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일. 이미선의 40년 교직 생활 은퇴 기념으로 호기롭게 출발했던 ‘작은별 여행사’의 ‘남미 한붓그리기 28일’ 여행은 코로나19의 운명(?) 같은 장난으로 꼭 절반인 14일을 여행하여 칠레의 끝단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 갔다가, 토레스 텔 파이네 국립공원은 입장이 금지되고 아르헨티나 국경이 폐쇄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6년 3월 5일. 이번에는 ‘인도로 가는 길’ 여행사에서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시작하여 파타고니아를 아우르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경유하는 상품을 내어놓았고, 우리는 이 기회를 잡아 6년 전에 중단되었던 남미 여행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인도길(인도로 가는 길 여행사)의 이 상품은 2월 22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페루에서 시작하는 남미+파타고니아 31일 여행 상품인데, 우리는 3월 6일 산티아고에서 본 팀과 합류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꼭 우리를 위한 상품인 것 같아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였고, 6년 전에 동행했던 박형신님, 송영란님 부부와 같이 가게 되어서 더더욱 반가웠다.
타타님의 인솔하에 13명이 2월 22일 출발하였고, 산티아고에서 합류할 2차 팀은 7명이었다. 인도길에서는 2차 팀을 위하여 여행자료집 책자도 만들고, 본사로 불러서 설명회를 가지는 등 성의를 보였다. 나는 집이 마산이어서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송영란님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우편으로 받은 여행자료집을 참고하여 살뜰하게 여행 준비를 했다.
해외여행을 할 때면 나는 식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선처럼 지역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미세한 향이나 맛에서 차이가 나면 나는 제대로 삼키지를 못하니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챙겨가야 한다. 20일 일정 중에 직접 해결해야 할 저녁 식사는 15회 정도 되었을까. 쌀국수, 컵라면, 누룽지 등 호텔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릇 등을 챙기니 여행 가방 하나가 가득하다. 보통 대형 여행 가방 1개에 백팩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우리는 20“ 캐리어를 하나씩 더 준비해야 했다.
달러는 1인당 2,500$ 정도로 예상했다가 타타님의 카톡을 보고 3,000$로 늘여서 준비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도 반자유여행이라 사전 예습이 필요하다. 여행자료집을 보고 우리가 방문할 명소를 검색하다 보니 21page 작은 책자가 완성되었다. 이 참고 자료는 여행 마치고 후기를 적을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옷을 챙기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산티아고는 가을이겠지만 밑으로 내려갈수록 겨울이 될거고,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리오는 여름일 텐데... 4계절 옷을 모두 챙길 수밖에 없다 보니 여행 가방의 중량 초과를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음식물이 줄어드니까 무게는 맞출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챙길 것은 모두 챙겼다. 그 외 필수 의약품, 위생 도구 등도 준비했다. 자, 이제 출발해 보자..
3월 5, 6일 (목, 금)
마산에서 인천공항을 가려면 공항버스를 타거나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11시 20분까지 인천공항 제2 터미널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공항버스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KTX를 타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6시에 집을 나와 마산역으로 갔다. 6시 35분발 기차를 타서 3시간 남짓 달려 서울역에 도착했다. 우리 둘 다 경로 우대를 받아 공항철도를 무료로 이용했고, 시간에 맞게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길 직원이 나와서 우리를 맞이했다. 박영신님, 송영란님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동행하는 세 자매와도 인사를 했다. 인도길 여직원은 탑승권이며 수화물 탁송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LA공항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비행기 환승하는 방법과 산티아고 공항에 내려서 호텔까지 가는 방법까지 설명을 잘해주었다. 보통 이런 여행은 인솔자가 있어서 인솔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별문제가 없는데, 우리 후발팀 7명은 산티아고 호텔까지는 우리가 알아서 가야 한다.
우리는 LA에 도착하여 수화물 찾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갔다. LA행 비행기는 13시 55분 탑승이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면세점을 기웃거릴 필요는 없어서 커피숍에서 라떼 한 잔 마시며 앞으로 전개될 여행에 대하여 나름 즐거운 그림을 그려보았다.
231Gate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LA행 KE017 비행기에 올랐다. LA까지 비행시간만 11시간이 걸린다. 비좁은 좌석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거나 영화를 보는 것뿐이다. 비행기가 구식이라 모니터 화면도 작동이 잘되지 않고 볼만한 영화도 별로 없었지만 콘클라베,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딩, 쥬라기 월드 / 새로운 시작 등을 골라서 시청함으로써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었다.
여행 일정표에는 8시 30분 도착할 예정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7시 35분에 LA공항에 도착했다. 미국 입국 심사에 무려 1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아무리 큰소리쳐도 일 처리하는 시스템을 보면 후진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수화물 찾는 곳에서 7명이 모두 모여 무사히 미국에 입국했음을 자축(?)했다.
이제 산티아고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환승 코스를 따라 나가다 보니 수화물을 먼저 보낼 수 있는 코너가 있었고 별다른 검사 없이 대형 가방을 먼저 보냈다. 그러고 나서 산티아고행 LATAM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인도길에서 배포한 유인물에 나와 있는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보이지 않았다. 공항 작업자들에게 물어물어 찾아낸 제2 터미널은 본 건물에서 완전히 벗어난 외곽의 새 건물에 있었다. LATAM 비행기 탑승장이 제2 터미널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25번 Gate를 발견하고서야 한시름 놓고 쉴 수 있었다.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12시 55분에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칠레 산티아고까지 비행시간도 10시간이 넘는다. LATAM 비행기에서 준비한 기내식 닭고기 도시락은 내가 늘 먹던 닭에 비하여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절반 정도만 먹고 말았다. 영화도 우리말로 나오거나 한글 자막 처리된 영화가 없어서 볼 수도 없었다. 자리가 불편하여 잠을 자기도 쉽지 않았지만 몸이 피곤하니 짧은 수면은 취할 수 있었다.
이럭저럭 시간은 흘러서 현지 시간 새벽 4시 56분에 산티아고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를 20시간 넘게 탔지만 날짜 변경선을 지나기 때문에 여기는 아직 3월 6일이다. 칠레 입국 심사를 별문제 없이 통과하여 수화물 찾는 곳에서 가방을 모두 찾아 공항 메인홀로 나왔다.
이 나라에서는 사전 예약 없이 공항 택시를 타면 100% 바가지요금을 물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인도길 직원이 일러준 대로 공항 메인홀 가장자리에 있는 공항 Van 회사사무소로 가서 호텔까지 갈 수 있는 Van 1대를 41$에 계약을 했다. Van은 우리 7인의 여행 가방을 모두 실을 수 있을 만큼 화물칸도 넓었고 사람도 모두 탈 수 있었다. Mercure Santiago Centro Hotel까지 30여 분 걸렸을까. 호텔로 들어가니 체크인은 오후 3시가 되어야 가능하다면서 여행 가방만 창고에 받아주는 것이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온다고 몸은 피곤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산티아고는 6년 전 이미선의 폰을 소매치기 당했던 곳으로 아픈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산티아고의 아침은 맑고 깨끗했다. 아직 출근 시간도 되지 않아서인지 거리도 조용했다. 가까운 ‘산타 루시아 언덕’을 찾아 올라갔다.
【산티아고 시내 중심에 위치한 **산타 루시아 언덕(Cerro Santa Lucía)**은 도시의 역사와 아름다운 전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상징적인 명소입니다.
1. 역사적 의미
산티아고의 발상지: 1541년 스페인의 정복자 페드로 데 발디비아(Pedro de Valdivia)가 이 언덕에서 산티아고 도시의 건설을 선포했습니다.
요새에서 공원으로: 원래는 군사적 요새로 사용되었으나, 19세기 후반 벤하민 비쿠냐 마켄나(Benjamín Vicuña Mackenna) 시장에 의해 화려한 정원, 계단, 분수가 있는 유럽풍 공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2. 주요 볼거리
넵투노 분수(Terraza Neptuno): 언덕 입구 근처에 있는 로마풍의 화려한 분수로, 산타 루시아 언덕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포토존 중 하나입니다.
카우폴리칸 테라스(Terraza Caupolicán): 칠레 원주민 마푸체 부족의 영웅인 카우폴리칸의 동상이 세워진 곳입니다.
정상 전망대: 구불구불한 돌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산티아고 시내와 멀리 안데스 산맥의 웅장한 설산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달고 성(Castillo Hidalgo): 과거 방어 시설이었던 성채로, 현재는 각종 행사장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3. 방문 정보 (2026년 기준)
입장료: 무료입니다. (입구에서 간단히 방문자 명단을 작성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운영 시간: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6~8시 사이에 운영되며, 요일이나 계절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4. 이용 팁
계단 주의: 정상까지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고 계단이 좁거나 울퉁불퉁할 수 있으니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여유로운 산책: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 현지인들도 데이트나 휴식을 위해 자주 찾습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산티아고를 처음 방문한다면 도시의 기원을 확인하고 멋진 전망을 사진에 담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펴고 ‘아르마스 광장’을 찾아갔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이곳은 6년 전에도 왔었던 곳으로 그때는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나왔던 기억이 났다.【**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은 칠레 산티아고의 심장이자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1541년 도시 건설 당시부터 중심축 역할을 해왔으며, 오늘날에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모이는 활기찬 공간입니다.
1. 광장을 둘러싼 주요 역사적 건축물
광장 사면은 칠레의 역사를 간직한 웅장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Catedral Metropolitana de Santiago): 칠레 가톨릭의 중심지로, 화려하고 정교한 내부 장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외관이 아름답습니다.
중앙 우체국 (Correo Central): 과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기도 했던 역사적인 건물로, 현재는 우체국과 우표 박물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국립 역사 박물관 (Museo Histórico Nacional): 식민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칠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산티아고 시청 (Municipalidad de Santiago): 광장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행정 건물입니다.
2. 즐길 거리와 분위기
예술가와 거리 공연: 광장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거리 음악가, 체스를 두는 노인들, 그리고 익살스러운 거리 공연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늘 생기가 넘칩니다.
동상과 기념비: 도시 건설자인 페드로 데 발디비아의 기마상과 원주민을 기리는 기념비 등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포토존: 대성당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나 광장 중앙의 야자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산티아고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산티아고 여행의 기점이자 종교, 정치, 문화가 교차하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칠레의 활기찬 에너지를 경험해 보세요.】
특별히 아르마스 광장 서쪽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을 방문했다.【**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Santiago)**은 아르마스 광장 서쪽에 위치한 칠레 가톨릭의 심장부이자 산티아고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건축물입니다.
1. 역사와 상징성
도시의 기원: 1541년 산티아고 건설 당시 도시 설계자 페드로 데 발디비아가 성당 부지로 지정한 곳입니다.
수많은 재건: 현재의 건물은 이 자리에 세워진 다섯 번째 성당입니다. 이전 건물들은 화재와 지진으로 파괴되었으며, 현재의 모습은 1748년에 착공되어 180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국가 기념물: 1951년 칠레의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칠레 독립 기념일(9월 18일) 등 국가적인 행사가 거행되는 장소입니다.
2. 건축 및 내부 하이라이트
신고전주의 양식: 이탈리아 건축가 호아킨 토스카(Joaquín Toesca)가 설계를 맡아 웅장한 코린트식 기둥과 고전적인 외관이 돋보입니다.
화려한 내부: 세 개의 네이브(Nave)로 나뉘어 있으며, 천장의 금박 목조 조각과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 제단: 1912년 독일 뮌헨에서 제작된 백대리석 제단으로, 청동과 라피스 라줄리(청색 원석) 장식이 더해져 매우 화려합니다.
지하 묘지: 칠레의 역대 대주교와 주교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팁: 매주 일요일 미사 시간에는 1894년에 제작된 고풍스러운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광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대비되는 성당 내부의 고요하고 성스러운 공기는 산티아고 여행 중 꼭 느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간단히 기도를 드리는 시간도 가졌다.
서너 시간 걷고 나니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11시 30분경 호텔로 돌아갔더니 다행스럽게도 방을 배정해 주는 것이다. 나는 1209호를 받았지만 세 자매가 같은 층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1109호로 바꾸었다.
12시 10분쯤 2월 22일 출발했던 본진 13명이 인솔자 타타님과 함께 도착했다. 본진 팀은 방 배정이 되어 있지 않아서 가방을 창고에 넣어 두고 모두 식사하러 나갔다. 우리는 1.5리터 생수 2병을 구입하여 방에서 컵라면과 쌀국수로 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밖에 나가는 것은 단념하고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호텔 숙소는 4성급에 맞는 수준으로 그런대로 지낼 만하다. 그런데 예전에는 방마다 얹혀있던 커피도 없고 생수도 제공하지 않는다. 1회용 소모품은 대부분 없어졌다. 인심이 박해졌다고 봐야 하나. 저녁 식사도 방에서 컵밥으로 해결했다.
피로가 누적되어 9시도 되기 전에 자리에 들었다. 잠을 푹 잘 자야 다음날 여행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잖아.
3월 7일 (토)
6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톡을 보고 식당으로 갔더니 우리 후발팀 7명이 먼저 와서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본진팀 일부도 합류를 했다. 오늘 일정은 시간적으로 약간 여유가 있는지 8시 50분에 로비로 집결하라고 하여서 늦게 내려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빵과 계란찜, 과일 등을 조금 먹었다.
자유 일정이지만 팀원들의 동의하에 버스를 대절하여 발파라이소, 비냐 델 마르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단체로 움직일 때는 필요 경비를 그때그때 걷어서 충당하나 보다. 오늘 점심 식대를 포함한 투어 비용, 내일 공항 가는 교통비 등을 포함하여 200$을 지출했다. 그런데 자금 수거는 타타 인솔자가 하는 것이 아니고 인솔자가 지명한 팀원이 하는 것이다. 팀원들의 돈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지출하고 관리하겠다는 인솔자의 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9시에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버스를 탈 때는 화투짝을 임의로 뽑아 좌석을 결정한다. 현명한 방법이네. 우리는 8번을 뽑아 뒤쪽에 앉았다. 현지 교포 한 분이 버스에 탑승했다. 단체로 움직일 때는 현지 가이드를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달리는 이 길은 ‘68고속도로’라고 한다.
