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09. 8. 9) 황석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09. 8. 11. 15:33

                 황석산 정기산행

                                                                                             조 황 래

8월은 휴가와 함께 시작된다. 우리 청마산악회의 산행이 항상 매월 첫째와 셋째 일요일 실시되다보니 8월 정기산행은 산행인원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둘째와 넷째 일요일을 정기산행일로 변경하여 실행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8월이 5주로 되어있어서 넷째 일요일에 정기산행을 실시해도 9월 첫째 일요일까지 2주가 남아있어서 촉박하지 않다.

올해도 8월 정기산행 때는 늘 이용하던 관광버스는 배제하고, 참석 인원에 맞추어 회원님들의 협조를 받아 승용차를 사용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가까운 청도 상운산을 다녀오면서 승용차 넉 대를 이용하였다. 올해도 그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하였다.


여름 산행은 산행 후에 계곡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멀지 않으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곳이면 좋다. 황석산은 100대 인기명산 중에서 85위로 남덕유산 남녘에 솟은 범상치 않은 바위산이다. 유명한 용추계곡이 있고, 6.25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이 활약했던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어디를 가도 계곡물이야 좋겠지만, 용추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은 산행 후에 즐거운 휴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산행 공지를 올려놓고, 산행대장과 나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에 다녀왔다. 여행사의 실수로 출발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고, 현지에 도착하여서는 일기가 고르지 못하여 정상정복에는 실패하였지만, 그런대로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예정대로 8월 2일 귀국을 하였으면 회원님들 동향을 좀 더 살필 수 있었겠지만, 8월 5일 귀국하여 밀린 업무를 정리하다보니 정기산행에 신경 쓸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회원님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하여 준비를 하였다. 8일 토요일 오후까지 산행신청 한 회원 수는 모두 28명. 차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걱정하든 차에 즐거운 전화가 걸려왔다. 일반회원으로 가입하시고, 바빠서 정기산행에 자주 참석은 못하시지만 항상 관심을 갖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던 ‘형상’ 강주철님이 회사차 9인승 스타렉스를 제공하시겠단다. 큰 짐을 하나 들었다. ‘송도’ 박규성 총무에게도 전화를 하여 의논을 했더니 흔쾌히 스타렉스를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큰 차 두 대면 18명은 해결되었다. 나머지는 승용차를 이용하면 되겠다. 산행대장과 내가 운전하기로 하고, 탑승할 위치별로 분배하여 내일 승차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했다. 28명을 차량 넉 대에 분산을 시켰지만 여유가 없고, 너무 복잡하다. 어떻게 할까 걱정을 하고 있는 차에 이도선 고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뒤풀이 음식을 준비하려는데, 대형 아이스박스를 실을 수가 없단다. ‘산사랑’ 이정근님에게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이렇게 차량 준비는 다되었다. 뒤풀이는 계곡에서 삼겹살 구워먹기로 하고 고기와 술을 부회장님이 준비하기로 하였다. 황석산은 두 시간 남짓 가면 되기 때문에 출발 시간도 한 시간 늦추어서 가기로 했다. 8시 20분에 중리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1시간의 여유가 얼마나 큰지~~~  새벽에 5시에 일어는 것과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나갈 수 있어서 참 좋다.

모이기로 한 시간에 모두 도착하였다. 중리에서 차를 타기로 한 회원님들만 차량분배를 하면 되는데 아뿔사! 내 차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다. 조수석 뒤쪽 타이어가 펑크인지 반쯤 내려앉아있다. 타이어를 교체하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 할 수 없이 강대우님께 운전을 부탁했다. 손님 한 사람이 늦게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좌석에 여유가 생겨서 차는 넉 대만 운행하면 되겠다. 산행대장이 차를 그냥 두고 이정근님 차에 올랐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구름이 많이 끼어서 햇빛을 가려주고, 바람은 그런대로 살살 불어오니 날씨는 등산하기에 ‘딱’이다. 그래도 여름 산행이니까 땀은 많이 흘리겠지...

넉 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황석산이 있는 함양 땅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아직 휴가기간이라 도로가 혼잡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고속국도는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산청 휴게소에서도 차는 그렇게 많이 북적대지 않았고.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커피를 한 잔 나누어 마시고 함양으로 갔다. 황석산 들머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소형차들을 이용하다보니 버스로는 오르지 못한 좁은 길을 500m 정도는 더 오를 수 있었다. 차를 가지고 오면 날머리로 차를 옮겨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회원님들을 내려놓고 차는 모두 용추계곡 아래에 있는 청룡사 입구까지 몰아놓았다. 운전기사님(?)들이 돌아올 동안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면서 몸을 풀었다.


10시 50분에 단체 사진촬영을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시작 지점의 해발고도는 360m. 황석산의 해발 1,190m이니까 오늘도 제법 걸을 만하겠는데...ㅎㅎㅎ   보통 해발 1,000m가 넘어도 시작지점이 500~600m 고지는 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오늘도 지난번 가리왕산처럼 땀께나 흘려야 정상을 밟을 것 같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된 때문인지 길이 미끄럽다. 대체로 길은 괜찮았지만 작은 바위에 묻은 물기는 상당히 위험하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다보면 나중에는 좀 지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산행일수록 조심조심 안전 운행(?)을 해야 한다. 약 500m정도 올랐을까? 황석산 정산까지 3.4km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장난이 아닌데.... 이렇게 경사가 심한 길 3.4km를 오르려면 2시간은 잡아야할 텐데... 빨라도 1시간 반은 걸리겠다.

