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13. 10. 20) 정읍 백암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3. 10. 23. 11:17

 

                백암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제277차 정기산행은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백암산이었다. 우리 청마산악회가 13년의 경력을 쌓아오다 보니 같은 산을 두 번, 세 번 방문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백암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설악산은 80% 단풍이 들었다는 보도도 접했고, 10월 셋째 일요일이라 어느 정도 단풍 구경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도 있었다. 그렇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은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되어야 단풍구경 시즌임은 경험 치로 알고 있기에 정말 단풍구경을 할 수 있을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정읍의 내장산이 단풍 좋기로 전국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음에 비하여 백암산은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름이 별로 나지 않았다. 단풍만 좋다면 오히려 한가롭게 멋진 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조그만 기대를 걸었다.

지난 276차 정기산행은 특별기획으로 추진된 중국 서안, 화산 3박5일이었다. 일정이 길다보니 후기 적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이드 설명을 메모한 수첩을 정리하고 미진한 부분은 인터넷 검색을 하여 보충 설명을 추가하다보니 10일이나 걸렸던 것이다. A4용지로 15장이나 되다보니 적는 나도 어떤 때는 헷갈리기도 하였고, 기록한 것을 한 번 읽어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좀 더 간단하게 축소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글 쓰는 스타일을 바꿀 수가 없으니 도리가 없다. 이렇게 후기를 적는 이유는 오직 하나. 훗날 세월이 흐른 후 돌아보며 좋았던 추억을 떠 올리면서 입가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자료를 미리 모아 놓는다는 것이다. 산행에 동참했던 모든 분들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ㅎㅎ

이런 특별기획을 하고 난 다음의 정기산행은 항상 신청자가 적었다. 너무 즐기다가 진을 많이 뺀 때문인지..... 이번 백암산 산행에도 초반에는 신청자가 별로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후반에 강태헌님이 게스트 8명과 함께 산행 신청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만차가 되었다. 청마에 이렇게 다양한 멤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큰 복이다. 우리 청마의 저력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리라. 인력풀을 잘 관리하여 효과적으로 운영이 되도록 집행부를 비롯하여 모두가 힘써야 한다.

깊은바다님은 학교 직원 결혼식이 있어서 산행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늘 그렇지만 항상 둘이 가다가 혼자가면 배낭 챙길 때부터 뭔가 허전하다. 도시락도 쌀까 말까 망설이다 작게 싸기로 했다. 김밥을 준비했다는 집행부의 안내 글이 있어서 아침식사는 안 해도 되겠다. 마산우체국까지 깊은바다님이 태워다 주었다. 중리에서 백인기님을 마지막으로 승차시키고 다시 인원 점검해보니 정확하게 41명이다. 앞에 있는 보조석을 사용하면 모두 앉아서 갈 수 있다. Very good!!

정읍 내장산 국립공원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사천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곡성휴게소에서 한 번 더 쉬었다. 곡성휴게소에는 ‘고인돌공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고인돌 이십여 개를 이곳에 전시해 놓은 것이었다. 일반사람들 관심을 끄는 항목은 아니고....

10시 20분에 들머리 남창지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산 능선을 쳐다봐도 단풍이 좋겠다는 느낌은 없다. 아직은 초가을의 푸른 산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기야 단풍이 좋으면 행락객들로 만원을 이루었겠지~~

간단히 맨손체조를 하고 국립공원 내장산 안내도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은 다음 산행을 시작했다.

큰길 따라 조금 전진한 다음 바로 오른편으로 틀어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이 경사가 조금 있다 보니 시작하자마자 땀이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땀을 흘리는 것은 어떤 건강식품보다 낫다. 땀을 뻘뻘 흘릴 기회가 있음에 감사해야지....ㅎㅎㅎ

우리 팀보다 조금 먼저 출발한 산악회가 느릿느릿 가고 있었다. 뒤 따라 가기 불편하여 추월을 했다. 10여분 속보로 걸으니 가볍게 제칠 수 있었다. 몽계폭포 옆을 지나도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기도 올해 많이 가물었나보다. 몽계폭포를 지나 능선사거리 못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땀을 실컷 흘리고 먹는 한 잔의 막걸리는 진짜 보약이다. 이 맛을 음미하는 것이 산행과 더불어 인생의 보람이라 하면 과한 표현일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련다.

능선사거리에서 사자봉으로 오를까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백암산의 정상인 상왕봉으로 올랐다. 사자봉까지 200m라고 되어있지만 다시 내려와야 하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 상왕봉까지 500m인데 여기도 제법 가파르다. 조금 더 힘을 내어서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에 ‘탐방로 안내’ 이정표를 세우고, ‘상왕봉 해발 741m’라고 적어놓았다. 정상석이 없으니까 산이 좀 초라해 보인다. 인증샷 한 장 남기고 점심식사 할 자리를 찾아보았다.