【1. 개요 및 경로
주요 구간: 수도인 **산티아고(Santiago)**에서 항구 도시인 **발파라이소(Valparaíso)**와 휴양지인 **비냐델마르(Viña del Mar)**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 이상의 고속도로입니다.
총 길이: 약 110km ~ 141km (연결 도로 포함)이며, 칠레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도로 중 하나입니다.
소요 시간: 차로 이동 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정체가 심할 수 있습니다.)
2. 통행료 (Tolls)
도로 구간 내에 두 개의 주요 톨게이트(Lo Prado와 Zapata)가 있습니다.
요금 체계: 요일과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됩니다. 평일보다 주말(금요일 오후 ~ 일요일) 요금이 더 비싼 편입니다.
3. 주요 시설 및 주변 명소
터널: 해안 산맥을 통과하기 위해 Lo Prado 터널(약 2.8km)과 Zapata 터널(약 1.2km)을 지나게 됩니다.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 도로 중간에 위치한 화이트 와인 산지로 유명합니다. 도로변에 위치한 여러 와이너리에서 시음이나 투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휴게소: 구간 곳곳에 주유소와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휴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6년 전에 왔을 때도 이 길을 지났다. 버스가 ‘RIO TINTO CASABLANCA’에 들렀을 때, 마당 한쪽에 늘어선 9개의 모아이 석상을 봄으로써 확실하게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컵에 와인을 따라주면서 맛을 보게 하는 것도 6년 전과 똑같았다. 와인 맛이 부드럽기도 하고 6년 전의 기억을 반추하는 즐거움도 있어서 한 병 구입했다.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이동하여 휴게소에 들렀다. 여기에는 유명한 ‘로 바스케스 성모 마리아 성당이 있다. 내부는 호화스럽지 않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1. 역사 및 위치
위치: 칠레 발파라이소(Valparaíso) 주의 카사블랑카(Casablanca) 시에 위치해 있으며, 산티아고와 해안 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인 68번 고속도로(Ruta 68) 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시작: 1850년에 이 지역의 신자들이 작은 경당을 지어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기 시작한 것이 그 유래입니다.
발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오게 되었고, 1908년에 현재의 대성당 건물이 완공되었습니다.
2. 특징 및 순례
원죄 없으신 잉태: 성당의 이름인 'Inmaculada Concepción'은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의미합니다. 성당 내부에는 아름다운 성모 마리아 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주요 행사: 매년 12월 8일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에는 칠레 전역에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큰 행사가 열립니다. 이 기간 동안 수십만 명의 신자들이 도로를 따라 도보로 순례하기도 하며, 일부는 바닥을 기어 가며 고행의 순례를 하기도 합니다.
기념물: 성당 근처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기념하는 대형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성당은 칠레의 종교적 중심지 중 하나로, 신자들에게는 깊은 신앙심을, 방문객들에게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시내로 들어가서 먼저 식사하러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뷔페 식당 Lilai Restaurante로 갔다. 메뉴를 보니 김밥도 있고 튀김도 몇 가지 보인다. 작은 접시에 감자튀김과 김밥 몇 개를 담아 짧은 식사를 했다. 나오면서 보니 입구에 1인당 14,900$이라 적혀있다. 우리 돈으로 24,500원이다. 칠레의 1인당 GDP는 17,500달러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데 물가 특히 식대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로 시내 구경을 하다가 이스터 섬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모아이 석상을 보러 갔다.
【**비냐델마르(Viña del Mar)**의 **퐁크 박물관(Museo Fonck)**입니다.
일반적으로 모아이 석상은 이스터 섬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칠레 본토에서도 몇몇 진품 석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1. 퐁크 박물관의 모아이 (Moai de Museo Fonck)
진품 석상: 박물관 입구 야외에 전시된 이 모아이 석상은 복제품이 아닌 이스터 섬에서 가져온 실제 석상입니다.
역사: 1951년 이스터 섬에서 본토로 옮겨졌으며, 높이는 약 2.9m에 달합니다.
특징: 이스터 섬까지 가기 어려운 여행객들이 칠레 중부 지역(산티아고, 발파라이소 인근)을 여행하며 모아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2. 퐁크 박물관 정보
위치: 비냐델마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발파라이소에서 차나 전철로 약 15~20분 거리).
전시 내용: 모아이 석상 외에도 이스터 섬의 역사와 문화, 칠레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물, 그리고 방대한 곤충 표본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3. 방문 팁
사진 촬영: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야외에 세워진 모아이 석상은 도로변에서 자유롭게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발파라이소의 벽화마을로 갔다. 이 벽화마을은 워낙 규모가 커서 올라가는 입구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천차만별이다. 현지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예전에 방문했던 곳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발파라이소(Valparaíso)**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라고 불릴 만큼 화려하고 독특한 벽화로 가득한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항구 도시는 가파른 언덕을 따라 늘어선 알록달록한 집들과 그 사이사이를 채운 수준 높은 그래피티로 유명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벽화 마을 구간과 즐길 거리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주요 벽화 구역
세로 알레그레 (Cerro Alegre): '즐거운 언덕'이라는 이름처럼 세련된 카페, 갤러리, 그리고 정교한 벽화들이 많습니다. 이곳의 벽화들은 예술적 가치가 높아 도시의 품격을 더해줍니다.
세로 콘셉시온 (Cerro Concepción): 알레그레 언덕과 바로 붙어 있으며, 좁은 골목마다 숨겨진 벽화를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피아노 계단'**처럼 지형지물을 이용한 창의적인 예술 작품들이 많습니다.
오픈 에어 뮤지엄 (Museo a Cielo Abierto): 세로 벨라비스타(Cerro Bellavista) 지역에 조성된 노천박물관입니다. 1990년대 초반, 유명 작가들이 참여하여 공식적으로 벽화를 조성한 구역으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2. 꼭 봐야 할 포인트
피아노 계단 (Escalera Piano):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칠해놓은 곳으로, 발파라이소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존 중 하나입니다.
"We are not hippies, we are happies" 문구: 알레그레 언덕 근처 벽면에 적힌 이 문구는 낙천적인 도시 분위기를 잘 대변하며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집 (La Sebastiana):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살았던 집 주변 언덕들도 아름다운 벽화와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3. 방문 팁
아센소르(Ascensor) 이용: 발파라이소는 언덕이 매우 가파릅니다. 100년 넘은 전통 있는 **푸니쿨라(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벽화를 감상하는 것이 체력 관리에 좋습니다.
발파라이소의 벽화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저항 정신, 그리고 예술적 열정이 담긴 소중한 자산입니다. 산티아고에서 68번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완벽합니다.】
푸니쿨라(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벽화마을 구경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피아노 계단도 못 보고 파블로 네루다의 집도 못 보았다. 6년 전에 찍은 사진을 한 번 더 뒤적이며 추억을 소환하지 뭐.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전에는 가랑비도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오후에는 날씨가 좋아져서 문제가 없었다. 호텔에서 컵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자리에 들었다.
3월 8일 (일)
푸에르토 몬트행 비행기는 11시 4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9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공지되었다. 그러나 ’여성의 날‘ 행사가 과격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1시간 앞당겨져 8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당연히 공항에서는 시간이 많이 남지. Dunkin에서 라떼 커피를 주문하여 마시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산티아고 공항도 무인 발매기를 이용하여 직접 발권을 해야 했다. 수화물을 15kg까지만 인정해 주는 바람에 초과된 물건들은 캐리어에 담거나 손에 들고 비행기를 탔다. 11시에 비행기에 올랐지만 비행기는 거의 1시간이나 지난 11시 50분에 이륙하여 13시 15분에 푸에르토 몬트에 도착하였다. 공항에서는 준비된 버스를 타고 호텔까지 오는데 1인당 3,000페소를 내어야 했다. 이런 것은 참 불편하다. 반 자유여행이라고 해도 공항에서 호텔까지, 또 호텔에서 공항까지 가는 교통비는 여행 상품 가격에 포함시켜 여행사에서 해 주는 것이 맞다.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여행사의 꼼수(?)로 생각된다.
Ibis Puerto Montt 호텔에 도착하니 2시가 조금 넘었다. 아직 호텔 check in 시간은 되지 않아서 가방은 호텔 창고에 넣어 두고 ’빈센테 페레스 로살레스 국립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참석자는 모두 15명이어서 택시 4대에 나누어 타고 공원으로 갔다. 국립공원으로 갈수록 일본 후지산을 닮은 오소르노 화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봉우리에 흰 수건(?)을 덮은 것처럼 보이던 것이 가까이 가서 보니 만년설이었다.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은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것이 재미있다. 1시간 15분이나 달려서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표를 구입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페트로우에 폭포가 유명하다고 해서 기대를 잔뜩 하고 들어왔는데 이게 뭐지? 폭포가 아니라 그냥 물이 흐르는 작은 천이다. 화산의 영향으로 주변은 모두 현무암 바위가 널렸다. 그 위로 강물이 흘러 내려오지만 특별한 감흥을 일으킬 장관은 아니었다. 속은 기분이다. 주변 산책로가 있어서 걷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5시까지 나와야 한다고 해서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타고 왔던 택시를 타고 푸에르토 바라스까지 가서 택시는 돌려보냈다. 4인 택시비로 200$, 입장료로 1인당 8,200페소를 지불한 것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센테 페레스 로살레스 국립공원(Vicente Pérez Rosales National Park)은 칠레 남부 호수 지역(Los Lagos Region)에 위치한 곳으로, 1926년에 지정된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입니다. 안데스산맥의 웅장한 자연경관을 품고 있어 전 세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입니다.
주요 명소 및 특징
오소르노 화산 (Osorno Volcano): 일본의 후지산을 닮은 완벽한 원뿔형 몸체와 일 년 내내 눈이 덮인 설산의 모습이 특징입니다. 공원 어디에서나 그 위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페트로우에 폭포 (Saltos del Petrohué): 오소르노 화산에서 흘러나온 검은 현무암 용암 위로 에메랄드빛 강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화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촬영지로 매우 유명합니다.
토도스 로스 산토스 호수 (Todos los Santos Lake): '모든 성인의 호수'라는 뜻으로,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색과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어우러져 '칠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세로 트로나도르 (Cerro Tronador): 공원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3,491m)로,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에 걸쳐 있으며 거대한 빙하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공원은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나 푸에르토 바라스(Puerto Varas)에서 출발하는 일일 투어로도 쉽게 방문할 수 있으며, 파타고니아 북부의 화산 지형과 원시림을 동시에 경험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푸에르토 바라스는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양키우에 호숫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이다. 독일 이민자들의 영향이 남아 있는 독특한 건축물과 웅장한 화산 경관이 어우러져 파타고니아 여행의 거점으로 사랑받는 곳으로 괜찮은 식당들이 많이 있다고 해서 저녁 식사하러 여기로 온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일요일이라 문 닫은 식당이 많았다. 타타님이 올린 맛집 정보를 보고 찾아갔더니 영업은 하지만 자리가 없어서 이웃집을 소개해 주었다. 세 자매를 포함한 우리 7명은 메뉴를 보고 괜찮아 보이는 요리를 3가지 주문했는데 나온 음식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거의 손도 못 대고 고기만 살짝 찍어 맛을 보는 정도에서 식사를 끝냈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복귀했다. 칠레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경험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버스 요금은 1,200페소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000원이다. 버스정유소 건물에 호텔이 있다. 310호를 배정받아 들어갔더니 방이 너무 좁네. 큰 가방 2개를 펼 공간도 없다. 무슨 이런 경우가~~~ 샤워를 하고 바로 취침을 했다.
3월 9일 (월)
호텔 조식이 6시 30분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구나. 보통 1시간 전에 일어나서 화장을 하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 아침 식사는 식빵과 계란, 과일 조금 먹으면 O.K.
오늘은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날이다. 당연히 전용 버스를 이용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여기에서 바릴로체까지 가는 국제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버스 출발 시간이 7시 30분이라 7시까지 호텔 로비로 나오라고 한 것이었다.
【푸에르토 몬트에서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까지는 국경을 넘는 국제버스가 매일 운행되고 있습니다. 안데스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는 인기 노선입니다.
소요 시간: 약 6시간 30분 ~ 8시간 (국경 검문소 통과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발 지점: 푸에르토 몬트 중앙 버스 터미널 (Terminal de Buses de Puerto Montt)
주요 경로: 푸에르토 몬트 → 오소르노(Osorno) 경유 → 카르데날 사모레(Cardenal Samoré) 국경 검문소 통과 → 바릴로체
출발 시간: 주로 오전(07:30, 08:00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용 팁 및 주의사항
국경 통과: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을 때 모든 승객은 버스에서 내려 입출국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농축산물 반입이 엄격히 제한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약 방법: 성수기(12월~3월)에는 좌석이 빨리 매진되므로 최소 2~3일 전에는 온라인(Recorrido.cl, Busbud 등)이나 터미널 창구에서 예매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좌석 등급: 장거리 노선인 만큼 세미 카마(Semi Cama) 또는 더 넓은 카마(Cama) 좌석을 선택하면 훨씬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인도길 여행사를 이용하니까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2층 버스인데 1층은 프리미엄석이고 2층이 이코노미석으로 우리는 2층 26, 27번을 배정받았다. 국제버스라 시설은 괜찮은 것 같다. 4시간을 달려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에 도착했다. 칠레 출국 심사는 여권에 도장을 받는 것으로 간단히 넘어갔다. 1시간 30분을 더 달려서 이번에는 아르헨티아 입국심사를 받기 위하여 버스에서 내렸다. 심사원 한 명이 버스에 올라오더니 무작위로 여행 가방 몇 개를 찍었다. 이 가방을 내려서 X선 투과기를 거쳐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싣는 것이다. 가방 1개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모양이다. 가방 주인을 불러 가방을 열게 한 후에 찾아낸 것은 멸치 반찬통. 반찬통만 압수하고 나머지 가방은 돌려준다. 우리 가방이 지적되었더라면 내가 준비했던 반찬통 제법 빼앗겼을 텐데. 다행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하얗게 죽은 나무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 검색을 해 보았더니 가장 큰 원인은 2011년에 발생한 푸예우에-코르돈 카울레(Puyehue-Cordón Caulle) 화산 폭발이라고 한다. 당시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뜨거운 가스가 주변의 원시림을 덮쳤고, 이로 인해 수많은 나무가 고사했다. 화산재에 덮여 죽은 나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껍질이 벗겨지고 햇빛에 바래 하얗게 변한 백색의 유령 숲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죽은 나무들 사이로 조금씩 새로운 생명들이 돋아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파타고니아의 거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8시간의 버스 여행을 마치고 바빌로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예약한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Tres Reyes Bariloche 호텔로 갔다. 방을 배정받아 가방을 올려놓고 환전하러 밖으로 나왔다. 아르헨티나에서 사용할 현금이 있어야 하기에 타타님과 함께 시내 환전소로 갔다. 타타님은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믿을 수 있는 환전소를 알고 있다고 했다. 1인당 600$ 정도 환전하면 될 것 같다고 하여 우리는 1,200$을 환전했더니 164만 페소를 준다. 그리고 남은 칠레 페소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교환했는데, 계산 착오로 15,000원 정도 손해 본 것 같다. 하는 수 없지...
