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에서 시작한 2008년 첫 정기산행
조 황 래
2008년 청마산악회 첫 산행행사를 함양 영취산, 백운산에서 가졌다.
작년 12월 16일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후 처음으로 내가 주관하는 산행이라 적잖이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회원의 반응이 적어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나?’
첫 행사를 치러보니 ‘집행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런 물음표를 없애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좌석은 만석이 되어서 한시름 놓았고, 시산제의 의미도 어느 정도 살린 산행이 되었다고 자평을 하면서 그 동안의 과정을 적어본다.
부회장을 2년간 역임하면서 차기 회장에 대한 공부는 나름대로는 하였다고 생각하고, 회장이 되면 집행부가 바로 가동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집행부 인선을 해보았다. 여자 부회장에는 ‘산 그리고 나’(일명 ‘산이’) 추선희 씨에게 부탁하여 결심을 얻었지만, 남자 부회장 자리는 아직도 공석으로 남아있다. 부회장이라는 자리가 회칙에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은연중 차기 회장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배경으로 깔려있기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레 후임자가 두각을 나타나게 되면 그 때 부탁을 해야 되겠다. 제일 중요한 수석산행대장은 ‘산꾼’ 한용우씨가 적임자이다. 청마 산악회를 실질적으로 창단하고, 6년간 산행 대장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이도선 회장님 때에는 감사로 활동하였지만, 역시 산행대장이 제격이다. 총무는 ‘송도’ 박규성씨와 ‘기쁨이’ 손병연씨를 내정하였지만, 손병연씨가 고사하는 바람에 ‘이쁜장미’ 박순자씨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10명의 운영위원은 정기산행 참석을 많이 한 회원님들을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직장에서야 감투가 또 하나의 꿈이요 이상이지만, 이런 산악회에서는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용히 산행만 열심히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대체로 이런 생각이다. 일일이 면담을 하고 승낙을 받아내느라 밑천(?)이 제법 들었다. ㅎㅎㅎ
막상 회장에 선임되고 첫 산행지를 결정하기 까지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매년 첫 산행은 시산제를 겸하기 때문에, 이름만 있다고 아무 산이나 정할 수는 없고 시산제를 올리기에 적당한 산을 선정해야한다. 시산제에 사용할 음식을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 걷는 거리가 짧아야하고, 산이 나름대로 의미를 지녀야한다. 이런 조건에 맞는 산을 물색하다보니 시간이 제법 걸릴 수밖에... 수석산행대장이 찾아낸 산이 바로 영취산이다. 영취산은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영취산 빗물은 동쪽으로는 낙동강, 남쪽으로는 섬진강, 북쪽으로는 금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주차장에서 영취산 정상까지는 15분 거리라 안성맞춤이다. 영취산에서 백운산까지는 3.5km라 산행거리 또한 적당하다. 청마산악회가 처음 창립하여 찾아간 곳이 바로 영취산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괜찮겠다. 수석산행대장이 현지답사를 하고 와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산행지는 좋은데, 뒤풀이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집행부가 다시 답사를 다녀와야 했다. 12월 30일은 전라도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 영취산 올라가는 도로도 눈이 많이 와서 제설장비가 계속 눈을 치우는 중이었다. 영취산 입구 주차장에도 함박눈이 20cm 이상 쌓여서 순백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몹시 추워서 차 밖으로 나오기 싫을 정도... 그러나 영취산 정상에는 가보고 와야지... 여러 차례 미끄러지면서 올라간 정상은 우리가 시산제를 모시기에 적당하게 제법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좋지 뭐~~~
큰 걱정은 과연 버스가 이 눈길을 올라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1주일 후의 일이라 장담은 못하지만, 만약 눈 때문에 버스가 못 올라온다면 3km되는 도로를 걸어가야 한다. 아니면 샛길로 백두대간을 따라 영취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가야 하고... 대강 그 정도 파악하고 하산지점으로 가서 식당을 알아보았다. 백운산에서 서래봉으로 돌아 빼빼재로 내려와서 차를 타고 10km 정도 가면 ‘안의’가 나온다. 우리 회원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이 곳 ‘농월정’뿐이다. 몇 몇 식당을 배회하다가 찾아낸 식당이 ‘신농월식당’. 장시간 차를 타고 다니느라 식사 시간을 조금 넘겼기에 품질 확인 차 시킨 ‘메기 매운탕’ 맛이 일품이었다. 시산제 마치고 뒤풀이는 이 식당에서 메기 매운탕으로 하자는 의견에 만장일치 동의하였다.
