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17) 울진 응봉산 정기산행
울진 응봉산 정기산행
조 황 래
가을산행의 진수는 역시 단풍이다. 지금쯤 설악산 대청봉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겠지. 단풍이 너무 좋다보니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모이게 되고, 사람에 치어서 올라가는데 어떻게나 힘이 들든지.... 기다림이 겁이 나서 설악산 등정은 망설이게 된다. 매년 가지는 못하더라도 2,3년마다 한 번 정도는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올해도 설악산은 산행계획에서 과감하게(?) 제외시키고 대안으로 등장한 산이 응봉산이다. 응봉산은 이도선 회장님이 네 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단풍이 좋고 계곡이 아름답다고 한다.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는 산이기에 창원에서 출발하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 접근하기가 만만찮다.
1시간 빨리 출발한다는 산행대장의 정기산행 공지가 올라왔다. 산도 좋고, 온천도 좋고, 특히 용소골 계곡은 설악산 계곡에 못지않다는 덕담(?)도 올려져있었건만 산행 신청자 수가 너무 저조하다. 역시 5시간씩 버스를 타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이겠지. 좌석 채우기가 쉽지 않겠기에 일찌감치 정보지에 광고를 실었다. 우리 회원님과 회원님이 초청한 손님이 29명, 정보지 교차로 손님 7명. 모두 36명이 이번 산행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청마와 7년을 함께 하면서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산악회에 회원 가입만 해 놓고 산행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가입인사에 그럴듯한 말을 적어놓으면 우리 회원님들 반갑게 맞이한다. 신입회원들은 계속해서 많이 들어오는데 산행에는 왜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누구 아는 사람 있나요? 설명 좀 부탁합니다. 회원 숫자가 적은 것 보다는 많게 보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냥 두고 있지만, 일정기간 산행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은 회원명부에서 삭제해버리는 것이 좋겠다. 허수만 많아봤자 별로 도움이~~~~
안전운전 해 주시던 하나로관광 김윤철 기사님이 개인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대신 다모아관광의 송신근님이 수고해주시기로 하였다. 장거리 운행에는 40인승 버스를 타는 것이 좋은데 다모아관광은 45인승이라 조금 불편하겠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하여 도시락 준비를 하고 5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새벽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예전에는 마산역전에서 승차하는 회원이 가장 많았는데, 오늘은 몇 안 된다. 박철 부회장님과 악수하고 버스 타는 곳으로 가니 다모아 관광버스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벽 이른 시간이라 도로정체가 없다보니 시간이 단축되었나보다. 중리에서 7명을 태우고 울진을 향해 출발하였다.
모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여 나오는 바람에 잠이 부족하다. 다음 휴게소까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실내등을 모두 꺼버렸다. 午睡(오수)도 아니고... 이런 잠을 뭐라고 하나? 달콤하고 꿀맛 같은 아침잠(?)을 즐겼다. 와촌 휴게소에 들렀다. 산행하면서 몇 번 왔던 곳이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바깥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다. 식사를 못한 회원님들은 식당에 가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왔다.
가방에 몇 가지 상품을 들고 젊은 아주머니가 버스에 올랐다. 처음 꺼낸 상품은 칫솔.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사기를 권하지만 집에 재고가 많이 있기 때문인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두 번째 상품은 빵모자. 모자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 목을 감을 수도 있고, 머리에 쓸 수도 있고, 얼굴만 가릴 수도 있고.... 1개 5천원이라는 것을 만원에 3개 달라고 하니 선뜻 응해준다. 몇 사람 구입하였다. 마지막 상품은 먼지 닦는 손걸레. 이것도 별로 응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산행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내려갔다. 살아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지만 부지런해야 먹고 산다.
다음에는 화진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바다 특유의 소금냄새가 난다. 상큼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내 몸의 상태가 아주 좋다는 뜻이겠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 길 따라 올라가면 울진, 삼척, 강릉, 양양, 속초, 통일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고의 환상적인 드라이버 코스다. 20여년 전 신혼 초에 속초까지는 가 본 적이 있는데~~~~ 다시 밟아 볼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있어서 응봉산 들머리 덕구온천에 10시 30분경 도착했다. 산행을 즐기러 온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덕구온천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했다.
저게 뭐지? 함석으로 둥글게 카버를 씌운 배관이 길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보통 산에 가면 깨끗한 생수를 PVC파이프를 통해 공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그런 것도 아니고.... 원탕이라는 곳까지 가서야 의문이 풀렸다. 지상으로 솟아나는 온천수를 보온 카버를 씌운 관을 통해 하부로 내려 보내는 것이었다. 덕구온천은 지하수 개발을 통한 온천수가 아니라 노천 온천수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탕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었다. 이곳으로 하산을 하면 온천수에 발을 씻을 수 있었을 텐데...
효자샘이라는 이름이 붙은 샘물을 한모금 마시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원탕까지는 고저차가 별로 없는 평판한 길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땀께나 흘리게 생겼다. 해발고지 150m에서 998.5m까지 올라가려면 정말 장난이 아닌데~~~ 응봉산까지 2km에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팻말이 붙어있다. 웬만한 산은 km당 3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이곳은 그만큼 힘든 코스라는 얘기다. 깊은바다님이 거의 2주간이나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였기 때문에 나도 이번에는 ‘선두’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후미’에서 천천히 가기로 했다. 우리 회원님들 대체로 무난하게 잘 올라간다. 한 달에 두 번씩 산행에 참석하여 열심히 산에 오르다보면 누구나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ㅎㅎ
계곡을 건너는 곳에는 조그만 다리가 설치되어있다. 세계 곳곳의 유명한 다리를 축소시켜 여기에 만들어 놓았다. 발상은 참신하지만 실물이 별로 신통하지 못하다. 큰 강이나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실감이 나지... 정교하게 만들지도 않았고, 작품성도 없어 보인다.