환전을 하고 나와서 거리를 걷다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여기에 와서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은 먹어보아야 한다고 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다. 종류도 엄청 많네. 10여 개 박스 중에서 2개를 지적하여 통에 담아달라고 했다. 달콤하니 맛이 좋았다.
주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터널처럼 건물을 통과하니 넓은 광장이 나왔다. 여기는
【아르헨티나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 시내의 중심점인 **시빅 센터 광장(Centro Cívico)**입니다. 중앙에 있는 기마상은 아르헨티나의 제6대 및 제10대 대통령을 지낸 훌리오 아르헨티노 로카(Julio Argentino Roca) 장군의 동상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광장을 넘어 바릴로체 여행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1. 시빅 센터(Centro Cívico)의 특징
스위스풍 건축: 1940년대에 완공된 이 광장은 주변 건물들이 돌과 나무(사이프러스 및 앨리스 나무)로 지어져 마치 유럽의 알프스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바릴로체가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요 시설: 광장을 둘러싸고 시청사, 관광 안내소, 파타고니아 박물관, 경찰서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시청사의 시계탑에서는 특정 시간마다 인형들이 나오는 퍼포먼스도 볼 수 있습니다.
2. 사진 속 동상과 역사적 배경
로카 장군 동상: 19세기 말 '사막의 정복(Conquest of the Desert)' 작전을 이끌어 파타고니아 지역을 아르헨티나 영토로 편입시킨 인물입니다.
논쟁의 중심: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 작전이 원주민 학살과 탄압을 동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동상 철거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활발합니다. 동상 주변에 페인트 칠이나 낙서가 자주 발견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갈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3. 여행자를 위한 팁
전망 명소: 광장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나우엘 우아피 호수(Nahuel Huapi Lake)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인트 버나드 개: 광장에서는 바릴로체의 마스코트와 같은 커다란 세인트 버나드 개들과 함께 유료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초콜릿 거리: 광장 바로 옆에서 이어지는 미트레(Mitre) 거리는 유명한 초콜릿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쇼핑하기 좋습니다.
푸에르토 몬트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도착하셨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될 바릴로체의 가장 활기찬 명소입니다.】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고 호수 전망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시내 중심에 이런 공원이 있으니까 참 좋다. 호숫가 수변공원에는 BARILOCHE를 큼직한 고딕체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폼을 잡았는데, 해가 지는 역광이라 사진 속의 얼굴이 검게 나와서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다시 찍어야겠다.
저녁 식사는 타타님의 소개로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먹기로 했다. 워낙 유명한 식당이라 30분 먼저 가서 대기 줄을 서야 좌석을 받을 수 있단다. 박선생님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소고기 스테이크 大자 2개와 와인 한 병을 시켰다. 반쯤 익힌 고기나 완전히 익힌 고기가 별 차이가 없네. 모처럼 내 입맛에 거슬리지 않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장기간 여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좋은 경치 보고 반가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와인도 한 잔 걸치고...
3월 10일 (화)
이 호텔의 조식은 꽤 찬란하다. 계란찜에 빵과 과일, 소시지, 치즈 등 내가 선호하는 음식이 많아서 나에게는 화려한 만찬이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1시간 남짓 시간이 있어서 어제 갔던 BARILOCHE 글씨를 설치한 수변공원으로 다시 가서 사진을 찍었다. 햇살을 정면에서 받으니까 사진도 깔끔하게 잘 나왔다.
오늘은 버스를 대절하여 캄파나리오 언덕, 나우엘 우아피 호수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투어 비용으로 1인당 40$과 내일 버스 호출비용으로 13,000페소를 지불했다. 교포 가이드와 현지 원주민 등 2명이 호텔 로비로 와서 같이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젊은 교포 가이드는 어릴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잘생긴 청년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다.
아르헨티나는 가로 1,400km, 세로 3,600km, 넓이 270만㎢로 한국의 12배
리듐, 세일 가스, 세일 오일 등 자원이 풍부
바릴로체는 남미의 스위스로 불릴 정도로 스위스풍 건물이 많고 스위스와 교류도 많다
원자력 발전소(연구용)도 있을 만큼 과학도 발달했다
캄파나리오 언덕에서 버스를 내렸다. 여기서 정상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가면 20분 걸리고, 22,000페소를 지불하고 의자식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도 된다고 한다. 세 자매를 포함한 박선생님 부부와 우리는 걸어가기로 하고 산길로 방향을 잡았다.
오르는 길은 급하지는 않았지만 먼지가 많아서 조금 불편해도 아직 이 정도의 길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가이드가 20분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천천히 걸어서 그런지 30분쯤 걸어서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먼저 와 있을 것으로 생각한 우리 팀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정상에서 사방 돌아다니며 좋은 배경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그때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대기 줄이 길어서 이제 올라온단다.
【**캄파나리오 언덕(Cerro Campanario)**은 바릴로체 여행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전망 명소입니다. 해발 1,050m로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세계 8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1. 정상에 오르는 두 가지 방법
리프트(Aerosilla): 약 7분간 리프트를 타고 편안하게 올라가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운영 시간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마지막 탑승 시간은 오후 5시 30분경입니다. (가격은 시기별로 변동이 잦으니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하이킹: 리프트 승강장 오른쪽으로 난 숲길을 따라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약 30~40분 정도 소요되며 경사가 다소 가파르지만, 숲의 기운을 느끼며 무료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정상에서 즐기는 360도 파노라마
정상 전망대에서는 다음과 같은 명소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호수: 나우엘 우아피(Nahuel Huapi),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 호수와 엘 트레볼(El Trébol) 석호가 만들어내는 푸른 빛의 향연을 볼 수 있습니다.
봉우리: 샤오샤오(Llao Llao) 반도 뒤로 펼쳐진 로페스(López), 카테드랄(Catedral) 산 등 안데스의 웅장한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3. 정상 카페 (Confitería)
전망대에는 전면 유리창으로 된 카페가 있어, 따뜻한 핫초코나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특히 이곳의 **애플파이(Strudel)**나 다양한 케이크류는 경치만큼이나 훌륭하다는 평이 많으니 꼭 한번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멋진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고 하산하였다.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하니 나우엘 우아피 호수를 직감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잠시 내려 좋은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멀리 호숫가에 보이는 건물이 그 유명한 샤오샤오 호텔이다. 바릴로체의 상징적인 5성급 호텔로 하루 숙박료는 일반 객실이 34만원~50만원, 프리미엄 객실은 위치에 따라 60만원~ 1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호수 주위를 돌더니 한 지점에 내렸다. 여기서부터 1시간가량 트레킹을 한단다. 맑고 깨끗한 호수를 바라보며 정글 사이로 소박하게 만들어놓은 둘레길(?)을 걸어가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교포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호수와 처음 보는 희한한 나무들과 함께하는 트레킹은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트레킹이 거의 끝나는 곳에 예수 그리스도를 녹색으로 칠을 해 놓은 십자가가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1시 반이다. 점심 식사하러 가야지. 버스에서 가이드가 소개했던 ’삼촌 식당‘을 찾아갔다. 큰길에서 4블럭만 가면 된다고 했는데 1km를 넘게 걸어가서야 식당 간판이 보였다. 이 식당은 큰길 매인 상권에서 살짝 벗어난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20여 분 기다려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가스 스테이크 등을 시켰는데 여기도 1인분을 2명이 다 먹지 못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이미선과 박선생님은 무리 없이 잘 드셨지만 송선생과 나는 먹는 포크에 힘이 실리지 않은 모습. 스테이크를 일부 남겨놓고 나왔다.
호숫가에 성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유럽 문화는 기독교, 특히 천주교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여기 남미 끝자락에서도 알 수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조용히 기도도 하고 나왔다. 호숫가를 조금 거닐다가 호텔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나서 맥주와 와인으로 기분을 냈다. 저녁 식사는 쌀국수와 죽을 먹었다. 나는 좋다는 아르헨티나 소고기보다 소박한 우리 음식이 더 낫다.ㅎㅎ 그래도 고기를 먹고 나면 준비한 소화제를 한 알씩 먹어서 그런지 체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내일은 비행기 타고 칼라파테로 가는 일정이다. 식사 시간이 5시 45분이라 알람 시간을 4시 50분에 맞춰놓고 일찍 자리에 들었다.
3월 11일 (수)
대형 가방은 1층 로비에 내려놓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준비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발권을 하고 수화물 탁송을 하였다. 수화물 탁송할 때는 화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사진 찍어 놓는 것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한쪽 공터에 모여서 여행 경비를 거두었다. 코스별 참석자들이 다르기 때문에 차질 없이 수금해야 한다. 일부 팀원의 자발적인 봉사로 모두 수금하여 타타님에게 넘겨주었다. 칼라파테로 가는 아르헨티나 항공사는 대한한공과 협정이 체결되어 있어서 1주일 후에 마일리지가 적립된다고 한다. 다음에 귀국하여 한꺼번에 정리해야겠다.
8시 30분에 8번 Gate가 열렸다. 순서대로 들어갔더니 비행기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도 다 있구나. 비행기까지 걸어가서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발권할 때마다 좌석이 뒷부분에 있다. 27B,C도 끝에서 세 번째 칸이라 캐리어를 선반에 올릴 때도 공간이 부족하여 애를 먹었다. 스튜어디스가 도와주어서 겨우 해결했다.
비행기는 1시간 30분 정도 날아서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수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와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ECO VISTA HOTEL에 도착하니 11시 30분. 2층 규모의 건물 2개 동으로 구성된 소박한 호텔이었다. 우리나라 교포가 운영하고 있단다. 교포 사장님은 69학번 혹은 70학번으로 판단되었으니까 올해 76~77세쯤 되었겠다. 2D 방을 배정받았는데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숙소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숙소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른데, 우리 방은 중 2층 구조로 다락방에도 침대가 2개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 와서 놀아도 되겠다. 이 방에서 4일을 보내야 하는데 방이 넓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타타님의 인솔하에 시내 구경 겸 점심 식사하러 나갔다. 나갈 때는 가는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조금 지나니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여기는 양고기가 유명하단다. 시내로 나가니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숯불에 굽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중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박선생님 부부와 우리가 앉을 수 있는 코너가 비어 있어서 자리를 잡았다. 양고기를 2인분만 시켰는데도 우리가 먹기에 충분하다. 와인 2잔과 콜라 1병을 시켰는데 맥주도 한 병이 나오는 것이다. 건너편에 자리 잡은 세 자매가 감사의 뜻으로 보내준 것이었다. 양고기가 생각보다 누린내도 없고 괜찮았다. 맛있게 먹고 나왔다.
타타님이 추천하는 라구나 니메즈 보호구역을 찾아갔다. 식당에서 30분쯤 호수 방향으로 찾아가니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습지, 호수를 볼 수 있었다. 날씨마저 좋아져서 파란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보호구역은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에 위치한 **라구나 니메즈 보호구역(Reserva Laguna Nimez)**은 파타고니아의 풍부한 생태계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 습지 보호구역입니다.
주요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징: 엘 칼라파테 시내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으며, 플라밍고, 백조 등 80여 종 이상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아르헨티노 호수와 맞닿아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걷기 좋습니다.
운영 시간: 매일 오전 9:30 ~ 오후 7:30
기타: 약 1.5~2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책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으며, 입구에서 망원경을 대여하거나 가이드 안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며 파타고니아의 야생 조류를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장소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맥주, 생수, 와인, 과일, 채소, 계란 등을 조금 샀다. 저녁 식사는 햇반으로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이런 맛도 괜찮네.
내일부터 방문할 여행지에 대한 경비가 톡으로 올라왔다.
*토레스 티켓 대행 45$ *피츠로이 모레노 티켓 대행 50$
*피츠로이 전용차량 + 산악가이드 130$ *공항 픽업 20$ 합계 245$, 2인 490$
*모레노 아술트레킹 19만페소 *토레스 델 파이네 24만페소 합계 43만페소, 2인 86만페소 미리 돈을 준비하여 호주머니에 넣었다.
