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백운산 정기산행
조 황 래
8월 첫 정기산행은 휴가철과 겹쳐서 산행을 추진하는 집행부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지난 7월 셋째 주 강원도 동강 잣봉 산행과 레프팅을 같이 시행한 정기산행에서도 참석한 회원 숫자가 너무 적어서 상당한 금액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런 현상은 회를 운영하는 집행부를 당황하게 하고 움추려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가 잘못되었을까? 계획에 어떤 무리가 있었던걸까?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아도 정답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원인 분석이 제대로 되어야 그에 합당한 처방이 나올 텐데...
이런 근심을 안고 8월 산행 고지를 올렸지만 역시 이번에도 회원님들 반응이 시원찮다. 거의 20일 동안에 참가신청을 한 회원 숫자는 고작 12명. 이런 상태로는 정상적인 산행을 할 수가 없다. 버스를 대절하는 비용만 해도 55만원인데 12명의 회원만 태우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경북 영덕 팔각산으로 가려고 했던 계획을 급히 수정하여 밀양 백운산으로 다시 공지를 올렸다. 휴가를 마친 회원님들도 쉽게 참석할 수 있도록 출발 시간도 2시간이나 늦추어서 좀 더 많은 참석을 유도하였지만 최종 참석인원은 14명. 결국 버스 대절은 포기하고 번개산행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 대절은 월2회 대절하는 조건으로 55만원을 지급한다. 상황에 따라 약간씩 조정을 하여 기본 거리에서 벗어나면 5만원에서 10만원정도 더 주기도하고...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하루나 이틀 전에 예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영업을 못하는 데 대한 사례비를 지불하여야 우리도 체면이 선다. 20만원을 지불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늦게 참가 신청을 한 회원이 있어서 오늘 산행 참석자는 모두 16명.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 모인 시간이 9시 30분. 네 대의 승용차에 네 명씩 분산하여 타고 밀양으로 갔다. 밀양 시내를 관통할 필요 없이 대구 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니까 거리도 단축되고, 시간도 절약되었다. 밀양에서 울산으로 넘어가는 길 국도 24호선은 4차선으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일부 완료된 구간은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석남 고개 길을 대신할 터널 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터널이 완공되면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 될 것 같다. 석남 고개 길 중턱 매표소에 차를 세웠다. 하루 사용료는 2천원. 주차 시키고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 산행을 시작했다.
새벽에 한차례 비를 뿌리고 지나가더니만 여전히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있고, 습도도 아주 높다. 산행 시간은 왕복 2시간 남짓하면 된다. 길게 잡아도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무리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쉬엄쉬엄 올라가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중간쯤 올라가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때는 오이가 인기 품목이다. 갈증도 해소시켜 주고 와삭와삭 씹어 먹는 맛도 있고. 복숭아 통조림도 괜찮다. 캔으로 가지고 오면 먹고 난 캔을 버릴 장소가 마땅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플라스틱 병에 담아서 냉동실에 얼려서 가지고 오니까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살얼음이 얼어있는 차갑고 맛있는 복숭아 통조림을 땀을 많이 흘린 다음 입에 넣으면 그냥 살살 녹는 기분이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좋은 길을 따라가다가 길을 놓쳤다. 산길은 정신 집중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옆길로 새 버린다. 없는 길을 더듬어 올라갔지만 고대하던 암봉은 이미 지나버렸다. 위험하지만 아찔한 암봉 ‘백운슬랩’을 타는 재미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 만에 백운산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산이 ‘백운산’이고, 가장 많은 계곡이 ‘용추계곡’이다. 밀양의 백운산은 ‘산 전체가 한 조각 흰 구름 같은 바위로 이루어졌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흐린 날씨 탓에 제대로 감상하기는 불가능했지만.....
정상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다양한 반찬을 맛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시간은 ‘산행의 최대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이런 고차원적인 철학 문제를 들먹일 필요는 없고... ‘맛있게 먹기 위해 산에 왔다’고 해도 절대 틀린 말은 아님을 확신한다. 물론 ‘산에 와서 먹으니 맛이 있다’는 의견에도 100% 동의하고...
식사가 끝나갈 무렵 멀리서 들리던 천둥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기어코 비를 뿌리고 만다. 얼마 전에 북한산에서 산행하던 사람이 번개에 감전되어 4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어서 급히 배낭을 챙겨서 하산을 재촉했다.
7월 정기산행 때도 수중 산행이었는데, 8월에도 비를 맞으면서 산행을 했다. 여름이라 비를 맞아도 즐겁게 맞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하산을 완료했다.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준비된 평상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다. 조그만 평상 두개를 사용하는데 4만원이나 달라고 한다. 시간도 늦었기 때문에 반으로 깎아서 2만원을 주었다.
오늘 뒤풀이는 회를 준비했다. 어시장에서 택배로 전달받은 스티로폴 박스에는 전어, 아나고 등 맛있는 회가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성명남님이 전문가의 솜씨를 발휘하여 예쁘게 썰어서 쟁반에 담아내었다.
산속 계곡에서 생선회를 먹다니... 청마산악회가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벤트다. 맑은 물소리와 함께 소주와 맥주도 정말 맛이 있다.
날씨가 흐려서 덥지는 않았지만 맑은 물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물싸움이 시작되면서 자의반 타의반 물속으로 잠수도 하고.. 동심의 세계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천당과 지옥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목자들의 말씀이 절대로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은 술을 멀리한(?) 여회원들이 운전대를 잡았다.
조금씩 더 각출하여 도계동 어탕국수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해산했다.
참석한 회원숫자가 적은데 비하여 즐겁게 한 산행이었습니다.
참석 못한 회원님들도 나름대로 즐거운 주말 보냈으리라 믿고요.
내년에는 8월 첫 산행을 둘째 주로 연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회원님들의 참석이 저조한 산행은 어떠한 이유도 명분이 없으니까요. 무조건 참석률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찾아야 합니다. 이는 집행부뿐만 아니라 회원님들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8월 셋째 주 정기산행은 괴산 군자산 쌍곡계곡이네요. 여름 산행지로 아주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좌석이 모두 차서 묵직하게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산행에서 현금 찬조를 해주신 강대우님 감사합니다.
운전하신다고 고생하신 산꾼님, 송도님, 순돌님, 아남들님 수고 많으셨고요.
특히 산행 안내지를 두 번이나 만드신 산행대장님도 고생 많았습니다.
더욱 반가운 모습으로 만나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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