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12. 11. 18) 천관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2. 11. 21. 14:22

 

                 천관산 정기산행

                                                                              조 황 래

일요일 하루 산에 올라 나무의 향기도 맡고, 기암괴석의 기를 받아 오면 1주일 내내 마음이 즐겁다. 청마와 함께 좋은 산을 찾아 돌아다닌 지 9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경기도와 강원도를 제외하고 남쪽의 이름난 산은 거의 다 오른 것 같다. 이제부터 한 번 다녀왔던 산을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천관산도 우리 청마에서 2007년 11월 18일에 다녀왔던 산이다. 날짜까지 일치하네. 정확하게 5년 전이구나. 산에 다녀오면 ‘오늘 산행 잘했다!!’ 이런 산이 있는가하면, ‘오늘 정말 멋진 산행하고 왔구나!!’ 이런 산도 더러 있다. 오늘 천관산 산행은 분명히 ‘정말 멋진 산행을 하고 온 산 중의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5년 전이라 어디로 올랐는지 코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이런 느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인기명산 49위에 랭크된 산이라는 명성에 부족함이 없는 즐거운 산행이었다.

 

11월 후반(셋째, 넷째 일요일)은 1년에 한 번씩 조상님께 인사드리는 묘사가 있기 때문에 산행에 참석하는 회원이 많이 준다. 우리 청마도 예외는 아니어서 10일간의 산행 공지기간이 거의 다 되도록 20명 정도의 회원이 참가 신청을 하여서 집행부를 애타게 만들더니, 토요일에 몇 명 더 추가되어 최종 25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한용우 회장의 마지막 산행 작품이 약간 초라한 모습으로 그려지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

순천에서 목포까지 고속도로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전라도 방향으로 산행하는 것은 이제 큰 일이 아니다. 창원 대방동에서 6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나누었고, 10시가 조금 지나 장흥 천관산 들머리 장천재에 도착하였다. 예전에 비하여 거의 1시간이나 단축이 된 셈이다.

가을에는 천관산 억새재가 열리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넓은 주차장에 산행버스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단체사진촬영을 마친 후 산행을 시작했다.

 

KBS 2TV의 예능 프로 ‘1박2일’에서 2010년에 이곳을 다녀갔나 보다. 산행입구에 강호동, 이승기 등 인기연예인이 올랐던 길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었다. 마주보이는 식당에도 이들이 ‘뻘낙지’와 ‘바지락회’로 식사를 했다는 광고사진이 걸려있었다. 매스컴의 위력이 이렇게 세단 말인가? 유명 연예인이 이곳에 와서 하룻밤 묵고,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금강굴이 있는 방향으로 올라갔다. 조금 오르다보니 태고송(太古松)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모습으로 서 있다. 수령은 ‘600년 이상’이라는 안내표지가 있다. 600년 된 소나무치고는 좀 빈약하게 보인다.

1시간 정도 오르니 전망이 확 트이고 바다와 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는 바람도 많고 날씨가 썰렁해서 걱정을 했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바람도 없고 구름도 한 점 없이 깨끗하여 마치 봄날 소풍 나온 것 같다. 땀도 적당하게 배여 나와 기분을 upgrade시켜준다. 이 때 막걸리 한잔씩 돌리니 정말 꿀맛이다. 주위에 있는 회원들과 큰 병 한 병을 다 비웠다.

금강굴(金剛窟)은 이름과는 달리 너무 왜소하여 실망했다. 금강산(金剛山)의 ‘금강’과 똑같은 한자를 사용하면서 그게 뭐람? 조그만 소굴에 불과한 것을....

멋지게 생긴 바위들은 나름대로 괜찮은 이름이 붙어있다. 석선(石船)이라 이름 붙은 바위는 설명을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대세봉(大勢峯)은 큰 벽이 기둥처럼 서서 하늘을 찌르니 보기에 늠연하여 가히 우러러보지 못하며 나는 새도 능히 오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천주봉(天主峯)은 천주(天柱)를 깎아 기둥으로 만들어 구름 속으로 꽂아 세워놓은 것 같다. 환희대(歡喜臺)는 책바위가 네모나게 깎아져 서로 겹쳐있어 만권의 책이 쌓여진 것 같다는 대장봉 정상에 있는 평범한 석대이니 이 산에 오르는 자는 누구나 이곳에서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게 되리라.

