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마산악회 산행 후기모음

(2007. 9. 2) 영덕 팔각산 정기산행

달리는 흑토마 2009. 8. 11. 13:55

                   영덕 팔각산 정기산행

                                                                                    조 황 래

9월 첫째 주 정기 산행지는 지난번에 공고했다가 취소했던 팔각산이었다.

땀 뻘뻘 흘리며 산에 올랐다가 내려와서는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소주 한 잔 나누는 것이 여름산행의 별미인 것을.  팔각산은 그런 의미에서 여름 산행지로는 아주 적격인 산이었다. 창원, 마산에서는 거리가 좀 멀어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8월 산행은 계획대로 되지 못하였다. 휴가 기간이 겹쳤던 첫째 주는 겨우 14명이 참석하는 바람에 팔각산에서 밀양 백운산으로 변경하여 조촐하게 치러졌다. 셋째 주는 그나마 산행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너무 무더운 더위에 시달리다보니 여름산행에 대한 기대감보다 산에 오르는 두려움(?)이 앞섰나보다.

8월에 산행을 못했기에 9월 산행에 대한 기대가 클 것으로 예상을 했지만 그것도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6월말에 시작된 1차 장마에 이어 수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2차 장마현상 때문에 신청자가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추석 앞이라 벌초 때문에 신청을 못한 사람들도 제법 되는지라 ‘교차로’ 정보지까지 동원하였지만 겨우 32명이 접수하였고, 실제 참석한 사람은 24명이었다. 우리 회원님들을 여름철에도 변함없이 산에 오르게 하는 동력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운영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이 찾아내어야할 과제이다....


무슨 비가 1주일 내내 계속되는지 모르겠다. 찔끔찔끔 내리다가 집중 호우가 되기도 하고... ‘월요일, 화요일 조금 하고 말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비가 주말에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와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로 바뀌고 나니 정말이지 기운이 쏙 빠진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 산행 준비를 해야지...  배낭을 꺼내어 이것저것 챙겨 넣었다. 갈아입을 옷 한 벌하고, 비를 많이 맞으면 추워지니까 약간 두꺼운 잠바도 한 벌 넣었다. 미끄러지기 쉬우니까 이럴 때일수록 의약품이 필수품이다. 아무래도 냉커피는 인기가 없겠지?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넣었다. 점심식사는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볶음밥을 만들어 밥통에 담았다. 보통 토요일 밤에 대충 준비를 하지만, 식사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서둘러야 한다. 나는 대부분 마누라와 같이 산행에 참가하기 때문에 둘이서 챙기면 수월하다. 그런데 가족들 아침 식사 준비해 놓고 살짝 빠져나와야 하는 우리 여회원님들은 얼마나 긴장이 될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아침에 곤히 자고 있는데, 마누라가 가족들 팽개치고(?) 혼자 산에 간다고 소란을 피우면 나도 기분이 좋을 리 없겠다. 죄 짓는 것도 아닌데, 항상 죄스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여회원님들...  힘 내셔요!!


아침부터 비가 약간씩 뿌리는 바람에 마산역에는 관광버스도 별로 없다. 일요일에는 날씨가 화창해야 서민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텐데... 정각 7시에 마산역 광장에 들어온 우리의 애마 ‘레인보우’는 텅 비었다. 오늘은 좌석 두 칸에 한명씩 앉아도 되겠다. 중리로 가서 기다리는 회원님들을 태우고 버스는 영덕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비는 내리지 않고 날씨만 잔뜩 흐려있다. 간혹 버스 창에 빗방울이 묻기는 해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구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현풍휴게소에 잠시 들러 아침식사를 못하고 나오신 분들은 식사를 했다.

영덕으로 가려면 포항을 지나서 동해안을 따라가야 한다. 이 길은 참 오랜만에 달려보는구나. 동해 바닷물이 넘실대며 파도가 춤추는 장관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달렸었지.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구먼.... 오늘은 며칠 계속 비가 왔기 때문에 바닷물이 황토색이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큰 파도를 만들어낸다. ‘화진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산행 들머리 옥계리 팔각산장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45분. 마산에서 거의 4시간이나 걸렸다. 장비를 점검하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산행을 시작했다. 이런 비를 뭐라고 불러야하나? ‘이슬비’라고 하기에도 너무 가늘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실비’라고 할까? 안경 쓴 사람들 짜증나기 알맞게 소리도 없이 내리는 이런 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비옷을 입기에는 땀이 많이 나고, 입지 않으려니 옷이 젖어들고...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젖기는 마찬가지지..  그냥 비를 맞는 게 낫겠다.

