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7) 남해 망운산 정기산행
남해 망운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출퇴근길 창원 대로변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벚꽃이 올해는 유난히 일찍 떨어져버린 것 같다. 겨울이 길어서 꽃피는 시기가 좀 늦어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의외로 3월 말에 만개하더니 4월 초에는 나뭇가지에 남은 벚꽃이 반도 되지 않았다. 매년 꽃 피는 봄을 맞이하면서 약간씩 설레던 마음도 올해는 길었던 겨울의 이미지가 아직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런지 시큰둥하게 지나버리고 있는 것 같다.
3월은 일요일이 다섯 번 있는 관계로 3월 셋째 주 일요일 대구 팔공산 다녀온 후 이번 남해 망운산 산행까지 3주나 기다려야했다. 2주간 터울로 산행하다가 여분으로 생긴 한 주의 공백이 이렇게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나만의 감상인가?
지난주 일요일 소병일 회장님은 진해 시루봉으로 번개산행 공지를 올렸지만, 교회나 성당에 나가야하는 사람들은 부활절 행사 때문에..... 진해 벚꽃의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참석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남해에 괜찮은 산이 제법 많다. 대표적인 산은 금산이지만 설흘산도 인상에 남는 산이었고, 망운산은 남해사람들이 금산보다 더 사랑하는 산이기 때문에 외부사람들에게는 보여주기 꺼려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남해는 산행대장 김정평님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향의 산을 안내하게 된 산행대장은 산행공지를 올려놓고 만차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산행에 참석하는 사람은 36명으로 확정되었다. 만차가 되기가 쉽지 않구먼.... 덴소 풍성전자가 요즈음 일감이 밀려서 야근과 휴일근무를 계속해야한다는 것도 만차를 채우지 못하는 요인 중에 하나 인 것 같다. 회사 일감이 밀려서 근무를 계속해야한다는 것만큼 듣기 좋은 말도 없지. 좌석이 몇 개 남아도 상관없지 뭐~~~ㅎㅎ
내가 직접 운전을 하면 진주까지 가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은데, 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가니 금방 도착한다. 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남해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아침식사를 하고 남해로 가는 것도 괜찮다. 와!! 산행버스 행렬이 줄을 이었다. 약 40대는 되겠구나. 산행하기 좋은 계절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친구 김정배가 처음으로 청마산악회 산행에 동참했다. 회사일이 바빠서 또 외국에 나가있느라 초청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귀국하여 여유가 생겨서 앞으로 산행에 자주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원두커피 한 잔씩 하면서 세상사는 얘기도 나누었다. 부인 최상숙씨도 같이 오려고 했지만 산행 적응기가 필요하다면서 다음에 참석하기로 했다.
남해대교를 건너기로 하고 버스는 하동I.C.를 빠져나왔다. 국도로 접어들자마자 벚꽃 터널이 우리를 맞아준다. 벚꽃이 만개하였다면 정말 멋진 곳인데.... 아쉽게 여기도 벚꽃이 절반이상 다 지고 얼마 남지 않았다. 버스에 탄 채로 눈요기만 하면서 계속 달렸다. 남해를 횡단하는 길을 만드느라 산을 파내고 다리를 놓고.... 섬 전체가 공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2차선을 4차선으로 넓히는 공사를 하는 것 같다. 다음에 오면 편안하게 다닐 수 있으려나~~
9시 20분쯤 들머리 서상마을 서상교에 도착했다. 망운산 산행로 표식만 있었지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은 없었다. 그만큼 망운산을 찾는 사람들이 적다는 뜻인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산행을 시작했다. 망운산이 해발 786m이고 입구가 해발 60m 정도이기에 오늘도 700m 이상 올라야 한다. 결코 쉬운 코스는 아니다. 내가 앞장서서 잰걸음으로 올랐다. 초반 300~400m 정도는 평탄한 길이었지만 안내서에 표시된 가물랑산(180m), 물야산(411m)을 오를 때는 등짝에 살짝 땀이 비치기도 했다. 산은 뒤돌아보는 재미로 올라야한다. 얼마만큼 올랐는지 뒤를 돌아봐야 실감할 수 있다. ‘가물랑산’에서 뒤를 돌아보니 야구장, 축구장 등 남해스포츠파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야산’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뒤돌아보니 여수의 바닷가와 돌산이라고 생각되는 섬과 그 주변의 그림이 펼쳐진다. 섬 산행 때만 느낄 수 있는 묘미를 한껏 즐기면서 막걸리도 한잔씩 나누었다.
