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4박 6일
조 황 래
덕진건설을 사직하고 내친김에 지난 11월에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를 다녀왔다. 두어 달 지나도록 재취업의 기회가 안 생기다보니 약간 갑갑한 마음이 들려고 한다. 이럴 때는 또 바깥바람 한 번 쇠고 오는 것도 괜찮다. 이것저것 걸리는 것들이 많다보니 놀고 있어도 날짜 잡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그나마 별문제가 없겠다싶은 날짜가 2월 10일부터 설까지 1주일이 가장 무난하게 보였다. 내가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이미선이 먼저 다녀온 곳을 뒤쫓아 가며 가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그래야 다음에 이미선이 학교 퇴직하여 시간이 풍부할 때는 가보지 못한 곳을 같이 다닐 수가 있잖아. 이미선은 2012년 1월에 3박4일 일정으로, 그것도 인천공항을 이용하여 다녀왔다. 후기를 읽어보니 내가 다녀온 것과 비슷한데, 그 때는 no 옵션, no 쇼핑이었다고 회상한다. 사실 옵션을 걸 놀이문화도, 쇼핑할 물건도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겨우 가이드를 설득(?)하여 일정조정까지 하면서 2시간 마사지를 받고 40$ 지불하였다고.ㅎㅎ
나는 ‘참좋은 여행’사를 선호한다. 회사 이미지도 좋고, 오너가 직원들에게 정말 잘 해준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후 여행은 대부분 이곳을 통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지난번 일본 홋카이도 여행도 이 여행사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번 라오스 관광은 ‘연합상품’이라 ‘참좋은 여행’에서 신청자는 나 혼자뿐이다. 또 독방을 써야하겠구나. 독방 사용료 15만원을 더 줘야한다. 그래도 큰 방을 혼자 이용하면 편하지 뭐.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더 즐겁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 했지만 준비하면서 살짝 마음이 들뜨는 기분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내가 외국에 나갈 때면 항상 식사가 문제다. 라오스는 향료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지... 김과 멸치, 고추장만 있으면 어디를 가나 식사는 할 수 있으니까 가장 먼저 가방에 담았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라오스 날씨는? 늦여름일까, 초가을일까, 아니면 늦가을 날씨일까... 긴 바지와 소매긴 셔츠를 세벌씩 넣었다. 반바지와 짧은 상의도 두벌은 챙겨가 보자. 모자에다 선그라스, 선크림, 세면도구며 화장품 등등 솔로라도 챙길 것은 제법 된다니까.
2월 10일 (토)
여행안내서에는 김해공항에서 6시에 미팅을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담당자에게 마산 역에서 첫 버스가 5시 25분 출발이라 6시 반이 되어야 도착할 수 있다고 미리 연락하였다. 비행기는 8시 30분 출발이니까 시간상으로도 충분하겠다. 이미선이 마산 역까지 태워주고 갔다.
담당자를 만나 서류를 받고, 티켓팅을 하면서 좌석을 선택하라고 한다. 창문 쪽보다 복도 쪽이 다리를 펴기 좋겠다고 했더니 19D를 발행해 준다. 수속을 밟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외국 여행할 때마다 양주를 한 병씩 샀었는데, 라오스에는 변변한 면세점도 없을 것 같아서 미리 김해공항 면세점에서 내가 선호하는 꼬냑 한 병을 구입했다.
라오스 국적기인 라오에어라인 QV916편 비행기에 탑승하여 보니 빈 좌석이 많았다. 이상하네... 대목 밑이라 외국으로 놀러나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나? 내 옆 좌석 두 개도 빈 채로 가는 바람에 5시간 비행하는 동안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식사가 나왔다. 볶음 면과 쌀밥 중에서 고르라고 하는데 평소에 좋아하던 면을 선택한 것이 실수였다. 볶음 면은 입에 넣기도 거북해서 그대로 싸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해물 밑반찬만 골라 조금 먹었다. 이 비행기는 시설이 많이 부족하구나. 소형 TV화면이 없다보니 음악은커녕 영화도 볼 수 없다. 준비했던 김진명의 ‘미중전쟁’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쓰는 작가들은 거의 천재다. 정말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상황설정을 하고 그 설정에 맞게 인물들을 배치하여 스토리를 엮어 나가는지.... 세계를 움직이는 유명 정치인들의 실명을 그대로 책에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이 벌이는 정치싸움이 가관이다. 거기에 검은돈이 가미되고 선거가 얽히면서 재미있게 전개된다. 과연 트럼프는 평창올림픽이 끝이 나면 김정은에게 폭격지시를 할지, 그리고 중국이 북한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벌어질는지 지켜보자~~~
5시간 10분을 비행하여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 왓따이공항에 도착했다. 가방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부산 QV연합팩’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는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인가보다. 한국인 가이드를 만나서 일행 12명이 모두 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나가 16인승 셔틀버스를 탔다. 12명 인원의 가방을 셔틀버스에 실으니 좌석이 협소하다. 이번 여행은 쫌 별론데.... 가이드가 인사를 했다. 이름은 김종필이라나. 그런데 가이드의 표정이 영 떨떠름하네. 관광객 구성을 보고 별 재미없다고 판단해 버렸나? 나이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은 되었겠다. 태국에서 15년간 가이드생활 하다가 라오스에 온지 4,5년 되었다고 한다. 20년 가이드생활 했으면 능구렁이가 다 되었겠지. 그렇지만 표정관리가 너무 엉망이다. 아니, 아무리 소형버스라도 그렇지. 가이드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 의자에 발을 벌리고 앉아서 얘기를 해도 되는 거야? 외국에 많이 나가다보니 가이드들의 표정을 우리도 읽을 수 있잖아. 통상 버스를 타면 가이드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기사 이름과 현지 가이드 이름 정도는 소개해야지. 