3월 12일 (목)
오늘부터 3일간 방문하게 될 페리토 모레노 빙하, 피츠로이 산, 토레스 델 파이네 산은 6년이나 기다렸던 남미 여행의 진수다. 과연 어떤 장관을 보게 될지 자못 기대가 크다. 6시 40분에 식사를 하고 7시 40분에 버스에 올랐다.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멀리 산타크루스 강이 보인다. 그런데 강물에 하얀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저게 뭐지? 좀 더 가까이 가서야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얼음덩어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9시쯤 전망대 휴게소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11시 30분까지 시간을 주면서 실컷 구경하고 오라고 한다. 전망대는 상부의 넓은 공터에 식당을 포함한 휴게실 건물이 있고, 아래쪽에는 Steel Grating 발판의 데크 로드를 거미줄처럼 만들어 놓았다. 안내 간판에는 빙하를 관찰하기 쉽도록 color로 구별하여 표시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왼쪽으로 쭉 내려가면서 광활하게 펼쳐진 빙하를 구경하였다. 가끔 천둥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면 빙하 일부가 떨어져서 물에 빠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작년 여름, 북유럽 여행 때 노르웨이에서 본 빙하는 산에 덮여 있고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어서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 보고 있는 이 모레노 빙하는 너무 거대하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모습이라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 두 시간 이상 데크를 걸으며 구경을 하고 휴게소로 올라왔다. 우리가 준비한 김밥을 먹으려고 하니 눈치가 보여서 야외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려서 호숫가 선착장으로 갔다. 여기서 보트를 타고 빙하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안내하는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공무원인가 보다. 안전하게 구경하려면 규정을 잘 따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안내원의 인솔하에 빙하와 땅이 맞닿은 곳까지 갔다. 와, 모레노 빙하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니!! 너무 감격하여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젊은 사람들은(65세 이하)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른 코스로 빙하 위를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빙하 틈 사이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또 떨어진 얼음 조각을 두 손으로 드는 모습도 사진으로 남겼다. 안내원들은 컵에 와인 비슷한 음료에 빙하 얼음을 담아 한 잔씩 권했다. 시원하게 들이켰다.
다시 보트를 타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귀환했다. 오늘 체험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영영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버킷 리스트 1개를 기분좋게 지울 수 있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엘 칼라파테 인근,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역동적인 빙하 중 하나입니다.
1. 전진하는 빙하
대부분의 현대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후퇴하고 있는 것과 달리,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드물게 평형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조금씩 전진하는 생생한 빙하입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호수로 무너져 내리는 '빙벽 붕괴(Rupture)' 현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2. 압도적인 규모
면적: 약 250km²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보다 넓음)
길이: 약 30km
높이: 호수 수면 위로 솟아오른 높이만 약 70m에 달하며, 수면 아래로는 100m가 넘는 얼음 기둥이 뻗어 있습니다.
3. 접근성 및 관람 방식
엘 칼라파테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어 접근이 매우 용이합니다.
전망대(Pasarelas): 빙하 정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철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빅 아이스 & 미니 트레킹: 직접 아이젠을 착용하고 빙하 위를 걷는 투어가 인기입니다. 빙하 위에서 마시는 '빙하 위스키'는 이곳의 상징적인 경험입니다.
보트 투어: 호수 위에서 배를 타고 거대한 빙벽 가까이 다가가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아르헨티노 호수와의 관계
이 빙하는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gentino)**의 지류인 '리코 호(Brazo Rico)'를 가로막으며 전진합니다. 시간이 지나 빙하가 반대편 육지에 닿으면 물의 흐름이 막혀 수위 차가 발생하고, 그 압력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거대한 얼음 터널이 형성되었다가 무너지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파타고니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45,000페소인데 다음날도 연속 입장하면 절반 가격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내일 방문할 피츠로이 산도 국립공원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2명분으로 135,000페소를 지불했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타타님과 함께 등산용 스틱을 빌리러 시내로 나갔다. 등산 전문점에서는 스틱 한 쌍 임대에 13,000페소를 달라고 한다. 우리는 한 쌍을 빌려서 하나씩 나누어 사용하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맥주와 반찬거리를 몇 가지 구입했다. 김치찌개를 끓여 햇반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내일 피츠로이 산에 가서 먹을 점심을 햇반과 두부강된장으로 준비했다. 집에서 가지고 온 밥과 반찬이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3월 13일 (금)
새벽 5시에 식당으로 가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5시 40분에 버스에 올랐다. 오늘 피츠로이 산 트레킹 코스는 왕복 10시간을 예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찍 출발해야 한다. 2시간 40분을 달려 트레킹 출발지 엘 찰텐에 도착했다.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카페에 들러 화장실 사용을 하고 나와서 8시 40분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현지인 가이드 2명이 우리를 보좌하게 한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가이드는 앞장서서 길을 인도하고, 여자 가이드는 뒤에 따라오면서 점검하도록 했다.
피츠로이 트레킹은 3개 조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 카프리 호수 전망대까지 가서 피츠로이 산을 전망하는 코스로 왕복 3~4시간 소요.
둘째 피츠로이 수직 암벽 앞 로스 트레이 호수까지 올라가는 가장 난이도 높은 코스로 마지막 1km 구간이 급경사 바위길이라 체력 소모가 크다. 왕복 8~10시간 소요.
셋째 둘째 코스 중 마지막 급경사 구간 앞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왕복 7시간 정도 소요.
자기 몸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한다. 자칫 무리를 하면 전체 팀원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기에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5명이 첫째 코스를 선택했다. 이 사람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많기에 여유를 가지고 카프리 호수 주위를 거닐면서 피츠로이 산을 전망하며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나와 이미선, 송영란님은 셋째 코스를 선택했다. 조금 무리를 하면 정상까지 갈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돌아오는 길이 험난할 것 같고 내일 일정도 소화를 해야 하니까. 피츠로이 산이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 많이 있어서 좋은 사진을 남기는데 별문제는 없었다. 우리는 정상 아래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카프리 호숫가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현지인 여자 가이드는 우리와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피츠로이 산봉우리는 대부분 작은 구름이 감싸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연기를 뿜는 피츠로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나머지 12명은 풀코스를 선택했다. 박선생님의 로스 트레이 호수를 배경으로 피츠로이 산을 찍어온 사진은 확실히 조금 더 좋아 보였다. 동행한 일부 팀원이 고전했다는 얘기도 들렸지만 무탈하게 복귀하여 다행이다.
보통 여기는 날씨가 흐리고 상시 매서운 바람이 부는 곳으로 유명한데 오늘은 웬일인지 너무 좋은 날씨에 바람도 없어서 좋은 등반을 했다. 행여나 하고 우산을 가지고 가다가 비는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휴식을 취하던 중에 나뭇잎 아래 숨겨놓았다가 오는 길에 찾아왔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트레킹을 하게 되어 정말 운이 좋았다. 트레켕을 마치고 카페에서 맥주를 한 잔 시원하게 마셨다.
【파타고니아의 상징이자 '등반가들의 꿈'이라 불리는 피츠로이(Fitz Roy) 트레킹은 아르헨티나 엘 찰텐(El Chaltén)에서 시작되는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코스와 유용한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1. 대표 코스: 카프리 호수 & 로스 트레스 호수 (Laguna de los Tres)
피츠로이의 수직 암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정점 코스입니다.
소요 시간: 왕복 약 8~10시간
난이도: 중상 (마지막 1km 구간이 급경사 바위길이라 체력 소모가 큽니다.)
하이라이트: '불타는 피츠로이'를 볼 수 있는 일출 포인트로 유명합니다. 피츠로이 봉우리 아래 푸른 빛의 로스 트레스 호수가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 난이도 낮은 코스: 카프리 호수 (Laguna Capri)
시간이나 체력이 부족할 때 선택하기 좋은 코스입니다.
소요 시간: 왕복 약 3~4시간
특징: 비교적 완만한 숲길을 지나며, 호수 너머로 피츠로이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어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합니다.
3. 또 다른 명소: 토레 호수 (Laguna Torre)
피츠로이 옆의 또 다른 날카로운 봉우리인 '세로 토레(Cerro Torre)'를 보러 가는 길입니다.
소요 시간: 왕복 약 6~7시간
특징: 경사가 완만하여 걷기 편하며, 호수에 떠다니는 유빙과 세로 토레의 수직 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4. 트레킹 팁
엘 찰텐(El Chaltén): '트레킹의 수도'라 불리는 이 마을은 모든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입니다. 마을에서 바로 산책로가 연결되어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날씨 변화: 파타고니아의 날씨는 매우 변덕스럽습니다. 강풍과 비에 대비해 **레이어드 의류(여러 겹 껴입기)**와 방수 자켓은 필수입니다.
식수: 트레킹 중 만나는 계곡물은 그대로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지만, 개인의 민감도에 따라 준비해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거대한 수직 암벽과 빙하 호수가 어우러진 피츠로이는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누룽지를 끓여 식사를 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시계를 보니 4만 보를 넘게 걸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비포장길을 달리면 시계 만보계 게이지가 올라가는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35,000보는 걸은 것 같다. 내일은 걷는 일은 별로 없고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면 되기에 조금 안심이 된다.
3월 14일 (토)
6시 식당으로 가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6시 50분에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무슨 차가 이렇게 생겼지? 우리가 알고 있는 버스는 아니다. 10톤짜리 화물차 뒷부분을 버스로 개조한 것 같다. 색깔도 짙은 국방색이라 무슨 탱크가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희한한 버스가 호텔 앞에 서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우리 전용 대절 버스가 아니고 현지 노선 버스였던 것이다.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에서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산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여행사에서는 이런 버스가 있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버스에 오르니 현지 가이드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한창 열변을 토한다. 엄청난 입담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무슨 말인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요란스럽기만 하다. 2시간 가량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아르헨티나 출국 검사를 하고 10분쯤 더 가서 칠레 입국 심사를 받았다. 한국말을 한마디씩 할 줄 아는 세관 공무원들이 반갑다.
조금 더 가니 전망대가 있어서 잠시 내렸다. 호수를 낀 이 전망대는 뒤로 토레스 델 파이네 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울퉁불퉁 솟은 봉우리가 너무 멋지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반대편에서 보는 느낌이다. 그래도 공룡능선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등산로가 있지만 저 괴물처럼 생긴 산은 일반인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악마의 은신처라고나 할까. 저런 산에도 산신령님이 살고 계실까? 산 중턱에는 만년설이 남아 있어서 신비로움마저 더하고 있다.
산과 가까워질수록 view point도 많아지고 있다. 40분쯤 더 가서 마주한 호숫가에서는 호수가 잔잔해서 산이 물에 반사되어 대칭을 이루는 절묘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런 황홀한 장관을 보려고 30시간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왔지 않은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버스로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는 데까지 와서 모두 내렸다. 참좋은 여행, 작은별 여행사 등 한국 여행객을 태운 버스도 몇 대 보인다. 여기서부터 걸어서 마지막 비경을 보러 가야 한다. 좁은 길을 따라 20여 분 들어갔을까. 크지 않은 호수 뒤로 장엄한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가까이서 보니 악마의 뿔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산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아, 정말 이런 괴물 같은 산을 창조주는 어떻게 빚었을까? 여행을 다니면서 꽤 괜찮은 장면들을 목격했지만 이 산도 정말 미치도록 멋진 산이다. 허용하는 시간을 모두 호숫가에 서서 이 괴물을 바라보았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Torres del Paine)**은 칠레 파타고니아의 남부에 위치한 세계적인 자연 보호구역으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파이네(Paine)'는 원주민어로 '푸른색'을 뜻하며, 이름처럼 푸른 빙하와 호수, 거대한 암벽이 어우러진 장관을 선사합니다.
1. 주요 명소
라스 토레스(Las Torres): 공원의 상징인 세 개의 거대한 수직 화강암 타워입니다. 일출 때 이 암벽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은 트레커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Cuernos del Paine): '파이네의 뿔'이라는 뜻으로, 검은색과 흰색이 층을 이룬 독특한 모양의 봉우리들입니다.
그레이 빙하(Glaciar Grey): 남파타고니아 빙원의 일부로, 보트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거나 빙하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노르덴셸 호수(Lago Nordenskjöld): 에메랄드빛 호수 너머로 쿠에르노스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2. 대표 트레킹 코스
W-트레킹 (4~5일 소요): 공원의 주요 명소를 'W'자 모양으로 연결하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산장(Refugio)이나 캠핑장을 이용하며 걷습니다.
O-서킷 (7~10일 소요): 공원을 한 바퀴 크게 도는 완주 코스로, W-코스보다 더 깊은 야생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당일 트레킹: 시간이 부족한 경우, '베이스 토레스(Base Torres)'까지 왕복하는 당일 코스가 가장 유명합니다.
3. 방문 및 이동 팁
거점 도시: 칠레의 **푸에르토 나타레스(Puerto Natales)**가 공원으로 가는 관문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버스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방문 적기: 남반구의 여름인 11월에서 3월 사이가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사계절을 하루에 다 겪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변덕스러우니 대비가 필요합니다.
예약 필수: 국립공원 입장권과 산장/캠핑장 예약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므로 여행 몇 달 전 미리 완료해야 합니다.
