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15. 8. 16) 지리산 백운계곡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15. 8. 24. 20:32

                             지리산 백운계곡 정기산행

                                                                                      조 황 래

집행부, 특히 산행대장은 정기산행 할 장소를 정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청마에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곳이면 더 좋겠지만 한두 번 갔더라도 코스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보면 한 주가, 한 달이 훌러덩 지나버린다. 특히 여름철에는 계곡산행이라 갈만한 곳이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기록을 들추어 보고 좋았던 곳을 찾아내는 수밖에....

지리산 백운계곡은 작년 이맘때 다녀왔던 곳이다. 계곡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트레킹이었다는 좋은 추억이 남아 있어서 올해도 한 번 더 가도록 추천을 하였다.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계곡을 역류하여 물길 따라 올라가도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코스라 권장할 만하기 때문이었다.

 

여름휴가철 연휴기간 중에 정기산행이라 우리 회원님들의 호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통상 참석인원이 20명을 넘기기 어려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생각으로 버스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김정평 산행대장도 휴가 다녀오느라 산행공지를 조금 늦은 89일 올렸다. 1주일 동안에 얼마나 참석할까? 기대 반 우려 반 지켜보니 금요일인 14일까지 20명을 채우는 것이 아닌가. 이미선 회장님은 집행부와 상의하여 20명을 넘기면 돈이 좀 들어도 버스를 대절하여 편하게 가자고 댓글을 달았기 때문에 급히 버스를 수배하여야 했다. 결국 우리 전용버스는 선약이 있어서 김윤철 사장님은 대영관광의 다른 버스를 주선해 주었다. 최종 28명이 백운계곡 정기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산행 비수기에 이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다. 이번에도 짧은 산행 긴 알탕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재미있는 산행이 되겠다~~~

 

역시 물놀이에는 삼겹살이 제격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 총무는 버너와 후라이팬을 준비하고 삼겹살도 주문했다. 배낭에는 갈아입을 옷과 밥만 챙기면 되겠다. 아니, 밥도 필요 없겠지만 만약을 위해서 조금만 담아가지 뭐. 묵은지는 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으니까 이번에도 큰 통에 가득 담았다. 날씨도 괜찮아서 마치 초등학생 소풍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마산우체국 앞에서 김영란님, 배현숙님, 박영덕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버스에 올랐다. 좌석은 여유가 있어서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중리에서 이성옥님, 백인기님, 서장우님을 태우고 남해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지리산 백운계곡까지 가는데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는데, 여름 산행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아직 휴가시즌이 끝나지 않았나? 본격적인 산행 시즌이 됨은 이른 아침에 휴게소에 얼마나 많은 관광버스와 산행객이 있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미선 회장님은 승용차대신에 돈이 조금 들어도 편한 버스를 대절한 것과 올 여름 마지막 알탕이 될 계곡산행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을 하였다. 잠시 눈 붙일 여유도 없이 백운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버스를 대어놓고 가지고 온 술과 음료, 고기를 나누어 짊어지고 좋은 자리를 찾아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일찍 계곡에 놀러온 시민들은 벌써 괜찮은 자리를 선점해 놓았다. 아침 9시를 막 지나는 시간이라 그렇게 늦지는 않아서 우리도 쉽게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계곡물이 생각보다 깨끗하지 못한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바위에 이끼가 많이 끼어서 물이 흐려 보이는 것이다. 폭우가 쏟아져서 많은 물이 흘러가며 바위에 끼인 묵은 때를 씻어내어야 물이 깨끗하게 보일 텐데, 올 여름 비가 부족하여 생긴 현상이리라.

