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1) 속리산 정기산행
속리산 정기산행 조 황 래
3.15 마라톤에 참석하느라 3월 두 번째 산행에는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보름마다 산에 가다가 이번에는 한 달 만에 참석하게 되니까 너무 오랜만인 것 같다. 청마와 함께 산행하는 재미가 이렇게 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ㅎㅎㅎ
지난주 일요일 오후에는 혼자 무학산에 다녀왔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싸고 같이 어울려 함께 하는 청마산악회 산행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요사이 TV나 라디오는 온통 미국과 FTA협상에 관한 뉴스뿐이다. 새벽 5시에 자동으로 켜진 TV에서도 미국과 FTA 협상이 곧 타결 될 전망이라는 긍정적인 뉴스로 시작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일한 치적이 될 미국과 FTA에 대해서는 나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도시락 싸고 배낭을 챙기면서도 뉴스에 귀를 세웠지만 오늘 중에는 협상타결 소식은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 뉴스는 황사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 고비 사막에서 발생된 황사는 오늘과 내일 한반도를 덮을 것이라고 한다.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니네... 산에 가도 속리산의 절경은 구경도 못하겠구먼... 아까워라... 비가 잠시 뿌리기에 걱정을 했더니 이내 멈춘다. 먼지 나지 않게 표면만 조금 적셔주는 짧은 비는 괜찮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의도 두 벌 챙겨 넣었다.
정기산행 다녀온 바로 다음 날 산행대장이 차기 산행지에 대한 공고문을 올리기 때문에 산행 참석자 접수기간은 보통 2주 정도다. 정기산행 공고가 올라오고 정회원부터 접수가 시작되는데, 2주 후의 앞날을 예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 출발 하루 전이 되어야 거의 좌석이 다 차는 것이 여태까지의 모습이었다. 지난 3월 두 번째 봉화 청량산 정기산행은 회원들의 참여 부족으로 좌석이 제법 남은 채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어찌된 일인지 마감을 1주일이나 남기고 좌석이 매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꽃 피는 춘삼월이 되니까 자연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샘솟나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하여 산행대장과 회장님의 감사의 댓글도 올라오고...
서둘러 마산역으로 나갔다. 마산 역전에는 관광버스로 만원이다. 지난주만 해도 넓은 역전에 버스가 몇 대 없었는데, 확실히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7시 정각에 레인보우 버스가 입장하고, 약간 늦게 오는 회원님들 잠시 기다렸다가 모두 태워서 출발했다. 속리산은 경부 고속도로를 타야하기 때문에 함안, 진주에 계시는 회원들도 중리까지 와야 했다. 중리에서 인원을 다시 점검해보니 탑승인원 40명. 두 명이 약속 위반을 했다.
충북 보은까지는 3시간 30분 이상 소요되는 먼 거리다. 그러나 자주 다녔기 때문에 그렇게 지루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총무 심영미씨가 준비된 떡과 음료수를 나누어 준다. 떡을 먹으면서 총무 송도 박규성씨는 회비를 수금한다. 정회원은 월회비도 함께 내기 때문에 몇 번 결석하면 지갑이 가벼워지는 아픔을 함께 느껴야한다. 수금이 끝나면 산행대장이 산행안내문을 배포한다. 회장님의 인사말씀이 이어지고 산행대장의 산행 안내 방송이 끝나면 이때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자유 시간. 처음 오신 분들에게는 청마 산악회 자랑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끼리 서로 안부도 묻고... 잠을 설친 대부분의 회원들은 취침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기도 한다. 도로에 ‘속리산’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등산화 신발끈을 죄고, 배낭을 다시 점검하고, 스틱도 높이 조절을 하여 산행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를 할 시간이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긴장감이 살짝 감도는 것은 나만의 감상인가?
신정리 버스 주차장에 내려서 단체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했다.
어째 출발 시점이 이상하다. 보통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시작부터 없는 길을 만들어 간다. 하기야 ‘길’이란 게 별건가? 여러 사람이 다니다보면 그게 바로 길이지. 얼레!! 큰 소나무가 옆으로 젊잖게 누워계시네... 며칠 전에 중부지방에 돌풍이 불어서 정박된 배가 뒤집히고, 집이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날아갔다고 하더니 그 영향이 여기까지 미친 모양이다.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자연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 자업자득이다. 환경을 무시하고 환경보호에 관심을 쓰지 않으면 이런 재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20분 정도 올라가니 등산로가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계속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넓은 평지가 있어서 땀도 식힐 겸 앉았다. 준비한 과일도 나누어 먹고 음료수로 목도 축이고... 한바탕 소란스럽게 떠들고 나서 다시 행군을 계속했다. 한 4,5분 걸었을까.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아뿔사!! 손에 쥐고 있던 무전기를 그냥 땅바닥에 두고 온 것이 아닌가. 내가 왜 이러나? 오던 길을 돌아가니까 뒤에 남아있던 회원이 챙겨 가지고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휴~~ 다행이다.
