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4) 거금도 적대봉 정기산행
거금도 적대봉 정기산행
조 황 래
제337차 정기산행으로 고흥 거금도 적대봉을 다녀왔다. 분명히 한 번 다녀온 것 같은데,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을 못하다가 회장님의 멘트로 생각해 내었다. 그래, 맞아. 예전에 정상산악회 산행에 동참하여 갔었지. 2,3년쯤 되었는지 모르겠다.ㅎㅎ
적대봉 해발고지가 592m이고, 산행거리 8km, 산행시간 4시간이라는 김정평 대장의 산행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는 어렵잖게 완주할 수 있는 코스로 생각하였다.
거금도는 소록도에서 거금대교을 건너면 쉽게 갈 수 있는 섬이다. 소록도는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부른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이지만, 현재는 700여명의 환자들이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섬의 면적은 4.42㎢에 불과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 역사적 기념물 등으로 인해 고흥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도 개통된 소록대교는 국도 27호선을 이용하여 소록도까지 이동 가능하며 이로 인해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소록도 주민들이 섬 밖으로 왕래하기가 편리해졌다.
거금도는 2011년에 도양읍에서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를 연결하는 길이 2,028m의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 고흥반도와 연결되었다. 거금도라는 지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광물자원과 관련시키는 설이 있다. 섬에 큰 금맥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조선 중기의 문헌에 ‘거억금도(巨億金島)’라고 기록되어 있어 여기에서 지명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8월 28일.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벌초의 적기인데 그날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래서 9월 4일에 벌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산행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산행공지에 달린 댓글이 겨우 18개로 참석자는 불과 23명이었다. 이렇게 참여가 부진할 때는 산행자체를 접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16년을 이어온 우리 청마의 정기산행을 참석자가 적다고 포기할 수는 없고 또 포기해서도 안 된다.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갈 때까지 가봐야지.
다행히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던 인원은 모두 버스에 탔다. 마산우체국 앞에서부터 서마산 IC까지 약 500m는 도로 정체가 몹시 심했다. 5분도 안 걸릴 거리인데 20분 이상 소요된 것 같다. 중리에서 타는 회원이 없어 바로 서마산 IC를 통해 고속도로로 올라가니 차량 소통은 원활하게 되고 있었다. 사천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바로 고흥까지 내달렸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통과하여 들머리 동정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0분. 세 시간이나 걸렸구나.
날씨가 좋다. 바람이 좀 불어주면 더 좋으련만.... 적은 인원이지만 빙 둘러서서 간단히 맨손체조를 하였다. 지난 7,8월은 너무 더워서 계곡에서 물놀이로 산행을 대체하다보니 두 달이나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했다. 가까운 무학산이라도 한두 번 다녀왔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산을 오르지 못하여서 내심 걱정을 하였지만, 앞에서 언급한대로 어렵지 않은 산행이라 별 의심 없이 적대봉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적대봉이 해발 592m이지만 바닷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육지의 해발 900m 정도의 산과 비슷하다. 들머리의 안내간판을 보니 정상까지 2km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와우, 오르막 경사가 심각하겠는데~~
마을 입구에 보호수가 있었다. 수령 310년의 팽나무다. 나무둘레가 660cm라고 적혀있다. 이런 나무에서는 품격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는 사각 정자가 있었고, 할아버지가 손자 둘을 돌보고 계셨다. 시골스런 풍경이다.
산행이 시작되었다. 조금 올라가니 ‘거금도 둘레길’을 알리는 깔끔한 입간판이 세워져있었다. 요즘은 각 지자체마다 둘레길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여기 거금도에도 둘레길을 조성하여 7구간으로 나누어 이름을 붙여놓았다. 우리는 ‘두둥실 길’을 조금 걸었나보다. 예상대로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땀을 제법 흘리게 하네. 어제 비가 좀 내리더니 습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올라갈수록 숨 쉬는 것도 힘이 든다. 좀 쉬었다 가자~~ 늘 준비했던 막걸리 큰병 한 병이 금새 바닥이 났다.
이 산은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100m 단위로 표식을 해 놓은 것 같다. 어느 산이든 표식이 많을수록 걷는 사람은 수월하다. 1km를 남긴 지점까지 올라오니 멀리 소록도와 거금대교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전망이 좋구나~~ 사진을 제법 찍었다.
정상까지 남은 1km를 오르는데 1시간이 더 걸렸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것도 아닌데 무슨 시간이 이렇게나 걸리지? 그만큼 산행이 어렵고 힘들었다는 방증이다.
적대봉 정상에는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봉화는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 또는 주변기지에 알리는 군사상의 목적으로 설치된 통신수단이었다. 적대봉 봉화대는 남서해안을 경유하여 한성을 잇는 요충지 주봉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그대로 잘 보존된 유적지이다.
