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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2) 설악산 공룡능선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3. 6. 5. 16:13

 

                설악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설악산!! 가슴이 울렁거린다. ‘설악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엔돌핀이 팍팍 솟아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우리 청마에서 설악산은 이제 5번째다. 여태껏 10월 단풍 시즌에 맞춰서 방문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기에 혼잡한 10월을 피해서 이번에는 6월 여름 설악산을 기획하였던 것이다.

5월 셋째 주 하동 성제봉 산행에서 참석인원이 적어 이번 설악산 산행도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 아래, 산행대장은 참석인원 30명을 넘기지 못할 경우에는 설악산을 취소하고 다른 산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공지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만큼 전회원의 의지를 묶어서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사표현이라 해야 되겠지.

청마의 역대 설악산 등정기록을 살펴보면

2004년 10월 2일 : 오색-대청봉-천불동계곡-설악동

2005년 10월 1일 : 한계령-귀떼기청봉-안산-남교리매표소

2007년 10월 6일 : 오색-대청봉-공룡능선(일부 희망자)-백담사

2009년 10월 17일 : 오색-대청봉-천불동계곡-설악동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설악산 산행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편하게 오른 기억이 없다. 오색에서 새벽3시에 산행이 시작되면 후렛시 불빛을 따라 끝이 없는 ‘인간띠’가 형성되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다보니 8시가 넘어서야 대청봉에 도착하였고, 해 뜨는 모습은 정상에 오르는 도중에 만날 수밖에 없었다. 매년 설악산을 방문하기는 곤란하다 해도 격년에 한 번은 찾았어야지... 워낙 사람들이 붐비는 10월을 고집하다보니 기회를 잡지 못하고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이번에 6월 초로 일정을 잡은 것과 대청봉을 과감히 포기하고 설악동에서 시작하여 비선대, 마등령, 공룡능선을 거쳐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가서 설악동으로 원점회귀 노선을 잡은 것은 정말 멋진 코스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집행부의 이런 의도가 통했는지 이번 설악산 산행에 동참하겠다는 회원들이 빠른 속도로 좌석을 점령해 나갔다. 며칠 만에 20명을 넘기더니 1주일도 되지 않아 30명을 채웠다. 이 정도 되니까 집행부는 느긋한 분위기를 만드는 여유도 생기나보다. 교차로 손님 몇 분 참석하고, 회원님들의 노력이 더하여 배현숙님을 마지막으로 정원 40명을 모두 채우면서 마감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차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 모두 흐뭇한 표정이다.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님들의 격려의 말이 올라오고, 회장님의 안전산행과 무사히 귀환하겠다는 인사말씀이 실리면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

나는 토요일이 더 바쁘다. 친구들 만나 스크린에서 골프를 즐기기도 하고, 필드에 나가서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이번만큼은 설악산 산행을 위한 운기조식(?)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조용히 보냈다. 오전에 처조카 결혼식장에 다녀온 것 외는 종일 집에서 차분히 심신을 가다듬었다.

일요일 영동지방 날씨는 맑겠고 기온이 12도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면 산 위에서는 조금 썰렁할까? 버스에 내려서 바깥 공기를 직접 쐬면 감이 잡히겠지. 여벌옷을 몇 개 더 챙겼다. 1리터 생수와 1.5리터 막걸리도 한 병씩 준비했다. 장거리 산행에는 간식거리가 필수다. 좀처럼 챙기지 않던 초코릿과 사탕도 배낭에 넣었다. 헤드랜턴도 밧데리를 교체하고 작동시켰더니 성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이 정도면 준비는 다 되었나? 대방동에서 저녁 9시에 산행버스가 출발하여 마산우체국에는 9시 40분에 도착한다. 9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깊은바다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마산우체국으로 갔다.