4. 주의사항
화기 사용 금지: 과거 대형 화재 사고로 인해 지정된 장소 외에서의 취사나 화기 사용이 매우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자연 보호를 위해 자신이 만든 모든 쓰레기는 직접 가지고 내려와야 합니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와 빙하 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경 덕분에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자주 꼽히는 곳입니다.】
오늘 여행도 무사히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와인을 한 병 비웠다. 칼라파테에서의 4일은 정말 멋진 여행이었다. 6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해도 되겠다. 하나같이 귀하고 귀한 경험이어서 가슴에 꼭꼭 묻어두고 싶은 마음이다. 남은 여행도 즐겁게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3월 15일 (일)
오늘은 저녁 7시 비행기로 우수아이아로 가는 일정이다.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서 느지막이 일어나 식당에서 적당히 챙겨 먹었다. 체크아웃은 보통 10시에 한다. 타타님은 오후 4시까지 호텔로 오라고 하였고 우리도 가방은 모두 1층 로비에 내려놓고 시내 구경하러 나왔다. 도시가 단순하여 그다지 볼 것도 없다. 오는 날 구경했던 라구나 니메즈 보호구역을 한 번 더 찾아갔다. 오늘은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다 보니 푸른 하늘의 상쾌했던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간단히 둘러 보고 나왔다. 이 도시는 화장실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도심 한가운데 공원이 있어서 갔더니 화장실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시민들이 공원으로 놀러 나오면 생리현상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다. 관공서 비슷하게 보이는 곳이 있어서 갔더니 일요일이라 문이 닫혔다. 빙빙 돌다가 하는 수 없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고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미선이 참여 인원이 제법 되는 여행 전문 밴드에 가입을 했는데, 그 밴드의 방장이 지금 남미를 여행 중이라고 한다. 그분은 완전 자유여행으로 90일 일정으로 남미를 돌고 있는데, 다행히 오늘 우리가 있는 칼라파테에서 묵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빵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에 약속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분은 마침 나와 동갑이어서 더욱 말이 잘 통했다. 퇴직하고 집에서 하릴없이 소일하는 것보다 이렇게 외국 여행 다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목청을 높여서 설명한다. 그리고 나름 요령을 터득하면 집에서 쓰는 비용 정도로 얼마든지 외국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와 같이 한 번만 다니면서 배우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단다. 지금도 뜻이 맞는 회원 3명과 같이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다면서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과연 나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 이런 이유, 저런 핑계를 대다 보면 결국 안 되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시내에 소박하게 보이는 성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정면에 있는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넓은 홀에 신도가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놓여있고, 전면에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데 그 뒤의 벽에 대형 유리창을 설치한 관계로 뒤뜰이 훤히 보이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성당은 여기서 처음 보네. 이렇게 해 놓으니 내부가 밝아서 좋다.
호텔로 돌아오니 마당에서는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으로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 2명과 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여성 한 분이 한 팀인데, 기타를 들고 다니시던 남성이 기타를 치며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쎄시봉 가수들과 같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 78세 정도의 연배인가? 아뭏던 이렇게 멀리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 기타를 들고 다니는 그 열정은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후 4시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로비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우리가 업무 보기에는 수월했다. 좌석표를 뽑아 보니 30E,F로 이번에도 맨 끝부분이다. 희한하네. 왜 항상 뒷좌석이 배정될까? 가방을 올려놓고 무게를 보니 정확하게 15.1kg과 15.0kg이 찍힌다. 숙소에서 손저울로 미리 무게를 확인했으니까 이상이 있으면 안 되지. 7시 30분에 이륙한 아르헨티나 항공 AR1896호는 1시간 가량 날아서 우수아이아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창가에 앉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구름 사진을 많이 찍었다. 정확히 43년 전인 1983년 12월 19일. 사우디에서 2년의 근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올 때도 내려다보이는 구름이 너무 멋있어서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오늘도 그에 못지않은 장면들을 담을 수 있었다.
수화물을 찾아 나오니 9시가 넘었다. 버스를 타고 VILLA Brescia Hotel에 도착하여 218호를 배정받았다. 시간이 조금 늦었지만 오뚜기 제육덧밥, 낚지 볶음덧밥으로 식사를 했다. 이미선이 내 폰에서 카톡 프로필 사진을 이번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모레노 빙하, 피츠로이 산 등으로 교체를 했다. 그랬더니 잘 아는 지인들의 댓글이 우수수 달리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 지인들 카톡에도 전달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방은 드물게 화장실에 욕조가 설치되어 있었고, 특이하게도 욕조 가장자리에 유리문을 설치하여 물이 밖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구조네.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할 여유는 없다. 간단히 샤워하고 나와서 자리에 들었다.
3월 16일 (월)
오늘은 오전에는 보트 타고 비글해협 구경하고 오후에는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을 가는 것으로 계획이 잡혔다. 비글해협 보트 투어는 펭귄도 보고 물개도 보고 재수 좋으면 돌고래도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우리는 아프리카 여행할 때, 나미비아에서 비슷한 투어를 해 보았기 때문에 이번 비글해협 보트는 타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 국립공원 산책을 하려고 했었는데 오후에 일행들과 다 함께 가기로 하여 우리 는 시내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이미선과 둘이서 도심을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을 하였다. 시내 투어용 기관차(?)가 도로 한켠에 서 있었다. 버스를 기관차 형태로 개조하였는데, 시간이 되면 관광객을 태워서 시내 구경을 시켜 주나보다. 범죄인 호송 차량으로 개조한 버스도 눈에 띄었다. 뒤에는 경찰관과 범인 인형을 설치하여 눈길을 끌었다.
Gift Shop 벽에 펭귄 4마리가 활기차게 걸어가는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 그림은 우수아이아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서서 이미선과 나도 펭귄과 같이 걸어가는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제법 찍었다. 재미있네....
Gift Shop 바로 위에 커피숍이 있었다. 9시 30분이면 이른 시간인데 손님은 꽤 있었다. 따뜻한 라떼 한 잔씩 마시며 아르헨티나에서의 여유를 즐겼다.
조금 밑으로 내려오니 EVITA 흉상이 설치된 조그만 공원이 나타났다. 검색을 해 보니
【1. 인물: 에바 페론 (1919~1952): 본명은 에바 마리아 두아르테(Eva María Duarte)이며, '에비타'는 국민들이 그녀를 친근하게 부르던 애칭입니다.
성장 과정: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배우를 꿈꾸며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상경했습니다. 삼류 배우와 성우로 활동하며 밑바닥 생활을 견뎠습니다.
권력의 중심: 1944년 지진 피해 돕기 행사에서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나 결혼했고,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활동: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에바 페론 재단'을 설립해 빈민 구제, 여성 참정권 획득, 노동자 권익 보호에 앞장섰습니다. 이로 인해 서민들에게는 '성녀'로 추앙받았습니다.
최후: 권력의 정점에서 자궁암으로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2. 작품: 뮤지컬과 영화
앤드류 로이드 웨버(작곡)와 팀 라이스(작사) 콤비가 만든 전설적인 뮤지컬입니다.
스토리 라인: 에바 페론의 야망과 성공,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체(Che)'**라는 가상의 화자가 냉소적으로 비판하며 지켜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대표곡: > "Don't Cry for Me Argentina"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이 곡은 에바 페론이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군중을 향해 부르는 노래로,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세계적인 명곡입니다.
영화화: 1996년 알란 파커 감독이 연출하고, 팝스타 마돈나가 주연을 맡아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3. 역사적 평가 (페로니즘)
에바 페론에 대한 시각은 오늘날에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긍정적 시각: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이자 아르헨티나 여성 인권의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비판적 시각: 대중 영합적인 정책(포퓰리즘)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했으며, 권위주의적인 통치 방식을 가졌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오래 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데 오늘 우연히 여기를 방문함으로써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땅끝 박물관을 찾아갔다. 16,000페소를 지불하고 들어갔는데 박물관이 너무 초라하다. 단층으로 되어 있고 전시된 내용물도 그다지 가치가 있는 것들이 아니다. 8,000년 전 이 땅의 주인인 야만(Yámana) 원주민들의 유물부터 초기 유럽 탐험가들의 기록, 난파선 조각, 그리고 이 지역의 다양한 조류 표본(박제)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대충 보고 나오려고 하는데 티켓에 도장을 찍어주며 옛 정부 청사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밖으로 나와서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정부 청사를 찾아서 들어갔다. 여기는 예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책상 등 집기 비품을 그대로 전시해 놓았다. 인구가 적을 때는 이 정도의 기구로 나라를 운영하였나 보다.
점심 식사는 킹크랩을 먹기로 하고 타타님이 올려준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은 선착장에서도 많이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식당 앞 유리에는 먹음직스러운 킹크랩 두 마리를 쟁반에 얹어 놓고 16만 페소라고 적어 놓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니 주인이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킹크랩도 big size는 20만 페소라고 해서 일반으로 시켰다. 맥주도 한 병 시켜 구색을 갖췄다. 기대를 잔뜩하고 시킨 킹크랩이 맛이 조금 약하다. 살을 벗기는 도구도 시원찮아서 먹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사용하는 가늘고 긴 킹크랩용 가위를 여기에 수출하면 좋아하겠다.
어느 도시든지 성당은 다 있다. 여기 성당은 규모는 작아도 아담하게 꾸며놓았구나. 내가 여행하는 곳마다 성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봐서 맹탕 사이비 신자는 아닌 것 같다.
해안을 따라 쭉 걸어서 북쪽 끄트머리로 오니까 여기도 Ushuaia를 큰 고딕체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틀림없는 우수아이아 심벌마크이기에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오후 2시에 돌아오기로 한 보트가 30분 늦게 왔다. 갑자기 나타난 고래를 쫓아다니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한다. 바로 준비된 버스에 올라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으로 갔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30,000페소나 한다. 너무 비싸서 그런지 현지인 방문객은 거의 없네. 입구를 통과하여 큰길을 따라 30여 분 달려 제1 정유소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맑은 하늘과 푸른 호수를 보면서 산책을 할 수 있는 데크 로드가 제법 길게 설치되어 있었다. 데크 로드를 따라 호숫가를 한 바퀴 돌았다. 주변에 설치된 입간판에는 토착민들의 원시생활을 하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서부터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제2 정유소까지 2km 남짓 되는 거리는 걸어가도록 되어 있다. 이런 길은 얼마든지 걸을 수 있잖아. 걸음이 빠른 팀원 몇 명이 앞장을 섰다. 오전에 비가 내렸는지 땅은 먼지도 나지 않고 하늘은 너무 푸르러 가슴까지 맑아지는 것 같아서 참 좋다. 1km쯤 걸었을까. 우리가 이런 좋은 국립공원에 와서 비포장 차도를 걷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수 옆의 오솔길을 찾아내어 그리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큰길로 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겼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위치한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Parque Nacional Tierra del Fuego)**은 '세상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장엄한 자연 중 하나입니다. 안데스 산맥의 끝자락과 비글 해협이 만나는 이곳은 설산, 원시림, 호수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주요 볼거리와 여행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주요 명소 및 활동
라파타이아만 (Bahia Lapataia):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되어 대륙을 종단하는 팬아메리칸 고속도로(3번 국도)의 종착점입니다. "알래스카로부터 17,848km"라고 적힌 표지판은 여행자들의 필수 인증샷 장소입니다.
세상의 끝 기차 (Tren del Fin del Mundo): 과거 죄수들을 실어나르던 열차를 관광용으로 개조한 증기기관차입니다. 울창한 숲과 계곡을 지나 공원 입구까지 이동하며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끝 우체국 (Unidad Postal del Fin del Mundo): 공원 내 엔세나다만에 위치한 작은 우체국입니다. 이곳에서 엽서를 보내면 '세상의 끝' 직인이 찍혀 배달되며, 여권에 유료로 기념 도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로카 호수 (Lago Roca / Acigami):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에 걸쳐 있는 아름다운 호수로, 투명한 호숫가에서 산책이나 카누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2. 추천 트레킹 코스
해안 트레일 (Senda Costera): 엔세나다만에서 라파타이아만까지 이어지는 약 8km의 코스로, 비글 해협의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아락쿠시 방문객 센터 (Alakush Visitor Center): 공원 내부 정보와 전시물을 볼 수 있으며, 내부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트레킹 전후로 쉬어가기 좋습니다.
3. 방문 정보 (2026년 기준)
운영 시간: 매일 오전 8:00 ~ 오후 8:00
입장료: 약 30,000 아르헨티나 페소 (외국인 성인 기준, 시기별로 변동될 수 있음)
준비물: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기 때문에 방수 기능이 있는 따뜻한 겉옷과 편안한 등산화는 필수입니다.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셔틀버스나 택시로 약 20~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남미의 때 묻지 않은 원시림과 고요한 호수를 직접 거닐며 '세상의 끝'이 주는 특별한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제2 정유소에서 잠시 쉬다가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버스를 탔다. 호텔까지 가지 않고 선착장 앞 Ushuaia 심벌마크가 있는 곳에서 모두 하차했다. 팀원들은 심벌마크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각자 저녁 식사하러 간다면서 해산했다. 우리는 대형마트에 들러 맥주와 안주를 조금 사서 호텔로 들어왔다. 저녁 식사는 쇠고기 죽과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내일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간다. 날씨가 여름 날씨로 바뀔 것에 대비하여 오늘까지 입었던 겨울옷은 접어 넣고 여름옷을 꺼냈다.
3월 17일 (금)
7시에 식사를 하고 8시 10분에 버스에 올랐다. 아침부터 비가 살짝 내린다. 하하, 이런 멋진 경우도 다 있구나. 마치 골프 치러 가서 18홀 끝나자마자 소나기가 내리는 그런 기분이다. 우리가 파타고니아를 돌아다닐 때는 날씨가 기가 차도록 멋지게 도와주더니 이제 떠나려고 하니 비가 살짝 뿌리는구나.
발권을 하니 이번에도 28B,C 좌석으로 뒷부분이다. 희한하네, 어떻게 하면 중간번호나 앞번호를 얻을 수 있을까? 9시 45분에 탑승을 하여 10시 20분에 이륙을 하였다. 지도를 봐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거리가 꽤 된다. 3시간 20분을 날아 오후 1시 40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핸드 캐리어를 챙겨서 내리려고 하는데 몇 줄 앞에 있던 노래팀 멤버인 이 이사님이 갑자기 여권이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일단 비행기에서 내리고 수화물을 모두 찾은 다음 타타님이 항공사 측에 비행기를 한 번 더 수색해 달라고 했다. 비행기도 청소하는 시간이 있나 보다. 오늘은 안 되고 내일 작업이 시작되면 세밀히 찾아보고 연락해 주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공항 밖으로 나와서 각자 택시를 타고 예약된 Huinid Obelisco Hotel로 갔다.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편의점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3103호를 배정받았는데 숙소도 수준급이다. 방도 넓고 화장실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환전도 할겸 시내 구경을 하러 타타님과 같이 시내로 나왔다.
