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08. 2. 3) 태백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09. 8. 11. 14:02

                         태백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와~~~

태백산을 이렇게 다녀올 수도 있다니!!!  정말 통쾌하다~~~ 하하하

내가 나온 중학교 교가와 고등학교 응원가에 ‘태백산’이 들어있다. 이렇듯 태백산은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고, 우리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왔다.

수석 산행대장 ‘산꾼’님이 이번 산행을 태백산으로 하자고 했을 때, 작년 1월 태백산 산행을 떠 올리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는 눈도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은 왜 그렇게도 많았던지. 10월의 설악산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아주 고생을 많이 하였으니까. 더구나 올해는 눈꽃축제가 2월 3일까지라 엄청난 인파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산행대장의 주장(?)을 과감히 수용하고 태백산 산행공지를 올렸다. 산행 시작을 태백시의 ‘유일사’가 아닌, 경북 봉화군의 백천동계곡의 ‘현불사’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이곳은 등산로가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판단하였던 것이다. 사전 답사를 하고 오면 좋은데, 오는 5월 첫 주 1박2일 이벤트 행사를 위하여 홍도·흑산도에 1월26일~ 27일 다녀오는 바람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현불사 근처 민박집에 전화로 확인해보니 태백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번에는 산행 참석자 신청이 꽤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역시 태백산이 유명세가 있어서 늦게 신청하면 좌석 구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나보다. 공지를 올린 지 4일 만에 26명이나 신청되었다. 그리고 작은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나머지 좌석이 15개인데, ‘야생마’ 김범권님이 8개를 한꺼번에 신청해버린 것이다. 수석산행대장은 야생마님과 협의하여 일단 절반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4명은 대기자 명단에 올리기로 하였다. 남은 좌석은 정회원님들께 우선적으로 전화를 하여 참가 신청을 받아 채우고는 2월 1일 접수 종료를 선언하였다. 갑자기 일이 발생하여 어쩔 수 없이 빠지는 사람들 몇 명 대체시키고 참석자 41명을 확정 발표하였다. 이번에는 고문님들이 모두 불참이다. 노장들께서 리드를 해주시면 한결 수월한데... 산행대장의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태백시까지는 제법 멀다. 버스 타는 시각을 30분 앞당겼다. 여총무 ‘이쁜장미’는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휴대폰 문자를 보내는 성의를 보였다. 회비도 2000원 더 받았다. 버스 사용료를 더 줘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일요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준비하는 것이 간혹 짜증도 나지만, 일단 집 밖으로 나오면 기분이 좋다. 맑은 공기 마시고, 반가운 사람들 만나는 것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6시 30분 정각에 우리의 애마 ‘레인보우 6150호’가 마산역에 들어왔다. 인원을 점검해보니 1명이 펑크를 냈다. 급히 현지 대기조(?) 1명을 수혈할 수가 있었다. 중리에서도 예정자 모두 탑승하여 정원은 41명 그대로 확보되었다. 오랜만에 구마고속도로를 탔다. 중앙고속도로로 접속하여 가다가 안동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새벽에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거른 사람들이 많았다. 라면, 우동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영주 I.C.를 빠져나와 35번 국도를 따라 태백으로 달렸다. 여기쯤 오니까 논밭에 눈이 보인다. 산에도 하얀 눈이 남아 있고... 합계 4시간을 달려서 현불사 입구에 도착했다. 태백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여기 백천동 계곡에서 시작되는 바람에 시간은 약 30분 절감되었다.


넓은 주차장에는 진해에서 온 버스 한대만 있을 뿐 조용하다. 우리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이곳에서 태백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내려서 복장을 챙기고 준비운동을 하였다. 이번에는 발목 돌리기, 손목 돌리기에다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등을 서로 맞대고 들어주면서 몸을 좌우로 흔드는 운동도 가미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했다.

현불사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칠반맥이골 입구’까지 수평거리 약 3km 정도는 콘크리트길이라 약간 미끄러웠지만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었다. 산행이 시작되는 입구에는 눈이 30cm 이상 쌓여있어서 걸을 때마다 ‘뽀도독 뽀도독’ 예쁜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장난기가 발동하는 회원들은 오래되어 잘 뭉쳐지지도 않는 눈을 던지면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기도 한다. 칠반맥이골에서 잠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문수봉까지 3.8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눈길이라 두 시간은 족히 걸리겠는데~~

겨울산행이지만 땀이 많이 흐른다. 수건으로 닦으니 얼마가지 않아서 수건도 뻣뻣해진다. 해발 1500m가 넘는 산이라 공기는 차갑다. 그러나 이런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눈길을 걸어가는 발걸음은 너무 가볍다. 정말 청마 산악회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실컷 늦잠을 자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T.V.를 틀어놓거나 컴퓨터로 바둑을 두거나 하고 있겠지. 그런 것 보다야 이런 산행이 백배, 천배 낫지~~  암~~


산행을 하다가 가끔씩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태껏 얼마나 왔는지 확인도 하고, 지나쳐버린 경치도 재발견할 수 있으니까. 산의 경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인생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싶다.

