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정기산행
조 황 래
7, 8월은 계곡의 계절. 땀 흘려 산행하고 하산하여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알탕(?)의 맛을 느껴보는 것이 여름 산행의 진미라고 할까. 2,3년 마른장마로 물이 말랐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서 계곡마다 물이 넘친다. 강원도는 높고 깊은 산이 많기 때문에 멋진 계곡도 많이 발달되어있다. 그 중에서 이번에 선정된 가리왕산은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있는 정선의 진산으로 해발 1,561m.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다.
마산에서 정선까지 버스로 5시간은 걸린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보통 산행 때보다 1시간 먼저 출발해야하고, 귀가 시간도 많이 늦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평소 개인적으로 접근하기 힘들 강원도를 이런 기회에 다녀오는 것이 산악회의 기본 철학(?)이기에 이번에도 즐겁고 재미있는 산행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지난 7월 5일. 창립 9주년 기념 대암산 산행과 행사를 그런대로 알차게 진행하였기 때문에 분위기를 연장하여 이번 산행에도 많은 회원님들의 참석을 예상하였다. 그러나 산행공지가 올라오고 며칠이 지나도 참가신청 댓글이 영 저조하였다. 더구나 장마로 인하여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를 무릅쓰고 강원도까지 가야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리고... 회원님들께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면서 참가를 독려하고, 한편으로는 ‘교차로’ 정보지에 올려서 손님들도 청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겨우 30명 정도 채웠다고 생각하였는데, 다시 꼬리를 내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바람에 교차로 손님 4명을 포함하여 25명만 확정시킬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새벽에 1시간 일찍 나와야 한다는 것과 귀가 시간이 밤 12시나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나보다. 버스에서 10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힘든 일이고...
어제는 동창 모임이 있어서 마치고 집에 온 시간이 밤 11시. 그 때서야 회원님들 버스 타는 곳을 정리하여 홈페이지에 올리니 12시가 넘었다. 강원도는 새벽에 비 조금 오다가 낮에는 구름만 끼는 날씨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주간예보가 맞아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잠시 눈을 붙였다.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버스 탈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좋은데... 다행히 새벽에는 마산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장마철이라 만약에 대비하여 비옷도 챙기고 여벌옷도 챙기다보니 시간이 빠듯하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마산역으로 갔다.
1시간 먼저 출발하니 길은 훤하다. 마산역전에 대기하고 있는 관광버스도 별로 없다. 날씨 때문에 산행이 취소 된 곳도 제법 있다고 한다. 6시 조금 지나서 하나로 관광버스 1097호가 도착하였다. 한일예식장 앞에서 5명 타고, 마지막으로 중리에서 5명을 싣고 버스는 강원도 정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구마고속국도를 타고 가서 다시 중앙고속국도로 올렸다. 이 길은 제법 많이 다녔기 때문에 눈에 많이 익었다. 강원도, 경상북도를 가려면 이 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군위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가끔 푸른 하늘이 보이기도 한다. 이 정도면 오늘 산행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어제까지 비가 많이 왔다고 하니까 계곡을 건너기가 어떨는지~~~
오늘은 여 총무, 남 총무 두 사람 다 불참이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간단히 인사말씀을 올렸다. 사실 빈 좌석이 많이 있으면 한마디를 해도 신명이 나지 않는다. 빈자리가 없이 꽉 차있으면 말도 절로 술술 잘 나오는데... 산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여 산행 해 주시기를 당부하였다. 이어서 산행대장의 가리왕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높은 산을 순서대로 얘기해준다.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 계방산(1,577m), 함백산(1,573m), 태백산(1,567m), 오대산(1,563m), 가리왕산(1,561m), 남덕유산(1,507m)... 입학시험에 나올 문제는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산사람들은 기본으로 알고 있으면 좋겠다.
정선 땅에 들어섰다. 차타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조금 늦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백석폭포를 그냥 지나 칠 수는 없지. 백석폭포는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있다. 가리왕산 산행 들머리 와 2km정도 떨어져있었다. 버스가 다니는 길에서 백석폭포가 바로 쳐다보인다. 직경 40cm관을 600m나 끌어와서 만든 인공폭포라고 한다. 폭포 높이는 119m. 우리나라에 있는 폭포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 같다. 어제까지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떨어지는 수량도 엄청 많다.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또 이런 정보가 있음을 알아내고 여기까지 인도한 산행대장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숙암리 가리왕산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복장을 점검하고, 단체사진 촬영을 마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지도에 ‘물레방아’라고 표시가 되어있었지만, 고장이 났는지 돌아가지는 않았다. 산행시작 위치는 해발 450m 정도 되겠다. 오늘은 높이 1,100m를 오르고 내려와야 한다. 쉽지 않은 산행이 되겠다.
산행 시작지점부터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이런 자연의 소리는 언제나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든다. 여기가 바로 이끼계곡이란다. 자세히 보니 바위마다 이끼가 많이 끼어있고, 전체적으로 녹색이 한층 더 진하게 보인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녹음도 우거져서 산행길이 모두 그늘이기도 하거니와, 구름이 많이 낀 상태라 햇볕을 가려주니 한결 편하다. 더구나 차가운 계곡물에서 품어 나오는 냉기는 여름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거의 한 시간 정도 이끼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계곡 산행의 묘미를 충분히 즐겼다. 물소리가 끝나고, 왼편으로 돌아 20분 정도 계속 올라가니 임도가 나온다. 시계를 보니 12시 50분. 정상까지 1.2km 남았지만,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참석인원이 적어서 한자리에 모두 모여 앉을 수 있었다. 수토님이 막걸리를 꺼내어 먼저 한잔씩 돌린다. 목도 컬컬하던 차에 단숨에 들이켰다. 속이 시원하다. 정상까지 남은 1.2km가 예사롭지가 않은 길이라 식사가 부담스럽다. 적당히 먹고 정상을 향하여 다시 출발하였다.