교차로 손님으로 오신 부부 중에서 여자는 별 힘들이지 않고 잘 올라가는데, 남자는 많이 힘들어한다. 무릎이 좋지 않아서 오르는 길은 자신이 없다나. 그냥 돌아내려가서 택시타고 하산지점으로 오라고 하면 좋겠는데~~ 본인이 힘들어도 계속 올라오니까 다른 얘기는 못하겠다. 예상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난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늘 산행거리는 총 20km나 된다. 덕구온천에서 응봉산 정상까지 6km이고, 하산지점인 덕풍마을까지는 14km. 어정거릴 여유가 없다. 급히 식사를 마치고 바로 하산 길로 들어섰다.
응봉산 정상에서 용소골까지 2km는 올라올 때처럼 급경사였지만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용소골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만큼 웅장하지는 않아도 용소골 계곡의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진다. 설악산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까 안전시설도 수준급으로 개선이 되고 있지만, 여기는 자연그대로의 멋을 느낄 수 있다. 단풍이 조금 이른 편인지 그렇게 황홀한 자태는 아니다. 맑은 물소리를 너무 아름답게 들린다. 가끔 폭포로 변하여 제법 거센 물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돌아보면 제법 괜찮은 단풍이 잘 가라고 손짓도 하고... 가을 산행의 오후가 저물고 있다.
계곡물이 너무 맑다. 9월 중순만 되어도 한바탕 알탕을 하고 나왔을 텐데.... 나는 체질적으로 힘든 산행을 하고 나서 찬물에 몸을 맡기면 온 몸에 다시 원기가 솟아난다. 저렇게 깨끗한 물을 쳐다만 보고 지나가야하다니~~~~ 아까운 생각이 너무 많았을까?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전체 계곡12km중 2/3정도 왔을까? 바위 중간에 로프가 쳐져있고, 아래는 물깊이가 1m정도 되게 보였다. 어떻게 지나갈까 살펴보니 스틱을 요렇게 집고 발을 저기에 디디면 건너가는데 별 문제가 없겠다. 그렇게 판단하고 로프를 살짝 잡으면서 스틱을 내밀었다. 순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몸이 중심을 잃고 말았다. 어어!!!! 하면서 2m 정도 슬라이딩하고는 3m아래 물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가을에 시원한 알탕을 하고 말았구나!!!!!
물속은 제법 차갑게 느껴졌다. 바위가 미끄러워 바로 올라오지 못하고 빙 둘러 올라왔다. 배낭도 젖고, 휴대폰도 물에 잠기고, 카메라도, 만보계도 모두 알탕을 하고 말았다. 참내~~~~ 우째 이런 일이!!
휴대폰과 카메라는 밧데리를 분리하여 기능을 정지시켰다. 옷이야 시간이 가면 마르겠지만 휴대폰이 별 문제가 없어야하는데~~ 미끄러질 때 나도 모르게 비명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에 앞서가던 이장님이 돌아보고는 특종감이라고 셧트를 눌러댄다. 뒤따라오던 깊은바다님이 더 놀랐나보다. 별로 다친 곳 없이 웃으면서 나오니까 한숨 놓는 눈치다.
시간은 흘러 5시가 넘었다. 용소골 계곡은 언제쯤 끝이 날까? 산 속에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아직 뒤에는 몇 사람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불안한 마음이 스물 스물 기어 나온다. 30분 정도 더 가니까 계곡에서 벗어난 소로가 나온다. 어찌나 반갑든지~~~ 이 정도면 뒤에 오는 사람들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덕풍마을에 먼저 도착한 회원님들이 소주와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덕풍마을에서 주차장까지 6km나 된다. 마을에서 포터승합차로 1인당 2천 원을 받고 태워주고 있었다. 6km를 어떻게 걸어 가냐? 당연히 차를 타야지. 조그만 차에 18명이 올라타도 차는 움직인다. 우리나라 차 참 좋은 차!!
추선희 감사님이 시래기 국과 밥을 준비하셨다. 힘든 산행하고 늦은 시간에 밥을 한 술 먹어야 기운이 나지...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서 버스 전조등으로 불을 밝혀야했다. 술도 한잔 하는 둥 마는 둥 속히 식사를 하고 버스는 창원으로 출발했다.
2010년 10월 17일 응봉산 용소골!!
나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날이요, 장소가 되었네요. 安全第一(안전제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로 실감납니다. 그 곳이 물이었기 망정이지 물이 아니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올해, 아니 앞으로 최소10년은 청마 산악회의 액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만사 안전이 제일입니다.
조금 길었던 산행이었지만 한 사람도 낙오 없이 무사히 마쳤음에 감사드립니다.
아침에 드신 시루떡은 강미숙님이 준비했어요. 잘 먹었습니다.
다음 11월 첫째 주 정기산행은 선운산입니다.
선운산은 우리 청마에서 2004년 11월 2일 정기산행으로 다녀온 곳입니다. 선운산은 그렇게 멋지다고 하기에는 뭔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도 선운사의 단풍은 전국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떻게나 단풍이 고운지 다음해에 방문하리라 마음먹었던 것이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렸어요.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단풍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뛰는 가슴을 달래며 11월 2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