외부 사람 한명도 없이 오로지 우리 회원들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태백산에 오르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60만 인파가 모였다는 방송을 보았는데...

이렇게 한적하게 태백산을 오를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정말 운이 좋은 날이고, 멋진 산행코스다. 이 코스는 앞으로 서너 번은 더 사용해도 되겠다.

거의 두 시간을 걸어서 문수봉 삼거리에 올랐다. 오후 1시를 넘겼지만 문수봉은 보고 와서 점심 식사를 해야겠다. 삼거리에서 10여분 걸으니까 문수봉이다. 와우~~  이곳을 보지 않고 그냥 갔으면 큰 실수 할 뻔 했다. 나무에는 눈꽃이 아직 남아있고, 시계가 탁 트여서 가슴까지 시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포즈를 취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카메라 셔트를 누르기 바빴다.


문수봉에서 내려와 장군봉 가는 길 중간의 넓은 공터를 찾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도선 고문님과 산이 부회장님이 오시지 않아서 ‘과메기’는 다음 기회로 넘겨야겠구먼. 그래도 ‘향기술잔’님이 가져온 복분자술로 목을 축였다. 라면 끓이는 냄새가 진동한다. 떡국을 끓여먹는 사람도 있고...  산에서 온갖 풍경들이 연출된다. 조용히 살펴볼수록 재미는 배가된다.

온갖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한잔 쭉 들이키고는 식사를 끝냈다. 산에서 점심을 먹는 재미 때문에 가까운 무학산에 갈 때도 도시락을 가지고 가는 버릇이 생겼다.ㅎㅎㅎ


장군봉에는 작년에도 왔기 때문에 여기서 바로 내려갈 사람은 먼저 보냈다. 빤히 보이는 저곳 장군봉까지 3km나 되는구나. 눈길이라도 능선이라 1시간 정도면 되겠다. 장군봉 정상에 있는 천제단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작년에는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태백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내려오는 길은 아무래도 수월하다. 비닐 비료포대를 가지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 썰매를 타는 사람도 보인다. 저 양반들 어디서 구했지?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당골’까지 내려오니까 눈꽃축제의 마지막 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만든 커피숖도 있었다. 안에는 얼음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커피 한잔 할 시간이 없어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예상대로 5시경 하산 완료했다.

주차장에서는 뒤풀이를 할 형편이 되지 못하여 일단 버스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운전기사님이 몇 군데 전화를 해보더니 버스를 공설운동장 마당으로 몰아갔다. 뒤풀이하기에 너무 멋진 장소...  이영순님이 준비한 시래기 국에 라면을 넣어 끓이니 따끈한 된장국 라면이 되었다. 소주와 같이 먹으니 그 맛 또한 끝내준다.

총무 박규성님이 촬영한 비디오로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한 번 더 음미하고 한숨 푹 잤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태백산을 이렇게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이지 믿기지 않네요.

‘산행 대장님... 수고 많았습니다.’ 여러분도 박수 좀 크게 쳐 주세요~~~

더구나 오늘 떡도 준비하시고...  감사합니다.

총무 박규성님의 멘트가 갈수록 멋이 넘쳐요. 중년의 멋(?)에 대한 강의가 일품이었어요.

오늘 총 41명 참석하셨는데, 정회원이 21명, 일반회원이 9명, 손님이 11명 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처음 오면 얼굴도 설고, 취향을 모르기 때문에 서먹하기 마련이죠.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서 관심을 가지면 금방 친해집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 회원님들 같이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5월 첫째 주는 4일, 5일이 연휴네요. 올해 이벤트 행사로 홍도와 흑산도를 다녀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산행이라기보다는 관광이라고 해야겠네요. 별도의 방을 만들어 공지를 하겠습니다. 연휴에는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3월 말까지 참가자를 확정해야합니다. 우리 회원님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립니다.

저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글이나 사진을 청마방에 올려놓으면 우리 회원님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상당히 신경이 쓰인답니다. 올려놓은 사람의 성의를 높이 사는 방법은 댓글을 많이 달아주는 것입니다. 그런 댓글을 통하여 서로 의사소통이 되기도 하고요...  돈 드는 것이 아니니까 아끼지 마시고 꼬리글 많이 달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정회원, 일반회원 가릴 것 없잖아요. 그리고 재미있거나 유익한 내용이 있으면 서슴없이 올려주세요. 이 모든 것이 청마방을 사랑하는 방편이 됩니다.

지난번에 가고 싶은 산이 있으면 연락주시라고 했는데...   월출산에 가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월출산은 몇 월에 가는 것이 가장 좋은지 판단하여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의 신청을 반갑게 접수하겠습니다.

다음 셋째 주 산행은 충북알프스의 구병산입니다. 구병산은 주능선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루어지면서 마치 병풍을 두른 듯 9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멋진 경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해발 876m로 그렇게 높지는 않네요.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곧 설 연휴가 시작되네요. 아무리 힘든 산행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힘이 솟아나잖아요? 주방일도 힘들다 생각마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설 멋지게 보네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