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06. 4. 2) 주작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09. 8. 11. 13:29

                          주작산(朱雀山) 정기산행          

                                                                                                                                   조 황 래

4월의 시작을 전라남도 땅끝마을 강진 주작산에서 맞았다. 

연초 임원회의에서 의논하여 고시한 대로 4월 정기산행은 주작산. ‘주작’이란 붉은 봉황을 형상화하여 무덤이나 관의 앞(남쪽)에 그렸다는 사신(四神)의 하나를 뜻한다.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신전면에 자리 잡은 주작산은 이름에서 의미하듯 봉황이 날개 짓하며 다도해를 바라보고 있다. 남도의 대표적 명산으로 이미 많은 산악 매니아들에게 각인된 산이다.


 산행 공지를 2주간에 걸쳐서 실시하고 첫째 주는 정회원, 둘째 주는 일반회원과 손님들 신청을 받는 방법이 이제 자리를 잡았나보다. 3월 20일부터 26일 사이에 20명 정도 신청이 되었고, 30일 경에는 좌석이 거의 다 차는 바람에 산행대장은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4월은 가뭄이 기성을 부리기도 하지만, 반가운 봄비도 간간히 뿌리는 계절이다. 4월 1일 토요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바짝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산불도 방지할 수 있어서 더 없이 고마운 비임에는 틀림없지만 산행을 준비 중인 우리 산악회에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새벽에 눈을 떠서 창밖을 보니 다행히 비는 그쳤다.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오는데 그친 것으로 보였던 하늘에서 또 이슬비가 내린다. 우산을 하나 받쳐 들고 집을 나섰다.


마산 역에서 버스를 타는 회원은 모두 15명. 혹시 빠진 사람이 생길까봐 이름과 전화번호를 메모하였다. 처음 참가하는 회원도 따로 기록을 하였고. 전라남도 강진까지는 버스 타는 시간을 4시간 이상 예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발시간을 30분 빠르게 공지를 했다.  혹시 늦게 나오는 회원이 없는지 그것도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2003년 3월 정기산행이 땅끝마을 달마산이었다. 마누라는 청마산악회 산행에  처음 참석을 하였고, 나도 청마에 가입하여 두 번째로 참석하는 산행이었다. 그 때 달마산 산행과 땅끝마을을 구경하면서 받았던 감동이 너무 진하게 가슴에 닿았던 것이 마누라도 청마 산악회에 가입하고 지금까지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 감동을 새삼 느끼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정각 6시 30분에 우리의 레인보우 리무진 버스는 마산 역에 도착했다. 인원 점검을 해보니 못 오겠다고 하신 분 중에서  참석하신 분도 있고, 꼭 참석하겠다고 해 놓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빠진 분도 있고...  결국 37명으로 결정되었다. 서너 사람 변동이 생기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일까? 


버스 안에서 3월 생일을 맞은 회원님들의 축하파티가 벌어졌다. 3월에는 ‘깊은 바다’ 이미선님, ‘야생마’ 김범권님, 이길자님이 대상이었는데, 이길자님은 불참하는 바람에 두 분이 주인공이 되었다. 모두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고, 두 분은 촛불을 불어서 끄고 케익을 자르고...  샴페인 1병으로 조금씩 나누어 마시기에는 양이 너무 작다. 다음달부터는 샴페인을 2,3병으로 하면 좋겠다.(산이씨 생각)

6시 45분에 마산 역을 출발한 버스는 섬진강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강진 오소재에 거의 11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비는 더 이상 내리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일기예보에서 바람이 좀 불겠다고 했기 때문에 각오는 했지만, 이것은 예상을 넘어서는 엄청난 강풍이다.

일단 단체 사진을 찍고는 주작산 정상을 향해 행군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다시 한 번 간단한 회의를 하였다. 이렇게 센 바람을 맞으며 계속 산행을 강행 할 것인가? 아니면 돌아 내려가서 버스 관광을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인가? 

청마산악회는 비가 온다고 산행을 포기한 적이 없다. 역시 바람이 분다고 산행을 포기한 적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그냥 강행하기로 하고 선두를 잡았다. 설악의 공룡릉을 연상케 하는 암릉이 정말 가관이다. 아기자기한 맛이 여간이 아니지만, 너무 세차게 불어제치는 바람 때문에 주변의 경치를 구경할 여유가 없다. 흐린 날씨는 시야를 방해하여 다도해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날씨가 좋았더라면 정말 끝내주는 산행코스인데.  정말 아깝다.

주작산 만큼 로프가 많이 설치된 산도 없으리라. 한 모퉁이 돌아가면 로프를 타고 올라야하고, 조금 더 전진하면 또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하고. 이 산에 산꾼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더라면 기다리는 시간도 꽤 되었겠다.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는 바람에 바지는 흙이 묻어서 엉망이 되고, 장갑도 너덜너덜 구멍이 나 버린다. 새로 하나 사야겠다.

올망졸망 능선이 온통 바위라 평평한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마른 풀이 조금 보이는 좁은 곳을 찾아내어 여기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진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는 속히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오후 산행도 만만치 않았다. 회장님은 온 길만큼 더 가야한다고 말씀하신다. 많이 걷는 것은 괜찮은데, 워낙‘악산’이라 다치는 사람이 생길까 그게 겁난다. 여기까지 무사히 왔으니까 남은 길도 무사히 가겠지....

바람은 약간 줄어드는 것 같다.

거친 바위를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 수십 번도 더 했겠다. 주작산 정상까지 1.68km라는 팻말이 보인다. 여기가 ‘작천소령’인가보다. 여기서 정상을 포기하고 하산 길을 택하는 회원이 많았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A 팀은 다시 힘을 내어 정상을 향해 전진! 전진!

주작산 정상은 생각보다 초라하다. 이정표는 쓰러질 듯이 서 있다. 설치할 때 야무지게 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쉬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는 서둘러 하산을 하였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산행이 종료되었다.

엄청난 바람을 맞으면서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다.

먼저 내려온 회원들은 이동준 고문님이 서폰스하신 감자탕을 맛있게 끓였다. 날씨마저 스산하게 추워서 감자탕이 아주 제격이다. 산행 마치고 소주와 같이 먹는 이 뒤풀이는 산행의 하이라이트.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남강 휴게소에서 함안까지 정체가 있어서 한 30분 정도 지체되었지만, 10시 조금 안되어 마산 역에 도착하였다.


오늘 아침 떡은 ‘송도’ 박규성님이 준비하셨네요. 아침에 떡이 나오니까 휴게소에서 라면을 사먹지 않아도 되어서 좋아요. 

이동준님의 감자탕은 너무 맛이 있었죠? 작년에도 감자탕 한 번 준비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리에 특별한 비법이 있나 봐요. 감사합니다.

회원이 되어 처음 참석하신 벤자민플랜님도 좋은 인상을 받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꾸준히 참석하여 산이 주는 푸근함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손님으로 모시고 오신 분들이 모두 청마 산악회의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회원님들의 수고를 기대합니다.

4월 16일 번개산행은 거제 계룡산임을 다 아시죠? 많은 참석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