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20) 무룡산 정기산행
무룡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역시 산행은 겨울산행이 으뜸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청마 산악회에 몸 담그기 전에는 겨울에 산에 오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었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힘들게 올라가는 이유를 나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4년 동안 청마와 함께하면서 상고대가 맺혀있는 나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눈으로 덮인 산야를 걸어 가다보니 겨울 산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아!! 황홀하여라~~
첫째 주 시산제는 많은 회원님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고 자평하고, 셋째 주 산행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다. 역시 겨울철에는 눈을 맞으면서 눈길을 걸어가는 산행이 으뜸이라 영취산 건너편에 바라다 보이는 남덕유산자락의 무룡산으로 결정하였다. 무룡산은 1,492m 높이의 고산이다. 그리고 백두대간 능선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길이라 길을 잃어버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용이 춤추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뜻의 무룡산이지만 그 이름은 이 산 하나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무룡산 주변의 봉우리를 총칭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1월 10일 산행공지를 올리고 회원님의 참석여부를 관심 깊게 지켜보았다. 역시 셋째 주 산행은 부담이 좀 있는 것인지, 며칠이 지나도 10명을 넘기지 못한다. 정보지 ‘교차로’에 올려서 외부 손님들을 받기로 하였다.
어럽쇼!! 어찌된 거야? 한꺼번에 10명이 참가 신청을 하는 것이 아닌가.
‘개별적으로 오는 손님들은 우리 회원으로 영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렇게 단체로 오는 사람들은 별로인데...’ 그러나 좌석이 많이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들다보니 마다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감 날이 다되어가고 남은 좌석이 줄어드니까 관망(?)하고 있던 회원님들 신청이 쇄도하고, 손님으로 오시겠다는 사람들도 늘어가면서 최종적으로 48명이나 접수가 되었다.
‘이것 참 야단났네.... 그렇다고 지금에서 신청을 반려할 수도 없고~~’
불편하지만 회원님들의 양해를 구하여 같이 가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통로에 보조의자를 준비하여 집행부가 불편을 감수하자는 안내 글을 올리기도 하였지만 마음이 그렇게 편치는 못하였다. 운전석 옆 보조좌석까지 합해도 42석이니까 6명은 통로에서 고생해야 한다. 통상 2,3명은 펑크를 내는 것을 감안해도 3,4명은 앉아있는 사람들 눈치를 봐야하니까 예삿일이 아니다.
근심스런 마음으로 마산역에 나갔다. 마산역에서 만나기로 한 회원님들 모두 확인하고 버스를 탔다. 중리에서 나머지 회원님들을 태우고 인원을 점검해보니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는지, 아니면 복잡할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산행을 피한 것인지는 몰라도 5명이나 사고가 생겼다. 맨 마지막으로 승차한 ‘백곰’님이 통로에 자리를 펴고 앉아다. 죄송하게 생각해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였다. 앞으로는 이런 누를 끼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
남덕유산을 지나고 일부 비포장도로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무룡산 들목이다. 함양 휴게소 지날 무렵부터 시작된 눈이 조금 더 세어진 것 같다. 바람이 불지 않아 춥지는 않았다. 차에서 내려 장비를 점검하고 산행 준비를 하였다.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서 준비운동은 생략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선두는 ‘산도사’ 이도선 고문님이 맡고, 산행대장 ‘마루치’ 마수용님과 내가 중간을 맡았다. 후미는 순돌이 소병일님이 책임지기로 했다.
산행입구에 '삿갓골 대피소 4.2km'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의 고도는 500m 이니까 거의 1000m를 올라가야한다. 눈이 군데군데 남아있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흐리고 약한 눈이 내리는 날씨에 실수로라도 넘어지면 나만 손해지... 1시간쯤 전진하다가 배낭을 풀어서 스패츠와 아이젠을 꺼내어 발목을 감싸고 등산화에 감았다. 한결 수월하네...
올라갈수록 나무에 쌓인 눈이 많아진다. 그래도 얼마 전 대설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고 들은 것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길이 좋지 않은지라 시간도 제법 많이 걸린 것 같다. ‘삿갓골 대피소’에 11시 30분이 조금 넘어서야 도착했다. 대피소 발코니에 옹기종기 모여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먼저 정상에 가서 추운 곳에서 기다리느니 늦게 오는 사람들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것이 낫지~~ 정상까지는 1.8km라는 표식이 있다. 1시간은 걸어야겠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완전한 눈길이다. 발목이 빠질 정도의 눈이 쌓여있다. 하늘에서는 함박눈은 아니어도 가는 눈발이 계속 날린다. 뾰도독 뾰도독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눈길 산행은 ‘바로 이 맛이야’를 느끼게 한다.
