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6) 성주 독용산 정기산행
성주 독용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산행 후기를 적으려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면 먼저 작년 이맘때는 어떤 산행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맞아! 작년에는 충청도 금산 성치산에 갔었지. 산행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도로 옆 냇가에서 남녀혼탕 물장구치면서 놀았던 기억이 너무 뚜렷하다. 물 속에 몸은 담근 채 맥주잔을 받아 마시던 모습도 재미나게 떠오르고... 여름 산행은 이런 재미가 있었지...
7월 셋째 주 번개산행은 장마와 태풍 때문에 취소되어서 많이 아쉬웠다. 산행도 좋지만 회원님들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너무 무리한 추진은 자칫 엉뚱한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참가자가 너무 적었던 것도 이유가 되었고... 그래서 8월 정기산행은 자리가 넘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름휴가와 겹치는 바람에 겨우(?) 좌석을 채울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름철은 등산보다도 물놀이가 제격이지. 짧게 등산하고 계곡에서 물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하도록 정한 곳이 경북 성주 독용산이었다.
독용산이라...
잘 들어보지는 못한 산이다. 하지만 어느 산이든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컸다.
7월 번개산행이 취소되면서 바로 8월 정기산행 공지가 올랐다. 공지기간이 3주나 되었지만 집집마다 휴가 스케즐 조정하느라 참석인원은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참석하겠다고 꼬랑지 달았다가 도로 떼어내는 회원도 생기고...
8월 3일부터 일반회원 참가 신청을 받고서야 좌석이 거의 매진되었다.
독용산은 해발 955m. 오르기 녹녹치 않은 제법 높은 산이다.
독용산성은 경북도 기념물 1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영남지방에 남아있는 산성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4세기 때의 유물이 출토된다고 하니 역사는 1,700년이 넘는다고 보면 되나... 유적 답사가 목적은 아니지만 산행 다니면서 이런 유적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새벽 6시 30분에 창원시청을 출발한 레인보우 관광버스는 약속된 시간대로 7시에 마산 역에 도착하여 회원을 싣고, 중리를 지나 경북 성주로 길을 잡았다. 구마 고속도로로 현풍까지 가서 국도로 갈아탔다. 두 시간 남짓 달려 목적지인 독용산 입구 학산에 도착했다. 오면서 보니 물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승용차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도 푹푹 찌는 날씨... 이런 날씨에도 산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예사 정성이 아니다.
전투 장비(?)를 갖추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처음부터 몸 상태가 여의치 않은 회원님들 7,8명은 산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남았다.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관리해야지. 백곰님이 투망을 챙겨왔으니까 튀김용 고기를 잡아도 되겠네... 자, 이제부터 산행 시작!!
마을을 지나는데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열심히 우리 일행을 쳐다보신다. ‘저 사람들 제정신인겨? 이런 날씨에 단체로 산을 오르다니... 미쳤어..’
속도를 천천히 하여 되도록이면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걸음이 빠른 사람이 늦은 사람과 보조를 맞추기는 너무 힘들어...
10분이 지나지 않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입에서 거품이 나올 것 같은 심한 무더위! 하지만 이것 또한 여름 산행의 재미다. 아니 재미로 생각하고 걸어야한다. 꽁꽁 얼린 수통의 얼음물이 한 시간 만에 절반이나 달아났다. ‘아이고, 이래서는 안 되는데... 물을 아껴야지...’ 올라갈수록 쉬는 시간과 빈도가 많아진다. 사실 산을 오르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다....
독용산성 동문을 찾아야 되는데, 어째 길이 묘하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다 보니 이정표는 전혀 없고, 오래전에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길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쪽으로 가야할 것 같기도 하고... 방향을 잡아 길을 들었는데, 갈만큼 가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는다. 산길을 한바퀴 돌아 처음 길로 나와서 다시 시작했다. 20여분 길 따라 가니까 독용산성 동문이 나오는 것이었다. 선두 팀이 산에서 헤매는 사이에 산대장이 이끄는 후미 팀은 독용산성에 먼저 와 있었다. 정말 반가웠다. 이미 점심 먹을 시간은 놓쳤고... 15분 정도 산성을 따라 올라가면 독용산 정상이란다. 조금 쉬었다가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워낙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점심 밥맛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런 날씨 일수록 잘 먹어둬야 탈이 없다. 찬물 한 모금 마시고 식사를 시작했다. 상추쌈에 된장과 양념장을 섞어 얹고 멸치 한 마리 같이 먹으니까 밥맛이 살아난다. 마주보고 얘기꽃을 피워가면서 같이 하는 점심시간은 날씨가 더워도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이다. 후식으로 냉커피 한 잔 마시고 자두도 하나 먹고 나서야 일어섰다.