산행대장의 산행 공지는 12월 30일 저녁에야 올랐다. 남은 시간은 1주일. 7일 만에 40명 이상 동참이 되도록 해야 한다. 2, 3일이 지나도 15명 정도의 참가 신청이 되는 것을 보고는 휴대폰으로 일일이 연락을 취할 수밖에.... 집행부와 운영위원, 고문님들의 애씀에 힘입어 좌석은 빠르게 점령되었고, 41명 정원에 47명이 신청하는 개가를 올렸다. 갑작스런 사정으로 참가를 취소한 회원님들 몇 명 제외하고 총 43명이 참가하였다. 보조의자 1석이 있으니까 좌석이 하나가 부족한 셈이다. 이럴 때가 가장 곤혹스럽지만, 중리에서 승차하는 젊고 튼튼한 사나이(?)가 희생하는 수밖에 없지. 오늘은 서산대사 서태중님이 고생을 하였다.
회장, 대장이 마산과 중리에 살기 때문에 창원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탑승인원 확인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전임 회장님, 전임 산행대장 몫이 되어버렸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과 수고의 당부말씀을 같이 올린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바로 따끈한 시루떡과 시원한(?) 커피가 나왔다. 떡은 무지개 송정옥님이 쏘셨다. 운영위원이 아니어도 청마와 함께 하다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면서 이런 선행(?)이 자발적으로 나오나보다. ㅎㅎㅎ
함양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아서 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아침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산청을 지나고 함양 쪽으로 접어들자 산에는 눈이 보인다. 지난 3, 4일간 날씨가 너무 포근하여 눈이 다 녹아버리면 어떡하느냐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였는데, 양지 바른 곳은 눈이 녹아 보이지 않지만, 응달진 곳은 아직도 눈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수 I.C.를 통해 국도로 접어들었다. 공사 중이던 고속국도가 개통되어 전라도 지방으로 가기가 아주 수월해졌다. 한 시간은 아니어도 30분 이상 거리가 단축된 것 같다. 논개생가를 지나 영취산 입구 주차장까지 수월하게 가나 싶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영취산 주차장을 불과 200m 앞두고 전남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가 눈길을 차고 올라가지 못하고 멈춰 서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내려서 눈길을 쓸고, 모래를 뿌리고, 여럿이 뒤에서 미는 등 야단법석을 떤 후에야 수습이 되었다. 문제는 우리차도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만 도는 것이었다. 차와 반평생을 같이 한 ‘흑마’ 노길상님이 나섰다. 뒤에서 밀어봤자 힘만 빠지고... 차를 100m 이상 후진시켜 눈이 없는 도로까지 내려온 다음 가속을 붙여서 차고 올라가게 유도를 하였다. 눈이 많이 뭉쳐 있던 곳에서는 모두 힘을 모아 밀었더니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아침부터 준비 운동 멋지게 한 셈이다.
주차장에 내려 장비를 챙기고 복장을 가다듬었다.
올해부터 산행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빙 둘러서서 내가 구령을 붙였다. 목운동, 허리운동, 다리운동 등 5분정도 몸을 풀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겠다. 기념촬영을 하고 영취산으로 올랐다.
산을 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틀림없다. 이 길은 우리가 답사를 하고 난 뒤, 평일에 누가 다녀갔을까 하였지만, 웬걸! 발자국으로 보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영취산 정상에서 각자 폼 잡고 사진을 찍으면서 땀을 씻어낸 다음 시산제 준비를 하였다. 오늘 날씨도 너무 포근하고, 1000m가 넘는 산이지만 바람도 불지 않아 시산제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제1 산행대장 서태중님이 제례순서에 따라 시산제를 집행했다.
강신~~ 참신~~ 초헌~~ 독축~~ 등등 집에서 제사 지낼 때와 비슷한 순서로 진행을 하면서 총무는 돼지머리에 절값이 많이 얹히도록 유도했다. 참석한 모든 회원들은 안전산행과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비는 마음으로 산신령님께 절을 올렸다. 나도 부회장일 때와 지금 회장의 입장과는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정말이지 올 한해도 아무런 사고 없이 산행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큰절을 올렸다.
제사상에 쓰고 남은 막걸리와 나물, 과일을 나누어 먹고 11시가 되어서 백운산으로 출발했다. 여기서부터는 눈길의 연속이다. 약간 차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코밑을 스치는 기분이 너무 좋다. 역시 겨울 산행이 으뜸이다. 특히 눈이 덮인 산야를 타고 올라오는 바람은 너무나 깨끗하여 허파 속으로 들어올 때면 10년 묵은 때도 말끔하게 씻어내는 것 같은 상쾌함을 느낀다. 정말 이런 맛은 산이 아니면 불가능하지...