평탄한 자리가 별로 없어서 먼저 온 팀별로 삼삼오오 나뉘어져 식사를 해야 했다. 나는 친구 김정배, 노길상, 백인기, 박순자, 정을숙 등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이 팀 멤버는 모두 비주류가 되어서 배낭에 준비된 술이 없다. 식사하면서 한 잔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인데~~ 아까워라....

식사를 마치고 1시쯤 하산을 시작했다. 지도를 봐도 오르는 거리보다 내려가는 거리가 더 길다. 무리하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갔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사고의 확률이 더 높으니까. 그리고 이 산은 오를 때는 경사가 있어도 부분적으로 급경사지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하산 길은 엄청 거칠다. 무조건 조심하는 수밖에....

백학봉에서 한숨 돌렸다. 전망이 좋다. 다시 지도를 보니, 이 능선이 전남과 전북의 경계선이다. 위쪽이 전북 순창군이고 아래쪽은 전남 장성군이구나.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내장산 신선봉인가?

백학봉에서 학바위, 약사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데크로드 계단으로 만들어 놓았다. 워낙 경사가 급하고 계단도 상당히 길었다. 옛날에 이 계단을 만들기 전에는 어떻게 올랐을까? 세심하게 살펴봐도 우회 길은 안 보이는데.... 이해가 안 되네~~

‘영천굴 약수터’를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었지만 올라가서 보니 영천굴에 부처님 모시는 공사도 같이 하고 있었다. 굴에 물이 새는지 반구형의 유리덮개를 설치하여 보호하려나 보다. 내려가는 길이 ‘약사암’을 지나가게 되어있었다. 약사암은 거대한 바위산을 배경으로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약사암도 지은 지 오래되었는지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약사암을 지나 백양사까지 내려가는 길은 수월했다. 고불총림백양사(古佛叢林白羊寺)라고 쓴 현판을 지나 지국천왕, 중장천왕, 광목천왕, 다문천왕 등 4대 천왕이 지키는 문을 통과하여 백양사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절이다.

‘보리수의 유래’라는 안내문을 읽어보았다. 보리(bodhi)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라고 한다. 깨달음의 지혜, 지혜의 작용에 의해 무명(無明)이 없어진 상태, 정각(正覺)의 지혜라는 뜻이라고 적혀있다. 쉽지 않은 말이다.

마당에서 대웅전을 바라보니 뒤에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돌산이 너무 인상적이다. 아마 우리가 방금 지나왔던 ‘학바위’인 것 같다.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아름드리 멋진 나무가 눈에 띈다. 나무 껍질을 봐도 예사나무가 아닌 것 같다. 저런 형태의 껍질은 최소 수령 500년은 되어야 하는데.... 설명문을 보니 700년 관록을 자랑하는 갈참나무라고 한다.

주차장 가까이 내려오니 귀에 익은 노래 소리가 들린다. 절에서 이런 음악을 틀어줄 리가 없는데? ‘무상’이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이 기타를 치며 7080노래를 생음악으로 들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님 얼굴을 보니 나이는 우리 또래정도 되었겠다. 목소리가 참 곱다. 음반도 두 번째 내 놓았나보다. 13곡이 실린 CD를 만원 주고 하나 샀다.

뒤풀이는 담양으로 나와서 ‘명가죽순요리’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에서 대나무 통에 밥을 담은 ‘죽통밥’으로 식사를 했다. 죽녹원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나물 반찬이 여러 가지 나왔다. 죽녹원까지 둘러 볼 시간은 안 되고.... 기회가 생기겠지.

마지막으로 메타스쿼이아 길을 보러 갔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거리숲 부분 대상 수상’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최우수상 선정’ 등 명성에 걸맞게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비포장도로를 정말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입장료 1,000원씩 주고 들어갈 시간은 안 되어서 사진만 몇 장 남기고 버스에 올랐다.

산행거리를 계산해보니 정확하게 9.8km였네요. 짧은 거리가 아니었어요.

백암산은 좀 이상해요. 산을 오를 때의 모습과 하산할 때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만약 우리가 하산했던 길로 올랐더라면? ㅎㅎ 상상하기도 싫어요.

아침에 드신 김밥은 손병연님이 준비하셨네요. 잘 먹었습니다. 김상복 부회장님이 김밥 준비한다고 미리 공지를 해 주셨기 때문에 새벽에 식사하고 나오는 부담이 없었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백양사 내려오는 길에 단풍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와야겠습니다. 시기만 잘 맞추면 선운사 단풍에 못지 않겠더라구요.

메타스쿼이아 길도 산책하기 정말 멋진 길이었어요. 다음에 할 일이 많네요. ㅎㅎㅎ

11월 첫째 주 산행은 주왕산입니다. 워낙 유명한 산이라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우리 청마에서도 두세 번 다녀온 산입니다. 인기 명산 14위에 올라있네요. 주변에 있는 유명한 인공저수지 ‘주산지’를 보고 오려면 산행을 좀 서둘러야 합니다.

주왕산 단풍도 괜찮아요. 백암산에서 못 본 단풍을 주왕산에서 건집시다.

11월 3일 만납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