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07. 8. 12) 진양기맥 쭁파티

달리는 흑토마 2009. 8. 11. 13:54

                      진양기맥 쭁파티

                                                                                  조 황 래

진양기맥이라....

청마와 함께한 산행경력 이제 겨우 3년을 넘어서 4년차를 바라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김영대 고문님과 산꾼님이 올해의 이벤트로 진양기맥을 시도하겠다고 했을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행사로 치부하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첫째, 셋째 일요일 정기산행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의 한계를 넘나든다고 생각하였고 또 둘째, 넷째 일요일은 다른 행사(?) 참석해야하기 때문에 동참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초반 힘든 코스를 다녀와서 산꾼님이 올린 산행후기를 읽어보고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의 관심만 표명하였다.

2007년 1월에 시작된 진양기맥은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시행하여 8월 12일 11번 째 마지막 코스를 실시한다는 번개산행 공지가 올랐다.

‘그래도 명색이 청마산악회 부회장인데...’

‘기맥이라는 것이 어떤 산행인지 맛이라도 봐야하기 않겠나~~~’

깊은바다님도 기꺼이 동참하겠단다. 진양기맥 마지막 산행 쭁파티에 no. 1, 2번으로 참가 신청을 하였다.


진양기맥은 김고문님, 산꾼님, 이영순님, 진달래님이 정규멤버로 참가하였다. 착한희야님은 초반 힘든 코스는 열심히 참가하였는데, 후반에 멤버에서 탈락하였고. 산친구님, 산사랑님, 흑마님, 산적님 등도 몇 번씩 참석을 하였단다. 그런데 일기가 왜 이러냐? 마지막 쭁파티에 참석하려는데, 남부지방에 토요일(11일) 오후부터 많은 비가 일요일까지 이어지겠다는 예보다. 그러나 토요일은 무사히 넘어가는가 싶더니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서 곧 한바탕 쏟아질 기세다. 하지만 산행하는 사람이 비를 두려워하랴!! 비옷을 꺼내기 쉽게 배낭 맨 위에 얹었다. 비가 오면 아무래도 식사하기가 곤란하겠지 싶어서 반찬이 필요 없는 볶음밥을 만들어 찬통에 담았다.

시간에 맞추어 마산역전 한일예식장 앞으로 나갔다.

산친구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같이할 사람은 산청에서 합류할 이영순님을 포함하여 모두 8명이다. 중리역 앞에서 모두 모였다.

김영대 고문님과 산꾼님이 운전대를 잡았다.

문산 휴게소에서 커피한잔 나누고 진주 진양호로 갔다. 진양호 호수가 진양기맥의 종점이다. 여기에 김영대 고문님의 차를 남겨두고 산꾼님의 테라칸에 7명이 포개어 타고 나왔다. 지난 10번째 산행에서 코스 완주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지금은 지난번 하산지점을 찾아가야한다. 기맥 산행은 이정표가 붙어있는 이름난 길이 아니라 길을 찾아서, 만들면서 전진해야하므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이란 곳이 조그만 판단착오로 영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니까....

받았던 인쇄물이 비에 젖어 못쓰게 되는 바람에 지명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산꾼님은 길을 찾아내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다. 긴가민가하면서 산길을 따라 찾아간 곳이 지난번에 포기하고 내려왔던 00재가 정확했다. 김영대 고문님과 진달래님은 여기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차에서 내렸다. 무사히 종주하기를 기원하고 내려와서는 이영순님이 기다리고 있는 산청으로 갔다. 이영순님은 동창회 모임이 있어서 어제 고향에 왔다가 오늘 아침에 합류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정성도 대단하지...  산청 시외버스 주차장 대기실에서 이영순님을 만나서 모두 11번째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갔다. 이 때 시간이 9시가 조금 넘었나. 집에서 약간 요기는 했지만, 산행시간이 네 시간은 족히 되리라 예상되기에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산행 들머리에 칼국수를 해주는 식당이 있어서 모두 한 그릇씩 비웠다. 차는 서산대사님이 진양호까지 가지고 가기로 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이런 불편이 따른다. 차를 하산지점까지 몰아가야 하니까 한사람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고~~  아이고~~

진양기맥 마지막 코스는 길이 좋다는 김고문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내가 잘못이지~~ 

기맥을 타면서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나섰으니... 

나는 아직 산을 몰라도 너무 몰라~~~ 

마누라가 산에 가는 사람이 긴 옷을 입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지만 여름에 반바지 입지, 겨울에 입느냐고 큰소리까지 친 주제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


시작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진양기맥은 대체로 낮은 산들이다. 기껏 해발 200~300m 정도. 그렇지만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머리를 숙여서 가는 바람에 땀을 많이 흘렸다. 1시간쯤 올라서 잠시 쉬는 사이에 비가 시작된다. 비옷을 입어도 땀으로 젖으니 굳이 비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대로 비를 맞는 게 더 낫겠다. 걸쳤던 비옷을 도로 배낭에 넣어버렸다.

청마산악회에 와서 느낀바 산행은 겨울 설중산행이 최고인 것 같다. 다음으로는 여름 우중산행. 비 오시는 날 산에서 비를 즐기면서 걸어가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정말이지 3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우중 산행. 올해는 7월과 8월 정기산행에 이어  3번째로 맛보는 즐거움이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이런 즐거움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

방향이 조금 어긋난 것을 인지하였을 때는 지나온 거리가 너무 멀었다.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이런 상황을 ‘알바’라고 하든가? 없는 길을 찾아서 가느라 다리와 팔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풀잎에 베이고, 가시에 찔리고, 풀독에 붓고...  노출된 부위는 온갖 상처로 반듯한 구석이 없다. 이 영광뿐인 상처가 다 아물려면 1주일은 족히 걸리겠다.

길을 찾아가다가 깊은바다님은 엄지손가락만한 벌에 세 방이나 쏘였다. 모두 똑 같은 길을 지나갔는데, 어찌 혼자만 그렇게 당했는지... 벌 받을 짓을 했나? ㅎㅎㅎ  웃을 여유도 없다. 나는 쐐기에 물려서 혼이 났다. 무릎과 발뒤꿈치에 물렸는데, 다리 전체가 퉁퉁 부어오른다. 통증도 엄청나게 심하다. 보통 아픈 것은 별로 표시 내지 않고 잘 참는 편인데, 입에서 가는 신음이 세어나온다....  우찌 이런 일이~~~ 

어려운 코스를 가까스로 넘기고 다시 진양기맥 바른 길을 찾았다. 그 표시가 남해 고속도로의 '서진주 2km'라는 이정표다. 이 고속도로를 건너면 진양호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 김영대 고문님과 진달래님과 합류하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평탄한 길을 걸어 진양호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공원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진양기맥의 마지막이 남강이라 진양호 물가로 가서 손도 담그고 사진도 찍었다. 진양기맥의 어려운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모두 중리로 와서 동해장어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동안의 고생을 서로 위로하고,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데 대하여 감사도 드리고...


처음 참석한 진양기맥은 산을 타는 즐거움을 하나 더 추가시켜주었다.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도전정신. 그리고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상황판단을 하여 수정하면서 수습을 해나가는 결단력. 이런 것들은 우리생활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기회가 되면 자주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음이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신 김영대 고문님, 산꾼님, 이영순님, 진달래님 정말 감사하고 또 축하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