 

가지고 온 짐을 풀어놓고 일부는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는 계곡 산행을 시작했다. 물에 들어가니 그렇게 차갑지 않아서 좋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온 몸으로 물을 맞은 것도 계곡산행의 별미다. 한사코 발에 물이 젖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 번 물에 적셔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편할 텐데.....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 스스로 터득하면 좋고~~ㅎㅎ

백운계곡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 1시간 정도 오르니 지리산 둘레길이 나온다. 작년에는 오른편으로 백운산을 찾아 2km쯤 갔다가 길이 없어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왼쪽 둘레길을 따라 1km 정도 올라갔다. 이 길이 산청군 단성면 운리마을과 덕산 시천마을까지 13.1km를 이어주는 지리산 둘레길 8번 코스다. 1km 정도 더 올랐다가 삼거리에서 돌아 내려왔다.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보는 것으로도 기분이 느긋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어디서 저런 물놀이를 해볼 수 있을까? 삼겹살 한 점 먹고, 막걸리 한 잔 들이키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또 한 잔 마시고.... 미끄럼도 탔다가, 물을 막아 한꺼번에 아래로 내리는 수공작전을 펼치기도 하고, 꼬마들이 가져온 튜브도 빌려 타고 물장구를 치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오후 3시경 짐을 쌌다. 우리가 여기에 오전 9시가 조금 지나서 도착했으니까 거의 6시간을 물과 함께 논 셈이다. 지금 출발하면 5시 정도 창원에 도착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소고문님이 추천한 함안 연꽃테마파크’. 가는 길목에 있으니까 잠시 들리면 되는 곳이다.

 

함안에 이런 곳도 있었나? 함안 공설운동장 바로 뒤편에 대형 연꽃단지를 조성해 놓은 것이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오랜 세월 방치되어 황무습지였던 이곳을 함안군에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차에 걸쳐 이 일대를 유적발굴조사 하였는데, 삼국시대에 아라가야의 왕궁을 둘러싼 토성이 존재했던 곳으로 이 곳은 구릉과 구릉을 연결하는 제방으로 판명되었다. 연꽃은 여름에 화사한 꽃을 피우기에 지금이 제철이다. 수만 평 넓은 습지에 흰색, 분홍색 등 여러 종류의 연꽃들이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참내!! 내 고향이 함안이고, 수시로 고향 땅을 방문하는데 이런 멋진 장소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 입구에 있는 호수는 저류조 역할을 하나보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칠 때는 물을 가두어 두는 곳이 있어야 하니까. 2000평 가까운 연꽃광장, 함안 공설운동장과 연결시켜 놓은 데크교, 볼거리를 제공하는 분수시설 등등 제법 돈을 들여서 테마파크를 만들어 놓았다. 30분 남짓 사진을 찍으면 좋은 구경하였다.

 

다시 고속도로로 올릴 필요 없이 1004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로 중리로 연결된다. 뒤풀이는 산인고개 장가네 촌국수에서 촌국수와 콩국수를 먹었다. 이 식당은 내가 많이 찾는 식당 중의 하나다. 국수국물 맛이 뛰어나서 예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차량이 넘치던 곳이었다. 지금은 주변에 식당들이 많이 들어서서 예전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님은 많은 편이다. 원래 주유소 건물이었지만 주요소는 장사가 되지 않아 접어버리고 촌국수로 유명세를 타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오늘도 재미있는 산행이었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8월 하순으로 접어들면 지독했던 여름의 무더위는 한풀 꺾이기 마련이죠. 알탕하기도 쉽지 않고요. 마지막 여름산행을 잘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아침에 드신 김밥은 이성옥님이 준비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뒤풀이 촌국수는 박영덕님이 거금 15만원을 찬조하셨어요. 한 번 더 소개드립니다만 박영덕님은 한용우 고문님과 함께 우리 청마 창립멤버입니다. 워낙 산을 잘 타시고, 또 우리나라 산이라는 산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산행 코스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답니다. 내 기억으로 지리산 당일종주에 참석하여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 7시간 40분 돌파기록을 보유하고 있고요. 중간에 회사 사정상 산행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청마 정회원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고 빠지지 않고 산행에 동참하고 있답니다. 오늘 산행 참석자가 적어서 집행부는 적자를 고민하였는데, 박영덕님 덕분에 적자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은 설악산이네요. 설악산으로 간다고 해 놓고 코스를 어디로 할지 집행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박2일로 하기로 했지만 코스 선택에 따라 새벽에 좀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도 가능하고요. 매년 설악산도 한 번씩 다녀오자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작년, 재작년 연속 공룡능선, 서북능선을 탔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코스가 선정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코스가 상관있나요? 그냥 집행부에서 결정하는 대로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하면 되니까요. , 건강에 유의하시고~~~ 9월 첫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