그리고 라오스의 개략적인 역사와 간단한 인사말 정도의 현지 언어는 알려주는 것이 기본이잖아. 참내, 뭐 이런 가이드가 다 있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말을 하기 싫은 표정이다. 겨우 주의사항 4가지를 얘기한다. 교통신호 등 안전에 유의할 것, 여권이나 휴대폰 관리 잘 할 것,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유의할 것, 물은 생수만 마실 것 등 하나마나한 얘기만 몇 마디하고 만다. 이 친구와 동행하는 것도 모두 이번 여행에서 ‘내 복’이니까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점심식사 하러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우’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 ‘참이슬’ 한 병에 5$이라고 적혀있다. 처음 만나면서 인사를 겸해 간단히 소주 한잔 하는 것도 괜찮지. 소주 두 병을 시켰다. 12명을 파악해보니 남해에서 노가다(?)를 하면서 고등하교 들어갈 아들, 4학년 올라갈 딸, 그리고 장모님을 모시고 온 윤서방 가족 5명, 울산에서 역시 4학년 올라갈 아들(김민찬)을 데리고 온 이태경(73년생)씨, 역시 울산에서 온 전용창(61년생) 부부 2명, 부산에서 온 신선동(58년생) 부부, 그리고 마산에서 참석한 솔로 조황래 이렇게 구성이 되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 4명은 소주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졸지에 내가 가장 연장자가 되어버렸다. 이번 여행이 즐겁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는 뜻으로 소주 한 잔씩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첫 일정으로 라오스의 남대문시장으로 일컫는 달랏싸오 시장 구경을 갔다. 라오스는 30여 년 전의 한국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여러 가지 옷, 가죽제품, 각종 신발류, 한쪽에는 금은 등의 귀금속가게....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왔을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좀 그렇다. 내 눈에는 그저 허접한 물건을 파는 크지 않은 시장인데....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남대문 시장과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다음코스는 독립 기념탑 ‘빠뚜사이’ 관광에 나섰다. 빠뚜사이는 ‘승리의 문’이라는 뜻(빠뚜=문, 싸이=승리)으로 1969년에 사회주의 정부 수립 이전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지은 지상 7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체적인 모습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흉내 내 만들었다고 하니 웃음이 나온다. 비엔티엔의 모든 건축물은 빠뚜사이 보다 높게 건축을 할 수 없단다. 그래서 빠뚜사이 정상에 올라가면 비엔티엔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빠뚜사이 입구에서 천정을 올려다보니 천정에는 힌두교 신들이 그려져 있다. 불교국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웬 힌두교 신? 이 나라 역사를 모르니 그냥 넘어가자. 엘리베이터가 없어 7층 높이까지 계단을 따라 걸어서 올라갔다. 4층에서 6층은 기념품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돌음 계단을 다 올라가니 옥상이다.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 시야가 정말 좋다. 사방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야경이 훨씬 멋지겠는데....
다음에 방문한 곳은 라오스 국가의 상징이며 부처님 사리가 있는 ‘왓 탓루앙 사원’. 비엔티안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세타티라수 왕에 의해 건립되어 1935년 복원한 탑으로 석가의 유발과 가슴뼈가 소장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위대한 불탑’이란 뜻을 지닌 탓루앙의 높이는 45미터에 이른다. 1년에 한 번씩 탑에 금칠을 하면서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사리탑 주변 사방으로 사원이 있었는데 현재는 북쪽과 남쪽 사원만 남아 있다. 거대한 와불은 남쪽 사원 쪽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남쪽사원으로 들어갔다. 옆으로 편안하게 누워있는 황금 부처님!! 크기가 10m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우리나라 부처님과 표정에서 차이가 많이 나지만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 볼수록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귀가 어깨까지 내려온 모습도 이채롭다.
새벽에 일어나서 여기까지 오느라 모두 피곤한 기색이라 일단 호텔로 들어왔다. 나는 305호를 배정받았다. 객실 내부는 그런대로 구색을 갖추었다. 샤워실은 유리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고 화장실도 괜찮아 보인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1시간쯤 휴식을 취했다.
저녁 식사할 때까지 여유가 있어서 마지막 날 일정에 잡혀있던 메콩강 ‘짜오아누봉 공원’으로 갔다. 한국에서 이 거리를 만들고 공원을 조성해 주었다고 한다. 보도블록 마감재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던 재료들이구나. 공원 입구에 태극기와 라오스 국기가 입간판에 나란히 새겨져있다. 보기가 참 좋네~~ 마침 메콩강 너머로 해가 지려고 한다. 석양의 풍경도 카메라에 담기에 적절하게 아름답다. 공원은 천막형 노점상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노점상 수백 개가 설치되어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30여분 구경해도 사고 싶은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구나. 음악소리가 요란한 곳으로 가보니 삼사십 명이 질서정연하게 경쾌한 리듬에 맞춰서 율동을 하고 있다. 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이런 모습은 보기도 좋다.