생각보다 바람이 심하다. 구름이 해를 가리는 바람에 오히려 추위를 느낄 지경이다. 따뜻한 봄날을 기대했건만 웬 바람이 이렇게 심한지..... 이러다가 봄다운 봄을 느낄 여유도 없이 여름으로 옮겨가버리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평치라는 곳에서 올려다보니 KBS송신대가 바로 보인다. 저기까지 가면 점심시간이 되겠구나. 봉우리를 2개나 넘어야한다. 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망운산 정산이 나타나겠지만 걸음이 느린 사람들에게는 오늘 산행이 조금 힘에 겨워 보인다.
KBS송신대에 도착하여도 워낙 바람이 심하고 추워서 식사할 자리가 여의치 않았다. 조금 더 내려가니 무등산의 입석대처럼 바위가 병풍처럼 바람을 가려주는 곳이 나타났다. 규모는 입석대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할 정도로 훨씬 작았지만 선두그룹 10여명 식사를 할 수는 있겠다. 여기서 상을 차렸다. 후미 팀은 용두봉에서 식사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4월 산행에서 손가락이 시려서 밥을 먹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추의를 느낄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작년 11월 지리산 반야봉에서 비를 맞아가면서 식사를 할 때도 손가락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시리고 아파서 고전했는데,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날 정도였다. 오늘 같은 날은 라면을 끓여 밥과 함께 먹어야하는데~~
식사를 마치고 망운산 정상을 향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30분 정도 걸렸을까. '망운산 786m'라고 적힌 정상석을 만날 수 있었다. 북쪽으로 보이는 산이 지리산 능선이구나. 대형 파노라마 사진에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 영신봉, 천왕봉 등을 적어놓았다. 지리산 능선을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잡다니!! ‘지리산 당일종주’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언제 다시 도전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반대편 파노라마 사진에는 금산, 납산, 괴음산, 설흘산, 응봉산 등 남해의 남쪽 산능선을 찍어서 전시해 놓았다. 이런 사진들은 산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화방사로 하산했다. 화방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설화로 전해질 뿐, 정확한 근거는 없는 모양이다. 절터가 계단식으로 되어있어서 도로에서는 조그만 사찰로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제법 규모가 크다. 9층 석탑도 있고, 대형 부처님을 모셔놓은 용왕단도 있었다.
화방사에서 300m 정도 아래에 있는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우리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서 내려오던 우리 회원6,7명이 하산하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 망운암에서 화방사 가는 길을 지나쳐버리고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1시간 정도 지체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산을 오를 때나 내려올 때나 배포한 산행정보지를 잘 챙겨 읽고 방향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사천으로 넘어오는 창선대교를 지나기 전 지족마을에서 남해의 유명한 흑마늘을 판매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도로 변에는 수백 평 밭에다가 흰색, 빨강, 노랑, 보랏빛 튤립과 유채꽃을 예쁘게 피워서 관광객 유혹하였다. 우리도 30분가량 시간을 할애하여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봄의 여유로움을 온몸으로 즐겼다. 남해에서 사천으로 가는 도로변 한적한 곳에 차를 대어놓고 뒤풀이를 했다. 오늘 메뉴는 노은주님의 쑥국과 돼지고기볶음. 술안주로 붉게 물든 돼지고기를 상추에 싸서 맛있게 먹고, 쑥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비우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이런 즐거움을 안겨주는 노은주씨는 우리 청마의 보배임에 틀림없다.ㅎㅎ
오늘 남해 망운산 산행도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힘들었던 산행을 반추해보면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흐릅니다.
아침에 드신 쑥떡과 하산 후에 드신 밤 막걸리는 산행대장 김정평님이 고향을 찾아준 회원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하였답니다. 잘 먹었습니다.
김성희님이 오랜만에 참석했어요. 딸 쌍둥이가 부족하여 늦둥이 아들을 얻었는데, 아들 키우는 재미에 쏙 빠져서 산행참석이 어려워요. 늦둥이가 이제 24개월 되었다고 하네요. 누나들이 잘 돌봐주어서 한결 편하답니다. ㅎㅎ
다음 산행은 울산 간월산입니다.
한반도의 남동단인 영남지방에 해발 1000m가 넘는 고헌산,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등의 준봉이 일대 산군을 이루며 솟아 있는데 이 산군을 유럽의 알프스와 풍광이 버금간다는 뜻에서 ‘영남알프스’라하고 영남 산악인들에게는 천혜의 등산코스가 되고 있습니다. 간월산은 신불산 북쪽의 준봉으로서 홍류폭포 등의 절경이 있습니다. 최근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찾는 이들이 많아요. 간월산에서 발원해 언양 쪽으로 흐르는 시냇물 작괘천은 각양각색의 바위들 사이로 옥류가 굽이치는 아름다움의 절경을 이루고 있답니다. 주로 가을에 많이 찾지만 봄 산행도 아주 좋아요. 4월 21일 만납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