10여 분을 걸어가니 오벨리스크가 있는 시내 중심부가 나왔다. 여기에 웬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 태양신 신앙의 상징물이잖아. 그리고 이집트에 있는 오벨리스크는 화강암 덩어리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화강암은 아니다. 이런 의문이 들면 바로 검색을 해 봐야지.
【부에노스아이레스 심장부에 위치한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 태양신 신앙의 상징인데 어떻게 해서 여기에 설치되어 있나?
부엔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El Obelisco)**는 이집트의 유물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1936년에 현대적으로 건립된 기념비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오벨리스크가 태양신 '라(Ra)'를 숭배하는 종교적 상징이었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는 국가적 자부심과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정치·문화적 상징물에 가깝습니다. 이곳에 설치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시 건립 400주년 기념
이 오벨리스크는 1536년 페드로 데 멘도사(Pedro de Mendoza)가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시를 처음 세운 지 4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세워졌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자 했으며, 유럽의 대도시들(파리, 런던, 로마 등)처럼 도시 중심부에 거대한 상징물을 원했습니다.
2. 역사적 장소의 보존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자리는 원래 산 니콜라스 데 바리(San Nicolás de Bari) 성당이 있던 곳입니다. 이 성당은 1812년 아르헨티나의 국기(태극기와 같은 상징)가 처음으로 공식 게양된 장소입니다. 도시 정비 사업(9월 9일 대로 건설)으로 성당이 철거되자, 그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기 위해 그 자리에 오벨리스크를 세운 것입니다.
3. 네 면에 담긴 기록
오벨리스크의 사면에는 아르헨티나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북면: 도시 건립 400주년 기념 문구 남면: 1536년 첫 번째 도시 건립 사실
동면: 1580년 두 번째 도시 건립 사실 서면: 1812년 국기가 처음 게양된 사건
4. 왜 '오벨리스크' 형태인가?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서구권에서 오벨리스크 형태는 **'승리', '영광', '영원성'**을 상징하는 건축 양식으로 유행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기념탑처럼, 종교적 의미보다는 공화국의 위엄과 영원불멸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기하학적 형태를 채택한 것입니다.
현재 이 오벨리스크는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승했을 때 수백만 명이 모이는 승리의 광장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벨리스크는 화강암으로 만드는데 여기의 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들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단일 석재(monolith)' 방식인 것과 달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는 현대적인 건축 공법으로 지어졌습니다.
이 기념비가 화강암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징 때문입니다.
1. 재료: 콘크리트와 석회암
이 오벨리스크는 화강암 통돌이 아니라, 내부를 철근 콘크리트로 먼저 세운 뒤 겉면에 외장재를 입힌 방식입니다.
골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외장재: 아르헨티나 코르도바(Córdoba)주 올라엔(Olaen) 지역에서 가져온 백색 석회암(Olaen white stone) 판재를 표면에 붙여 마감했습니다.
2. 왜 화강암을 쓰지 않았을까?
속도: 1936년 건립 당시, 도시 건립 400주년 축제 일정에 맞춰 단 31일 만에 초고속으로 완공해야 했습니다. 거대한 화강암을 깎고 운반하는 전통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높이: 이 오벨리스크의 높이는 약 67.5m에 달합니다. 이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오벨리스크(약 30m 내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거대한 통돌 하나로 이 높이를 감당하기보다는 현대적인 공법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었습니다.
3. 외관의 변화
처음 완공되었을 때는 매끄러운 석회암 판재 덕분에 아주 깔끔한 흰색을 띠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탈락 사고: 완공 직후 외장 석재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안전을 위해 일부 구간의 석재를 제거하고 **시멘트 도장(페인트)**으로 보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지금은 특수 페인트를 칠해 관리하고 있어, 돌 특유의 질감보다는 매끈한 조형물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결론적으로, 고대 오벨리스크가 '조각품'이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는 **'석재로 마감한 현대식 타워'**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화강암의 웅장함은 없지만, 대신 부에노스아이레스 특유의 모던하고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오벨리스크 앞에 설치된 초록색 글자 BA는 도시 이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딴 것 같다.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상가가 밀집된 구역의 약간 음침한 곳에 타타님이 거래하는 환전소가 있었다. 이 환전소까지 오는데 수십 명의 사람들이 ‘cambio cambio’하면서 낮은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전 호객행위를 해도 괜찮나? 타타님은 1인 100달러 정도를 환전하면 될 거라고 한다. 100달러면 아르헨티나 돈으로 14만 페소쯤 되나 보다. 우리는 28만 페소를 받아 나왔다.
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백화점 구경을 갔다. 백화점 구조가 특이하다. 중앙 메인 홀이 굉장히 넓고 높은데, 원형 천정에는 기독교적인 그림을 그려놓았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처럼. 백화점 구경은 별것이 없고 지하실로 내려가니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조그만 컵 하나에 999페소라고 한다. 타타님도 있어서 챙겨주었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물 2리터짜리 한 병을 구입했다. 남미 여러 나라에서는 풍부한 물을 왜 이렇게 인색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물 인심이 좋은 우리나라가 잘못된 것일까?
저녁 일정은 괜찮은 식당에서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먹고 탱고를 구경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었다. 오후 7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갔다. 어디가 어딘지 구별은 잘 안되지만 도심은 아니고 살짝 외곽인 것 같았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3층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다. 3층도 홀이 넓어 손님 70~80명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었다. 예약석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니 테이블마다 와인을 한 병씩 주는 것이다. 맛이 괜찮다. 무한 리필(?)이라 약간 과하게 마셨나 보다. 이어서 큼직한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그런대로 잘 익혀졌고 맛도 좋았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나는 절반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넓었던 홀에 손님이 거의 다 찼다. 와, 이렇게 장사가 잘되다니!!
식사를 마치고 내려와서 바로 맞은편 건물로 들어갔다. 이 건물 1층에 작은 무대와 객석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무대가 너무 좁아서 어떻게 공연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악기 연주가 3명에 남녀 4명씩 8명이 탱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어도 문제가 없었다. 원래 이런 춤사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와인도 정량 오버하다 보니 앉아 있는 내내 눈이 감겨서 혼났다. 그렇게 요란한 음악 소리가 자장가로 들릴 줄이야!! 마지막 주자로 올라온 사람을 가수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혼자서 노래와 재담을 재미있게 버무리며 관중을 즐겁게 했다. 10시에 시작된 공연이 11시 4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호텔로 복귀하니 12시. 그냥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3월 18일 (수)
오늘은 버스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는 시티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8시 반쯤 로비로 나오니 건장한 한국 청년이 우리를 반겼다. 버스에 올라서 인사를 한다. 12살에 전 가족이 이민을 와서 20년이 넘도록 살고 있는 손진영이며 한국 여자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신랑이란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아서 앞길이 창창하다. 현지 언어인 스페인말과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으니 이런 가이드 일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다.
손진영이 아르헨티나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를 한다. 아르헨티나는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불린다고. 4,330만 인구 중에서 70%는 유럽인의 후손이고 80~90%는 백인이라고 한다.
유명한 ‘5월 광장’으로 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심장부인 **5월 광장(Plaza de Mayo)**은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 기록된 역사적 장소입니다. 1580년 도시 건설과 함께 만들어진 이 광장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염원이 서린 곳입니다.
1. 역사적 배경과 이름의 유래
5월 혁명: 1810년 5월 25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향한 첫걸음이었던 '5월 혁명'이 일어난 곳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정치적 중심지: 아르헨티나의 주요 정치적 집회나 시위가 열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국가의 중대한 결정이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입니다.
2. 주변의 주요 건축물
광장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주요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마치 야외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카사 로사다(Casa Rosada): 광장 동쪽에 위치한 분홍색 건물로 아르헨티나의 대통령궁입니다. 에바 페론(에비타)이 발코니에서 군중을 향해 연설했던 장소로 매우 유명합니다.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아르헨티나의 해방자 산 마르틴 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며,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전 대주교로 계셨던 곳입니다.
카빌도(Cabildo): 식민지 시대의 시청 건물로, 현재는 5월 혁명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5월의 탑(Pirámide de Mayo): 광장 중앙에 세워진 흰색 탑으로, 1811년 독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비입니다.
3. 5월 어머니회 (Madres de Plaza de Mayo)
이 광장에서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숭고한 역사는 '5월 어머니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1970년대 군부 독재 시절 행방불명된 자녀들의 소식을 묻기 위해 어머니들이 머리에 하얀 스카프를 쓰고 광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광장 바닥에는 이들을 상징하는 하얀 스카프 문양이 그려져 있으며, 매주 목요일 오후가 되면 여전히 집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광장 중앙에는 마누엘 벨그라노 기마상을 세워놓았다. 아르헨티나의 독립 영웅이자 국기를 도안한 마누엘 벨그라노 장군이 말을 타고 오른손에 아르헨티나 국기를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단다. 오랜 세월로 인해 푸른빛의 녹이 슬어 역사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에 들어갔다. 내부가 상당히 넓고 호화롭다. 조금 더 들어가니 벽면 한쪽에 설치된 유리 상자 안에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후의 예수 그리스도를 형상화한 조각상이 들어있다. 십자가 고난을 겪으신 후 무덤에 안치되기 전의 상태인 '누워 계신 예수님‘을 묘사하고 있다. 옆구리의 상처와 손등의 못 자국 등 고난의 흔적이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경건함과 슬픔을 느끼게 한다.
한쪽 벽에 걸린 사진이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니 한복을 입은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그림 중앙에서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분은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고, 그 주변으로 한복을 입은 남녀노소 신자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19세기 천주교 박해 당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103위 성인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2005년경 아르헨티나 한인 천주교 신자들이 기증한 것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으로 계실 때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의 신앙심과 헌신에 감동하여 이 성화를 성당 내부에 안치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은 5월 광장 북서쪽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가톨릭의 중심지입니다. 일반적인 성당의 모습과는 달리 그리스 신전 같은 외관이 특징인데, 이곳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독특한 건축 양식 (신전 같은 성당)
처음 보았을 때 성당보다는 박물관이나 신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정면의 12개 코린트식 기둥 때문입니다.
이 기둥들은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며, 19세기 중반에 완성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정면 상단의 삼각형 부분(박공)에는 구약성서의 '야곱과 요셉의 만남'이 조각되어 있어, 아르헨티나의 단합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2. 남미의 해방자, 산 마르틴 장군의 안식처
성당 내부 오른쪽 통로로 들어가면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해방시킨 독립 영웅 호세 데 산 마르틴(José de San Martín) 장군의 묘소가 있습니다.
장군의 유해는 1880년 프랑스에서 이곳으로 옮겨졌으며, 묘소 주위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상징하는 세 여인 조각상이 서 있습니다.
묘소 앞에는 항상 두 명의 근위병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정해진 시간마다 행해지는 교대식은 방문객들에게 인기 있는 볼거리입니다.
3.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
이곳은 현재 전 세계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깊은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으로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사목 활동을 하셨습니다.
성당 한쪽에는 교황님이 사용하시던 물건들을 전시한 작은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어 그분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4. 내부의 아름다움
바닥 장식: 19세기 영국에서 제작된 베네치아풍 모자이크 타일로 덮여 있어 매우 화려합니다.
주 제단: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조각된 황금빛 제단이 웅장함을 더합니다.
파이프 오르간: 19세기 독일에서 제작된 유서 깊은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어, 운이 좋으면 그 장엄한 소리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장 원색적이고 활기찬 라 보카(La Boca) 지구로 갔다. 카미니토 거리의 건물들은 온통 빨강, 파랑, 노랑 등 강렬한 원색으로 칠을 해 놓았다. 과거 이 지역에 살던 가난한 이민자들과 항구 노동자들이 배를 칠하고 남은 페인트를 가져와 자신의 집 외벽에 칠하기 시작했는데 페인트 양이 충분하지 않아 한 면을 다 칠하지 못하면 다른 색을 이어 칠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독특하고 화려한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건물 외벽을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한 양철 판자로 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구하기 쉬웠던 배의 자재를 활용해 집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 보카는 탱고(Tango)가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척박한 삶을 살던 이민자들의 애환이 담긴 춤이 바로 이곳의 거리와 술집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좁고 복잡한 거리를 일부 막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광고에 나갈 장면을 촬영하나? 불편해도 기차길을 따라 조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축구 선수 마라도나를 닮은 사람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같이 사진을 찍으려면 얼마간 돈을 줘야 한단다. 별 희한한 직업도 다 있구나. 이런 초라한 거리가 예술가들의 멋진 발상으로 관광객들이 모이는 명소가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점심 식사하러 한옥(HANOK)으로 갔다. 입구 유리문에 우리의 전통 목문 창살 문양을 새겨놓았다. 순두부, 제육볶음, 갈비 등이 4인용 테이블에 차려졌다. 와, 맛이 대단하네. 콩나무 무침, 물김치 등 밑반찬도 예사맛이 아니다. 젊은 새댁에게 누가 이런 음식을 만들어내는지 물어보았더니 시어머니라고 한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다. 메뉴판을 보니 1인 식대가 보통 32,000페소로 적혀있다. 한 끼 식대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2월 3일 공원‘으로 갔다. 공원 이름이 이상하네. 이 공원 안에 로세달이라는 장미공원이 있는데 수천 그루의 장미가 심어져 있지만 장미는 많이 피어있지는 않았다. 호수 위로 설치된 하얀색다리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2월 3일 공원(Parque 3 de Febrero)**은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거대한 녹지 공간으로, 현지인들에게는 **'팔레르모 호수(Lagos de Palermo)'**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곳입니다.
이 공원의 이름에 담긴 의미와 꼭 둘러봐야 할 명소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이름의 의미: 2월 3일 (Caseros 전투 승리 기념일)
역사적 배경: 1852년 2월 3일은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후안 마누엘 데 로사스를 축출한 **'카세로스 전투(Batalla de Caseros)'**에서 승리한 날입니다.