저녁식사는 라이브 레스토랑 ‘믹서’에서 현지 식으로 먹었다. 생선찜, 고기, 계란찜 등 제법 괜찮은 반찬이 나와서 식사하는데 불편은 없었다. 식사하면서 남자들끼리 자리를 마련하여 술을 한잔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신상파악(?)도 되었고. 이렇게 만나서 한 잔 나눌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화가 통하는 멤버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데...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것으로 오늘 일과는 끝났다. 이번 관광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다. 가이드 말로는 3박4일이면 충분한데, 4박6일 코스로 만들었으니 바쁘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한다.
호텔이 시외 한적한 곳이다. 그래도 그냥 숙소로 올라가기가 아쉬워 밖으로 나가봤지만 정말 볼 것도 없다. 호텔 바로 옆 레스토랑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을 하고 있는지 카메라맨과 신랑 신부가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고 숙소로 올라왔다.
한국은 어제 평창 올림픽 개막하고 오늘부터 열전에 돌입했을 텐데.... 여기는 TV 채널도 몇 개 되지 않고, 한국 방송은 아예 없어서 TV는 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샤워하고 나서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비행기에서 읽던 ‘미중전쟁’을 계속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2월 11일 (일)
9시까지 로비로 나오라고 하니까 모닝콜이 필요가 없다. 실컷 자고 일어나니 7시. 2층 식당으로 내려가서 김밥과 샌드위치, 계란 후라이, 커피 등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출국할 때부터 배속이 조금 거북했는데.... 일단 먹는 것에 대하여 조심해야겠다. 외국에 나와서 한 곳이라도 불편하면 안 되지. 식사하고 나서 소화제 두 알을 먹었다. 오늘은 ‘방비엥’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방을 모두 챙겨 나왔다.
방비엥까지 거리는 약 150km이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못하여 4,5시간 걸린다고 한다. 가면서 이곳저곳 구경도 한단다. 버스가 출발하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조각공원 ‘왓 씨앙쿠앙’에 들렀다. 씨앙쿠앙은 라오스의 한 조각가가 힌두와 불교의 원리를 형상화한 곳으로 괴기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조각된 석상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다양한 형상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비슈누와 시바와 같은 힌두교 신들과 석가모니 등을 형상화한 콘크리트 조각상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정면에 있는 3층 높이의 원형 구조물로 들어갔다. 악마의 입이 출입구다. 올라가는 계단도 좁고 경사가 심하다. 정말 요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2층, 3층 공간에는 진흙으로 빚은 수많은 신을 모셔놓았다. 3층을 올라와서 옥상으로 나오니 조금 위험하지만 조각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괴상하게 생긴 조각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는 그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상식이거늘 여기는 그런 설명이 전혀 없다고 한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몰탈로 만든 조각이라 세월이 조금 지났다고 표면이 벗겨지고 때가 묻어서 영 볼품없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도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지. 구석구석 돌면서 카메라에 담았다.
30여분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린 곳은 소금마을이었다. 세계지도를 보고서야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나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소금을 생산한단다.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맛을 보았다. 우리나라 바닷물보다 열배는 더 짠맛이다. 신기하네. 이 지하수를 끌어올려 대형 가마에 받아서 열을 가하면 소금이 남게 된단다. 염전으로 끌어들여서 우리가 아는 염전형태로 소금을 생산하기도 하고. 이 지하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생산이 될까? 고갈되지 않고 오래토록 나와 주어야 할 텐데....
30분쯤 더 가니 강이 나타났다. 여기는 ‘남능강 탕원 유원지’라고 한다. 배를 타고 가면서 점심식사를 하는 ‘선상 중식’을 맛보았다. 준비된 배 크기가 다양하다. 우리는 12명이 탈 수 있을 정도의 좌식 테이블 4개가 설치된 배에 올랐다. 등받이 의자도 구비되어 있네. 노래방 장비도 실려 있다. 식사하면서 기분이 내키면 노래도 부르고 하나보다. 음식은 외부 주방에서 미리 만들어 배에 싣는구나. 강을 따라 40여분 운행을 하면서 식사를 하였다. 간이난로에 국이 얹혀있었지만 간도 안 맞고 맛도 별로다. 닭튀김도 그렇고 대나무 통에 담긴 밥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식고 굳어서 맛이 없다. 준비했던 멸치와 고추장, 김으로 대충 식사를 했다. 종업원들이 한국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노래 곡목 선정이 서툴러 반응이 신통찮았다. 준비했던 소주 한잔씩 나누고 식사를 마쳤다.
여기서부터 방비엥까지 3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이 도로가 라오스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국도이지만 대부분 2차선이고 일부는 비포장도로로 되어 있다. 물론 도로 확장하는 구간도 일부 있기도 했지만 나라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망고농원에 들렀다. 여기에서는 여러종류의 열대과일과 말린 과일을 무료로 시식하게 하면서 주로 말린 과일을 파는 곳이다. ‘지나가는 행자 보시오. 나 이곳에 빌딩을 세우고 싶소. 마른과일 몇 봉 팔아주고 가시오. 충동구매 실천하여 후회하며 살아보세’ 이 농원을 우리나라 교포가 운영하고 있나보다. 1 봉지당 13$~25$ 정도 가격이다. 6개 이상 사면 봉지당 2$씩 깎아 준단다. 구매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나는 마른 과일 몇 가지 맛만 보고 후회하기 싫어서 그냥 나왔다.