적대봉 정상에는 높이 2m가 넘는 대형 입석을 세워놓았다. 산 규모에 비하여 입석이 너무 크다. unbalance~~ 규모에 맞지 않는 큰 입석도 꼴불견이라고나 할까.
유적지 안에서 식사를 할 수는 없고.... 정상에는 나무가 없으니 그늘도 없다.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마당목재’까지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바로 눈 아래 보이는데도 걷는 시간이 20분이나 걸렸다. 이정표를 보니 거리가 1km나 되었다.
여기도 그늘은 있지만 평탄한 곳이 아니다보니 자리가 조금 불편하다. 배낭을 열고 도시락을 꺼냈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밥맛도 없다. 그래도 오후 산행을 하려면 밥은 먹어야지. 꾸역꾸역 몇 숟가락 입에 넣고 일어섰다.
후미 팀이 오는 것을 보고 식사를 마친 A팀은 날머리 서촌마을을 향하여 오후 산행을 시작했다. 서촌마을까지 남은 거리는 4.4km. 2시간 반쯤 소요되겠다.
중간 중간 돌탑을 쌓아놓았다. 그런데 돌탑은 왜 쌓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산재된 돌을 모아 2~3m 정도로 쌓으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소원을 비는 기원탑의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예술적 가치가 있게 만든 것도 아니고~~
하산길이지만 살짝 오르막이 나타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와이고 힘 들어라!!
날씨가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 목이 마르다. 산행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 물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쉽다. 항상 물이 남아서 산행 끝나면 버리곤 했는데... 이 길도 100m마다 남은 거리를 알리는 소형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이런 표식은 마음에 든다. 남은 거리를 알 수도 있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예상한 대로 3시 40분에 서촌마을 버스 정유장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 깔끔하게 단장한 화장실이 있어서 세면을 할 수 있었다. 찬물에 씻고 나니 정말 개운하다. 그런데 후미 팀은 모두 ‘파상재’로 내려갔다고 한다. 점심 식사를 했던 마당목재에서 파상재까지 1.6km라고 되어 있었으니까 40분이면 충분하니 적어도 2시간은 파상재에서 기다렸겠구나.
거금대교 입구에 있는 거금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휴게소에는 여러 가지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새로 설치된 ‘꿈을 품다’라는 제목의 삼각형 스텐을 연결하여 만든 ‘거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요히 잠들어 있던 고흥을 마침내 깨어난 거인으로 표현하였으며 그 거인이 하늘머너 우주의 별에 손이 닿는 형상을 나타내었다’고 설명해 놓았다.
고흥9미(味)와 고흥8품(品)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고흥9미는 붕장어, 유자향주, 매생이, 굴, 서대, 전어, 삼치, 낙지, 참장어를 말하고, 고흥8품은 고흥에서 생산된 유자, 석류, 쌀,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한우를 말한단다.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이런 식으로 자랑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거금대교는 상부는 차량이, 하부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직접 걸어보는 체험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1시간이나 더 걸을 힘이 없어서~~~ㅎㅎ
뒤풀이는 고흥의 ‘과역 기사님식당’에서 삼겹살을 곁들인 풍성한 식탁으로 했다. SBS방송에 출연했다고 큼직하게 간판을 붙여놓았는데 저렴한 가격에 그런대로 잘 먹었다.
오늘 제법 힘든 산행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산행할 때는 그 날의 날씨, 습도, 온도 등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어요. 별로 높지도 않은 적대봉 산행을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ㅎㅎ 아마 다음에 3,4월쯤 갈 기회가 있다면 오늘처럼 이렇게 어렵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후미 팀은 기다린다고 고생하였네요. 그렇다고 먼저 간 A팀이 일부러 늑장을 부리지는 않았어요. 열심히 간다고 갔지만 워낙 날씨가 덥다보니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시간은 제법 걸렸어요....
우리 청마는 벌초니 결혼식 참석이니 하면서 산행 참석자가 귀해서 겨우 절반을 넘긴 23명으로 산행을 하였지만, 00산악회는 거의 만차로 산행을 하더라고요.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하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정기산행을 한 달에 두 번씩 실시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도 다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다음 산행은 양산 천성산입니다. 우리 청마에서는 제46차 (2003.1.5.)와 제167차 (2008.10.5.) 두 번의 정기산행 기록이 있네요. 예전에 다녀온 것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고요. 경남에도 정말 멋진 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산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에는 못 미치지만 천성산에도 공룡능선이 있으니 같이 걸어볼까요? 아직 단풍철은 아니지만 억새를 볼 수는 있을는지 확인하러 갑시다. 10월 2일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