출발지는 계곡 물을 지나 철 난간을 타고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계단 숫자가 108개인지 산행 안내서에 108계단이라고 적혀있다. 팔각산 정상이 628m라고 되어있어서 그렇게 험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더니 오르기가 만만찮다. 땀이 줄줄 샌다. 배낭에 매단 수건이 어느새 축축해진다. 이런 맛에, 이런 기분에 여름 산행을 하는 거지 뭐~~~

제 1봉에 올랐다. 잠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미로 오는 회원들과 합류하여 다시 제 2봉을 향해 전진했다. 여기는 1봉에서 팔각산 정상인 8봉까지 차례차례 정복하는 맛도 괜찮은 것 같다. 제 2봉을 지나 전진하면서 산굽이를 돌아가니 아래쪽에 안개에 쌓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지붕이 모두 푸른색이다. 주택 개량사업을 하면서 모두 슬레이트를 얹었나보다. 제 3봉부터는 굵은 로프와 스텐 파이프 기둥이 설치되어있다. 다행스럽게도 산이 거칠어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보통 서너 번 미끄러져야 되는데, 오늘은 운이 좋다. ㅎㅎㅎ

일반 등산로와 암벽 등산로의 이정표가 붙어있다. 당연히 암벽을 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힘은 들어도 기암괴석을 타고 넘는 재미가 어딘데~~ 일부 회원은 평탄한 길로 갔다가 정상 가까이 가서 모두 합류했다.

11시에 시작하여 1시간 50분 정도 산행 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실비가 흩날리고... 둘러보아도 넓은 공터는 보이지 않고, 팔각산 정산이 밋밋한 둔덕을 이루고 있어서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전혀 준비를 못한 이동준 고문님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젓가락도 빌리고, 밥도 빌리고... ㅎㅎㅎ   옆에서는 찌개 끓이는 소리가 너무 맛있게 들린다. 기다렸다가 얻어먹어야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 남의 것 뺏어 먹는 것 아닌가. 그 다음이 공짜로 먹는 것이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식사를 한다. 밥 먹을 때는 OO도 건드리지 않는다더니, 우리 식사하라고 하늘에서도 비를 내리지 않는다.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얼렁뚱땅 볶음밥 한 그릇을 비웠다. 준비했던 커피도 한 잔하고 나니 엄청 기분이 좋다. 산에 오지 않고(혹은 못 오고) 집에서 시간을 쪼개고 있을 회원님들이 많이 부러워하도록 좋은 미사여구로 이 기분을 나타내야하는데...


1시 30분에 하산을 시작했다. 팔각산은 정상까지 올라오는 시간보다 하산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고 한다. ‘산도 그렇게 높지도 않은데 내려가는 시간이 길어봤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따라 내려갔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우리가 올라왔던 팔각산장으로 내려가는 길. 40분 정도면 된단다. 그러나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는 것은 우리 체질에 맞지 않지~~  오른쪽으로 난 오르막길을 택하여 산성골로 직진한다. 산성골의 비경을 날씨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나제통문처럼 생긴 독립문바위는 이곳의 명소다. 쑥 색깔의 바위들도 이곳의 이름이 널리 퍼지도록 했다.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여 계곡에 도달했다. 여기에 외로이 산을 지키는 집이 하나 있네. 문은 잠겨져있고, 마당에는 빨래가 몇 개 널려 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무섭지는 않은가보다. 민가가 있는 것으로 봐서 거의 다 내려왔나 했더니 그게 아니다. 이제부터 계곡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많은 비 때문에 물이 제법 많다. 오전에 내내 비가 내렸다면 계곡 트레킹은 포기해야할 정도로 길이 계곡을 좌우로 건너면서 계속 이어진다. 이럴 때 폭우를 만나면 대책 없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높은 곳에 올라가서 기다려야겠지? 

워낙 물을 좋아하며, 물을 만나면 없던 힘이 솟아나는 체질이라 그냥 갈 수는 없다. 호주머니에 든 것을 모두 배낭에 담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비슷한 체질의 산이씨, 영순씨도 물속에 들어가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물길질을 한다. 하하하 통쾌하다...

슬리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끝까지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버티던 흑마 노길상님과 마라톤 황우형님도 도리 없이 물속으로 들어왔다. 그러게 처음부터 용감해지라고 했잖수~~~ 신발 신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이 계곡은 물을 건너는 횡단코스가 무려 26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길을 따라 2시간 가까이 걸었나보다. 거의 4시가 다되어서 하류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계곡 트레킹이 끝나기 직전에 우리나라 최장의 출렁다리를 건넜다. 이 다리는 재난관리시설로 2000년에 만들었단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시원한 물길은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서도 사진을 많이 찍었다.


옷을 갈아입고 뒤풀이 소주를 한 잔했다. 오늘 메뉴는 내장수육과 순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워서 썰어놓으니 안주로는 안성맞춤이다. 조금만 더 참아주면 좋으련만... 술잔이 몇 번 도는데 비가 조금 굵게 내리려고 한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항상 느끼지만 가는 시간은 올 때보다 40~50분은 적게 걸린다. 아침에는 식사시간도 주지만, 귀가 때는 막히지 않는 길을 쫓아 열심히 달리면 되니까. 9시가 조금 지나서 마산에 도착했다.


계속되는 우중산행이지만, 가는 여름의 마지막 진미를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날씨에 참석자가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많이 아쉽네요. 회원님들 모두 우중산행의 묘미를 느끼도록 강요할 수도 없고~~~  우짜몬 존노!!

산에서 받는 감동은 계절마다 달라집니다. 곧 단풍의 계절 가을이네요. 작년에 못간 설악산을 이번에는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많은 호응이 있어야 가능하겠죠... 9월 셋째 주 산행은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속리산 국립공원 내 군자산입니다. ‘쌍곡계곡’은 ‘쌍곡구곡’으로 불릴 만큼 천연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많이 참석하여 우리나라의 참모습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