한 시간 남짓 달려서 휴게소에 들렀다. 규모가 제법 있는 휴게소다. 취급하는 품목도 제법 되는구나. 진열대를 자세히 살펴보니 ‘자몽에 이슬’, ‘청포도에 이슬’ 등 진로에서 나오는 13도짜리 과일소주가 눈에 띄었다. 1병에 3.5$라고 한다. 두 병을 샀다.
드디어 방비엥에 도착했다. 저 멀리 울퉁불퉁 삐쭉빼쪽 솟은 돌산이 그림처럼 전개되고 있다. 마치 중국의 계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베트남의 하롱베이도 이런 모습이었지. ‘SABAIDEE HOTEL’에 도착하여 306호를 배정받아 방으로 올라갔다. 조그만 규모의 여관 같은 호텔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걸어 올라가는 불편을 겪었다. 깨끗하게 청소는 되어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발코니도 있어서 분위기는 그런대로 괜찮네~~ 천정에 도마뱀 한 마리가 붙어있다. 오래 전 우리 가족이 필리핀 놀러갔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그 때는 제법 큰 도마뱀이 환영인사를 하였는데...
잠시 쉬었다가 가이드 인솔로 쏭강에 ‘롱테일 보트’를 타러갔다. 이것은 선택 관광 품목이라 30$씩 내어야 한다. 나는 선택품목은 웬만하면 다 해보기로 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다. 여기서 우리가 타고 다닐 차는 짐 싣는 공간에 의자를 배치한 1톤 트럭이다. 이틀 동안 짐짝 취급을 당해야하나 보다. 어쩔 수 없지 뭐. 보트 타는 곳까지 10분 거리도 되지 않았다. 롱테일 보트는 폭이 약 1m, 길이가 7~8m쯤 되는 3인승 보트다. 사공은 뒤에 앉아 모터와 노를 관리하고 손님은 앞에 나란히 앉아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 타게 되었다. 물이 튀기 때문에 카메라는 젖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 쏭강 주변의 산이 방비엥 들어올 때 멀리서 봤던 돌산이었다. 가까이서 보는 돌산은 정말 기기묘묘하게 생겼다. 우리나라의 산과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저런 산은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나 올라갈까 일반 사람들은 도저히 올라갈 수도 없을 것 같다. 길이 보여야 올라가지.... 쏭강 주변에는 리조트, 호텔도 많고 방갈로 타입의 휴양지도 몇 군데 보였다. 우리가 머무는 여관 같은 호텔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겠지. 쏭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몇 개 있다. 소형차가 지나가는 다리는 너무 왜소하여 위험해 보인다. 보수작업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하늘에 뭔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아, 행글라이더를 타고 있구나.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안전이 검정되지 않아 한국 가이드들은 원칙적으로 소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법 속도감이 있는 Long Tail Boat를 타고 나니 관광 온 기분이 확 드는구나. 사공에게 팁 1$을 주고 내렸다.ㅎㅎㅎㅎ
호텔이 있는 곳이 시내 중심가이고 재래시장, 식당, 관광관련 차량 대여소, 마사지 숖, 술집 등등 온갖 점포들이 주변에 밀집되어 있다. 호텔 옮길 필요도 없이 여기서 3일을 묵으니까 안심이 된다. 저녁식사 하러 갔다. 메뉴는 삼겹살. 여기도 우리나라 교포가 운영하나보다. 삼겹살을 무한리필 해준다고 한다. 김치, 마늘, 된장, 고추 등 밑반찬도 우리입맛에 맞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와, 이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 집으로 오겠구나. 소주와 맥주 2병씩 시켜서 같이 마셨다. 돼지고기도 맛이 괜찮은데.....
식사를 마치고 해산했다. 나는 숙소로 가서 잠시 쉬었다가 밖으로 나왔다. 재래시장이 세로로 길게 도로 3군데에 걸쳐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가장 많고, 외국 사람들도 많이 붐빈다. 슈퍼에 가보니 ‘월매 막걸리’가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두 병을 샀다. 나는 아무래도 소주보다 막걸리가 낫다. 그런데 속이 편치 못하여 먹는 것도 신경 쓰면서 먹었지만 여전히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소화제를 두알 더 먹고 자리에 들었다.
2월 12일 (월)
막걸리 얼큰하게 마시고 일찍 자리에 들어서 그런지 실컷 자고나도 새벽 6시 반이다. 2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 호텔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나보다. 방 번호도 묻지 않는다. 닭죽 한 그릇, 토스트 한 조각, 커피 한 잔 마시니 아침식사로 충분하다. 9시에 로비로 내려갔다.
오늘 첫 관광지는 몬도가네 재래시장. 가이드는 이런 시장을 왜 코스에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면서 안내를 한다. 몬도가네라는 이름은 한국 가이드들이 붙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혐오감을 주는 동물들도 이 시장에 나왔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지만 오늘 구경해보니 별 것도 없다.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는 생선가게, 각종 채소류 등 그냥 시골 시장을 구경했다.
탐쌍 이라는 코끼리 동굴로 갔다. 예전에 코끼리들이 이 곳을 지배했을 때, 나이들은 코끼리는 무리에서 이탈하여 이곳 동굴로 와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코끼리 상아는 보이지 않고 팔베개를 하고 옆으로 누운 부처님이 인자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아주신다.