사람도 자기 이름을 남기는 것을 큰 업적으로 여기는데, 바위도 이런저런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 큰 영광이겠지~~~ㅎㅎ

 

환희대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늘 점심식사에는 특별메뉴가 준비되었다. 한용우회장의 손님으로 산행에 자주 참석하여 이미 정회원 이상의 친분이 있는 이순연씨와 친구 한사람이 회를 준비한 것이다. 민물회와 바다회를 반반씩 섞어서 25명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 상당히 많은 양을 가지고 왔다. 회를 바닷가가 아닌 산 정상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사건이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회가 아닐까? 회를 이렇게 맛있게 먹고 나니 내가 준비한 도시락은 꺼낼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라면은 끓여볼까 하다가 총무 팀에서 끓인 라면과 어묵을 조금 얻어먹으니 식사 끝. 점심을 이렇게 맛있게 먹으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ㅎㅎ

환희대와 천관산 정상 연대봉까지 1km는 억새단지다. 그러나 철이 조금 지났는지 억새도 한 풀 꺾였다. 그래도 간간히 남아있는 억새와 함께 사진을 제법 남겼다.

연대봉에는 봉수대가 있었다. 고려 때부터 통신수단으로 이용하였다고 한다. 멀리 3면이 다도해로 동쪽은 고흥 팔용산, 남쪽으로는 완도의 신지 약산도 등이 보인다. 지난주 정상 산악회에서 다녀왔던 소록도와 거금대교도 보인다. 해남 대둔산, 영암 월출산, 담양 추월산도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에도 여러 가지 이름이 붙은 바위들이 폼을 잡고 있었다. 정원암(庭園岩)은 집에 두고 구경하기 안성맞춤이다. 양근암(陽根岩)은 정면에서 보면 영판 남성물건을 닮았다. 건너편에 여성을 연상케하는 금수굴과 서로 마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바위가 터널처럼 뚫어진 곳이 있었다. 별도의 이름은 없었지만, 수석 부회장이 세 바퀴를 돌면서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우기는 바람에 같이 가던 회원들은 모두 세 바퀴씩 뺑뺑이를 돌았다. ㅎㅎㅎㅎ

차도까지 내려왔다. 여기는 아직도 가을 단풍이 남아있다. 오후 3시의 포근한 햇살이 단풍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는 바람에 카메라 셧트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3시라 귀가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순천만 갈대구경을 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입장료 2,000원씩 각자 지불하는 것이 부담되었는데, 용감한(?) 하경숙님이 쏘겠다고 나섰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지. 속히 버스에 올라 순천으로 향했다. 이렇게 되면 5년 전 코스와 똑 같이 되는 셈이다. 그 때도 천관산 산행하고 순천 갈대밭 구경을 하였다. 다만 입장료가 없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갈대밭 입구에서 차가 조금 밀리는 바람에 4시 반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뒤풀이까지 하려면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 40분 정도면 될까?

단체 입장료는 1인당 1,500원이다. 여 총무가 표를 끊어서 모두 같이 들어갔다.

순천만 자연생태관이 3층 규모로 지어져 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이다. 1층은 전시관으로 꾸며 놓았는데 구경할 시간이 없다. 옆에는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도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구경하지....

갈대열차도 운행되고 있다. 버스를 전차처럼 개조하여 전용도로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나보다. 배를 타고 구경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선착장에는 표가 매진되어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이 시간에도 구경하러 입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런 갈대밭을 관광단지로 개발한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다.

갈대밭 사이로 만들어놓은 테크로드가 끝이 안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갈대와 석양이 빗어내는 환상적인 광경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멀리 수백 마리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장관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어디서든지, 어디를 찍어도 달력의 한 폭을 장식할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오늘 산행 너무 즐거웠습니다. 5년 전에도 갈대숲과 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장기간 감상했는데, 이번에도 내 카메라 속에는 좋은 그림들이 많이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ㅎㅎㅎㅎ

아침에 드신 떡과 음료는 대영관광 김윤철 사장님이 스폰서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산 정상에서 먹은 회는 정말 끝내줬어요. 이순연씨~~ 감사합니다.

갈대구경하고 주차장에서 가진 뒤풀이는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노은주님의 감자탕은 일품 그 자체입니다. 사용했던 그릇들은 기름이 많아 묻어서 세척하기 힘들었을 텐데~~~ 더구나 오늘 뒤풀이는 노은주님이 전부 스폰서하셨어요. 이런 분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우리 청마가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너무 잘 먹었습니다.

 

12월 첫째 주는 정기총회입니다.

산행 간단히 하고 차기 회장 임명, 수석부회장 추천 등 중요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북면 마금산을 두어 시간 산행하고 하산하여 바로 정기총회를 개최할 식당으로 집결하면 되겠습니다. 정회원님들은 당연히 참석하고, 주변 가까운 지인들도 많이 모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청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회장, 부회장 등 집행부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보람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회원숫자 증대에 힘을 보태고, 산행에 많이 참석하여 우리 모두의 즐거움으로 화답합시다. 12월 2일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