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동 계곡산행
조 황 래
알탕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모두가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알탕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이리라. 나는 부산에서 나서 부산에서 자랐고 학교도 부산에서 다녔지만, 다행스럽게도 초등학교 때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한 달씩 시골 고향마을에서 보낼 수 있었다. 겨울에는 친구들과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거나 동네 어귀에서 자치기를 하였고, 여름에는 개울가에서 종일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알탕을 청마와 함께하면서 다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장마철이라 해도 지난 5일 창립기념 산행 때도 비를 피했고, 이번에도 구름만 조금 낀 날씨라 산행하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다만 통상적으로 창립기념 산행이나 정기총회 등 큰 행사를 치르고 난 다음에 이어지는 정기산행에는 참석자 수가 다소 적었던 까닭에 이번에는 얼마나 참석이 될지가 관심사였다.
어느 계곡으로 가지? 집행부의 고민은 이용해님이 해결해 주었다. 산청 고향마을을 적극 추천하면서 해발 831m의 ‘주산’을 산행하고 내려와서 고운동 계곡의 맑은 물에 몸을 담그면 신선이 따로 없다고 자랑한다. 고운동 계곡이라.... 많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지만 산이 있고 물이 있으면 어디든지 환영이지. 대장의 산행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첫 번째로 참석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우리 회원님들의 댓글이 생각만큼 많이 달리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31개 댓글에 31명이 참석한다고 하였으니 평년작은 되는 것 같다.
참석자 31명 중에 ‘홀로산행’이라는 대명을 사용하는 준회원이 댓글을 달았다. 나이는 52세. 다음카페에 회원가입은 되어 있어도 우리 청마산악회에 가입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준회원이라 하는데 준회원이 산행에 참가신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홀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서산대사’ 서태중님이 마지막으로 참석 댓글을 달았다. 마침 쉬는 날이어서 동참하기로 했단다.
알탕은 삼겹살 먹는 재미로 하는 것이니만큼 31명이 삼겹살을 먹으려면 불판 4개는 있어야겠지. 버너와 후라이팬, 상추와 김치, 풋고추와 마늘 등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제법 된다. 경험 많은 우리 강미숙 총무는 참석자 중에서 임무를 할당하여 준비해 오도록 조치를 했다. 나도 버너와 후라이팬 한 세트를 챙겨서 들고 다니기 쉽도록 백에 넣었다. 삼겹살에는 쉰 김치가 제격이라 이미선 회장은 묵은지를 꺼내어 통에 담았다. 여벌옷도 한 벌 챙겼다. 내 여름 등산화는 길을 가다가 물을 만나면 피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 된다. 물도 잘 빠지고 빨리 마르기 때문에 계곡산행에는 안성맞춤이다.
마산우체국 앞에서 배현숙님과 박영덕님을 만나서 같이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마산우체국 팀이 4명뿐이다. 대방동, 시청, 명곡동, 39사 등등 각 지역마다 탑승자가 골고루 분포되어야 만차가 될 수 있는데.... 중리역에서 이성옥님과 서태중님이 승차함으로써 예정되었던 31명이 모두 탔다. 지리산 자락은 거의 모든 산행들머리가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문산휴게소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버스는 고운동 계곡을 향하여 달렸다.
강점식 총무가 불참하는 바람에 이미선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들었다. 확실히 낭랑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여자 회장님의 ‘짧은 산행과 긴 알탕의 즐거움을 안전하게 누릴 것’을 당부하는 멘트가 듣기도 좋다. 산행대장은 공지한 대로 삼성연수원에서 시작하여 주산 정상을 올랐다가 배바위로 내려오는 정상코스를 A팀이라 하고 A팀으로 출발할 사람을 체크했다. 정상코스보다는 ‘짧은 산행과 긴 알탕’을 즐기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보니 대부분 B코스를 원했다. A팀은 강미선 부회장을 비롯하여 이영희 부회장과 오늘 처음 청마산행에 참석한 ‘홀로산행’ 조선식님 등 7명이 나섰다. 고향땅까지 우리 회원을 초청한 이용해님도 당연히 A팀에 소속되었다.
용감한 A팀 7인의 용사는 삼성연수원에서 하차했다. 대장은 무사히 하산하여 ‘배바위’로 올 것을 당부하며 무전기를 하나 지급하였다. 7명을 내려놓고 버스는 배바위 기도도량이 있는 반천리로 올라갔다. ‘한우리 연수원’ 근처에서 버스를 내렸다. 여기서 버스는 대기하고 우리는 배낭과 준비했던 짐을 챙겨 목 좋은 자리를 찾아 올라갔다. 이 동내는 기가 센 지역인가보다. ‘천황할매기도도량’ 간판이 보이더니 ‘배바위기도도량’도 나타났다. ‘배바위기도도량’은 ‘배바위’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었다. 조약돌을 포개어 만든 여성의 각선미를 연상케하는 담장이 이색적이다. 마당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속을 파내고 부처님을 조각해 놓았다. 이런 곳에 와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가보다.