지도상에 기록된 ‘긴나무 계단’이 나타났다. 이름에 걸맞게 엄청 길기도 하다. 계단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다가 잊어버렸다. ㅎㅎㅎ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다. 한겨울 1,500m 고지 정상은 바람은 없어도 곧 추워지기 때문에 먼저 온 대로 점심 식사를 해야 한다. 밥상을 펴고 도시락을 꺼내고, 버너에 불을 붙여 라면을 끓이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찌개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오늘은 과메기를 두 팀이나 준비했다. 다들 부지런하기도 하지...
마누라가 먼 곳에(?) 가는 바람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다. 사전에 부회장 추선희님께 도시락을 부탁하였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따끈한 밥과 돼지고기 찌개와 과메기와 소주와 김치와 계란말이... 풍성한 잔칫집 한가운데 앉은 기분이다. 날씨가 추워서 소주도 몇 잔 돌렸다. 이런 맛에 산행을 자꾸 하게 된다니까~~
원래 용추폭포가 있는 ‘동안리’로 내려올 계획이었지만, 일기가 고르지 못하여 반대방향의 ‘병곡리’로 바꾸었다. 더 가까운 ‘산수리’로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그 길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어서 포기했다. 겨울 산행은 안전이 제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을 찾아가야 한다. 내려오는 길도 거리는 제법 되는 것 같다. 1시 20분경 하산을 시작하여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도로까지 내려온 시간은 오후 4시. 산행 시간은 정확히 6시간 걸렸다.
오늘 뒤풀이는 대구탕. ‘산이’ 부회장 추선희님의 솜씨가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다. 추운 날씨에 따끈따끈한 대구탕에다 밥까지 준비하여 말아 먹으니 정말 속이 후련하다. 눈이 계속 내리는 바람에 건배제의는 못하였지만 도로가에서 스티로폼 그릇에 국과 밥을 배급(?) 받아 서서 떠먹는 풍경은 너무나 낭만적이고 인간적이다. 먹은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버스를 탔다. 술은 버스를 타고나서 나누어 마셨다. 소주 몇 잔 들어가니 너무 푸근하여 한숨 잘 잤다.
오늘 산행 즐거우셨나요?
겨울 눈길산행의 묘미를 많이 누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43명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웠고요. 만보계를 보니까 24,000보 정도 되네요. 15km는 걸었습니다.
아침에 드신 노란 시루떡은 미남 총무 ‘송도’ 박규성님이 내셨네요. 감사합니다.
모처럼 참석하신 ‘마산보스’ 정종인님과 ‘산적’ 최영주님... 오랜만에 만나 많이 반가웠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주 참석하여서 더욱 많은 정담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회원가입하고 처음 산행에 참여하신 ‘별하나’ 유향연님, ‘희나리’ 김성희님, ‘통나무’ 전중영님도 청마산악회 이미지를 곱게 지니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처음에는 다들 낯설어 어색하지만 두세 번만 참석하시면 누구나 반가운 마음이 생기게 된답니다. 특히 ‘통나무’님은 남자회원으로는 가장 나이가 어려 인기를 독차지(?)하게 생겼어요. 부러워랑~~~
그리고 앞으로는 산행 신청은 41명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예비자 명단으로 올리도록 해야겠어요. 신청했다가 갑자기 참석이 어려울 경우에 반드시 하루 전에 집행부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야 예비자에게 연락하여 빈자리가 없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꼭 지켜주시기를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다음 산행은 태백산으로 정했습니다. 작년에도 태백산을 다녀왔지만 이번 코스는 전혀 다른 길입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백천동 계곡으로 약 3km 들어간 현불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길이에요. 백천동 계곡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으나 태백산 등산로 신설로 일부 개방되어 이용할 수 있답니다. 1월에는 전라도 눈 구경을 많이 했으니, 2월에는 강원도 쪽으로 가봅시다. 눈의 질은 강원도가 훨씬 낫다고 하던데, 확인해봐야겠어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야 하겠어요.
다음 산행도 무척 기대가 되네요.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녀오고 싶은 산이 있으면 언제든지 집행부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