짚라인을 타려했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탐남 튜빙관광’을 먼저 하기로 했다. 탐남은 동굴을 뜻하고 튜빙관광이란 튜브를 타고 깜깜한 동굴을 구경하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동굴은 그다지 깊지 않아서 위험하지는 않겠다. 어두운 동굴이라 머리에 랜턴을 쓰고 튜브에 누워서 설치된 줄을 잡고 굴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에 갔을 때는 동굴을 관통하여 하류로 내려와서 튜브를 반납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동굴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나오는 코스다. 당연히 옷이 다 젖기 때문에 카메라나 휴대폰을 소지할 수가 없어서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제법 관광객이 많다. 서로 섞이지 않도록 우리 팀끼리 바짝 붙어서 굴속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동굴 속에서도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듀브에서 내려 굴속을 걸어서 구경할 수 있는 구간도 있었다. 헤드 랜턴을 착용하였지만 어두워서 조심조심 30여분 구경하고 나왔다.
바로 옆이 짚라인을 타는 곳이다. 60&이면 상당히 비싼 편인데 과연 가성비는 어떨지. 신선동 부부와 남해 윤서방 부부는 빠지고 아이들을 포함한 8명이 신청하였다. 가장 연장자이신 윤서방 장모님도 신청하셨단다.
살짝 나이를 물어보니 6학년 9반이라고 하신다. 그 정도면 아직 즐기실 나이야.ㅎㅎ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10m쯤 되는 연습장에서 실전 연습을 해보았다.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잖아. 그런데 짚라인 출발선까지 해발 약 200m정도 되는 산을 올라가야 하니까 그게 문제다. 계단을 오르고 사다리도 오르고,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도 건너서 산 중턱에 마련된 출발선까지 힘들게 올랐다. 이제 교관(?)의 지시에 따라 짚라인을 타야한다. 여기는 모두 길이가 100m 남짓 되는 11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약간 긴장이 되었지만 짚라인을 붙들고 다리를 쭉 뻗어 위로 올리니까 교관이 뒤에서 밀어준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겁이 나겠지만 멀리 건너편을 쳐다보니까 전혀 그런 것은 없다. 강철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 100여m를 지나는데 10초나 걸렸을까? 바로 두 번째 출발선에 닿았다. 교관 3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인다. 한 명이 먼저 건너가서 준비를 하면 다음 교관이 손님을 밀어 보내고, 두세 명 보낸 후에 다시 건너오면 처음에 건넌 교관은 다음 코스로 이동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친구들을 보면서 처음에 가졌던 약간의 긴장감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너무 너무 재미있다는 기분만 남았다. 여기 짚라인은 좌로 갔다가 다음은 우로 왔다가 하면서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어느새 10코스를 타고 마지막 코스는 맨 아래 투빙 관광을 하는 연못 위로 나르게 되어 있었다. 이 코스는 경사가 심하여 속도가 매우 빠르다. 밑에서 가이드는 마지막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폰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어떤 포즈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네. 그냥 팔을 쫙 벌리고 날아보자. 마지막 코스가 가장 재미있었다.
점심 식사는 ‘피크닉런치’라는 이름으로 도시락을 먹었다. 식당에 갈 필요도 없이 이렇게 간단히 먹는 방법도 있구나. 볶음밥에, 커다란 빵에, 여러 가지가 포함된 꼬지에, 고기와 상추까지 풍성한 식사였다. 소주에 맥주를 섞어 한 잔 맛있게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카약레프팅’을 하러 어제 놀았던 쏭강으로 갔다. 카약레프팅은 선택관광이 아니어서 12명 모두 카약에 올랐다. 카약은 사공 1명과 손님 2사람씩 타서 강을 따라 노를 저어 내려가면 된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상류에서 카약을 타고 하류로 내려가서 일정한 장소에 내리면 카약을 차에 실어 상류 탑승지까지 운반하는 식이다. 노를 젓다보면 물이 튀거나 카약이 전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카메라 사용 금지다. 그런데 이것은 영 별로네~~ 노를 젓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다.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저어도 팔이 아파온다. 나는 윤서방과 같이 탑승하여 교대로 노를 저으면서 하차지점까지 왔다. 이것도 40여분 걸렸나보다. 사공에게 2$ 팁을 주고 내렸다.
오후 3시밖에 안 되었지만 오늘 관광일정은 모두 끝났다. 호텔로 올라와서 잠시 쉬었다가 6시에 저녁 식사하러 다시 모였다. 식당은 호텔에서 걸어가도 되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제 저녁 삼겹살 먹은 그 식당이었나? 오늘 저녁은 닭백숙이 준비되어 있었다. 밑반찬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같아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죽도 맛이 괜찮은데.. 나는 고기는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계속 속이 불편하여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어야지. 끼니때마다 술을 한 잔씩 마셔서 그런가? 이렇게 장기간 속이 불편한 적은 없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술 한두 잔 마셨다고 이러면 정말 안 되지.
식사를 마치고 모두 해산했다. 여기도 커피숖이 많구나. 혼자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민찬이와 민찬이 엄마를 만나서 아메리카노 한 잔 나누었다. 민찬이 엄마는 울산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제법 수입이 괜찮았는데 요새는 절반으로 줄었단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지 뭐.
