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방문한 안동 하회마을
조 황 래
세상 살다보니 별 희한한 경우를 겪는다. 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우리 청마의 제339차 정기산행지는 2014년도에 시도했다가 입산금지에 묶여 포기한 문경에 있는 황장산이었다. 산행대장의 공지에 의하면 황장산은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제천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빼어난 암벽과 골짜기가 깊고 원시림이 아름다운 산이다. 또한 황장목(소나무)이 많아서 조선시대에 봉산(封山)으로 임명되어 황장봉산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산행코스는 6km 정도로 짧게 잡아서 어렵지 않게 올랐다가 원점회귀로 내려올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도 날씨가 흐리고 조금씩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산행하기에는 썩 좋은 조건이 못되었다. 산행 참석자도 이런 저런 핑계로 빠지는 사람이 많아서 겨우 20명을 채워서 산행에 임하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우리 전용버스 김윤철 사장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영관광의 다른 차를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이래저래 김이 새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차안의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은 상태였다.
버스는 구마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현풍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올려서 20여분 달려 ‘남성주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비가 지직지직 내리는 바람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속히 돌아와 버스에 오르려는데, 김상복 부회장이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난다면서 운전기사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나도 버스 뒤편으로 갔더니 정말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기사는 왜 이러지? 하면서 점검을 하려고 차 밑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하얀 먼지가 솟구치는 것이었다. 버스 밑 콘크리트 포장이 일부 떨어져 나갈 정도의 큰 폭발소리에 버스에 타고 있던 우리 회원들은 놀라서 뛰쳐나오고, 주변 다른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우루루 몰려들었다. 버스기사는 머리를 감싸고 있었지만 살펴보니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뒷타이어 라이닝이 딱 들어붙은 상태로 달리다가 열이 많이 발생하여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제 차는 꼼짝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김상복 부회장은 김윤철 사장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설명을 하였고, 차량 기사도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여 다른 버스를 수배하였다. 일요일이라 쉬는 차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대구에서 버스가 오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회원들은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가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2시간 정도 지나서 대구에서 온 버스에 오를 수가 있었다.
이미 10시가 다 되어 가는지라 이 시간에 황장산으로 갈수도 없다. 가더라도 산행이 제대로 되겠나? 집행부에서 의논하여 산행은 포기하고 김상복 부회장이 제안한 안동 하회마을 관광을 하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려서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진작 한 번 와봐야 할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뜻하지 않게 오게 되었다. 소병일 고문은 지난 일요일 방문한 덕분에 일일 가이드(?)로 임명되어 안내를 하게 되었다.
매표소에서 하회마을까지 거리가 약1.5km쯤 되었을까?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입구에는 큰 바위에 ‘세계유산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라고 적혀있었다.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낙동강 둑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양쪽으로 벚나무가 가지런히 심겨져 있어서 무척 아름다웠다. 강 건너에는 야트막한 바위산이 절벽을 이루고 있다. 절벽의 정상이 ‘봉수대’라고 한다. 10분쯤 걸어가니 소나무 숲이 나왔다.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20명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도 쉽지 않은데.... 20명이 도시락을 꺼내니 뷔페식단이다. 대장금(?) 변정남님은 즉석에서 골뱅이 무침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나누어 주신다. 라면을 끓이는 팀은 먼저 어묵을 삶아내고 라면을 넣었다. 나는 미역국에 밥 말아 먹는 것이 가장 편하다. 휴게소에서의 악몽은 잊어버리고 웃고 떠들면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였다. 다행스럽게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비도 내리지 않는구나.
강을 건너 부용대로 가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조그만 통통배가 운행되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도 강바닥에 닿지 않고 잘 다닐 수 있도록 배 바닥이 평평하게 되어있었다. 배가 작아 보였지만 우리 20명이 타도 여유가 있었다. 어린이는 2천원, 중학생 이상은 3천원이라고 적어놓았다. 뱃사공은 대통령이 와도 가격 절충은 없다고 한다. 여름에는 옷 입은 채로 걸어서 건너도 되겠는데~~ㅎㅎ
먼저 ‘옥연정사’를 살펴보았다. 입구의 안내판을 보니 류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한 ‘징비록’을 쓴 장소라고 한다.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강물이 이곳에 이르러 깊어지는데 깨끗하고 맑은 물빛이 옥과 같아서 정사의 이름을 옥연(玉淵)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마당의 소나무에 품격이 느껴진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기와집이다.