시간이 넉넉한지라 급히 서둘 필요는 없다. 두 시간 정도 산행하여 백운산에 도착했다. 여기서 점심식사를 했다.
고사 지내고 이것저것 집어 먹느라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상을 펼치면 또 먹고 싶은 곳이 산인 것을... 도시락을 꺼내어 한 그릇을 훌렁 비웠다. 과메기에, 라면에, 청국장에, 소주에, 소나무술에, 캡틴큐에.. 모두 어디로 들어갔을까? ㅎㅎㅎㅎ 신기하다.
예의 산도사님의 강의는 감탄사를 금할 수가 없다. 어쩌면 산맥의 흐름이 눈에 훤히 들어오는 것일까? 날씨가 좋아서 주변 산들의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 것도 오늘 산행의 큰 보람이지만, 전 회장님의 해박한 설명은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줄기에 넋을 놓았다. 저기서 저기까지가 지리산 당일 종주코스였구나! 저 길을 12시간에 내 달렸단 말이지!! 흐뭇하다.
다시 덕유산, 괘관산, ㅇㅇ산, ㅇㅇ산 등등 한 번 갔기 때문에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디에 있었는지 방향을 알 수 없었던 산들이 고문님 입에서 줄줄 쏟아져 나온다.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서래봉에서 빼빼재로 내려오는 길도 5.8km라 짧지 않은 거리다. 모두 배가 불러서 걷기가 수월치 못하다. 눈이 녹은 길은 질퍽하여 미끄러지기도 하였지만 입가에는 모두 함박웃음이 걸려있다. 내려오는데도 두 시간 정도 걸렸나보다.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빼빼제에는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등산화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흐트러진 배낭을 챙겨 다시 버스에 싣고 뒤풀이 음식이 준비된 농월정 신농원식당으로 갔다. 메기 매운탕 11그릇이 뽀글뽀글 끓고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적당히 고파야 음식이 더욱 맛이 있는 법인데, 산에서 먹은 식사가 너무 맛있어서 매운탕의 맛이 반감(?)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밥 한 그릇 잘 먹었다. 소주와 맥주로 건배를 하고 모두들 산에서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바빴다. 오늘 뒤풀이 비용은 준비된 사수가 따로 있었다. 전 산행대장 ‘순돌이’ 소병일님은 아들이 공군사관학교에 합격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모두들 지난 2년간 산행하면서 산신령님 잘 모신 덕분이라고 치켜세우는데 전 산행대장님이 그냥 있을 수는 없다. 오늘 같은 날 팍팍 쏘아야 만사형통하고 계속 복을 받을 수가 있지~~~ 암, 그렇고 말고~~~
술이 거나하게 한잔씩 하고나니 그냥 가기가 아쉽다. 준비된(?) 노래방에서 1시간만 놀기로 하고 음악을 틀었다. 이런 노래마당에는 빠질 수 없는 사수가 또 있지. ‘새벽기차’ 유병옥님은 거의 프로급 춤 실력을 발휘하면서 흥을 돋우고 아줌씨들을 휘어잡는다. 자기 멋쟁이~~
정각 6시에 마산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귀가 길은 정체도 없이 잘도 달린다. 정말 오늘은 복 받은 날인가보다.
즐거웠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네요.
참석 못한 회원님들 배가 아파 어떡하죠? ㅎㅎㅎ
오늘 산행거리는 약 10km. 2만보 가량 걸은 것 같습니다.
시산제에 사용할 반찬 장만하신다고 애 많이 쓰신 산이 부회장님.. 감사합니다. 무슨 음식이든 산이씨 손길이 지나가면 그렇게 맛이 있어요.
두 번이나 답사를 한 수석산행대장님도 수고 하셨고요.
아침 버스에서 비디오를 틀어서 작년 운문산 시산제를 방영한 우리 총무님의 재치도 아주 빛났어요. 오늘 돼지머리에 꽂힌 배춧잎이 83장이나 되었다고요?
청마산악회와 같이 산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님들도 즐거웠는지 모르겠네요. 처음에는 얼굴을 잘 몰라 서먹해도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자연히 얼굴도 익고 사이도 가까워집니다. 계속 청마와 함께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먼저 산행후기를 올려주신 마후라님도 감사합니다. 이제 더욱 친근해짐을 느낄 수가 있네요.
다음 산행은 덕유능선의 무룡산입니다.
오늘 산행처럼 눈이 남아있으면 더욱 좋을 텐데....
많은 성원 있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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