임도를 지나 정상까지 가는 길에 또 다른 멋진 풍경을 만났다. 바로 주목이었다. 태백산에서 멋지게 생긴 주목을 보면서 감탄을 한 적이 있지만, 가리왕산의 주목은 태백산 주목이 나설 바가 아니다. 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자라고 있었다. 주목도 나이가 많이 들면 속은 모두 없어지고, 피골이 상접한 채로 살아가나보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뒤로돌아가서 보니 속은 텅 비어있다. 보호수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산림청에서 관리를 하는 모양이다. 이런 나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오늘 산행의 보너스.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가리왕산 정상은 펑퍼짐하고 넓었다. 납작한 돌로 쌓은 제단은 마치 임금님의 옥좌인양 늠름하다. 사방이 확 틔어서 전망도 좋다. 1,561m 고지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은 오르면서 흘린 땀을 보상받기에 충분하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버스타고 오면서 휴양림매표소에 알아보았더니, 우리가 하산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어은골’은 물이 많아서 가능하면 피하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중봉’으로 돌아서 내려오려고 하였는데, 오전 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계획한 대로 어은골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우리보다 먼저 이 길로 내려간 팀이 있었기에 괜찮을 거라 판단하였던 것이다. 휴양림까지 5.1km라는 표지를 보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1,500고지가 넘는 산인데 그렇게 쉬울 리는 없겠지. 길도 미끄러워 두 번이나 엉덩방아를 찌었다. 임도를 지나 10분쯤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리는 이은골계곡이 나온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이 너덧 군데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양말 신었다 벗었다 할 필요 없이 등산화를 신은 채로 물을 건너는 것이 낫겠다. 물살이 제법 세차게 보였지만 물속으로 들어가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신발을 신었지만 물속에 오래 머물 수는 없을 정도로 물이 차가웠다. 물만 만나면 맥을 못 추는 ‘무지개’ 송정옥님의 비명소리(?)를 즐기면서 하산을 계속했다. 계곡물소리를 들으면서 내려오다가 다시 오르막이 있어서 올랐다가 내려오니 정자가 있고, 외나무다리가 예쁘게 놓여있다. 비가와도 떠내려가지 않도록 wire로 묶어놓았다. 왠지 약하게 보인다. 심하게 물이 불어나면 떠내려가겠는데~~~ㅎㅎㅎ
가리왕산 휴양림을 지나서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가니 얼음굴이 있다. 여기서는 여름에는 찬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고 한다. 굴이라 해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굴이 아니고, 찬바람이 나오는 땅굴이라는 개념만 있는 굴이다. 앞에 서니 선선한 기운이 온 몸을 감돈다.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는 경계도 눈으로 확인이 될 정도다. 오래 서있으면 감기 걸리겠다. 산행 종료시간을 5시로 예상했는데, 30분 정도 더 걸렸다. 하산 길이 생각보다 좀 길었다.
뒤풀이는 이영순님이 수제비를 준비하였다. 줌마님들이 뜯어 넣은 수제비 맛이 너무 좋다. 시간에 쫒기지만 않는다면 한 그릇 더 먹었을 텐데... 하나로 관광 김윤철 사장님은 뒤풀이용 원형 탁자와 의자를 차에서 내 놓는다. 처음 사용한다고 한다. 늘 땅바닥에 천막을 펴 놓고 먹다가, 밥상에 차려진 수제비를 의자에 앉아서 먹는 맛은 또 다른 맛이었다. 귀가 길도 쉽지 않다. 올 때보다도 갈 때가 더 힘이 드는 법. 5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마산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20분. 오늘 산행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오늘 산행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죠?
백석폭포를 볼 수 있어서 이미 본전은 건졌고, 대형 ‘주목’을 보아서 더욱 좋았습니다.
아침에 드신 빵은 소병일님이 쏘았습니다. 늘 떡으로 준비하다가 이번에는 빵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맛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수제비도 맛이 좋았지요? 추선희 부회장님이 참석을 못하시는 바람에 이영순님이 준비를 하셨어요. 사실 이런 준비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닙니다. 장 보고, 반찬 만들고, 그릇 준비하고... 정성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한 번 더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앞에서도 언급을 하였지만, 강원도는 거리가 좀 멀어도 좋은 산들이 참 많아요. 개인적으로 갈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산악회에서 이런 기회를 만들었을 때 참여하면 서로 좋은데... 좌석이 많이 남아서 아쉬웠습니다. 회원님들의 참여가 부진하면 집행부에서 이런 기회를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다수 회원님들이 의견이 반영이 되는 산행을 해야 하니까요.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홈 페이지 공지에 올렸다시피 8월은 전용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참가 회원 숫자에 맞춰서 승용차로 근교산과 계곡을 찾을 생각입니다. 휴가와 겹치는 첫째 일요일 대신 둘째 일요일과 연휴가 있는 셋째 일요일 대신 넷째 일요일을 정기산행일로 정하였습니다. 산행 공지는 다음 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근교산행이라도 참석 인원이 많으면 버스를 청할 수도 있으니까 많은 참여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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