이 공원은 과거 로사스 독재자의 사유지였으나, 그가 실각한 후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었으며 그 승리의 날짜를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2. 공원의 주요 명소
워낙 넓은 곳이라 (약 120만 평) 아래 장소들을 중심으로 둘러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로세달 (El Rosedal, 장미 정원): 공원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수천 그루의 장미가 심어진 아름다운 정원과 하얀색 다리가 어우러져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곳입니다.
팔레르모 호수: 호수에서 보트를 타거나 호숫가를 따라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플라네타륨 (Planetario): 독특한 토성 모양의 외관을 가진 천문관으로,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켜져 야경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일본 정원 (Jardín Japonés): 공원 한쪽에 위치한 정교하고 평화로운 일본식 정원으로, 조용히 사색하기 좋습니다. (별도의 입장료가 있을 수 있습니다.)
3. 현지인들의 일상
주말이면 돗자리를 펴고 아르헨티나 국민 차인 **'마테(Mate)'**를 마시는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입니다.】
아테네오 서점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과 엄청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페라 극장을 이렇게 멋진 서점으로 변신시킨 발상이 부럽기만 하다. 한국 책을 취급하는 코너도 있다고 들었지만 워낙 복잡하여 찾을 수는 없었다. 무대를 커피숍으로 개조한 것도 참신한 아이디어다. 우리도 내려가서 라떼 한 잔 시켜 마시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방문을 자축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소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꼽히는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El Ateneo Grand Splendid)'**의 입구 모습입니다.
사진 속 서점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1. 서점의 화려한 과거
오페라 극장의 변신: 이곳은 원래 1919년에 개관한 **'그랜드 스플렌디드'**라는 이름의 오페라 극장이었습니다. 이후 영화관을 거쳐 2000년대에 서점으로 개조되었습니다.
역사적 가치: 극장의 화려한 천장 벽화, 조각, 그리고 무대 위의 붉은 커튼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서점이라기보다 예술 궁전 같은 느낌을 줍니다.
2. 사진 속 입구 풍경
고전적인 기둥: 입구에 세워진 흰색 원형 기둥은 과거 극장의 웅장함을 짐작게 합니다.
음반 코너: 쇼윈도를 보시면 다양한 LP판과 CD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이곳은 책뿐만 아니라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영혼인 '탱고' 음반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로고: 입구 상단의 금색 로고는 '엘 아테네오' 서점 체인의 상징으로, 아르헨티나 전역에 있지만 이 지점이 압도적으로 유명합니다.
3. 내부 감상 팁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시면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졌을 텐데요.
무대 위 카페: 과거 공연이 열리던 무대는 현재 아늑한 카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붉은 커튼을 배경으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책을 읽는 경험은 이곳만의 특권입니다.
천장 벽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평화를 기원하며 그린 거대한 천장 벽화는 반드시 고개를 들어 확인해 보셔야 할 걸작입니다.
관람석 책장: 관람객들이 앉았던 박스석은 이제 책들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책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레콜레타 공동묘지다. 공동묘지 앞은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괴물 같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수령은 230년 정도로 추정하는데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있고, 그 무게에 못 이겨 축 처져있는가 하면 굵은 steel supporter로 받쳐 놓은 것도 있다. 나무가 어떻게나 큰지 1,000년 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고무나무라고 하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수많은 예술가와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공동묘지는 입장하는데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묘지 앞 공터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대신하고 관람하는 것은 생략했다. 그늘이 있는 상가 쪽으로 가니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 아이스크림 하나에 6,300페소다. 3개를 주문하여 손진영 가이드와 같이 먹었다.
마지막으로 ’연합국 광장‘으로 갔다. 이 광장 바로 옆에는 웅장한 석조 기둥들이 압도적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UBA) 법과대학이 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킬 만큼 장엄한 규모를 자랑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는 남미에서 손꼽히는 명문대로, 특히 이 법과대학은 아르헨티나의 수많은 대통령과 법조인들을 배출한 상징적인 장소이다.
연합국 광장에는 높이 23m의 세계에서 가장 큰 거대한 금속으로 제작한 꽃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조형물로 꼽히는 '플로랄리스 헤네리카'다. 건축가 에두아르도 카탈라노가 기증한 이 작품은 놀랍게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꽃잎이 열리고 닫히도록 설계된 살아있는 꽃이다. 아침에는 희망을 상징하며 피어나고, 저녁에는 안식을 상징하며 꽃잎을 오므린단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매끄러운 꽃잎 표면에 주변의 푸른 공원과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여기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 일정으로 각자 알아서 호텔로 복귀하면 된다. 버스가 가는 길이라 국립미술관 앞에서 내려서 국립미술관을 관람했다. 고야, 렘브란트, 반 고흐, 모네와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주요 예술가들의 핵심 작품들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한 시간쯤 관람하고 나왔다.
호텔까지 폰으로 찍어보니 3km가 되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방향을 잡기 어려워 왔다갔다 했지만 곧 정확한 길을 찾아내어 어렵지 않게 호텔로 올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팔도 자장면과 누룽지를 삶아 먹고 일찍 자리에 들었다. 종일 돌아다니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았나 보다. 잠을 푹 자는 것이 최고다.
3월 19일 (목)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하여 4시 30분에 버스에 올랐다. 호텔 측에서 준비해 준 샌드위치는 공항 대합실에 앉아서 먹었다. 티켓팅을 하니 이번에는 21,22E 좌석이 배정되었다. 모처럼 중간에 앉아서 가게 되었다. 7시 30분에 비행기 탑승이 진행되었고 7시 50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1시간 반 정도 날아서 9시 25분쯤 푸에르토이과수 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수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소형 버스 2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대는 사람이 타고, 한 대에는 가방을 싣고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갔다. 공원 입구에서 현지 가이드 여성 한 명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가이드가 입장권(1인당 45,000페소)을 끊어 올 때까지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생수도 구입하며 이번 여행의 4번째 버킷리스트 ’이과수 폭포‘를 영접할(?) 준비를 했다.
푸에르토이과수는 ’생태 열차‘로 이동을 하는 시스템이다. 궤도 폭이 60cm 정도 될까? LPG 추진 기관차 1대에 4량의 개방형 객차를 견인하여 시속 20km의 속도로 운행하고 있다. 중앙역(Estación Central)에서 출발하여 폭포역(Estación Cataratas)을 거쳐 '악마의 목구멍'으로 향하는 산책로 입구인 가르간타 델 디아블로 역(Estación Garganta del Diablo)까지 승객을 실어 나른다. 가이드는 무슨 이유를 대더니 중앙역에서 승차하지 않고 20분 정도 걸어서 폭포역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다. 걸어가는 길이 흙길이고 그늘져서 걷기 좋았다. 열차는 15분~20분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좋은 날씨가 더욱 가슴을 뛰게 한다. 갑자기 국민학교 때 기차 타고 경주로 수학여행 갈 때의 기분이 되살아 난 것은 나만의 감상이었을까. 6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나다니!! 희한한 일이다.
20분 정도 달려서 마지막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Steel Greating이 깔린 데크 로드를 걸어가야 한다. 폭이 1.8m는 되어서 사람들이 부딪히지는 않았다. ’악마의 목구멍‘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입간판도 설치되어 있었다.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 나라는 이런 자연환경으로 밑천 한 푼 들이지 않고 얼마나 많은 경제적인 부를 쌓고 있을까. 걸어가다 보니 데크 로드가 중간에 절단된 모습도 보였다. 태풍으로 무너졌나?
1.1km의 데크를 걸어서 마침내 악마의 목구멍에 도달했다. 굉음을 울리며 떨어지는 폭포가 정말 정말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그 사이를 파고 들어가서 50초 정도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이미선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엉켜서 옳은 사진을 건지기는 어렵다. 실컷 봤지만 돌아서려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다시 저 거대한 폭포를 바라보았다.
기차를 타고 중앙역 입구로 나왔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하여 식당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또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구나. 뷔페식인데 그릇에 담은 음식의 무게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닭다리 2개와 야채 등을 담았는데 23,200페소가 찍혔다. 음식값은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관광지라 비싸게 책정해서 그런가?
검색을 해 보니 이과수 폭포를 구경하는 루트는 상부 산책로와 하부 산책로가 있다. 상부 산책로는 폭포의 윗부분을 따라 걷는 약 1.7km 코스이고, 하부 산책로는 폭포의 아래쪽으로 내려가 물보라를 맞으며 걷는 1.4km 코스다. 오후에는 우리 가이드가 상부 산책로를 걷는 것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폭포가 잘 보이는 view point에서 사진을 찍으며 폭포를 음미하였다. 이과수 폭포는 폭이 2.7km로 약 275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절벽을 따라 펼쳐져 있고 비가 많은 우기에는 이 폭포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거대한 벽처럼 보이기도 한단다. 평균 높이는 64m~82m로 가장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 구간의 낙차가 약 82m로 가장 높다.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의 폭 1.7km에 비해도 훨씬 커서 ’세계 최고의 폭포‘라는 명성에 잘 어울린다. 걸어 다니면서 무지개가 생기는 모습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내일은 브라질로 건너가서 또 다른 이과수 폭포의 절경을 감상하고 보트를 타고 직접 폭포 물을 맞아보는 귀한 체험도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보트를 타고 그 물줄기를 직접 맞아보는 기분은 또 어떨지 벌써 설렌다.
Saint George Hotel은 꽤 수준 높은 호텔이었다. 206호를 배정받아 가방을 넣어놓고 잠시 쉬었다가 타타님과 같이 브라질 레알을 환전하러 갔다. 1인당 150$ 정도면 브라질에서 모두 소비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300$를 환전했더니 1,530레알을 준다.
710cc Stella ARTOIS 캔맥주와 473cc Corona cerveza 캔맥주를 구입하니 1,120페소가 남았다. 내일 떠날 때 방 청소 팁으로 남겨놓으면 아르헨티나 페소는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다 소모한 것이 된다. 쌀국수와 오뚜기 참깨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오늘도 일찍 자리에 들었다.
3월 20일 (금)
미리 가방을 챙겨 로비에 두고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조금 서둘러서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면서 타타님이 서두르니까 우리는 무조건 따를 수밖에. 7시 10분에 작은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브라질로 출발했다. 아르헨티나 출국 심사는 현지 가이드로 오신 교포 사장님이 여권을 거두어 혼자 가서 도장을 받아왔다. 그러나 브라질 입국 심사는 개인이 모두 직접 면접을 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브라질로 넘어왔다. 오늘 묵을 Del Rey Quality Hotel로 가서 가방만 맡겨 놓고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로 갔다. 그런데 버스 기사는 새 공원 입구에다 내려주는 것이다. 새 공원과 이과수 방문자 센터는 400m 떨어져 있어서 새 공원 구경하고 이과수 폭포 구경하러 가도 된다고 한다. 몇 사람은 새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폭포 구경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가 무리를 지어 들어가면 가이드를 채용해야 하는 규정에 위반이지만 개별적으로 입장을 하면 가이드 없이 관람할 수 있다. 타타님은 이과수 폭포 교통망(?)을 그림으로 그려서 카톡방에 올려주고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의 교통망은 버스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1정유장에서 내렸다. 여기서 잠시 기다렸다가 30명쯤 태울 수 있는 open car를 타니 차는 나무가 울창한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도로 폭이 좁아서 이런 소형 차가 아니면 안 되겠다. 10여 분 달려서 하차한 다음 이번에는 10명 정도 탈 수 있는 더 작은 open car를 타고 좁은 길을 통해 강가로 가는 것이다. 강가에는 리프트카를 통해 보트 선착장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와, 보트 한 번 타는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니!! 선착장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를 탔다. 보트는 20명 정도 탈 수 있는 고속정이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속도를 올리니 탑승객들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온다. 나도 폰을 방수팩에 넣어 동영상, 사진 등을 촬영하였지만 괜찮은 장면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트가 작은 폭포수 아래로 들어가니 비명 소리가 가득하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폭포수를 직접 맞도록 하니 보트에도 물이 넘치고 옷은 다 젖어버렸다. 몇 차례 더 폭포수 속을 들락날락하고 나서 보트는 방향을 바꾸어 선착장으로 향하였다. 어? 벌써 끝난 건가? 악마의 목구멍으로는 아예 들어가지를 않는구나. 괜히 억울한 마음이 생긴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선착장으로 와서 구명조끼를 반납하고 리프트카를 타고 올라왔다. 올 때와 반대로 작은 차, 큰 차를 타고 1정유장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이라 아침에 현지 가이드가 준 조언대로 정유장 편의점에서 일본 컵라면을 샀다. 먹을 수 있도록 익혀서 주었다. 먹어보니 신라면보다는 못 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버스를 타고 3정유장으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니 떨어지는 폭포수를 눈높이에서 바로 볼 수 있었다. 좋은 자리를 잡아 사진 찍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람도 엄청 많았다. 가까이서 보는 폭포수는 웅장함 그 자체였고 천둥소리 같은 굉음은 이과수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동영상으로, 사진으로 카메라에 꼭꼭 눌러 담았다. 밑에서 보니 확실히 이과수 폭포가 빅토리아 폭포보다 더 크고 웅장하다. 세계 제1의 폭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밑으로 설치된 길을 따라 1km쯤 걸어가니 2정유장이 나타났다. 2정유장에서 버스를 타고 입구로 나왔다. 새 공원 구경은 포기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서 물과 야채, 맥주를 몇 병 샀다.
호텔로 돌아오니 5시쯤 되었다. 329b 방을 배정 받았는데 방이 너무 좁아서 불편했다. 타타님 설명으로는 교통을 중시하여 시내에 호텔을 구하다 보니 방은 조금 작을 수도 있단다. 컵밥과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3월 21일 (토)
오늘은 ’리오 데 자네이루‘로 이동한다. 6시에 식사를 하고 7시 30분에 소형 버스 2대에 나누어 타고 공항으로 갔다. 이번에는 어쩐 일로 앞좌석 9D,E를 받았다. 9시 20분에 탑승을 하여 10시 5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12시 45분에 리오에 착륙했다.
