시간을 쉬지 않고 올라가야하는 제법 힘든 코스였어요. 이 고비만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힘들지 않아요. 그렇죠, 안영숙씨?
A코스 산행거리는 만보계로 30,000보 정도였으니, 대충 18km정도 되었네요.
뒤풀이 하고 나서 마지막 설거지는 이제부터 남자들이 좀 합시다. 백숙 요리하신다고 고생하신 여회원님들에게 설거지까지 맡기는 것은 좀 그렇죠?
밖에 나오면 웬만한 것은 다 남자들이 잘 하잖아요.
다음부터는 우리 남성들의 위력(?)을 마지막에도 발휘해봅시다.
한 가지 부탁말씀 올립니다.
작년 10월 설악산 정기산행 다녀온 뒤부터 산행후기를 쓰기 시작하여 이번 동대산 정기산행까지 1년을 채웠네요. 나름대로 산행후기 코너의 주필(?)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백운산 정기산행 때부터 아이스크림 손병연님도 후기를 적어주셔서 외롭지는 않네요. 누구라도 조그만 정성을 보태면 우리 청마방 홈페이지에 읽을거리가 좀더 생길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있는 그대로, 느낀 대로 소감 한마디씩 올리면 그게 바로 산행후기가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저는 폼을 좀 잡는다고 A4용지 3장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후기를 적고 있답니다. 제법 시간도 걸리고요.
글을 올리는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과연 얼마나 많은 회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지....
후기 읽으신 분들 꼬리글 많이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