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11. 5. 1) 지리산 천왕봉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1. 5. 3. 09:10

 

                  지리산 천왕봉 정기산행

                                                                        조 황 래

지리산 천왕봉은 나에게 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4년 2월 1일 첫째 일요일. 청마산악회에 가입하여 같이한 첫 번째 산행이 지리산 천왕봉이었다. 그 때는 백무동에서 올라 천왕봉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중산리로 내려갔다. 군데군데 눈이 조금씩 남아있었고, 정상에는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엄청 심했다. 그 뒤로 지리산 당일종주도 여러 차례 참가하였고, 회사 직원들과 천왕봉을 오르기도 하였지만 청마와 함께한 첫 경험이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봄에는 산불예방 차원에서 등산길이 폐쇄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지리산은 4월 30일까지 일부구간 폐쇄되었지만 다행히 5월 1일부터 해제되는 바람에 우리가 산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4월 30일 토요일 저녁에는 비가 엄청 내렸다. 모임이 있어서 참석하였다가 집에 가는 중에 자동차 브러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이거 내일 산행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냐?? 일요일 아침에는 비가 그치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괜한 걱정거리가 생겼다. 비가 오면 맞고 가지 뭐~~~ 우중산행도 해 본지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ㅎㅎ

산행대장이 올린 공지를 보니 산행거리가 15km, 산행시간이 8시간이란다. 해발 1,915m의 지리산 천왕봉이라.... 초보자는 겁먹을 만하다. 초보자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거리면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지~~~ 그러나 지난번 주작산은 아니었지만 거제 대금산이나 서울 인왕산은 산행거리가 너무 짧아 적잖이 불만이었는데..... 간만에 몸을 좀 풀어볼 기회가 왔네. ㅎㅎ

이번에도 산행신청자는 한 차 채우기에 버겁다. 참석할 만한 회원들에게 더러 전화를 해보아도 반응이 신통찮다. 다른 일이 겹쳤다느니, 산행거리가 길어서 겁이 난다느니... 권우근님이 7명의 게스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겨우 35명은 채워졌다. 회원님들의 반응이 이렇게 무디어져서는 안 되는데~~~ 우리 청마산악회 조직을 차근차근 재점검하여 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챙겨야 할 때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는 흐렸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곧 구름도 걷히고 해가 나오겠는 걸. 산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경남은행 본점 앞에서 4명이 승차하고 중리에서 승차하는 회원이 없는 관계로 바로 남해고속도로로 달렸다. 문산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중산리까지는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중산리 대형버스 주차장에는 산행버스가 5,6대 주차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차가 적다. 어제 비 때문에 산행을 많이 취소하였나?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였다. 단체 사진촬영을 하고 9시 10분에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승용차는 매표소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버스는 길이 협소하여 올라갈 수 없다. 도로를 따라 1,100m를 걸어 올라갈 수밖에... 20분 정도 걸어서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였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5.4km이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천왕봉까지 내가 가진 최고 기록은 4년 전 지리종주 할 때 세운 2시간 10분이다. 법계사까지 3.4km를 1시간에 주파해야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데 오늘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더구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서 기록단축은 언감생심..... 그래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속보로 올랐다. 로터리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0분.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땀을 식혔다.

천왕봉까지 2km 남았다. 거리는 2km이지만 1시간에 주파하면 ‘수준급 산꾼’이라 불릴 만하다. 그만큼 경사가 심하고 길이 험하다. 산길을 가면서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고 하면 좋은데 나는 아직까지 그런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 그런 호사는 나이 좀 더 먹은 다음에 누리기로 하지 뭐~~~

개선문을 지나서 천왕샘까지 오니 이도선 고문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늦게 오는 회원들과 합류하기위해서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신다. 천왕샘 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손을 담그니 차가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깊은바다님은 30분이나 기다려서야 도착했다. 그리고 김윤철 사장님도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김윤철 사장님과 같이 식사를 하였다. 1,800m 고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정말 꿀맛이라고 입을 다시면서 뷔페식사(?)를 너무 맛있게 하신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천왕봉을 올랐다는 것이 대견스러운지 ‘인증샷’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ㅎㅎㅎㅎ

식사를 마치고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여전히 바람이 심하게 분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바로 내려왔다.