토요일 야간이라 버스가 조금 지체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에 맞춰서 왔다. 반갑게 인사하고 악수도 하고... 즐거움이 시작되었다. 설악산 들머리 속초 설악동까지 가려면 최소 5시간은 걸린다. 잠을 푹 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어떻게 숙면을 취할 수 있나? 말할 필요도 없이 한 잔 하고 술 힘을 빌어서 자면 되지~~ 하지만 잠을 자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김상복 부회장은 운전기사 김윤철 사장 옆에서 쉼 없이 말을 걸고 관심을 표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하룻밤 잠을 포기하고 말았다.

밤길이라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는 방송에 눈을 떴다. 시계가 새벽 3시를 조금 지났다.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몇 대 대어져있었다. 우리처럼 설악동에서 출발하는 팀이 제법 있나보다. 버스 옆에 원형 테이블을 펴 놓고 노은주씨가 준비해 온 시래기국과 김치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총무는 40명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정상적인 산행이 곤란한 2명은 남아서 자유롭게 설악산을 배회(?)하기로 하고 38명은 공룡능선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이 때 시간이 3시 30분.

비선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도로폭도 넓고 경사도 별로 없어 수월하다. 1시간 걸렸으니까 거리는 3km 정도 되었나보다. 무게도 얼마 되지 않은 조그만 헤드랜턴을 머리에 부착하였는데 왜 이리 거추장스러운지...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가보다. 비선대에서 마등령으로 올라가는 길이 정상적인 산행의 시작이었다. 나도 설악산을 6차례 방문하지만 이 길은 처음 밟아보는 길이다.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우리가 도착한 주차장이 해발 250m이고 마등령 정상이 해발 1,320m이니까 오늘도 해발 1,0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당연히 힘든 산행을 각오해야지.

먼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시점이다 보니 새벽 5시만 되어도 주변이 훤하다. 랜턴은 접어서 배낭에 넣었다. 마등령 올라가는 길목에서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다. 높은 산봉우리만 구름 위에 솟아있고 산의 낮은 부분은 운해에 가려서 신비로움마저 풍긴다. 이런 장관을 보기위해 우리는 밤새도록 심야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힘든 줄 모르고 달려온 것이다.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3.5km를 이렇게 새벽에 걸어보니 정말 즐겁다. 새벽안개가 살짝 스쳐지나가고 나니 푸른 숲이 더욱 푸르게 느껴진다. 중간 지점을 조금 지나니 전망대가 있다. 저 멀리 흰색 원형 탑이 보인다. 중청대피소가 있는 곳이다. 왼쪽 좀 더 높은 곳이 대청봉이구나. 중간 아래에 펼쳐지는 능선이 우리가 지나가야할 ‘공룡능선’이다. 정말 험상궂게 생겼다. 저렇게 생긴 능선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윽고 마등령 정상에 도착했다. 7시 18분. 비선대에서 2시간 48분이나 걸렸구나. 정말 믿기지 않는다. 3.5km를 거의 3시간이나 걸려서 오다니!! 정상에서 15분쯤 더 가니까 마등령삼거리가 나타났다. 오른편이 오세암, 백담사 가는 길이다. 내가 세 번째 설악산 도전할 때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와 공룡능선을 타고 여기까지 와서 백담사로 내려갔었지. 6년의 세월이 물같이 흐른 뒤 다시 역방향으로 공룡능선을 타게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마등령삼거리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는 5.1km이다. 나한봉을 지나 희운각대피소까지 해발 1,200에서 1,300을 오르내리는 능선이 바로 그 유명한 공룡능선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출발하였다. 길이 예사롭지 않다. 조금 가다가 반드시 뒤를 돌아다봐야한다. 펼쳐지는 장면도 장관이지만 지나온 장면도 정말 멋지다. 로프를 타고 조심스레 내려가야 하는 곳도 있고 아찔한 절벽 같은 곳도 나온다. 감히 밑을 내려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저 쳐다만 봐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걸어서 1275봉에 도착했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장소가 협소하여 다 같이 식사하기는 불편하여 먼저 도착한 팀부터 상을 차렸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해발 1,300고지가 넘는 이곳에 웬 파리가 이렇게 번성하고 있는지.... 겨울이면 이곳은 영하 20도는 쉽게 내려가고, 그런 추위에 파리가 살아남을 수는 없는데, 어떻게 겨울을 이겨내면서 개체수가 날로 증가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엄지 손톱만한 파리들이 설치는 바람에 파리 쫒느라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공룡능선에 파리가 서식하는 이유를 논문으로 발표해봐? 아서라, 이런 험한 산을 파리 조사한다고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몸 다칠라.