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코파카바나 해변가에 있는 Windsor Martinique Copacabana Hotel에 도착했다. 가방을 맡겨 놓고 식사하러 나갔다. 세 자매를 포함한 7명은 타타님이 알려준 몇 군데 맛집 중에서 통닭 전문 식당을 찾아갔다. 통닭 식당은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메뉴를 보고 콤보2를 시켰더니 통닭 1마리와 감자튀김 등이 나왔다. 69레알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 정도구나. 통닭은 둘이서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컸다. 적당히 먹고 나왔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길이가 4km나 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이라고 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백사장 왼쪽 끝부분에는 ‘빵 지 아수까르’ – 일명 ‘설탕빵’이라는 바위산이 보인다.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해수욕도 하고 썬텐도 하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우리도 신발을 벗어들고 백사장을 걸으면서 바닷물을 적셔보았다. 이런 유명한 해변을 방문했다는 기억을 소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백사장 오른쪽 끝부분에는 ‘코파카바나 요새’가 있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으며 입장료도 군인들이 수금을 한다. 우리나라와 개념이 다르구나. 10레알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흰색 단층 건물에 실제 군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밖에는 관광객들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914년에 완공된 이 요새는 리오 데 자네이루 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졌는데, 현재는 군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새 끝부분에는 당시 독일에서 제작한 거대한 대포 2문이 보존되어 있었다. 대포 직경이 30cm가 넘고 지하실에는 그때 사용하던 포탄도 보관되어 있다. 당연히 포탄의 화약은 분리했겠지. 대포 방향이 바다를 향하지 않고 해안으로 향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포신이 306도 회전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도 포신은 바다를 향하도록 해 놓는 것이 맞잖아?
이파네마 해변은 코파카바나 해안 맞은편에 있었다. 500m쯤 걸어가니 나타났는데 이 정도 거리를 두고 유명한 두 해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여기서는 독특한 봉우리인 '두 이스망스(Dois Irmãos, 형제봉)'가 오른쪽에 우뚝 솟아 있다. 상부만 확대해서 보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을 빼닮았다. 여기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눈으로 대충 살펴보고 나왔다.
오는 길에 ‘THE BEST acai’ 간판이 있어서 들어갔다. 아사이는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야자수 열매로 브라질 여행 중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에너지 보충원이다. 얼린 아사이 과육을 갈아서 시원한 슬러시 형태로 먹거나, 아이스크림과 비슷하게 만들어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먹는 둥 마는 둥... 마트에 들러 맥주와 안주를 조금 구입했다.
오늘이 이번 남미 투어의 마지막 밤이다. 그런데 숙소가 좁아서 영 불편하네. 다른 여행사에서는 여행 마지막 날은 숙소를 5성급 호텔로 해 주어서 불편했던 숙소에 대한 불만을 씻어 주기도 하는데... 비좁은 방에서 소고기 죽과 누룽지로 저녁 식사를 하고, 카톡을 통해 가족들에게 사진도 보내고 안부도 묻고 여행에서 본 것들 ‘자랑질’도 했다.
3월 22일~24일 (일~화)
20인승 녹색 버스를 타고 시티 투어에 나섰다. 오늘 현지 가이드는 나이 지긋한 여성분이다. 첫 번째 방문지는 그 유명한 예수상을 보러 꼬르꼬바두 언덕으로 갔다. 일정한 지점까지 올라가서는 버스에서 내려 전용 셔틀 밴으로 갈아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철길이 있는 것으로 봐서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는 모양이다. 해발 710m 높이의 언덕 정상에 높이 38m의 그리스도가 양팔을 벌리고 지상 세계를 내려다보고 있다. 밑에서 볼 때는 그저 그런가보다 생각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실물을 보니 그 엄청난 크기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런 구조물을 콘크리트로 만들었다고? 콘크리트로 제작을 하려면 거푸집부터 짜야 하는데 보이는 것과 똑같은 모습의 거푸집을 무엇으로 제작을 하나? 모두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 신7대 불가사의’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뒷모습부터 카메라에 담았다. 전면에서도 양팔을 벌린 전체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고 구름이 조금씩 가려서 괜찮은 사진을 담기가 쉽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많은 장면을 찍었다.
【1. 경이로운 규모와 구조
높이: 조각상 자체 높이는 30m, 아래 받침대(기단)까지 합치면 총 38m에 달합니다.
너비: 벌리고 있는 두 팔의 길이는 28m입니다.
무게: 전체 무게는 무려 635톤이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겉면에 '소프스톤(활석)' 타일을 수백만 개 붙여 마감했습니다. 이 재질 덕분에 비바람에도 강하고 신비로운 질감을 유지합니다.
2. 세계 신 7대 불가사의
2007년에 선정된 세계 신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710m 높이의 가파른 절벽 꼭대기에 이 거대한 구조물을 어떻게 운반하고 설치했는지가 여전히 경이로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부품들을 기차(트램)로 실어 날라 현장에서 조립했다고 합니다.
3. 방문 포인트
내부 성당: 예수상 발치에 있는 기단 내부에는 작은 성모 마리아 성당이 마련되어 있어 실제로 미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사진 명당: 예수상 바로 아래는 전 세계 관광객들로 항상 붐빕니다. 예수님과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으려면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해서 각도를 잡아야 전체 모습이 담깁니다.
야경: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 예수상이 리우 시내 어디서나 환하게 빛나는데,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다음으로 ‘빵 지 아수카르’를 방문했다. 여기는 1단계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20m 지점의 우르카 언덕에 올라서 2단계 케이블카를 타고 396m의 최종 목적지인 빵 지 아수카르에 도달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어제 구경했던 코파카바나 해변의 곡선, 니테로이 다리, 산투스 두몬트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예수상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건물 벽체의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큰 새와 나비, 꽃과 나무 등을 뚜렷한 칼라로 그린 그림이 너무
강렬하여 사진을 많이 찍었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왔다. 예전에 케이블카를 움직이던 장비가 전시되어 있다. 대형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굵은 로프를 돌리던 시설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구식 케이블카 사진도 전시해 놓았다. 사진으로 봐도 지금의 보습이 날씬하고 보기도 좋구나.
뷔페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이것저것 종류는 많았지만 정작 내가 먹을 만한 것은 몇 개 안 된다. 간단히 집어 먹고 나왔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셀라론 계단’이다. 폭 4m 정도 되는 계단이 100m 이상 쭉 뻗어 있다. 양쪽 벽에는 붉은 타일을 붙여 놓았다. 여기가 대체 뭐길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붐빌까? 30m쯤 올라가다가 힘들어서 주저앉았다.
【셀라론 계단(Escadaria Selarón)은 팡 지 아수카르나 예수상과는 또 다른, 화려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죠.
이 계단에 담긴 흥미로운 배경을 정리해 드립니다.
1. 한 예술가의 집념, 조르주 셀라론
이 계단은 칠레 출신의 예술가 **조르주 셀라론(Jorge Selarón)**이 1990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2013년까지 평생을 바쳐 만든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자기 집 앞의 낡은 계단을 보수하기 위해 버려진 타일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점차 확대되어 지금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 작업을 "나의 브라질 국민에 대한 헌사"라고 표현하곤 했습니다.
2. 전 세계에서 온 타일
글로벌 컬렉션: 초기에는 쓰레기장에서 구한 타일을 사용했지만, 나중에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셀라론에게 타일을 보내주기 시작했습니다. 약 125m 길이에 달하는 215개의 계단에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온 2,000개가 넘는 타일이 박혀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국의 국기, 문양, 심지어 한국과 관련된 타일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3. 상징적인 붉은색
계단 양옆의 벽면이 강렬한 붉은색 타일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셀라론은 붉은색을 매우 사랑했으며, 이 색감이 리우의 뜨거운 태양 및 열정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4. 팝 문화 속의 계단
이곳은 스눕 독(Snoop Dogg)과 파렐 윌리엄스의 'Beautiful'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여행객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리우 최고의 포토존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리오데자네이루 대성당이다. 버스가 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 이 건물이 성당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본건물 앞에 원뿔형 구조물 상부에 설치된 십자가를 보고서야 성당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본건물도 대형 원뿔형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다. 바닥은 지름 100m가 넘는 원형이고, 위로 갈수록 지름이 줄었다. 천정은 대형 십자가 모양의 유리 칸막이를 설치해 놓았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십자가 형태로 천정에서 바닥까지 4면에 설치했다. 벽체는 26층의 격벽 형태로 만들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폭은 좁아진다. 대형 십자가는 공중에 떠 있는 형상이다. 천정에서 보이지 않는 끈을 내려 십자가를 묶어 달아 놓은 것 같다. 이런 기상천외의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중심가(Centro)에 위치한 리우데자네이루 대성당은 일반적인 유럽식 성당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외관으로 유명합니다.
이 성당에 담긴 흥미로운 특징과 방문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1. 독특한 피라미드 외관
디자인 영감: 고대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 사원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종탑이나 화려한 조각 대신, 거대한 원뿔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우주선 같기도 합니다.
규모: 높이가 약 75m, 내부 지름이 106m에 달하며 한 번에 최대 2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웅장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2. 황홀한 스테인드글라스
겉모습은 다소 차가운 콘크리트 느낌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4개의 빛줄기: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4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십자가 형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빛의 향연: 천장의 십자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성당 내부를 신비롭고 화려한 빛으로 가득 채웁니다. 각 색상은 가톨릭의 서로 다른 교리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 방문 정보 및 팁
위치: 셀라론 계단이 있는 라파(Lapa) 지구와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근처에 독특한 모양의 '라파 수도교(Arcos da Lapa)'도 볼 수 있습니다.
운영 시간: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지하 박물관: 성당 지하에는 종교 예술 박물관이 있어 리우의 가톨릭 역사와 관련된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4. 관람 포인트
성당 내부에 서서 천장의 십자가 중심을 올려다보세요. 거대한 콘크리트 벽면 사이로 쏟아지는 빛이 주는 경건함과 압도적인 공간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코파카바나의 자연미나 셀라론 계단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리우의 현대적이고 영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이 성당을 설계한 인물은 브라질의 건축가 에드가르 폰세카입니다.
설계 철학: 에드가르 폰세카는 고대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이 성당을 디자인했습니다. 전통적인 유럽식 성당의 양식을 과감히 탈피하여,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콘크리트 구조물을 완성했습니다.
건축 시기: 1964년에 착공하여 197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 리우의 근대화와 발전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평가받았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협업: 성당 내부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네 줄기의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예술가 **모리뉴 들라무아(Molineu Delamoy)**의 작품입니다.
이 성당은 에드가르 폰세카의 독창적인 해석 덕분에 오늘날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중심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대 건축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공항으로 나가기까지 잠시 여유가 있었다. 브라질 레알이 조금 남았는데 이 돈으로 약국에서 프로폴리스를 13개 구입할 수 있었다. 프로폴리스는 브라질이 품질 좋은 생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목감기 기운이 있거나 목이 부었을 때 혹은 구내염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후 5시에 공항으로 갔다. DELTA 항공 발권을 하니 이번에도 47D,F 좌석이라 뒷부분이다. 좌석 복은 여전히 없구나. 출국 절차를 밟아 출국장으로 나오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항에서 커피 한 잔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네. 스타벅스가 있어서 라떼 한 잔 마시며 지난 여행을 돌아보는 여유를 부렸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를 타러 C55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옆길로 부르는 것이다. 오라고 하니 갈 수밖에. 등에 매고 있던 백팩을 내려서 구석구석 수색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냥 가라고 한다. 알고 보니 무작위로 찍어서 그런 검사를 한단다. 참내, 경로 우대로 편리를 봐주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어.
밤 11시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웬일인지 5분 빠른 10시 55분에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11시 18분에 이륙하였다. 10시간이 넘게 비행하여 현지시간 아침 8시 40분에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눈만 껌뻑이다 시간이 다 간 것 같다. 여기서도 수화물을 직접 찾아 나와서 환승 화물 취급하는 코너로 가서 컨베이어에 실으면 대한항공 비행기로 연결이 되는 구조다. 가방을 보내 놓고 밖으로 나왔다. KAL 비행기는 1터미널에서 타야 하는데 환승 Airtrain을 타고 정유소 4곳을 지나야 있다. 이런 공항에서는 혼자서 찾아가기도 어렵겠다. 타타님이 리더를 잘해주어서 별문제 없이 1터미널로 올 수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발권을 하니 이번에는 52D,E다. 출국 절차에 따라 출국장으로 나왔다. 5번 게이트를 찾아가니 3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다. 화장실에 가서 세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2시 30분부터 탑승을 시작했다. 좌석을 찾아가니 이게 웬 떡이야? 우리 좌석이 비상구가 있는 칸이어서 공간이 1m나 되는 좌석이었다. 중간 4좌석에 우리 부부와 박선생님 부부가 나란히 앉게 된 것이다. 거의 반 비즈니스석이다. 다른 비행기는 이런 좌석을 사전에 돈을 받고 분양을 하는데 대한항공은 그런 짓은 하지 않나 보다. 15시간의 긴긴 비행을 다리를 쭉 뻗고 편하게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었다. 비행기가 몇 대 한꺼번에 몰렸는지 가방을 찾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주변에 있던 팀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공항버스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포기하고 KTX 표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와서 설렁탕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KTX를 타고 마산으로 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6년을 기다렸던 남미 파타고니아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권을 분실했던 이 이사님은 여권을 찾지 못하고 결국 새 여권이 한국에서 올 때까지 브라질에서 기다려야 한단다. 다행히 브라질에 지인이 있어서 1주일 정도는 묵을 수 있다고 한다.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6년 전,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되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안타까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번 여행의 BEST를 꼽는다면 역시 페리토 모레노 빙하, 피츠로이 산, 토레스 델 파이네 그리고 이과수 폭포로 압축이 될 것 같다. 이런 멋진 빙하와 산, 폭포가 파타고니아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부럽기는 하다. 늦었지만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었음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다. 흔히 남미 여행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어려운 코스를 무난히 마쳤으니 다음 여행은 조금 수월할까?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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