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918. 8. 19) 동심으로 돌아간 고운동 계곡

달리는 흑토마 2018. 8. 27. 09:57

                         동심으로 돌아간 고운동 계곡

                                                                                조 황 래

올 여름은 더위에 관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것 같다.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된 열대야로 몸은 지칠 대로 지쳐버려서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아니 할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여기가 대한민국 맞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서 아파트 짓는 현장에 잠시 근무하다가 한국건업()에 입사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년간 근무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근무지역에 따라서 환경이 많이 다른데, ‘젯다담만등 바닷가에 있는 현장은 낮의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지만 습도가 높아서 아주 죽을 맛이다. 내가 근무했던 지역은 이슬람교의 성지 메디나였는데 고산지대이다 보니 더울 때는 보통 55~60도를 오르내렸다. 다만 습도가 높지 않아 생활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백엽상의 온도가 62도를 기록한 실험실의 일지를 받아보고 직접 확인하려 실험실로 갔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 2년간 생활한 실전경력이 있다보니 여태껏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의 웬만한 여름은 그다지 덥다고 느끼지 않고 지내왔는데.... 그런 나에게도 이번 여름은 좀 더운 편이었다. ㅎㅎㅎㅎ

 

원래 8월 산행계획은 강원도 대덕산 금대봉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보통 때보다 1시간 더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5시간이나 타고 산행하러 강원도로 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무리였다. 예상한(?) 대로 참석댓글이 달린 숫자가 겨우 18명에 지나지 않자 집행부에서는 과감하게 산청 고운동 계곡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다시 공지를 올렸다. 그렇지, 이런 여름에는 계곡으로 가서 찬물에 몸을 던지는 맛을 봐야 여름을 보낼 수 있지.... 고운동 계곡에는 26명이 참석하였다.

 

18일 토요일은 청주에서 거행된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고 김해동생 집에서 뒤풀이까지 하느라 집에 오니 밤 11시가 넘었다. 총무의 요청으로 삼겹살 구워먹을 버너와 후라이팬을 챙겨서 백에 담고 입을 옷만 챙기니 산행준비 끝.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니까 한결 수월하다.

 

710분에 맞춰 마산우체국 앞으로 갔다. 대영관광버스는 맞는데 우리 전용차는 아니다. 금대봉 산행 참석자가 적어서 버스를 취소했다가 고운동 계곡은 인원이 늘어나자 다시 연락하여 버스를 오라고 했겠지.ㅎㅎ 산청까지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다. 문산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청 고운동 계곡으로 갔다.

 

버스가 한우리 연수원까지 올라갔다. 도로가 좁아서 여기까지 와야 연수원의 넓은 마당에서 차를 돌릴 수 있다. 공용주차장도 아니고 종일 차를 세워놓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차는 운전기사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모두 내려 계곡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 잡은 자리는 물도 적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좁아서 불편했지만 50m 정도 더 올라가서 찾은 자리는 공간도 넓고 물도 많아서 우리가 놀기에 적합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지. 나부터 물속으로 들어가서 계곡의 상쾌함을 직접 체험했다. 우와, 이런 맛에 계곡을 찾는 것이지!!

바위에서 다이빙을 해도 괜찮을 만큼 물이 깊다. 지리산 계곡이면 어느 곳이든지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데 여기 고운동 계곡은 소문이 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아직 많이 찾지 않는 편이다. 더구나 우리가 자리를 일찍 선점하였기에 늦게 계곡을 찾는 사람들은 더 위로 올라갈 수밖에.

 

30여분 물에서 신나게 놀고 나니 술도 고프고 고기도 고프다. 버너와 후라이팬을 펴서 먹자타임으로 들어갔다. 김치, 풋고추, 상추, 마늘, 된장 등등 쟁반에 담아놓고 삼겹살을 구우니 고소한 냄새가 저절로 술을 부른다.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나 뿐인가? 소주보다 막걸리가 건강에도 약간 도움이 되는데....ㅎㅎㅎ

 

