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정기산행
조 황 래
11월 산행은 단풍과 함께 하게 된다.
10월 초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단풍 소식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11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지난 10월 첫 주 설악산 산행에서 단풍 구경을 제대로 못한 아쉬움과 셋째 주 지리산 피아골의 설익은 단풍 맛에 약간 실망을 하였기 때문에 이번 조계산 단풍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였다. 더구나 2년 전 11월 고창 선운사의 아름답던 단풍에 매료되어 다시 한 번 더 방문할 기회만 엿보고 있던 터라 순천 조계산에 대한 그리움(?)이 날로 더해갔다.
이상하다... 가을 단풍산행의 절정기인데, 왜 우리 회원님들의 참가가 저조하지? 산행 대장님이 정기산행 공지를 올리고 1주일이 지나도록 참가 신청을 한 사람은 겨우 17명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1주일 사이에 얼마나 신청을 할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직 참가신청을 하지 않은 정회원님들께 일괄적으로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일부 회원들에게는 전화도 하고... 정보지를 보고 참가 신청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겨우 41명 정원은 채웠다. 산에 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그렇게 많다는 뜻인지~~~ 아니면 더 중요한 일이 많다는 뜻인지~~~
1주일 내내 걱정을 하다 보니 잠도 설치고, 밥맛도 도망가고....
11월 날씨답게 낮에는 약간 포근할 정도지만 아침으로는 싸늘하다. 환절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 이런 계절에 옷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챙겨 가면 배낭이 너무 무겁고...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일요일 오후부터는 다시 포근해지겠다고 하는 바람에 얇은 점퍼만 하나 챙겨 배낭에 넣고 조끼를 꺼내 입었다. 마누라가 산 정상에는 추울지도 모르는데, 두꺼운 옷을 넣어가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많이 한다. ㅎㅎㅎ
늘 하던 대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배낭을 점검하고는 시간에 늦지 않게 마산역으로 나갔다.
마산역에는 산행 가는 차, 결혼식장 가는 차, 관광지 가는 차 등등 관광버스가 엄청 많이 대기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차 기웃, 저차 기웃거리면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 차는 기사님 사정으로 동원고속으로 바뀌었다. 지난번에도 다른 차가 와서 약간 서먹했는데, 이번에도 그렇네...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은지~~
좌석을 점검해보니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다. 7시 10분에 마산역을 출발하여 중리로 갔다. 어랍쇼!! 새로 온 기사 아저씨, 중리 국도로 가는 대신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고속도로로 가도 되는지 물어봐야지, 그대로 들이밀면 어떡하나요. ‘내서 인터체인지’에서 돌아 나와 중리역으로 가서 기다리던 회원님들을 태웠다. 나이도 제법 들어 보이고... 신출내기 기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맨 앞좌석에 낯선 아줌씨가 한분 앉아있다. 기사 아저씨 부인이란다. 골고루 합니다요~
정보지 보고 같이 산행하겠다는 손님이 몇 사람 더 생기는 바람에 산행대장과 총무는 좌석이 없어서 보조 의자에 앉아 가는데...
사천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여기서도 기사 아저씨의 서투른 모습이 보인다. 몇 시에 출발하겠다는 멘트도 없이, 주차 시키고 그냥 내려서는 아침 식사하러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 산행에 참가하신 손님들에게는 20분 정도 시간을 드린다고 일일이 말로 설명을 해야 했다.
순천은 가까워서 좋다. 9시 30분에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인원 파악을 하고 입장권을 끊은 후 9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 코스가 선암사를 통과하도록 되어있다. 이곳은 몇 번을 와도 오르는 코스를 착각하기 쉽다고 한다. ‘산도사’이신 우리 회장님 ‘보무도 당당히’ 앞장을 서셨건만, 얼마못가서 길이 잘못되었다고 돌아내려오는 노인말씀을 듣고 진로를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선암사에는 와 본 것 같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계산은 올라가는 길이 완만해서 수월하다. 겨울에도 산행 시작하자마자 10분 이내에 땀방울이 맺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오늘은 영 덜하다. 산행 지도상으로는 안골로 해서 조계산으로 바로 가게 되어있지만, 장군봉을 안보고 그냥 갈 수는 없다. 약간 돌아가지만, 장군봉을 향해 걸었다. 선암사에서 장군봉까지 2.7km,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가을 산행을 빠른 걸음으로 재촉할 필요는 없지... 조금 가다가 쉬고, 후미 팀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곤 하는 바람에 2시간 이나 걸렸다. 선암사 단풍은 가을이니까 전체적으로 울긋불긋 옷을 입었지만, 그렇게 내세울 처지는 못 되는 것 같다.
