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15. 2. 15) 합천 가야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5. 2. 28. 11:32

 

                              가야산 정기산행

                                                                                 조 황 래

 합천 가야산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12대 명산 또는 8경에 속하는 산으로서 '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보 팔만대장경과 해인사가 있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점을 고려하여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우리 청마에서도 가야산은 몇 차례 다녀왔다. 기록을 살펴보니 200466, 2007122일 그리고 201234일 이렇게 3번이나 방문하였다. 특히 1234일 방문 때는 바위에 새겨진 상고대의 장관에 넋을 놓았던 기억이 새롭다. 봄 산행이라 생각하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산행도 못할 뻔 했었지. 급히 공지를 올려 아이젠을 준비하였기에 만물상으로 올라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었지만 매섭게 몰아치는 싸락눈의 기세에 눌려서 상왕봉 등정을 포기하고 서장대에서 원점회귀로 서둘러 내려와서 가조온천에서 몸을 녹였던 것이다. 특별한 기억들은 시간이 제법 지나도 우리의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올 겨울 눈 산행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였기에 이번 가야산 산행에서는 그 때의 멋진 상고대라도 볼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산행 할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산행신청자가 영 늘지 않는 것이다. 아직 설 기분 낼 때는 아닌데... 설 대목을 앞두고 마음만 급해서 그런가? 가까운 산이어서 그런지 교차로에서도 입질을 하지 않았다. 버스 좌석 숫자의 절반인 22명만 참석댓글을 달았다. 별 도리가 없지. 참석자가 적다고 낙심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형편이 되는 사람들끼리 오붓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로 가볍게 산행하면 되지....

 

늘 준비하던 대로 패트병에 생탁 채워 넣고, 입가심용 과일도 깎아서 비닐봉지에 담아 배낭에 넣고, 도시락과 시래기 국을 보온병에 담으니 준비 끝. 산행에 익숙해 지다보니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짧아졌다. 알람시계를 새벽 5시에 맞추었는데 이제부터는 30분 늦춰도 되겠다. 650분에 집을 나서니 주변이 훤해져온다. 낮 시간이 제법 길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산행에 참석한 서은정씨를 태우고 마산우체국 앞으로 갔다. 확실히 설을 앞두고 산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보통 우리차가 올 때가지 기다리는 10분 정도의 시간에 산행버스가 10대 이상 지나가는데, 오늘은 지나가는 버스가 한 대도 없다. 마산우체국 앞은 20여명의 산꾼들로 북적이는데 오늘은 너무 한산하다. 다른 산악회는 아예 산행을 취소하였나보다.

 

버스에 올랐다. 한 사람이 좌석 2개를 차지해도 되니까 넓어서 좋다. 중리에서 이성옥님을 태우고 가야산을 향하여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야산 들머리 백운동 매표소를 가려면 부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칠서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로 합천까지 달렸다.

거리가 가까워서 잠시 눈 붙일 여유도 없이 백운동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9시가 되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드문 일이다. ㅎㅎ

 

가야산이 이렇게 한적할 때도 있구나!! 넓은 주차장에 승용차 몇 대만 있고 관광버스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가야산은 해인사를 배경으로 1000m가 넘는 높은 산과 좋은 물, 그리고 멋진 단풍으로 인하여 사시사철 많은 인파가 들끓기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는 산이다. 이런 명산을 오늘은 우리가 전세를 얻은 기분으로 산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가보자~~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은 오늘도 그냥 지나만 가는구나. 한번쯤 들어가서 구경할만한데... 가야산국민호텔은 온천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김윤철사장님이 온천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푹 쉬었다가 나중에 해인사에서 만납시다~~

탐방로 안내 간판을 보니 들머리가 해발 500m라고 되어있다. 상왕봉이 1,430m이니까 9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오늘도 제법 땀께나 흘리겠는데.... 9시 조금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다. 시야가 좋지 못하고 음산한 바람도 조금씩 불어서 추운 감이 있다. 등산하기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겨울이라 바위가 많은 만물상으로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 용기골탐방로 입구를 통과하여 용기골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괜찮지만 군데군데 눈과 얼음이 쌓여있다. 좀 더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험해지고 얼음 빙판이 나타난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말까 망설이다 조금 더 올라가서 판단하기로 했다.

간혹 개인적으로 산행하는 사람들은 몇 명보일 뿐, 단체로 온 팀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20여명 무리를 지어 올라가니 정말 우리가 가야산을 독차지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시간 반쯤 지나서 중간 기착지 서성재에 도착했다. 서성재는 경북 성주군 수륜면과 경남 합천군 가야면을 이어주는 고개로 과거 가야산성의 서문이 위치해 있었던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만물상으로 올라와도 상왕봉가려면 여기를 지나야한다. 잠시 쉬면서 막걸리 한 잔 들이켰다.