조금 지나가니 ‘화천서원’이다. 이 서원은 겸암 류운룡 선생의 학덕을 흠모하던 지역 유림들이 인재양성을 위해 건립하였단다. 홍성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부수어서 걷어치움)된 서원을 1966년 후손들이 복설하였다고 한다.
가장 높은 부용대로 올라갔다. 높이가 60m 정도 될까? 하회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오르니 왜 하회마을인지 알 것 같다. 하회(河回)의 지명이 말해주듯 낙동강이 마을을 휘돌아 감싸고 있었다. 와, 멋지네... 강물이 어쩌면 저렇게 휘돌아가면서 물길을 내었을까? 정말 예사롭지가 않다. 경북 예천의 ‘회룡포’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안전시설이 너무 빈약하다.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인데 출입금지를 표시하는 나이롱 줄만 하나 걸어놓았다. 데크 난간이라도 설치해 놓고 넘어가지 못하게 해야지.... 많은 사람들이 그 줄을 넘어가서 하회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다시 배를 타고 건너와서 본격적으로 하회마을을 둘러보았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보호수 소나무였다. 높이 6m, 수령 400년, 2004년 4월4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와, 소나무가 이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무슨 사연을 간직하였기에 나뭇가지가 180도도 아니고 360도 휘어져 감기어 올라갔을까? 품격이 느껴져서 감히 접근하기가 어렵다. 속리산 정이품소나무도 범접하기 어려운 기풍이 서려있었지. 이런 멋진 나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관광은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조금 밑으로 내려가니 그네, 널뛰기 등이 설치되어 있는 놀이터가 나타났다. 그네 타기는 힘들지만 재미가 있다. 끈이 길수록 하늘을 나는 재미는 배가 된다. 배낭을 벗어놓고 그네에 올라 힘껏 발판을 굴렀다. 생각보다 높이 올라가지 못한다. 그래도 이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10여분 동안 하늘을 나는 재미를 맛보았다. 정재영, 변정남 부부는 마치 연인처럼 마주보고 그네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ㅎㅎㅎㅎ
커피나 음료를 파는 ‘달봉이네’도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마을을 방문한 것이 1999년이었구나. 얼마 전에 매스컴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는데 벌써 17년이나 지났네. 여기 방문하여 구상나무를 심었다고 안내표시가 설치되어 있었다. 충효당, 양진당, 북촌 화경당 등등 전통을 자랑하는 멋진 고택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화경당은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문으로 소개된바 있어 품격을 자랑하는 집이다.
마을구경을 마치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나와서 장터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버스에 올랐다. 저녁식사는 창녕 영산에서 추어탕을 먹었다.
오늘 우리 청마는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휴게소에서의 사고가 고속도로 위에서 발생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물론 버스는 앞부분에 연료 탱크가 있기 때문에 뒤에 있는 타이어가 터져도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비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달리 비를 피할 곳도 없어 초라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장면이란.... 정말 상상하기도 싫어요. 평생 액땜을 오늘 했다고 자위합시다. ㅎㅎ
아침에 드신 김밥과 음료 일체는 이영희 부회장이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정에 없었던 하회마을 관광은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 산행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관광지 방문을 정기산행 일정에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말 산행지 결정할 때 반영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사고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으로 김윤철 사장님이 저녁 식대를 내셨어요. 어찌되었건 감사합니다.ㅎㅎ
다음 산행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주의 ‘청남대’입니다. 작년 정상산악회에 동행하여 한 번 다녀왔는데요. 단풍이 너무 멋져서 우리 회원님과 함께 할 마음으로 제가 강력 추천하였습니다. 가을 단풍구경은 선운사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청남대를 다녀와서 그 생각이 바뀌었답니다. 대통령 이름을 딴 산책길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 ‘노무현 길’이 가장 멋졌어요. 전체적으로 다 둘러보는데 세 시간 정도 걸릴까요? 정말 단풍은 끝내줍니다. 구경하러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청남대가 워낙 넓어서 모두 수용할 수 있더라고요. 못 보면 정말 후회합니다. 이번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할 텐데~~~ 11월 6일 만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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