제법 이름이 있는 산인데도 산을 오르는 동안 다른 팀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확실히 여름에는 산행 인구가 줄어든다. 땀 흘려 정상정복하고 계곡물의 상쾌함은 얼마나 좋은데....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하고 약 500m 전방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시간이 그렇게 늦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식사를 하고 하산하면 뒤풀이 시간이 절묘하게 맞아지겠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지만 땀을 많이 흘렸고, 가만히 앉아서 식사를 하다 보니 팔에는 닭살이 돋고, 입술이 파래지며 오히려 추위를 느낀다. 속히 식사를 마치고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향해 전진했다.

황석산 정상에는 산성이 둘러쳐져있다. 성을 쌓은 돌 색깔이 깨끗한 것으로 봐서 복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황석산성은 고려시대의 석축산성이며 육십령으로 통하는 관방 요새에 축조된 삼국시대부터의 고성이었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사람들이 성이 무너지자 죽임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려 지금껏 황석산 북쪽 바위 벼랑이 핏빛이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었다.

산성 바로 위가 정상이다. 웅장한 바위로 되어있고, 굵은 줄을 늘어뜨려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 놓았지만 상당히 위험하게 보인다. 위험해도 정상은 올라가 봐야지...

날씨가 흐려서 조망이 없다. 더구나 정상석은 가로 세로 15cm에 높이 30cm 정도 되는 작은 돌에다가 '황석산 해발 1,190m'라고 써 놓았다. 너무 초라하다. 함양에 워낙 좋은 산이 많다보니 여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보다. 형편이 되면 우리 산악회에서 그럴 듯하게 만들어 기증하면 좋겠다. 사진을 조금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거망산까지 가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다. 그래서 거망산은 포기하고 중간의 샛길로 빠지기로 했다. 1시간 정도 단축이 되려나...  형상님과 형산님의 손님은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거라며 거망산까지 가겠다면서 먼저 출발했다. 내려오는 길은 초반이 조금 힘들었고  2/3 정도는 쉬운 길이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제법 걸렸다.

물이다!! 용추계곡을 거쳐 내려오는 맑은 물이 우리를 유혹한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소지품만 물에 젖지 않도록 꺼내놓고 땀에 젖은 등산복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생각보다 그렇게 차갑지는 않다. 이럴 때는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장구치기도 신이 난다. 우아~~~~ 여름 산행의 진미는 바로 이 계곡물놀이....

준비한 버너와 후라이팬을 꺼내어 삼겹살을 얹어놓으니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맥주와 소주잔이 하늘에서 춤을 춘다. 이렇게 먹으면 취하지도 않는다니까...ㅎㅎㅎ  준비했던 고기가 너무 크다. 잘게 잘라야하는데 아쉽게도 가위가 없다. 눈치 빠른 이장님은 이웃 텐트촌에서 가위를 빌려와서는 익은 고기 잘라주는 역을 자청했다. 후라이팬이 4개나 되다보니 이장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계곡에서 삼겹살과 함께 여름의 하루가 멋지게 지나간다.

먹고 즐기다보니 시간이 제법 되었다. 이제 귀가시간. 우리가 놀았던 자리에는 티끌도 남지지 않게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일어섰다. 귀가 길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차를 적당히 나누어 타고는 운전기사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고 해산했다.

나는 희나리님이 운전하는 총무의 스타렉스를 탔다. 차를 타고서는 거창에서 88고속국도로 올리는 것 까지는 기억을 하겠는데...  중간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고는 다시 한숨 푹 잤다. 다왔다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에 모였던 중리역 앞이었다.


항상 즐거움을 추구하는 청마산악회 회원 여러분, 오늘도 재미있었습니까?

오늘 산행거리는 도상 거리보다 조금 길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6시간 정도 걸었으니 그렇게 무리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신 강주철님, 강대우님, 박규성·김성희님, 이정근·노길상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희생정신이 있어서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중국 휴가 다녀오셨는데, 쉬지도 못하고 뒤풀이 준비하신 이도선 고문님과 추선희 부회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세 번째 참석하신 강미선님도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어요. 벌써 단련이 되었다는 말씀? ㅎㅎ 글쎄요..  일단 보기는 좋았습니다. 계속 정진하시기를~~~

다음 산행도 근교 계곡 산행이 될 것입니다. 사실 이번처럼 27명이나 참석이 될 줄 알았더라면 진작 조치를 취해서 버스를 준비했을 텐데요. 작은 승용차로 움직이면 기동성은 좋지만, 차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등 번거롭기도 하고, 안전성에서는 마음이 많이 쓰이거든요. 산행 공지가 올라오면 1주일 내에 참석여부를 알려주시면 준비하는데 한결 도움이 되겠습니다. 다음 산행은 8월 23일입니다. 많은 참석 기대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