나무의 무덤이라는 제석봉을 지났다. 그 참 이상하지. 나무가 불에 타서 나무들의 무덤이 되었다고 하는 제석봉.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면 복원이 되어도 진작 되었을 텐데.... 무슨 원한이 그렇게 깊어서 자연의 생태계 회복을 막고 있었는지~~~ 그 제석봉에 이제야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세월이 약임에 틀림없다. 통천문을 지나가니 아직도 얼음이 남아있다. 역시 지리산답다. 5월에 얼음이 남아있다니!!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여 남은 맥주로 입가심하고 ‘칼바위골’로 내려갔다. 여기서 중산리 매표소까지 5.3km. 이 거리도 만만치는 않지만 시간에 쫓기는 일정은 아니어서 쉬엄쉬엄 내려와도 괜찮았다. 매표소 입구에서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이 때 시간을 보니 5시 30분. 8시간 20분에 걸친 천왕봉 산행이 끝났다. 예상보다 1시간은 더 걸렸구나.

오늘 뒤풀이는 색다른 모습이다. 밥과 몇 가지 반찬을 준비하였는데 회원님들이 알아서 적당히 덜어먹도록 하였다. 간단한 뷔페식이라고나 할까. 나도 국에 말아서 한 그릇 맛있게 먹었다.


오늘 천왕봉 산행도 즐거우셨나요?

모처럼 빡세게 산행하였어요. 오늘 총 거리는 주차장에서 천왕봉까지 6.5km, 장터목산장까지 1.7km, 다시 주차장까지 6.4km 합계 14.6km를 걸었습니다. 걸을 만  하잖아요? 오늘의 여세를 몰아 지리종주를 한 번 해보면 정말 좋겠는데~~~ 지리종주는 중산리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노고단 아래 성삼재까지 33.5km입니다. 오늘 14.6km를 걸어도 기진맥진 힘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33.5km를 주파할 수 있냐고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웬만하면 다 할 수 있답니다.

‘한계체력’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체력이라고 하면 될까요. 해병대에서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하는 것도 이 한계체력의 상한선을 높이기 위해서죠. 나는 이 한계체력이 어디까지 인지 테스트하는 의미에서 지리종주를 합니다만, 우리 청마에서 3년 전에 해보고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네요. 20명 정도의 후원이 있으면 작은 버스를 한 대 세를 내어 도전하겠건만~~~ 6월 26일(일) 예정으로 어느 정도 호응이 있으면 번개산행으로 시도하겠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떡 대신 비빔 주먹밥이 나왔네요. ‘가제트’ 김상복님이 승진을 자축한다면서 준비하였습니다. 맛은 고소하였지만 약간 싱거웠어요.ㅎㅎ 잘 먹었습니다.

뒤풀이는 이도선 고문님이 한턱내셨습니다. 설마 할아버지, 할머니 되신 것을 기념하기 위한~~~ 이런 것은 아니죠? ㅎㅎ 잘 먹었습니다.

이번에도 ‘억새’ 권우근님이 게스트를 7명이나 모셨습니다. 그런데 모두 산을 잘 타시네요. 계속 게스트로 모실 게 아니라 회원으로 영입하면 안 될까요? ㅎㅎㅎ


다음산행은 남원 바래봉입니다.

남원의 바래봉 철쭉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죠. 철쭉이 만개하여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맞이하리라 예상합니다.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바래봉이라 붙여졌다고 하네요. 100대 인기명산 중 39위(한국의산하 1년간 접속통계에 의한 순위)를 차지했어요. 5월중에서도 5월 중순이 철쭉산행의 최적기입니다. 바래봉 철쭉은 붉고 진하며 허리정도 높이의 크기에 마치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듯 철쭉이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정도 소개하지요. 나머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5월 15일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