‘배바위’는 아주 거대한 바위가 배의 형상을 하고 계곡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다. 약간 특이하게 생겼구나. 계곡을 따라 위로 전진해도 우리 식구가 모두 앉아 삼겹살 구워먹을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배바위기도도량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물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배낭과 짐들을 부려놓고 일부 회원은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 B팀은 산행을 시작했다.
10여분 올라가니 대형 보호수가 하나 나타났다. 수종은 상수리나무. 400년 되었다고 적혀있다. 이런 곳에 이런 멋진 나무가 있다니!! 흉고 둘레가 6m나 된다고 한다. 이런 멋진 나무를 구경할 수 있어서 오늘 산행은 본전 찾았다.ㅎㅎㅎ
본격적인 여름철이라 땀도 많이 나고 힘이 든다. ‘짧은 산행 긴 알탕’을 염두에 두다보니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 고역이다. 40여분 올라가니 다 스러져가는 집이 하나 나타났다. 신발도 놓여있는 것을 보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기에 이런 곳에서 혼자 살아갈까?
가옥을 지나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가다보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으니까 길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그만 하산하기로 했다. 굳이 산 능선까지 올라야 할 이유도 없지 뭐... A팀은 주산 정상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왔다. 길이 험해서 고생이 많았겠지. 무사히 내려오도록 격려를 했다. 그럭저럭 두 시간 남짓 산행을 하였나보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배바위 앞에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와 여자 두 명이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피워 놓은 향냄새가 제법 멀리까지 번져나간다.
계곡의 맑은 물이 너무 좋다. 옷을 입은 채로 계곡물에 들어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왔다. 물속에 오래 있기에는 너무 차갑다. 햇볕이 나면 좀 나을 텐데 구름이 잔뜩 덮여있으니 더 춥게 느껴진다. 삼겹살과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회원님들의 알탕하는 모습도 구경하며 여름 산행의 진한 맛을 즐겼다.
그런데 A팀이 내려올 시간이 지났는데 왜 이리 늦을까? 하산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였단다. 이산을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까 하산 길도 숲에 파묻혀버렸나 보다. 엉뚱한 길로 내려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온다고 한다. 이용해님이 고향 땅에 와서 고생이 많구먼....ㅎㅎㅎㅎ
A팀도 모두 합류하여 같이 술 한 잔 나누다보니 어느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바로 집으로 가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라 성철스님 기념관에 들러 구경하기로 했다.
산청군 단성면 겁외사 맞은편에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2011년부터 불자의 보시금 20억원을 드려 건립하였으며 지난 4월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2층으로 된 기념관의 1층은 스님의 법상을 모신 참배공간이며 2층은 불자들 수행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외벽은 황토색 도자기로 구운 1000불의 미륵부처님상을 배치하였고, 내부 벽체도 아미타불 1000불이 진열되어 있었다.
“자기가 본래 부처님입니다. 모든 중생 행복을 바랍니다.” 이 말을 가슴에 새겼다.
겁외사는 성철스님 생가 터에 20여 년간 성철스님을 시봉했던 원택스님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중앙에는 성철스님의 동상을 세우고, 옆에는 목탁조형물, 염주조형물이 있고, 성철스님법어를 큰 바위에 새겨놓았다. 동상 뒤편에는 출가하기 전 25년간 스님이 살았던 생가 터를 복원하여 스님의 유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30분 정도 구경을 하고 나왔다.
오늘도 더운 날씨에 즐거운 산행을 하였습니다. 알탕을 위한 산행이 되다보니 산행은 짧고 알탕은 길게~~~하였습니다. ㅎㅎㅎ
삼겹살과 불판 준비하고 시키느라 총무가 수고 많았네요. 자주 하는 일이다보니 어렵지 않게 챙겼으리라 믿습니다.
아침에 드신 김밥은 산행은 참석 못하였지만 이숙자님이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용해님은 고향마을로 초청하면서 동동주도 한 말이나 스폰서했습니다. 동동주가 달짝지근한 게 여간 맛있지 않았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홀로산행’ 조선식님은 처음 우리 청마와 함께 하셨어요. 좋은 추억 간직하셨어야하는데, 하산하면서 고생길에 동행하여 조금 미안하네요. 워낙 산행에 대한 이해심이 많아 보여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ㅎㅎ 자주 참석하세요~~~
성철스님 기념관 구경도 산행 보너스로 좋았어요. 대장님도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 8월 첫째 주는 휴가철이라 산행계획이 없습니다. 8월 셋째 주가 되어야 만나겠네요. 그 때쯤이면 폭염이 좀 가시겠지요. 그래도 산행하기에는 많이 더울 터. 오늘처럼 계곡산행으로 준비해야겠습니다. 집행부는 행선지를 어디로 정할 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석자가 최소 20명이 넘으면 버스를 부르도록 합시다.
자, 휴가 잘 보내시고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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