김용진님, 이영희님이 실력을 발휘한다. 소싯적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야전 아궁이를 만들어 나뭇가지를 모아 군불을 땐다. 그 위에 직경 40cm쯤 되는 얇고 둥그런 돌을 얹어놓으니 천연 후리아팬이 완성되었다. 거기에 삼겹살을 올려 구워내니 완전 시골 맛이다. 가스버너에서 구워먹는 삼겹살과 차원이 다르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는 없지만 한 점을 먹어도 이런 맛은 이런 곳이 아니면 상상도 못하지. 처음에는 씰때엄는 짓을 한다고 뭐라뭐라 했지만 소위 촌놈의 실력을 실컷 음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옛날 생각이 난다. 공사현장에서 비가 온다든가하여 일을 못할 때는 한쪽 구석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었지. 현장에 널려있는 슬레이트 판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벽돌 몇 장 받치면 바로 후라이팬이다. 각목을 주워 모아 불을 붙이고 삼겹살을 구워 먹었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때는 슬레이트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할 때였지. 슬레이트 판에 고기를 제법 많이 구워 먹었지만 지금 별로 이상이 없는 것을 보면서 요새 우리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기도 맛있게 먹었고 술도 몇 잔 마셨으니 운동을 해야지. 이미선 고문과 같이 산책을 했다. 길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배바위도 나오고, 수령 400년의 보호수 상수리나무도 만날 수 있다. 고운동 계곡에 세 번째 왔지만 물에서 논다고 양수발전댐까지 가보지 못했다. 오늘은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얼마못가 이미선님의 오래된 아쿠아 신발 밑창이 떨어져서 너덜거리는 바람에 중간에서 돌아왔다. 1시간 남짓 걸었나보다. 내년에도 여기에 온다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두어 시간 트레킹부터하고 나서 들어가도록 해야겠다. 될지 모르겠지만...ㅎㅎㅎ

 

컵라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술과 고기에 볶음밥을 몇 술 먹었으면 되었지 웬 컵라면? 그러나 라면 냄새가 너무 좋잖아. 이런 냄새를 맡고서 어떻게 그냥 버텨? 이미선 고문은 냉큼 한 그릇 받아와서 맛있게 먹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라면을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해진다. 라면 기름을 소화시켜내지 못하기 때문에 라면은 내 선호목록에서 지워진지 오래되었다. 집에서 먹을 때는 라면만 끓여서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스프를 타서 먹곤 한다. 가리는 것이 너무 많아 탈이다.ㅋㅋ

 

어지간히 놀았나보다. 대영관광 기사님이 4시까지 주차 허락을 받았다고 얘기를 했지만 2시 반쯤 주섬주섬 챙겨서 귀가 준비를 했다.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은 빠짐없이 봉투에 담아서 되가지고 왔다. 통상 귀가 길에 의령이나 마산 근처의 식당에 들러 뒤풀이 겸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생략했다. 해가 많이 남아서 식사하기가 이르기도 했지만 삼겹살과 라면으로 채운 배가 저녁식사를 완강히 거부한 탓이 크다.

 

즐거운 계곡산행(?) 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계곡물에 몸을 담궈보겠습니까? 너무너무 시원하고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드신 김밥은 이성옥님이 준비하셨네요. 잘 먹었습니다.

산행지를 두 번이나 올린 우리 대장님, 삼겹살과 밑반찬 그리고 술과 안주를 준비한다고 힘들었을 우리 총무님, 이 모든 것을 챙긴 우리 회장님.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집행부의 수고는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합니다.

 

지난 7월 창립기념 산행에 참석만 하고 허리 디스크 때문에 산에는 오르지 못하였는데요.... 꾸준히 주사 맞고 수영장에 등록하여 수영도 하고, 매일 만보걷기도 하면서 원상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챙겼는데 왜 이런 디스크가 왔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극복해야 하잖아요. 청마에 들어온 것도 무릎 관절이 고장 나서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었는데, 산행을 통하여 극복하려는 방편이었지요. 허리 디스크도 무조건 이겨내야 합니다.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은데.... 다행히 경과가 좋아서 80% 정도는 회복이 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9월 산행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ㅎㅎ

 

다음 산행지는 창녕 화왕산입니다. 추석 1주일 앞이라 참석자가 적을 것으로 보고 번개산행으로 예정이 되어 있어요. 집행부가 깜짝 놀라도록 댓글을 달아서 버스를 오게 합시다. 화왕산은 억새 태우기로 유명한 산이지요. 2009210일 보름날, 억새를 태우다가 갑작스런 돌풍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당한 이후로 중단되었지만 억새 태우기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불과 15분 만에 그 넓은 억새밭이 화염에 휩싸이는 풍광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천연의 요새인 기암절벽을 이용하여 조성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크게 명성을 떨친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장군과 의병들의 활동무대였던 호국영산이기도 합니다. 9월에는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있는 화왕산으로 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