후미 팀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선두는 길을 재촉했다. 희운각대피소까지 3km나 남았다. 이렇게 험한 길은 시간도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의 km당 1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길이 험하다. 공룡능선이 생각만큼 위험한 길은 아니고 아주 어려운 코스로구나!! 절경과 비경을 간직한 공룡능선을 기쁜 마음으로 종주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1275봉을 출발했는데, 마지막 고비 신선봉을 넘고 희운각 대피소 조금 못미처 ‘무너미고개’까지 2.8km를 오는데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휴~~ 힘들다.

여기서부터 비선대까지 5.3km가 천불동계곡이다. 천불동계곡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계속 내리막길로 이어지니까 이제 한 숨 놓아도 된다. 처음 천불동 계곡을 만날 때는 정말 정말 감탄사가 연속으로 나왔다. 서너 번 반복되니까 눈에 익어서 조금 약해진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멋진 자태를 뽐내며 거만하게 솟아있는 바위들은 위풍당당하다.

비선대를 통과할 때 시간이 오후 3시 7분. 한 바퀴 도는데 10시간 33분이 걸렸다. 비선대 휴게소에서 막걸리 한 잔 먹었다. 노란색의 조 막걸리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신흥사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나가면서 대형 불상만 구경하고 바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래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불러 모두 탑승했다. 저녁식사는 바닷가 도로변에 있는 전북팔도식당에서 매운탕을 먹었다. 낙산사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시간이 너무 늦고 피곤하여 그냥 통과했다. 오는 길도 5시간 정도 걸렸다. 집에 오니 11시. 집 떠난 지 26시간 만에 무사히 귀환하였다.

꽤나 피곤하시죠? 나도 무척 힘들었어요. 40명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귀환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이런 산행하고 나면 최소 한 달은 기분이 짱!! 입니다. 산행하면서 찍었던 사진들 시간 날 때마다 봅니다. 또 볼 때마다 설악산의 절경이 눈앞에 나타나니까 좋을 수밖에요~~ 한 달 가까이 독도 사진이 컴 바탕화면에 깔려있었는데 조금 전에 설악산의 일출광경으로 교체했답니다. ㅎㅎ

오늘 코스에 대하여 간단히 요약하면

03:30 04:30 07:33 09:32(10:03) 12:23 15:07 16:30

설악동 - 비선대 - 마등령삼거리 - 1275봉 - 무너미고개 - 비선대 - 설악동

2.8km 3.5km 2.1km 2.8km 5.3km 2.8km

산행 소요시간은 13시간, 도상거리는 19.3km가 되겠습니다. 내년에도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리에 힘이 있을 때 이런 비경을 자주 감상해야지요.

다음 산행지는 충남 괴산 도명산입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도명산은 총 길이 6㎞에 달하는 화양구곡의 시원한 절경을 끼고 있어 여름철 계곡 산행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국립공원 속리산에 속하여 있으며 천하 절승지로 이름난 화양동계곡 남쪽을 가로 막고 서있는 명산으로 화강암의 바위봉과 기암석벽이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쪽 아래로는 화양동 계곡과 군자산, 칠보산이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대하산, 남쪽으로는 낙영산, 주봉산, 멀리 속리산 능선과 문장대가 들어옵니다. 날씨가 더우면 산행거리 좀 단축하여 알탕을 즐길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처럼 만차를 기대하면서... 6월 16일 만납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