 

상왕봉까지 남은 거리는 1.6km이지만 경사가 심하여 오르기가 만만찮다. ? 무슨 일이람?? 김상복, 강미숙 팀이 앞서가다가 도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강총무가 발목을 살짝 접질러서 계속 산행하기 어렵게 되었단다. 맞아,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지. 이런 산에서 절대 무리를 하면 안 돼. 먼저 내려가서 안정을 취하고 해인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거대한 바위산이 위용을 드러낸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은 보통 이 정도의 품격을 보여준다. 가야산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웅장한 바위와 고상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멋진 모습이 어우러져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곳곳에 철제 계단이 설치되어 힘든 발길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주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더러 사진도 찍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칠불봉까지 올라가는데 1시간 20분이나 소요되었다.

칠불봉은 해발 1,433m로 가야산 정상으로 알려진 상왕봉보다 3m 더 높다. 가야산 국립공원과 합천군에서는 상왕봉을 주봉으로, 성주군에서는 칠불봉을 주봉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는데.... 혹시 여기서도 무슨 지역적인 갈등이 숨어 있나?

 

칠불봉에서 사진을 찍고 상왕봉으로 건너갔다. 밑에 배낭을 풀어놓고 철 계단에 의지하여 상왕봉에 올랐다. 그런데 정상석에는 우두봉(牛頭峰)이라 적어놓았다. 상왕봉은 소의 머리처럼 생겼고 오랜 옛날부터 산정에서 행해졌던 산신제의 공물을 소에 바치고 신성시 해왔다고 하여 우두봉이라고 불리며, 상왕봉의 상왕[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정상석 옆에는 우비정(牛鼻井)이라는 샘이 있다. 이런 바위산 정상에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우물이 금우(金牛)의 콧구멍 속으로 통해 있으니

하늘이 신령스런 물을 높은 산에 두었도다

혹 한 번 마신다면 청량함이 가슴속을 찌르니

순식간에 훨훨 바람타고 멀리 날아가리라]

지금은 얼어서 딱딱하게 굳어있지만 저 얼음이 황금 소의 콧물인가보다. ㅎㅎ

 

상왕봉 아래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2월 중순이지만 아직 추위가 많이 남아있다. 항상 버너를 준비해오던 김상복 부회장이 일찍 퇴장(?)하는 바람에 몇몇 사람은 점심식사도 못할 궁지에 몰렸다. 그렇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 조금씩 나누면 되지. 준비한 술도 한잔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해인사방향으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길은 눈 밑에, 낙엽 밑에 얼음이 숨어있어서 미끄러지면 몸을 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정말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아이젠을 착용하여 위험구간을 벗어나야 했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수월하다.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해인사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우리 청마에서 가야산을 네 번째 방문하지만 상왕봉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주변 풍광이 너무 낯이 익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년 11월 정상산악회에서 가야산을 방문했었지. 맞아!! 그 때도 오늘과 똑같은 코스를 밟았구나. 불과 서너 달 전에 다녀왔으니까 보이는 것 마다 낯설지가 않지. 해인사 경내도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이 많이 있는지라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오후 4시쯤 산행에 참석했던 회원들이 모두 내려왔다. 시간이 일러 뒤풀이는 중리까지 와서 양평해장국을 먹었다.

 

오늘 산행도 즐거우셨나요? 산행이야 좋았지만 빈 좌석이 너무 많아서 차내 분위기는 좀 썰렁했지요. 결국 우리 회원님들이 많이 참석하셔야 전체적인 분위기도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였네요. 우리 회원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 지인들도 많이 동원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장병철님은 지난달 며느님 맞았다고 아침에 드신 김밥과 뒤풀이 비용 일부를 찬조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산행 참석자가 절반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고하고 의외로 적자폭이 크지 않았습니다만, 항상 흑자산행이 될 수 있도록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다음산행은 해남 달마산입니다.

우리 청마에서 두 번 다녀왔어요. 처음 달마산에 올랐을 때의 감격이 너무 커서 달마산이라 하면 아주 좋은 산이라는 추억으로 남아있답니다. 해발 500m도 안 되는 산이 어쩌면 그렇게 올망졸망 예쁜지... 그리고 땅끝마을의 해질녘의 햇살도 어떻게나 곱고 좋은지~~ 지금 회장이신 깊은바다이미선님이 이곳 풍광에 반해 여태껏 청마와 함께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 아닙니까.ㅎㅎㅎㅎ

우리 청마는 항상 즐거운 산행을 추구합니다. 31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