어제 시장구경은 거의 다 했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숙소로 들어왔다. ‘미중전쟁’을 두 번째 읽었다. 책을 좀 더 가지고 오는 건데... 속이 불편해도 어제 구입한 ‘월매 막걸리’ 한 잔 더하고 자리에 들었다.
2월 13일 (화)
무슨 이런 관광이 다 있지? 아침 10시 반에 모이라는 하는구나. 참내, 이런 스케즐은 처음이네. 그렇다고 가이드에게 항의할 수도 없잖아. 가볍게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 주변 산책을 했다. 학교 옆에 구조물 공사를 하고 있었다. 4층 콘크리트 구조물을 짓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엉성하기 짝이 없다. 기둥도 약간 삐딱하게 올라가 있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게 보인다. 저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공사를 하다보면 사고가 많이 날 것 같은데~~ 하기야 사람 몸값이 비싸면 안전은 자동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오늘 오전관광은 ‘탐짱공원 산책’이다. 우리를 태운 트럭은 10분 정도 달려서 매표소를 통과하여 주차장에 멈추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리조트 앞을 지나야 하는데 리조트가 사유지라서 1인당 2,000낍씩 입장료를 내야 한단다. 공원까지 20분 정도 걸렸을까. 주황색으로 칠을 한 약 100m정도 되는 구름다리를 건너니 여기가 공원인가보다. 산 중턱에 멋진 동굴이 있고, 그 동굴을 구경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동굴까지 높이 70m정도 콘크리트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별로 힘들지 않고 올라갔다. 의외로 사람들이 충분히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길다. 종유석 등이 많이 발달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런 곳에서 동굴을 구경한다는 것이 약간 의외였다. 동굴 구경을 하고 내려와서 공원을 둘러보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너무 깨끗하다. 더운 날씨였다면 바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을 것을....
점심식사는 쌀국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이집의 식탁은 놀랍게도 두꺼운 원목으로 만들어져있었다. 폭이 1m, 길이가 3m, 두께 12cm정도는 될 것 같다. 운반하기도 쉽지 않았겠는데... 의자도 통나무를 원통형으로 다듬어 묵직한 것을 갖다놓았다. 와, 이런 나무가 여기서 생산이 되나보다. 쌀국수는 국물이 구수하니 먹을 만했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되도록 사양해야겠지만 쌀국수라 괜찮을 것 같아서 한 그릇 다 먹고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선택 관광 ‘버기카’를 타러 갔다(50$지불). 버기카(buggy car)를 검색해 보았더니 '모래땅이나 고르지 못한 곳에서 달릴 수 있게 만든 자동차'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버기카를 대여해주는 곳이 엄청 많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 바로 앞에서도 버기카를 조립하는 조그만 공장이 있었으니까...
차를 타고 20여분 시외로 나오니 버기카를 대량으로 공급해주는 곳이 있었다. 두 명씩 타고 왼편에 앉은 사람이 운전을 하도록 되어 있다. 나는 윤서방 장모님과 같이 타서 내가 운전을 했다. 너른 마당을 한 바퀴 연습운전하고 나서 도로로 나갔다. 마스크를 나누어 주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일부 비포장도로로 가는 것이다. 큰 차가 지나가니 먼지가 엄청 일어난다. 어느새 옷은 허연 먼지로 덮이고 만다. 당연한 말이지만 악세레이더를 좀 세게 밟으면 속도가 많이 나고, 약하게 밟으면 천천히 간다.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게 밟기도 하고, 개울을 건널 때는 천천히 갈 수밖에 없고... 1시간 정도 버기카를 즐겼다. 그런데 안락한 승용차를 두고 소음이 심한 이런 버기카를 찾는 이유가 뭐지? ㅎㅎㅎㅎ
버기카를 타고 찾아간 곳이 오늘의 마지막 코스 ‘블루라군’이었다. 여기는 6,7m되는 나무에 올라가서 다이빙을 즐기는 천연수영장이다. 물 색깔이 에메랄드빛을 띈다고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물 깊이가 5m는 된다고 하니 다이빙을 해도 별 문제는 없겠다. 이런 기회를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 제일 먼저 물속으로 들어갔고, 나뭇가지 위로 올라갔다. 총각 때 사우디아라비아 체육관 공사를 할 때가 생각난다. 그 때는 실내 수영장 5m 높이 플랫폼에서 폼을 잡고 다이빙 등 수영을 했는데~~ 막상 올라와서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게 보인다. 밑에서 올려다 볼 때와 전혀 다른 기분이다. 그래도 여기서 다이빙하다가 사고 당한 사람은 없다고 하니까 그 확률을 믿고 뛰어내렸다.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올라올 때까지 1,2초 걸렸을까? 그 짧은 시간이 10분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재미있네... 세 번이나 반복해서 뛰어내리면서 블루라군의 다이빙을 즐겼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매점에서 맥주를 사와 한잔씩 나누며 얘기꽃을 피우고....
다시 버기카를 타고 나와서 차를 반납하고, 호텔로 들어오니 3시밖에 되지 않았다.
6시에 다시 모여 식사하러 갔다. 어제 식사했던 'A K HOME'식당이구나. 저녁메뉴는 ‘오리주물럭’이다. 이 식당은 자리를 잘 잡았다. 여기에 오는 한국 관광객은 거의 100% 이 식당을 방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맛도 괜찮고, 웬만하면 무한리필 해 주니까. 오리주물럭이 정말 맛있게 보였지만 오늘도 계속 속이 편치 않아서 맛만 조금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주와 맥주는 다 같이 한잔씩 나누고 나왔다.