조금 더 가니까 급경사가 길을 막고 있고, 동아줄이 길게 늘어져있는 것이 보인다. 아이갸~~ 예사롭지가 않은데.... 밧줄을 잡고 오르려면 팔 힘이 있어야한다.
속리산은 법주사로 유명한 산으로만 알았지, 등산하기에 기막히게 좋은 이런 산행길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줄을 잡고 사다리를 타면서 바위를 올랐다 내렸다하기를 수십 번도 더 한 것 같다. 내려다보면 아득하게 보이는 바위 위에서 폼을 잡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비록 황사 바람 때문에 배경은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기분만은 정말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안내문에는 주전봉, 상학봉, 미남봉 등으로 이름이 붙여진 바위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실제 다녀보니 표시판이 안 보인다. 어디가 감투바위이며 낭바위인지 알 수가 없다. 바쁜 걸음에 못보고 그냥 지나쳤나? 글쎄~~
묘봉까지는 못가고 중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날씨가 흐리고 햇빛이 가려서 제법 쌀쌀하다. 걷지 않고 앉아있으니 추위를 느낄 지경이다. 시래기 국에 밥을 말아 훌훌 넘기고 커피 한 잔 하고나니 조금 낫다. 산행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별로 없다. 서둘러 식사를 종료하고 행군을 계속했다.
갈수록 길은 더 험난해진다. 설치된 동아줄은 더욱 길어지고, 간이 작은(?) 아줌마의 비명 소리는 더욱 커지고... 이곳에 등산하는 사람이 우리 팀 말고는 거의 없기에 다행이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계절에는 대기하는 시간이 꽤나 되었겠다.
이윽고 도달한 묘봉. 그런데 어찌된 일인고? 모르타르로 만든 받침대는 남아있건만 있어야할 ‘묘봉’이라는 입석이 없다. 바람에 날아갔나? 누가 가지고 갈리는 없고...
회원들을 모아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워낙 바람이 세어서 포기했다. 모인 사람들끼리 사진을 찍고 급히 내려왔다.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도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봄에 느끼는 가을의 낙엽소리라... 이런 기분도 산이 아니면 느끼지 못한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바로 옆에 레인보우 버스가 보인다. 아니 버스가 여기까지 올라 왔네... 고마워라.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니 1분을 견디기 어렵다. 여기는 아직까지 겨울 냄새가 나는구나. 물이 차가워도 날씨만 괜찮았으면 냉수욕 하는 용감한 사람이 있었을 텐데...
오늘 뒤풀이는 해물 칼국수.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이런 날씨에 따끈한 칼국수와 소주 한 잔은 너무 환상적이다. 먹는 것에 큰 미련 없이 살아왔지만, 오늘은 칼국수를 두 그릇이나 비웠다.
귀가 길에 정2품 소나무를 보았다. 세상에~~ 저런 소나무도 있었나? 임금님이 벼슬을 내릴 만도하다. 아무리 열심히 키워도 저런 자태를 연출하기가 어려우리라. 그런데 태풍에 가지가 부러져나가 영 품격을 잃었다. 한창 때의 모습을 담아놓은 대형 사진이 옆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 사진과 비교해보니 지금의 모습은 너무 초라하다. 이 일을 어찌할거나....
말티 고개는 그 꼬불꼬불함으로 명성이 높은가보다. 오늘 멋진 구경을 덤으로 하였다.
정말 멋진 산행이었네요.
청마산악회 정회원으로서 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산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산이었죠. 회장님, 산행대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아침에 드신 팥고물 떡은 산행대장 순돌이 소병일님이 준비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청마 산악회에 두 번째로 참석하신 무지개 송정옥님과 솔향기 박종복님도 즐거우셨나요? 얼굴이 익으면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계속 열심히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연담’님이 맞나요, ‘정담’님이 맞나요. 진주에서 참석하신 열의에 감사드립니다. 자주 오셔서 37살의 젊음(?)을 뽐내주세요.
맹꾸사랑 표정만님도 오랜만에 오셨네요. 청마산악회 분위기 좋은 줄 아시면서 참석이 저조했던 이유를 묻는 것은 실례가 되나요? ㅎㅎㅎ 자주 참석하세요.
도토리 김남형님도 이제 두 번째인가요? 산을 타는 솜씨는 거의 프로급이세요. 지리산 종주도 같이 하도록 합시다.
노길상님 부인은 언제까지 손님으로 참석하실 건가요? 회원가입하고 정회원으로 승진되는 기쁨도 누려보세요. 부끄러워 마시고...ㅎㅎㅎ
이종연님 정회원 가입을 정말 축하합니다. 짧은 시간에 청마방의 매력을 눈치 채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쭉~~~ 청마와 함께하시고 지금의 선택이 탁월한 결정이었음을 증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 산행은 북한산이네요.
중국 비자 없어도 북한산에 갈 수 있으니까 도청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늦기 전에 참석 번호표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암표 값이 만만치 않겠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