장군봉을 지나니 조금 넓은 마당이 있어서 여기서 점심식사를 했다. 조계산에 가면 조개가 있으려나? 웃으면서 했던 말이 사실로 나타났다. 산이씨가 꼬막 무침을 반찬으로 준비해온 것이 아닌가. 그 조개와 이 조개는 다른데. ㅎㅎㅎㅎ
조계산에서 조개를 맛있게 먹었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물론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힘들게 오르는 코스는 거의 없다. 연산봉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계속 걸었다. 여기서 송광사까지는 중간 중간 샛길이 많이 있다. 그 유명한 천자암의 ‘쌍향수’를 보려면 가장 먼 길로 가야한다. 오늘 산행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으니 산행 대장이 ‘B코스는 없음’을 공고하고 모두 A코스로 내몬다. 그럼, 당연히 쌍향수를 봐야지....
야!!! 이런 나무도 있었나? 정2품 소나무도 참 멋졌는데, 쌍향수는 한 수 위로 보인다. 정말 멋지다. 수령 800년 이라고 하는데, 과연 역사를 모두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이는 못 속이는지, 줄기에 보강재를 대어서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정말정말 잘생긴 나무다. 천연기념물 제 88호로 지정 될 자격이 충분하다. 신라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수도를 하고 귀국하여 여기에 들렀다가 짚고 온 지팡이를 나란히 꽂은 것이 이렇게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가지가 거꾸로 향하고 있다나. 불교의 힘이 대단하다.
장군봉에서 천자암으로 해서 송광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참 좋다. 단풍은 별로였지만, 등산로는 떨어진 낙엽 때문에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산길이 거의 10km는 되었으리라. 내내 낙엽을 밟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설악산 바위 길은 가슴에는 감동을 주었지만, 무릎에는 많은 아픔(?)도 주었지. 그러나 조계산 하산 길은 마치 잔디밭을 걷는 것처럼, 양탄자를 깐 넓은 거실을 걷는 것처럼 포근했다. 등산로도 폭이 넓게 정비되어있어서 좋았고.
송광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절이라고 한다. 불교문화에는 관심이 부족하여 잘 모르지만, 일단 경내에 들어가면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생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절 앞에 흐르는 냇물이 무척이나 깨끗하고 아름답다. 징검다리 위로 산꾼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 정말 낭만적이다.
산행을 마치고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벌써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산이씨가 따끈한 ‘어묵국’을 준비하였다. 어묵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서열로 따져도 손가락 안에 든다. 당연히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여 두 그릇을 먹었다. 소주도 몇 잔 비우고. 맥주와 소주가 들어가니 기분도 상승한다. 이런 분위기를 띄우느라 귀가 차안에서 노래방 무대를 열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애써 말렸다. 청마의 전통이 ‘조용한 귀가’인데, 그것을 허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손님으로 오신 분들 취향을 모르니까, 우리 마음대로 고성방가를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조용한 귀가’ 전통은 앞으로도 쭉~~~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5시경 출발하였지만, 귀가길 고속도로 정체를 피해 국도로 돌아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습니다.
산에 가는 날이 이렇게 즐거운 것은 순전히 청마산악회 때문이라고 하면 아부(?)가 심한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는 청마에 너무나 많은 은혜를 입었거든요. 언젠가 이 은혜에 보답할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오늘 아침에 드신 하얀 떡은 새벽기차 유명옥님이 준비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구름나그네 조붕규님은 버섯떡을 한 박스 보냈네요. 아가야들 키우느라 많이 바쁜가 봐요. 득녀했다니 축하합니다.
어묵국을 준비하여 오신 산이씨도 정말 감사합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청마와 함께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만보계를 보니 산행에만 28,000보를 걸었네요. 거리는 16km는 충분히 되겠어요.
셋째 주 산행지는 장흥 천관산이네요.
천관산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중 하나입니다. 산이 바위로 이루어져 봉우리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어요. 대단합니다. 수십 개의 기암괴석과 기봉이 꼭대기 부분에 비죽비죽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정상에서는 남해안 다도해,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상부근으로 억새밭이 5만여 평 장관을 이루지요. 매년 가을 이곳 천관산 정상 연대봉에서 산상 억새능선 사이 약 4km 구간에서 "천관산 억새제"가 개최된다고 합니다. 11월 18일이 기다려집니다. 끝.
'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 1. 20) 무룡산 정기산행 (0) | 2009.08.11 |
---|---|
(2008. 1. 6) 영취산에서 시작한 2008년 첫 정기산행 (0) | 2009.08.11 |
(2007. 10. 7) 설악산 정기산행 (0) | 2009.08.11 |
(2007. 9. 2) 영덕 팔각산 정기산행 (0) | 2009.08.11 |
(2007. 8. 12) 진양기맥 쭁파티 (0) | 2009.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