일부 아주머니들은 마사지 받으러 가고 나는 가보지 않았던 거리를 돌아다녔다. 여기도 부처님을 모신 공원이 있었구나. 라오스를 찾은 관광객이 생각보다 많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많아서 약30%는 되는 것 같다. 마사지 마치고 나서 우리 일행은 같이 한 잔 더하기로 했지만 나는 속이 안 좋으니까 어울리기가 불편하여 일찍 호텔로 들어오고 말았다.
2월 14일 (수)
9시에 가방을 다 챙겨서 로비에 모였다. 오늘은 비엔티엔으로 돌아가면서 남은 관광일정을 소화하고 밤에는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우리를 방비엥까지 태워주었던 셔틀버스가 호텔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셔틀버스에 가방을 싣고 비엔티엔으로 출발했다.
30여분 달려서 멈춘 곳은 라오스 전통식품을 파는 매장이었다. 멸치, 젓 종류를 파는 재래시장 옆의 단층 건물로 들어갔다. 여기도 우리나라 교포가 사장인가 보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보약 목청! 목청 한수지에 계피 한티스푼 섞어 반죽하여 매일아침 공복에 티스푼 2회 복용’이라 적은 안내문이 있는가하면 ‘의학적으로 밝혀진 검은 생강의 효능’ 흑생강에 대한 안내문도 큼직하게 적혀있다. ‘히비스커스’도 봉지에 넣어 팔고 있었다. 이런 상품들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제법 살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돈의 가치로 봐서 비싸게 팔고 있다고 생각하였나?
올 때 들렀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1시간 더 달려서 ‘삼시세끼’라는 입간판을 적어놓은 식당으로 들어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제육볶음이 나왔는데 맛이 수준급이다. 상추도 풍부하게 나왔고, 우거지 된장국, 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도 괜찮았다. 밥 한 그릇 깔끔하게 비우고 나왔다.
몽족 재래시장인 ‘락52’에는 정말 왜 들렀는지 모르겠다. 가이드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서 일정에 들어있으니까 안 갈 수가 없단다. 난로, 빗자루, 물뿌리개, 냉장고, 선풍기, 에어컨 등등 생활 잡화를 취급하는 시골장터다.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나왔다.
비엔티엔 시내로 들어와서 ‘왓 호파깨우사원’으로 갔다. 이 사원은 1565년 세타티랏 왕이 건립했다고 한다. 왕국이 수도를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으로 천도할 때 에메랄드 불상 파케오를 모시기 위해 건축했지만, 1779년 태국과 전쟁 때 사찰은 소실되고 불상은 태국으로 가져갔다. 지금도 태국 방콕의 에메랄드 사원에 모셔져 있다. 1936년 프랑스에 의해 재건되어 지금은 국내 각지에서 모아진 불상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 모자, 선그라스를 벗고 입장해야 하며 사진촬영은 엄격히 금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침략과 약탈의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구나.
본당 처마부분에는 세 마리의 코끼리가 새겨져있다. 라오스가 번영할 때의 세 왕조와 화랍을 상징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본당 지붕은 끄트머리를 뾰족하게 틀어 올려놓았는데 이것은 메콩강의 수호신으로 라오스인들이 추앙하는 ‘산갈치’라고 한다. 실제로 1978년 메콩강에서 8m가 넘는 산갈치를 잡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웃한 ‘왓 시사켓 사원’으로 갔다. 라오스 말로 ‘호’와 ‘왓’은 사원을 뜻하는데 호는 스님이 없고 왓은 스님이 거주하는 사원이라고 한다. 여행사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6,840기의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인테넷에는 작은 불상까지 합치면 무려 10,036기나 된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복장을 단정히 해야 한다면서 다리가 보이는 여자는 겉치마를 둘러야 했다. 이곳은 1818년에 건립된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본당에는 커다란 불상 외에도 천정과 벽면에 석가모니 일생에 대한 불교설화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사진금지 구역이라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이 사원이 태국과의 전쟁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았던 이유는 점령군의 지휘관이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원정군의 사령부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불상들이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불상이 팔이 떨어지거나 목이 잘린 모습이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마당에는 수많은 탑이 세워져 있고 정면에는 사진이 걸려있다. 아마도 유력인사가 죽어서 묻힌 곳인가 보다. 고급 납골당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죽은 사람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이 탑으로 평가하나보다.
마지막 관광코스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왓 시므앙 사원’이었다. 이곳은 비엔티엔에 있는 사원 중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이다. 수도를 옮기면서 도시의 기둥을 세운 곳이기도 한데, 이 기둥을 세우는 과정에서 구멍으로 기둥이 들어가지 않자 ‘시’라는 임신한 여인이 자신을 재물로 바치고 난 후 기둥이 들어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 여인의 영혼이 비엔티엔을 수호하고 있다고 믿고 이 사원을 찾은 사람이 많다고. 특히 임신을 하기 원하거나 임신을 한 사람과 젊은 청춘 남녀연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사원이기도 하다. 본당 내부는 불공을 드리는 불자들로 만원이다. 나도 구경삼아 들어갔다가 남은 라오스 돈 몇 천 킵을 봉양했다.