내려가는 길도 예사롭지 않다. 기존 산행 길은 보이지도 않고, 하산 길을 만들어 가면서 내려가야 한단다. 오메~~ 반바지에 짧은 소매로써는 난감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다행스럽게도 가시 넝쿨이 별로 없어서 상처는 거의 없었다.
절반이상 내려갔을 때 비가 시작되었다. 예보에도 없던 비라 아무런 준비도 못했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상하의는 물론 배낭까지 땀에 절었는데, 우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가 내리는 대로 그냥 맞는 것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진다. 가랑비로 시작된 비는 소나기성으로 변하여 빗방울도 제법 굵어졌다. ‘혹시 계곡에 물이 넘치면~~~’쓸 데 없는 생각... 이 정도의 비로 그런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겠다.
계곡의 바위는 생각보다는 훨씬 미끄럽지 않았다. 노랗게 물든 부위만 대체로 미끈미끈하였다. 조심조심 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무난히 잘 내려왔다. 홍의장군님이 불의의 기습(?)을 받아 한바퀴 뒹굴었지만, 별탈은 없었다. 기쁨이님도 무릎이 센지 바위가 센지 한 번 겨루어 보았을 뿐...
이미 땀과 비로 온 몸이 다 젖었는데, 무엇을 더 망설이리오.
조금 넓은 곳에서 배낭만 벗어놓고 그냥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여름 산행의 피날레가 이 맛인데, 어찌 그냥 갈 수 있나. 나는 물속에만 들어가면 피로가 싹 가시고 정신이 말짱해진다. 하루 종일 더위에 찌든 몸이 시원한 계곡 물을 만나니 날아갈 것만 같다. 비가 오는 바람에 먼저 내려간 회원님들 많이 기다릴까봐 적당히 즐기고 나왔다. 다이빙을 몇 번 더하고 나오는 건데.... 아쉬워라....
거의 한 시간 이상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끝이 보였다.
도로 바로 옆에 비닐하우스가 하나 있었다. 남자 회원들은 거기서 옷을 갈아입고, 여자 회원들은 버스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기능성 옷(?)을 입었다고 폼 재며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면서 날씨가 흐리고 버스 에어컨은 찬바람을 계속 불어주는 바람에 추워서 혼났다. 다음부터는 필히 갈아입을 옷을 챙겨야겠다.
‘배바위교’라는 팻말이 붙은 다리 밑에다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비도 피하면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곳은 다리 밑이 제격이지.
준비한 불판을 펴서 돼지고기 판을 벌렸다.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우리 고유의 전통임을 이런 자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차석 고문님을 비롯한 원로급(?)이 앉은 자리에서는 산친구님이 김치를 나르고 흑토마가 고기를 굽고....ㅎㅎㅎ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면서 한 잔 술을 주거니 받거니...
이런 것이 인생이지...
건배 소리가 노장 팀이 큰지 소장 팀이 큰지 견주어보기도 하고...
뭐든지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가 끝내는 시간이다. 소주가 몇 병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판을 끝냈다.
서둘러 청소를 했다. 우리가 어지럽힌 자리는 우리가 완전하게 정리를 하고 마산으로 향했다.
더운 날씨에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산행하고, 뒤풀이까지 열심히 함께 하신 회원님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은 두 분 총무님이 서폰스를 하셨네요. 아침에 드신 떡은 신문영 총무님이 준비하셨고, 뒤풀이 때 먹었던 수박은 심영미 총무님이 내셨어요. 감사합니다.
투망을 준비하여 물고기튀김 맛을 보여준 백곰님도 수고 많았고요.
잡은 물고기로 튀김을 만드신 여회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뒤풀이 반찬 준비에 잠도 못 주무시고 애쓰신 산이씨도 감사하고요.
근래 남자회원님들의 증가에 비해서 여자회원님들의 증가는 영 저조하네요.
신규 회원의 영입은 청마산악회 발전에 직결되는 문제이지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자각하시고 적극 협조해주시기를 한 번 더 당부합니다.
8월 세 째 주 번개산행 공지가 올랐네요.
거창 금원산. 역시 계곡이 아주 멋진 것 같아요.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용추계곡에서 물맛 좀 봅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