관광은 대강 끝내고 필수코스(?)인 라텍스 매점으로 들어갔다. 가기 전에 가이드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되니까 1시간 정도 푹 쉬었다가 나오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으로 봐서 여기서 매상을 올리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였나보다. 동남아 여행가면 거의 100% 라텍스 매장을 들린다. 그런데 요즘 집집마다 라텍스 몇 장씩 다 들여놓았기 때문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집에도 두께 20cm 라텍스 킹사이즈 침대가 두 개나 있으니까 이제는 관심도 없지. 매점에서 설명을 듣는 시간도 지겹지만 하릴없이 매장 침대에 누워있자니 종업원들의 눈치가 보여서 시간을 때우기도 어렵다. 30여분 지날 때쯤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매장 맞은편에 대형 슈퍼가 있어서 구경할 만했다. 이것저것 보다가 낮에 재래시장에서 보았던 꿀을 파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 병에 만 원쯤 하네. 선물하기 안성맞춤이어서 두 병을 샀다. 내가 사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제법 구입하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결국 김종필 가이드와 부딪히고 말았다. 가이드가 먼저 시비를 거는 것이다. 관광객들도 나름대로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일장 훈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예약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맞추어줘야 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 이렇게 일찍 나가버리면 가이드의 체면은 뭐가 되느냐?’ 이 말에 남해의 윤서방이 바로 약발을 받았다. ‘네가 해 준 것이 뭐냐고. 그렇게 무성의하게 가이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신선동씨도 거들었다. ‘물건 사지도 않으면서 침대에 누워있으려니 종업원 눈치가 보여 나왔는데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되었냐? 슈퍼에서 산 것이 술이 아니란 말이야, 꿀을 샀는데 이게 술로 보여?’ 가이드는 한국식당에서 술 반입을 금지한다는 자기의 조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나보다. 우리는 가이드의 조언대로 한국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소주와 맥주를 두병씩 시켜 먹고 돈을 지불하였잖아. 더 할 말이 없어진 가이드가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바람에 조용해졌다.
두 번째 필수코스는 ‘위즐커피’ 시음장이었다. 위즐커리란 족제비에게 사료를 먹여서 나오는 분비물에서 추출한 커피라고 한다. 맛과 향이 조금 특이하다. 이건 커피 맛이 아닌데...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주인이 ‘다람쥐똥 커피’를 힐난하는 발언을 듣고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다람쥐똥 커피는 가짜가 많다나 뭐래나.
저녁식사는 ‘한양’이라는 대형 식당에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돼지고기, 쇠고기, 각종 생선과 새우 등을 무한리필 해주는 식당이었다. 돼지갈비는 숯불에 구워 제공해주었다. 와,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라오스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안주가 좋으니 소주와 맥주도 더욱 맛이 있다. 가이드에게 당한 수모(?)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한 잔 더 마시고 일어섰다.
마지막 선택 코스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귀국 비행기가 밤 12시 40분에 이륙하기 때문에 공항에는 10시반쯤 도착하면 된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으면서 피로는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40$ 지불하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곳으로 갔다.
마사지사의 손가락 힘에 따라 느끼는 감도가 다르기에 누가 해 주느냐에 따라 마사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내게 배당된 안마사는 키가 작고 가냘픈 여자였다. 자기 딴에는 힘을 쓴다고 쓰지만 영 약하다. 그렇다고 안마사를 교체해 달라고 하는 것은 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 이런 안마사에게 마사지 받는 것도 오늘의 내 복이니 그냥 넘어가자. 솔직히 집에 있는 'Body Friend'보다 더 못한 것 같았지만 애써 수고했다고 격려를 하고 나왔다.
어지간히 시간을 맞추어서 공항에 도착했다. 가방을 수화물로 부치고 좌석표를 받으니 '18A'가 찍혔다. 창문 쪽이구나. 출국절차를 밟아 출국장으로 나갔다. 에게, 면세점이 뭐 이래? 예상은 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서 쓴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차근차근 돌아보니 상황버섯에 아주 저렴한 가격이 붙어있는 것이다. 예전에 캄보디아에 갔을 때 이곳의 계란과 꿀은 100% 자연산이니 안심하고 많이 드시라는 가이드 말이 생각났다. 1kg 한 봉지에 30$이라니.... 얼른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다른 상품들도 시중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나는 산 것이 거의 없으니 괜찮지만 이것저것 많이 구입한 사람들은 배가 좀 아프겠는데.ㅎㅎㅎ
12시 40분 발 비행기임에도 승객이 다 탑승한 것을 확인하면 일찍 출발하기도 하나보다. 12시 17분에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갈 때도 좌석이 제법 많이 남아서 내 옆자리는 비어있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4박 6일의 라오스 관광이 이렇게 끝났다. 이번 여행에서 가이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김종필... 이런 가이드가 관광객을 맞아서는 안 되지. 가이드라는 직업도 정년제를 실시하거나 주기적으로 인성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참내~~
여행기간 내내 속이 불편하여 혼이 났다. 왜 그렇지? 후배 내과의사 말대로 나이가 들면 모든 부분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인지.... 결국 건강관리로 집결되는 것 같다. 몸이 건강해야 놀러 다닐 수가 있다는 말이 우리 나이에 더욱 살갑게 와 닿는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가지? 이미선이 다녀온 호주, 뉴질랜드로 방향을 잡아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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